LOGIN배윤제와 몰래 연애한 지 4년, 드디어 배윤제와의 관계를 밝힐 날이 왔다. 그러나 배윤제는 다른 여자를 위해 강하율의 안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서 기억을 잃은 척했고, 그 사고로 강하율은 다쳐서 입원하게 되었다. 배윤제는 새로운 여자 친구를 품에 안고서 강하율이 예전처럼 자신의 환심을 사려고 애쓸 거라고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배윤제는 알지 못했다. 그가 기억을 잃은 척한 순간부터 강하율이 그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배윤제가 다른 여자와 공개적으로 애정 행각을 벌일 때 강하율은 그들의 사랑의 증표를 버렸고, 배윤제가 그녀를 다른 사람의 품으로 밀어 넣었을 때 강하율은 다른 남자에게 벽치기를 당했다. 그리고 배윤제가 강하율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매달리길 기다리는 사이 강하율은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강하율이 커리어 하이를 찍고 가장 젊은 여성 부자가 되었을 때, 배윤제는 착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강하율에게 프러포즈했다. “하율아, 나 기억을 되찾았어. 나랑 결혼하자.” 강하율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던 10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하율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꺼져. 우리 하율이는 더러운 걸 눈에 못 담거든.”
View More그때 마침 배윤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동의 안 했어.]정다인은 손이 떨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강하율, 이렇게 나오면 내가 아무것도 못 할 줄 알고?”몇 분 뒤 배윤제의 휴대폰으로 손목을 그은 사진과 함께 정다인의 유언이 도착했다.“윤제 씨, 살아서 윤제 씨를 망신시킬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게요. 부디 다음 생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배윤제는 음성 메시지를 듣자마자 레스토랑을 뛰쳐나와 빠른 속도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안, 정다인은 이제 막 손목에 붕대를 감은 상태였는데 배윤제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그랬어요? 죽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잖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 윤제 씨까지 끌어들인 거 정말 미안해요.”배윤제는 눈물로 범벅이 된 정다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조금 아렸다.한때 그는 반드시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불현듯 단호하게 돌아서던 강하율의 뒷모습이 떠올랐다.강하율의 집안이 망했을 때 배윤제는 강하율을 안쓰럽게 여겨서 그녀를 꼭 지켜주겠다고 했었다.그러나 강하율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 그가 지켜주지 않아도 되었다.그래서 아주 심한 일을 당했을 때도 강하율은 자살하겠다며 겁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를 달래주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강하율은 너무 착해서 절대 그에게 걱정을 끼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 생각이 들자 배윤제는 정다인의 우는 소리에 조금 짜증이 나서 쌀쌀맞게 말했다.“다인아, 아저씨를 농락한 뒤 일부러 그런 사진을 찍어서 남긴 거야?”정다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강하율이 배윤제에게 뭔가 말했을 거라고 믿었다.그녀는 배윤제의 품에서 나온 뒤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역시 윤제 씨는 아직도 하율 씨를 신경 쓰고 있네요. 전 그냥 유학을 갔다 왔을 뿐인데... 윤제 씨는... 윤제 씨가 한 약속을 믿은 제 잘못이에요. 이만 가봐요. 더는 윤제 씨 발목을 붙
식사를 마친 뒤, 강하율에게 한 고객이 전화를 걸어 오후에 현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강하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배윤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배윤호가 강하율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그의 휴대폰 화면이 테이블 위에서 밝게 켜졌다.배윤호는 냅킨으로 손을 닦은 뒤 느긋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배윤호, 내 레스토랑 셰프에게 고작 집밥 메뉴나 시키냐? 네 동생은 그래도 꽤 비싼 요리를 시키던데 말이야.][어.][이거 완전히 사랑에 빠졌네. 저녁에 한잔할래?][볼일이 있으니까 다음에 마시자.]배윤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양승아를 바라보았다.양승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대표님, 분부 있으십니까?”“강하율이 어렸을 때 크게 앓은 적이 있다고 했어.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런 일이 없었거든. 정말 그렇게 심각했다면 우리 아버지가 모를 리가 없지. 걔 병원 기록을 확인해 봐.”“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고가 올라왔는데 어르신께서 정다인 씨를 찾으셨답니다.”양승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배윤호의 눈빛이 급격히 차가워졌다.“여전하시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그럼...”양승아가 말을 꺼내려 하자 배윤호가 손을 들어서 막았다.“아직은 때가 아니야. 병원장에게 경비를 강화하라고 전해.”“알겠습니다.”...병원.두 시간 전, 정다인은 기절한 척해서 병원으로 실려 왔다.그것은 네티즌들의 동정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배윤제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배윤제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곧바로 강하율을 찾아갔다.강하율은 분명히 우쭐했을 것이다.배윤제가 먼저 찾아온 데다가 비싼 레스토랑까지 데려가 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그러나 여론을 잠재우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정다인은 싫어도 참아야 했다.그러나 속이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래서 일부러 배윤제와 강하율이 식사하고 있을 때 배윤제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붙잡고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그녀는 강하율에게 배윤제가 진
