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막을 내리면》全部章節:第 11 章 - 第 20 章

25 章節

제11화

결혼식 시작 10분 전, 권유찬은 로비와 대기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도희와 한도희의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권유찬은 그들이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원래도 불안했던 권유찬은 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언짢음과 답답함, 당황함과 두려움이 밀려왔다.권유찬은 초조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미친 듯이 연락처를 뒤지고 메시지 창을 클릭했다. 잠시 뒤, 들러리가 다가와 입장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마음먹은 권유찬은 현장으로 향하는 와중에 한서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뒤 한서훈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유찬아, 오늘 결혼식 하는 거 아니었어? 어쩐 일로 나한테 전화한 거야?”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권유찬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권유찬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맞아요. 저 오늘 결혼하잖아요. 아저씨랑 이모는 왜 안 오시나 해서요.”“미안해, 유찬아. 우리 지금 여행 중이라서 네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어. 채윤이랑 결혼하는 거 축하해.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분명 축하 인사였으나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권유찬은 시간을 확인한 뒤 본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괜찮아요. 바닷가에 놀러 가신 거예요? 지금이라도 차를 타고 오면 결혼식이 끝나기 전에 오실 수 있을 거예요.”한서훈은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곧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유찬아, 우리 지금 아카로니에 있어. 너희 엄마, 아빠가 너한테 얘기를 안 한...”아카로니에 있다는 말에 권유찬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아카로니는 홀리벤의 도시였다.‘홀리벤? 왜 홀리벤에 간 거지? 엄마, 아빠가 나한테 뭘 얘기하지 않았다는 거지?’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들이 권유찬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권유찬은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것도 잊고 몸을 돌려 대기실로 돌아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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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뚝.전화가 끊겼다.예식장 안에 앉아 있던 하객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권유찬의 부모는 조바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며 권유찬을 설득했다.“유찬아, 결혼식은 이미 시작됐어. 얼른 들어가 봐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도희는 네 결혼식에 참석 못 해. 앞으로 돌아올 생각도 없다고 했어. 그런데 왜 자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니?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도희네 가족이 떠나던 날 우리는 너한테 수십 번을 연락했어. 마지막으로 같이 식사하면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했으면 했거든. 그런데 너는 끝까지 전화를 안 받았어. 이제 와서 조급해하면 뭐 하니? 일단 결혼식부터 올리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같이 홀리벤에 가자. 그때 다시 도희 아빠한테 잘 설명하도록 해.”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권유찬을 초조하게 만들었다.앞으로 한도희를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주례가 세 번이나 신랑 입장을 외쳤음에도 권유찬은 여전히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다시 한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기가 꺼졌다는 안내 멘트만 들렸고 짜증이 난 권유찬은 한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전화기가 꺼진 게 아니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멘트가 들려왔다. 한도희는 아마도 권유찬의 번호를 차단했을 것이다.그 점을 깨닫자 권유찬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이번에 권유찬은 한도희에게 메시지를 여러 통 보냈다.하지만 한도희는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 봤더니 차단당한 듯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완전히 사라졌다.권유찬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다가 출구 쪽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채윤과 마주쳤다.정채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권유찬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말했다.“주례가 벌써 세 번이나 불렀는데 왜 아직도 입장하지 않은 거야?”정채윤이 추궁하자 권유찬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갑,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그것부터 해결하고 올게. 결혼식 날짜는 다시 잡자.”정채윤의 안색이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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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권유찬은 그제야 이성을 되찾고 다급히 해명했다.“채윤아, 나는 그냥 도희가 왜 갑자기 이민을 갔는지 이유를 묻고 싶은 것뿐이야.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정채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권유찬의 뺨을 힘껏 때렸다. 정채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소리쳤다.“나를 8년 동안 짝사랑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결혼식을 미루겠다고? 그동안 나한테 한도희는 친구일 뿐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친구랑 몇 년 동안 잤다는 게 말이 돼? 권유찬, 네가 한 말 중에 진실이 있긴 한 거야?”그 순간 모두가 침묵했다.