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법의학자 엄마에게 해부되었다: Chapter 1 - Chapter 8

8 Chapters

제1장

내 시신은 방치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건설 현장 노동자는 역겨움에 구토하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엄마, 아빠는 동생 세용이의 축하 파티 중 급히 사건 현장으로 달려왔다.현장 감식 전문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 부모님께 마스크를 쓰라고 손짓했다.아빠는 경찰청에서 초빙된 손꼽히는 프로파일러이고 엄마는 가온시 최고의 법의학자이다. 수많은 사건 현장을 본 그들이었지만 현장의 시신을 보고 넋이 나간 듯싶었다.뜨거운 여름, 시신은 빠르게 부패해 부풀어 올랐다. 안면은 충격에 함몰된 채 핏덩이로 뭉개져 이목구비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머리에 조금 남은 가죽만이 목과 이어져 있었다.심하게 부패한 시체에서는 이따금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엄마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이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장갑을 낀 뒤 초기 부검을 시작했다.내 시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는 연민이 담겨 있었다.내가 살아있을 때 받아 본 적 없는 엄마의 다정함이었다.난 다소 긴장한 채 엄마가 내 손에서 피로 범벅이 된 반지를 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과거 난 이와 똑같은 반지를 가족들에게 선물했었지만 세용이의 손가락엔 맞지 않는다며 엄마, 아빠에게 혼났었다.“네가 호의를 베풀 리가 없지. 일부러 네 동생 괴롭히는 거지!”“규빈아, 네가 우리의 친아들이긴 하다만 세용이는 이 집에서 18년이나 살았어. 언제까지나 세용이가 너보다 훨씬 더 중요해.”그때 화를 내며 날 혼내던 엄마, 아빠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지만 난 여전히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한다고 믿는다.분명 내가 선물했던 반지를 알아보실 거야!하지만 엄마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어시스턴트에게 반지를 증거 봉투에 넣으라며 손짓하기만 했다.기대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나란 존재가 없을 테니까.두 분의 친아들은 나라고 해도...누나는 엄마, 아빠가 애초에 세용이를 입양한 이유가 납치당한 나를 찾지 못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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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사건 회의 중 엄마의 부검 결과 보고를 들은 형사들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내 시신은 워낙 끔찍한 상태라 제대로 된 안면 대조조차 불가능했다.시체가 버려진 방치된 공사 현장은 최초 사건 현장이 아니라 사건 해결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아빠는 형사에게 시신이 유기된 현장 주변을 수색하여 용의자 관련 단서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다시 한번 부검해 보고 새로운 발견이 있는지 확인해 줘. 채취한 DNA는 최대한 빨리 감식 센터로 보내 주고.”아빠는 엄마에게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급히 동료를 따라나섰다.엄마, 아빠가 시신에 쏟는 관심이 내게 쏟았던 관심보다 많아 보였다.엄마는 과거 세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법의학자는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대단한 직업이라고 했다.세용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지만 엄마가 돌아서는 순간 질색한다는 표정으로 엄마의 손길이 닿은 머리카락을 털었다.그 모습에 난 세용이의 뺨을 때렸고 아빠는 그 벌로 내 머리를 밀어버렸다.한편 지금 엄마는 안쓰럽다는 듯이 내 시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이렇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으니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할까...”엄마의 말에 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은 오히려 내 죽음을 기뻐할 것이다. 아마 누나만 잠깐 슬퍼하겠지.엄마는 장갑 낀 손으로 내 등을 쓸었다.내 등에는 납치당한 후 입은 넓게 퍼진 화상자국이 있었다.납치를 당했던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을 때 엄마는 내 흉터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불쾌하게 말했다.“등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역겹기도 하지. 세용이가 보고 무서워하지 않게 조심해.”혹시 엄마가 이 흉터를 보고 나란 걸 알아차리신 걸까?나도 모르게 난 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긴장감에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하지만 곧 엄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이번 살인 사건으로 생긴 상처는 아니네.”