그러나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았다.배윤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잠시 침묵하다가 덤덤히 말했다.“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야. 나랑 아버지가 너희 어머니 생일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너희 어머니가 직접 요리를 하셨어. 그때 음식들을 소개하며 전부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하셨지. 기억 못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어... 저희가 그렇게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어요?”강하율은 자기도 모르게 열한 살, 열두 살 이전의 자신을 떠올리려 애썼다.부모님이 그녀를 무척 아꼈기에 강하율은 다른 재벌가 딸들처럼 매일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바쁘게 지내지 않아도 됐다.대신 그녀는 엄마를 따라 호텔에 가는 걸 좋아했고 많이 타서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했다.그래서 파티에 참석하면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유난히 튀었다.그러나 배윤호는 달랐다. 강하율은 배씨 가문에 있을 때 그의 어릴 적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한창 노는 걸 좋아할 나이였는데도 배윤호는 아버지 옆에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었다.그만큼 그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이었다.배윤호는 고개를 기울인 채로 기억을 더듬는 그녀를 보며 옅게 웃었다.“그보다 더 전이야. 너희 어머니가 너를 낳았을 때 널 보러 간 적이 있거든.”“...”강하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드라마 같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어린 남자아이가 잔뜩 질린 표정으로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라니...“이상한 상상하지 마. 너희 아버지가 너는 여자애라면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셨거든.”“풉.”강하율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그 순간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러고 보니 배윤제와 배윤호는 비록 이복형제지만 두 집안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배윤호의 아버지가 배윤호를 데리고 그녀를 보러 간 것도 정상이었다.그러나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배윤호가 당시 그녀의 어머니가 소개했던 음식들을 기억하고 있는 건 조금 놀라웠다.배윤호는 더
레스토랑에서 나온 강하율은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조금 걷자 휴대폰이 울렸다.배윤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밥 먹으러 와.][오빠, 잘못 보낸 거 아니에요?]강하율이 답장을 보냈다.[너는 어떻게 생각해?]강하율은 메시지를 읽고 난 뒤 뒤돌아 레스토랑을 바라봤다.혹시라도 배윤제를 마주친다면 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질 게 뻔했다.강하율은 이미 너무 지쳤다.그녀가 어떻게 정중하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또 메시지가 왔다.[걔 갔어.]마침 그때 배윤제의 차가 그녀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하마터면 코너를 돌던 차와 부딪칠 뻔했다.그럼에도 배윤제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빨리 달렸다.강하율은 차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가 정다인이 겁을 먹고 입원했다고 말했던 걸 떠올렸다.저렇게 급한 걸 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갔을 것이다.강하율은 덤덤히 시선을 거두었는데 그때 양승아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강하율 씨,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그... 저 출근해야 하는데 이미 지각이라서요.”강하율은 배윤호가 자신과 배윤제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는 거라고 짐작했다.배씨 가문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보니 뭐라도 좀 알아내야 할 것이다.그러나 강하율은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몰랐다.이때 양승아가 앞으로 나서며 조금 퉁명스레 대꾸했다.“대표님께서 강하율 씨 대신 양지원 씨에게 상황을 전달해서 괜찮습니다.”양지원은 강하율의 직속상사였다.“...”이렇게 된 이상 더는 핑계를 댈 수 없어 강하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레스토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승아는 강하율을 계속 힐끗힐끗 살폈다.강하율은 그의 시선 때문에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설마 정신병원에서 배윤제와 함께 떠나서 배윤호가 화가 난 걸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양승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절대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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