권재필과 서연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옆에 있던 정채윤의 아빠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목까지 벌게져서 권유찬의 뺨을 세게 후려친 뒤 딸을 데리고 떠났다.이번에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뺨을 맞은 권유찬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뺨이 부어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다.하지만 권유찬은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 멍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정채윤과 정채윤의 아빠를 바라봤다.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권유찬은 단 한 번도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붙잡을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붙잡고 싶지 않았던 걸까?권유찬 본인도 알 수 없었다.결국 그날 결혼식은 치러지지 않았다.그날 밤, 정씨 가문에서는 모든 예물을 돌려보내고 영원히 그들과 왕래하지 않겠다고 했다.결혼식 때문에 예쁘게 꾸몄던 권유찬 집 거실에는 적막만이 흘렀다.권유찬은 홀로 소파에 앉아 창밖의 어두컴컴한 별장을 넋 놓고 바라봤다.권유찬의 머릿속에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모두 한도희와 관련된 기억들이었다.5, 6살 때쯤에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마당에서 그네를 탔었고, 10살 무렵에는 한도희의 모델이 되어 한도희가 그려준 초상화를 감상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수도 없이 포옹하고 입을 맞췄다.그들은 18년 동안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가 하룻밤 사이에 비밀 연애를 하게 되었다.연애라니. 지금의 상황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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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홀리벤에 도착한 뒤 한 달 동안 한도희네 가족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새집으로 이사했다.이민 때문에 두 달 동안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다들 지쳐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함께 해변으로 휴가를 떠났다.선선한 가을 날씨를 즐기며 한도희는 선베드에 누워 밀려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겼다.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내자 친구들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졌다.[도희야! 내가 엄청 놀라운 사실 하나 얘기해 줄까? 권유찬이랑 정채윤 파혼했대. 하하하하!][너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아서 못 봤을 텐데 정채윤 표정이 진짜 장난 아니었어. 얼마나 화가 났던 건지 짐작도 안 간다니까. 심지어 권유찬은 뺨을 두 대나 맞았어. 네가 못 봐서 너무 아쉽다.][내가 말했지. 갑자기 결혼하는 애들은 오래 못 간다고. 하하하, 결혼식 당일에 파혼이라니, 웃겨 죽겠다니까.]메시지를 쭉 훑어보니 다 비슷한 내용이었다.한도희는 그저 시시하게 느껴질 뿐이었다.한도희가 휴대폰 화면을 끄자마자 조혜민이 주스 두 잔을 가져와 옆에 앉으며 하나는 한도희에게 건네면서 가볍고도 유쾌한 어투로 말했다.“계속 여기 앉아만 있고 움직이지를 않네. 여행 온 거 맞아?”한도희는 주스를 마신 뒤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요. 여기 앉아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구경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조혜민은 그 말에 공감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눴고 한도희에게 같이 바다에 들어가자고 설득하던 조혜민은 끝내 한도희를 설득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두고 홀로 바다에 들어갔다.한도희가 모자를 고쳐 쓰고 선크림을 덧바르려는데 조혜민의 휴대폰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서연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한도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혜민아, 우리 페르디에 왔는데 혹시 집에 있어?”‘페르디? 우리?’한도희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래도 상대는 어른이었기에 한도희는 예의를 차리고 물었다.“이모, 홀리벤에는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저희는 지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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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또다시 전화가 끊기자 권유찬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고 눈빛도 한층 더 어두워졌다.권유찬의 부모님은 권유찬의 표정만 보고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다급히 물었다.“도희가 뭐라고 한 거야?”권유찬은 아직도 부모님에게 한도희와의 관계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그래서 상처가 되는 단호한 말들을 차마 얘기할 수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부모님이 그 일을 아는 걸 원치 않아서 우리를 만나고 싶지 않대요.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했어요.”그 말을 듣자 권재필과 서연정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그들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권유찬과 한도희가 지난 일을 털어내고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면 한씨 가문과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될 테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었다.그런데 한도희의 태도를 보니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어려울 듯싶었다.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다.“도희가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네가 먼저 잘못한 건 맞으니까 사과는 반드시 해야 해. 너 때문에 우리 두 집안이 수십 년간 이어온 우정을 망칠 수는 없잖니?”권유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세 사람은 아카로니로 향하는 항공권을 구매했다.아카로니에 도착한 후 권재필은 한서훈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고 그날 밤 두 집안 사람들은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만났다.