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을 놈이라고 부르다니 필시 높으신 분이구나.'미옥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어느 정도의 신분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시, 신선님입니까?”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에 남자가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흑발 사이로, 갈증에 젖은 눈동자가 번뜩였다.“신선이라…… 하긴, 이 향에 취하면 이곳이 극락인지 지옥인지 분간이 안 가긴 하지. 가까이 와서 확인해 보거라. 내가 신선인지, 아니면 너를 잡아먹을 괴물인지.”미옥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발이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는지, 바닥에서 손이 올라와 자신의 발목을 움켜쥐는 것이 아닌지 착각마저 들었다.‘별채가 이리 컸었나?’열 걸음 정도를 앞으로 나가니, 사내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그의 앞에 놓인 화로에서 끝없이 피어나는 연기 때문에 이따금 흐려지긴 했지만, 선명한 이목구비까지는 가리지 못했다.서늘할 정도로 매끄러운 콧날은 마치 잘 벼려진 백자의 선 같았고, 짙게 그늘진 눈매 아래로 길게 뻗은 속눈썹은 창백한 뺨 위에 정교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땀에 젖어 흐트러진 흑발이 어깨 위로 흘러내려 그의 비현실적인 안색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의원이 아닌 자신이 보기에도 아픈 사람인 것 같았으나, 환자라기엔 지나치게 수려하고, 고결한 기품이 흐르는 얼굴이었다. 그는 바로 앞에선 미옥의 전신을 느릿하게 훑었다.발갛다 못해 금방이라도 피가 배어 나올 것 같은 볼과 마디마디가 불거진 손을 가진 여인.‘칼바람에 얼어 터져도 본판은 그대로구나.’형편없는 꼴이었지만, 황갈색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하륜이 혼자서 저지를 일은 아니고, 분명 황후가 뒤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지? 아무리 미색이 있다 해도 노비라니.'취명향(醉冥香) 때문인지 연호는 생각을 깊게 하기가 어려웠다.그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직도 내가 신선으로 보이느냐?”“아닙니다.”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미옥은 급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2-2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