엄마의 어시스턴트가 갑자기 깜짝 놀라 말했다.“시신의 위장 속에 메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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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다정하게 세용이에게 푹 쉬라고 전한 엄마는 곧이어 누나의 연락을 받았다.“이윤하, 언제 출장 끝나고 돌아와? 네 동생이 네가 경기 보러 오길 바라고 있어.”누나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가 급히 물었다.내가 집으로 돌아오던 날 엄마, 아빠는 집에서 우는 이세용을 달랬다. 내게 무서워할 거 없다며 내 손을 잡고 집으로 이끌던 사람은 누나였다.이 집에서 내게 따뜻함을 건넨 사람은 누나뿐이었다.전화 건너편에서 누나가 멈칫하며 의아한 듯 말했다.“규빈이 수학 경시라면 지난달에 이미...”엄마는 화가 나서 누나의 말을 끊었다.“규빈이, 규빈이, 그놈의 규빈이! 세용이야말로 너랑 몇 년을 함께 산 동생이야! 내가 몇 번을 얘기해! 고규빈 걔는 밖에서 자라서 나쁜 버릇만 배웠다고. 그런 애는 우리 이씨 집안 아들 할 자격도 없어.”나에 대한 엄마의 악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누나는 한숨을 쉬었다.“엄마도 너무 세용이 말만 믿지 마세요. 규빈이 착하고 성실해요. 평소 관심 깊게 보시면 엄마도 알게 되실 거예요.” “좀 전에 규빈이한테 연락했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이틀 전에 보낸 문자에도 답장이 없고... 규빈이 집에 없어요?”엄마는 누나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대답했다.“어딜 가든 제 마음이지, 내가 묶어둘 순 없잖니. 또 어디 가서 빈둥거리고 있겠지. 내일 세용이 테니스 경기 있는데 못 오겠다면 됐다.”잠시 말을 멈춘 엄마는 또 곧바로 냉랭한 말을 덧붙였다.“규빈이한테 전해. 잠수 타는 그딴 수작은 집어치우라고. 내일 세용이 테니스 경기 보러 오지 않는다면 다신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해. 어차피 없느니만 못한 녀석이니까.”전화 건너편에서 누나가 나 대신 해명하려 했지만 엄마는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마침 팀원을 이끌고 돌아온 아빠가 불쾌한 표정의 엄마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시신 상태가 까다로워?”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규빈이 때문이지 뭐. 또 윤하한테 연락해서 일러바친 모양이야. 그 녀석 잠수 타는 수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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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엄마는 위산에 부식된 메모지를 현장 감식 전문가에게 맡겼다.현장 감식 전문가는 찌뿌둥한 허리를 두드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빠에게 말했다.“이 메모지가 단서가 됐으면 좋겠네. 세용이한테 문단속 잘 하라고 했어?”아빠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망설이는 듯 입을 열었다.“여보, 규빈이 연락도 안 받고 윤하가 보낸 문자에도 답장이 없다는데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내가 사람 시켜서 좀 찾아...”엄마는 신경질적으로 아빠의 말을 끊었다.“됐어, 규빈이가 어떤 애인지 몰라? 어디 숨어서 우리가 찾아가길 기다리는 게 뻔해! 이런 짓이 처음도 아니잖아.”“세용이 경기 보러 오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늦어도 내일이면 아마 울면서 미안하다고 연락할 거야.”지난번 내 실종은 방학 때였는데 이세용이 학교 화장실에서 날 가둬버렸기 때문이었다.방학 중인 학교에는 텅 비어 아무도 내 살려달란 구조 요청을 듣지 못했다.난 전력을 다해 탈출했다. 그 바람에 온몸이 더러워졌고 발목까지 삐어서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갔다.그런 날 기다리는 건 무자비한 아빠의 손찌검과 엄마의 호통이었다.“세용이가 그러는데 너 어느 여자애랑 호텔 갔다며? 내가 어쩌다 너 같은 파렴치한 녀석을 낳았는지 참.”해명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저 한 쪽에 숨어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 이세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누나는 약을 발라주며 다정하게 날 달랬다.“엄마, 아빠는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너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잘 몰라서 그러시는 거야.”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똑똑하고 영악한 이세용과 비교하면 말주변 없는 난 영원히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지 못할 거라는 것을.가족의 사랑이란 시소는 늘 더 아끼고 사랑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안타깝게도 사랑을 차지하는 쪽이 내가 될 순 없었다.