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끝난 그날 밤, 심도윤은 서예진과 이수안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세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심도윤이 갑자기 서예진의 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아는 사람이에요?”서예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윤정호였다.이수안은 윤정호를 알아보고 불만스럽게 말했다.“저 이상한 아저씨는 전에도 한 번 찾아와서 엄마를 귀찮게 했었어요.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용서해달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또 남자아이도 한 명 있었는데 성격이 엄청 못되고 예의도 없었어요.”이수안은 어린아이라 잘 알지 못했으나 심도윤은 아이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혹시 전남편이에요?”서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인 울분이 치밀어오른 탓인지 그녀는 순간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녀가 윤정호를 알게 되고부터 배신당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이야기를 이어가던 서예진은 끝내 휴지를 움켜쥔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뒤에 있던 윤정호는 그 모습을 보고 움찔했지만 심도윤이 경고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자신은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자리에 앉아 멀리서 파르르 떨리는 서예진의 어깨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함께 살았을 때도 그는 그런 울음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었다.그가 화를 내면 서예진은 슬퍼하며 홀로 드레스룸 안에 들어가 눈물을 삼켰다.한때 그를 짜증 나게 했던 울음소리가 지금 떨리는 그녀의 어깨와 겹쳤다.윤정호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그를 향한 서예진의 사랑은 윤정호의 무심한 태도에 서서히 닳아 없어졌다.윤정호는 마음이 아팠고 또 괴로웠다.교통사고를 당해서 철근이 몸을 관통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아팠다.그제야 그의 머릿속에 그가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절체절명의 순간, 최민영은 윤정호를 방패막이처럼 이용했고 서예진은 그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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