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의 소란이 잦아든 지 오래인, 깊은 밤의 정적.하륜은 제 처소의 희미한 호롱불 아래, 책상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단상 위에서 미옥이 제 손바닥에 쥐여주고 간, 조악한 무명 장명루.그의 커다란 손가락이, 부서질 듯 연약한 그 실타래를 아주 느리게 쓸어내렸다.“내게 진심을 내어주었어.”정적을 깨고 흘러나온 그 낯설고도 쉰 목소리에, 방구석의 짙은 어둠 속에서 사혁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고작 무명실 한 가닥에, 십수 년을 갈아 온 칼끝이 이리도 쉽게 무뎌지는 겝니까.”사혁의 서늘한 조소에도
Last Updated : 2026-04-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