내가 아직 살아있다면 엄마, 아빠가 업무로 바빠 퇴근하지 못할 때 보양식이라도 챙겨 경찰서로 가져다드렸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엄마, 아빠의 예상과는 달리 사과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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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엄마는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손톱이 살에 파묻힐 정도로 아빠의 팔을 꽉 잡았다.“사망자 확인 결과 선생님의 아드님인 고규빈입니다.”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같은 말만 반복했다.“규빈이? 어떻게 규빈이일 수가 있어?”아빠는 엄마가 주저앉지 않도록 단단히 부여잡았다.팀 내의 형사가 작게 말했다.“프로파일러님, 최초 사건 발생 현장 찾아냈습니다. 방치된 공사 현장 근처의 자가 건축 주택이라고 합니다.”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일단 사건 현장으로 가지. 감식반에서 착각한 게 분명해.”경찰차 안에서 엄마는 몇 번이고 내게 전화를 걸었다.아빠는 운전에 집중하며 한편으로는 엄마를 다독였다.“무서워할 거 없어, 규빈이가 경찰서에 가서 감식반이랑 짜고 우릴 속이는 걸지도 모르잖아.”아빠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을.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다만 독사가 온몸을 휘감은 듯 질식할 것만 같았다.자가 건축 주택 근처에는 여러 사람이 뒤섞여 아주 복잡했다.어떤 사람은 신분증마저 위조된 거라 경찰의 수색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도착했을 때 방 앞에는 이미 통제선이 쳐진 상태였다.방문이 열리자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가 풍겼다.침대 위의 시트는 피에 흥건히 젖어 있었고 벽과 바닥에는 온통 피가 튄 자국이었다. 지금은 이미 죽어 영혼이 되었지만 죽기 전에 당했던 고문은 여전히 날 벌벌 떨리게 했다.내가 잡혀가던 그날, 이세용은 내게 연락해 다리를 다쳐서 다음날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이세용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걱정하는 건 싫어서 이세용이 말한 장소로 갔더니 도착하자마자 뒤통수를 맞고 정신을 잃어버렸다.눈을 가린 천이 벗겨졌을 때 난 이세용과 또 다른 괴랄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세용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여기까지 속여서 데려오면 난 보내준다고 했잖아요. 난 돌아가서 그 늙은이 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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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현장 감식 전문가도 눈에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두 사람은 일단 경찰서로 돌아가. 사건에 진전이 있으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엄마는 현장 감식 전문가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의 혈흔을 어루만졌다.“우리 규빈이... 얼마나 아팠을까...”팀 내 감수성이 풍부한 형사는 이미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엄마, 아빠는 넋이 나간 채로 차에 올랐다.멍하니 앉아 있는 두 분을 보자니 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내가 집으로 돌아온 후로부터 죽기 전까지 부모님이 날 ‘우리 규빈이’라고 부르는 걸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감식반 사람이 검사 결과 보고서를 아빠에게 건넸다. 그리고 측은한 듯 멍하니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프로파일러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아빠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 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하며 보고서 위에 적힌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했다.한참 뒤에 아빠는 이를 악물고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어떻게 이럴 수가...”감식반 사람의 얼굴에 연민이 스쳤다, 그는 한숨을 쉬며 아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프로파일러님, 사건 현장도 이미 가보셨잖아요. 시신도 지금 부검실에 있고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어요.”이때 엄마가 갑자기 달려들어 검사 결과 보고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일전에 시신에서 빼낸 반지를 찾아냈다.반지 안쪽에 얕게 각인된 LGB 이니셜에 엄마의 눈물이 투명 증거물 봉투 위로 떨어졌다.형사들은 반지 안에 새겨진 이니셜이 사망자의 이름일 거라 예상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이씨 집안에 돌아오게 됐을 때 갖게 되길 바라던 이름이었다.아빠는 엄마를 부축해서 힘겹게 부검실로 들어가셨다.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참혹한 상태의 내 시신을 보자 아빠는 낮고 처절한 울음을 터뜨리셨다.난 의아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늘 내가 떠나길 바라오셨던 두 분인데 왜 괴로워하시는 걸까?