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 권유찬은 혼자 쓸쓸하게 다시 세원시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 옆 별장에 다시 불이 켜졌다.집사는 한씨 가문이 국내에 남아 있던 재산을 다 처분했고, 이틀 전 새 이웃이 막 이사를 왔다고 했다.권유찬은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권유찬은 홀로 방 안에 틀어박힌 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창문 너머로 새로운 이웃이 마당에 있던 그네를 철거하고, 핑크색 커튼을 짙은 녹색 커튼으로 바꾸고, 현관에 걸려 있던 풍경 종을 버리는 게 보였다.한씨 가문, 한도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하나둘 권유찬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권유찬은 그걸 막을 힘이 없었기에 날마다 술에 취해서 괴로움을 잊으려고 했다.상처투성이가 된 마음은 서서히 공허해졌고 감정에 무뎌졌다.사랑과 증오, 고통과 후회, 희열과 희망... 모든 것이 권유찬에게서 멀어졌다.권유찬의 방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전부 권유찬이 직접 옆집으로 가서 주워 온 것들이었다.권유찬은 오직 그 순간에만 잠시나마 정신을 차렸다.이웃집에 사는 다섯 살짜리 아이는 매일 권유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함께 보물찾기를 했다. 마당에 있던 큰 나무는 전부 잘렸고 장미는 전부 뿌리뽑혔으며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바위는 부서졌다.그런 것들이 눈에 밟힐 때마다 권유찬의 머릿속에 수많은 추억들이 떠올랐다.아이는 권유찬을 따라다니면서 그것들은 뭐냐고 계속 물었다.권유찬은 잠시 넋을 놓았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그러다 어느 구석을 파헤치던 중 안에서 커다란 유리병 하나가 나왔다.열어보니 안에 백 통의 연애편지가 들어있었고 봉투 겉면에는 익숙한 글씨체로 글이 적혀 있었다.그 순간 권유찬의 눈시울이 빨개졌다.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아이는 호기심이 생겨 가장 위에 놓여있던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권유찬, 안녕. 이 편지를 보고 있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는 사귀고 있겠지? 그렇지 않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