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은 물건들을 챙겨서 떠났다.윤정호는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고, 서예진도 애초에 그가 따라올 거라고 기대한 적이 없었다.최민영이 곁에 있는데 윤정호가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서예진이 물건을 다 팔고 나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라 굉장히 북적북적했다.서예진은 처량하게 홀로 집에 있을 생각은 없었기에 늘 가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바로 향했다.그 바는 꽤 분위기가 좋았다. 예전에 서예진은 윤정호에게 같이 그 바에 가보자고 했었는데 윤정호는 그런 바는 이상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면서 싫다고 했었다.바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다른 곳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잔잔한 음악 소리 때문에 은근히 분위기 있었다.서예진은 구석 쪽 자리에 앉았는데 그녀가 앉자마자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조용히 하라는 듯이 마이크를 툭툭 쳤다.“오늘은 특별한 날인 만큼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열렬한 박수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서예진에게는 매우 낯익은 얼굴이었다.최민영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무대 아래를 쭉 둘러보다가 서예진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최민영입니다. 1년 전, 저는 이곳에서 노래를 하던 가수였고 바로 여기서 제 운명의 상대를 만났어요.”그녀의 시선이 윤정호에게로 향했고, 조명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두 사람은 마치 운명으로 맺어진 연인처럼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모두 환호했고 사회자는 윤정호에게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했다.그리고 윤민재는 박수를 치면서 윤정호를 떠밀었다.늘 무표정하던 윤정호는 보기 드물게 얼굴이 빨개지며 수줍어했다.서예진은 구석 자리에 앉아 팔짱을 두른 채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그녀는 윤정호와 혼인신고까지 한 그의 아내이지만, 지금은 마치 그의 행복을 지켜보는 행인 같았다.“정호 씨, 그때 도와줘서 고마워.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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