엄마는 내 등에 있는 화상 자국을 어루만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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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누나는 내 사망 소식을 듣자 남은 출장 일정을 내팽개치고 돌아왔다.누나가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께서는 괴로움을 눈에 한껏 머금은 채 어두운 안색으로 소파에 앉아계셨다.옆에 있던 이세용은 눈물을 쏟았다. 두 눈은 시뻘겋게 부어 있었고 코끝도 빨개져 있었다.“누나, 드디어 왔네. 형이 살해당했어.”“범인은 아직 못 잡았대. 형이 평소 사람들한테서 원한을 사곤 했는데 혹시 이번에 살해당한 것도...”아빠가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만해!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이미 특정됐어. 형사들이 이미 체포하러 갔고 네 형이랑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야.”아빠는 말을 하며 엄마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빠의 눈에는 고통이 그득했다.우리 부모님께서 범인의 동생을 체포했었다는 이유로 범인이 보복 범행을 저질렀단 사실을 듣고 두 분은 충격으로 쓰러지고 말았다.두 분이 가장 싫어하던 아들이 두 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그 말을 들은 이세용의 눈빛에 긴장감이 스쳤다.이세용은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식은땀을 흘렸다.“벌써 범인을 특정했어요? 왜 형을 죽였대요?”눈 밑이 검푸르러서 초췌한 목소리로 엄마가 입을 열었다.“세용아, 엄마, 아빠가 네 경기 보러 못 가서 미안해. 경기에서 실력 발휘 제대로 못 했지? ”누나는 냉소를 터뜨렸다.“세용이는 아마 평생 규빈이가 돌아오지 않길 바라고 있을걸요? 쟤가 지금 슬퍼하는 걸로 보이세요?” 이세용은 가련한 눈빛으로 누나를 보다가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누나가 규빈이 형이랑 친남매라지만 형이 죽었다고 나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제가 형 대신 부모님께 효도할게요!”엄마는 이세용의 말에 감동한 듯 짧게 응했다.나 때문에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 내 마음은 시큰하면서도 깊은 감동에 빠졌다.그런데 이세용을 감싸는 엄마의 말을 듣자 순간 너무 비참해졌다.이세용은 날 나락으로 떠밀고 날 죽이는데 동참한 공범이었다.살아있는 동안 난 엄마가 이세용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다정하게 날 지켜주길 바랐다.그런데 지금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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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이세용은 관객석에 있는 엄마, 아빠와 누나를 보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내가 없으니 자신이 이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하프타임 때 이세용은 장난스럽게 아빠에게 팔짱을 꼈다.“엄마, 아빠, 누나. 다들 와줘서 저 정말 기뻐요.”수상대에서 이세용은 웃으며 메달을 높이 들었다.기자의 인터뷰에 이세용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가족들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영원히 부모님의 자랑이자 누나가 가장 아끼는 동생으로 남고 싶습니다.”이세용의 오만한 모습을 보자 속이 뒤틀렸다.왜 이세용의 행복은 내 고통을 밑거름으로 하는 걸까?왜 이세용은 날 악마의 심연으로 밀어 넣고 정작 본인은 꽃과 박수를 받는 걸까?관객석에서 간간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저 아이 형이 얼마 전 죽었다면서요? 상황이 안 됐는데도 상까지 타고 정말 대단하네요.”“저 아이 형이 공부는 안 하고 나쁜 짓이나 하는 일진이었대요. 전해 들은 말로는 세 다리, 네 다리 걸치다가 살해당했다던데요?”이세용도 이내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었다.그는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치 날 죽음으로 떠민 승리를 전시하듯이.갑자기 형사 몇 명이 가식적으로 웃는 이세용에게 다가갔다.“뭔가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전 이번 대회 챔피언이라고요!”누나가 비웃으며 말했다.“너 체포하러 오신 거야. 챔피언이라고 해서 네 악랄한 마음이 숨겨지는 건 아니거든.”이세용이 가장 주목받는 순간, 그의 가면이 무참히 찢겼다.이세용은 거친 숨을 내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증거 있어요? 엄마, 아빠, 살려주세요. 누나가 미쳤나 봐요!”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유현서가 녹음 펜을 제출했어. 네가 했던 말 다 들었다.”이세용이 나더러 죽어버리라고 했던 말도 엄마, 아빠를 늙은이라고 지칭했던 것까지 전부 녹음 펜에 녹음되어 있었다.유현서는 가소롭다는 듯이 녹음 펜이 숨겨진 위치를 밝혔다.“내가 왜 그 양아들을 살려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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