한 달 만에 본 한도희는 살이 빠진 듯 보였는데 안색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처음 인사를 나눈 이후로 한도희는 줄곧 구석 자리에 앉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두 집안 어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권유찬이 파혼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서훈과 조혜민은 깜짝 놀라 어떻게 된 거냐고 이유를 물었다.권재필과 서연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문제가 좀 생겨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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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한도희의 말에 권유찬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졌다.한서훈과 조혜민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권유찬을 바라봤다.“어떻게 된 거야? 둘이 또 싸웠어?”“싸운 게 아니라 오해가 좀 있었어요. 그래서...”한도희는 대충 얼버무리려는 권유찬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졌다.한도희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허리를 쭉 편 뒤 매서운 눈빛으로 권유찬을 노려봤다.“오해? 너한테는 그게 오해였어? 그냥 오해였다면 왜 홀리벤까지 쫓아와서 사과하겠다고 한 거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한도희가 화가 난 것 같자 권재필과 서연정은 다급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권유찬을 대신해 설명하려고 했다.“도희야, 다 유찬이 잘못이야. 유찬이가 너한테 사과하는 게 맞지.”한서훈과 조혜민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한도희는 권유찬이 어렵게 되찾은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자 더 이상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저랑 권유찬은 성인이 된 이후로 연인과 다름없는 사이였어요. 비록 관계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저는 저희가 연애 중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정채윤이 귀국하자마자 권유찬은 저한테 자기는 정채윤을 줄곧 좋아했었다고, 저는 그냥 친구였을 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아무 말 안 했어요. 그저 둘이 잘되기를 바랐죠. 홀리벤으로 온 것도 권유찬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서였어요. 권유찬, 내가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 거야?”한도희는 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감정이 격해졌고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그 눈물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다.오랫동안 권유찬을 사랑했고, 오랫동안 권유찬을 기다렸던 자신을 위해, 가볍게 여겨지고, 오해받고, 버려지고, 무시당한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었다.당사자의 입을 통해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는 건 한도희의 부모님도, 권유찬의 부모님도 처음이었다.네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권유찬에게 향했다. 한도희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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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호텔로 돌아온 뒤 한도희는 부모님과 함께 거실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엄마의 품에 안긴 한도희는 조금씩 감정을 추스르며 평정심을 되찾았다.한도희는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저녁 식사를 주문한 뒤 일부러 밝게 웃으며 그들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다 지난 일이에요. 저도 마음을 다 정리했고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네?”철이 든 한도희의 모습에 두 사람은 안쓰러운 얼굴로 한도희를 바라보며 한도희의 손을 토닥였다.“도희야, 네가 다 정리했다고 하니까 엄마도 더 캐묻지는 않을게. 괜히 아픈 기억만 떠올리게 될 테니까. 대신 딱 한 가지만 솔직하게 대답해 줘. 유찬이랑 만나면서 다른 속상한 일은 없었니?”한도희는 잠시 멈칫했다.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세원시를 떠나기 전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으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속상했던 순간들은 대부분 권유찬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탈함과 망연함을 느꼈을 때였다.사람 마음이라는 건 원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오랫동안 고민하던 한도희는 문득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렸다. 그건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일이었다.그래서 한도희는 세원시를 떠나기 전날, 바에서 있었던 일을 두 사람에게 얘기했다.사건의 경과를 알게 된 한서훈은 분노가 치밀어올라 테이블을 내리쳤고 조혜민은 아찔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 사건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항공권을 구매했다.“강간 교사는 엄연한 범죄야. 도희야, 걱정하지 마. 널 해치려고 한 사람들은 엄마, 아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세 사람은 다음 날 세원시로 돌아갔고, 세원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서 CCTV 영상부터 확보했다. 그리고 당장 경찰서를 찾아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했다.확실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그날 바로 그 사건과 관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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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기에 한도희 가족은 잠시 세원시에 머무르게 되었다.정씨 가문에서는 거의 매일 여러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그들에게 사정했지만 그들은 전부 거절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씨 가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그들을 찾아왔다.한도희는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권유찬을 발견했다.2, 3일 만에 보는 권유찬은 많이 수척해진 듯했고 눈에 핏발이 가득했다.한도희를 발견한 권유찬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도희를 불렀다.“도희야.”한도희는 권유찬을 상대하기 귀찮아 그냥 무시하고 갈 길을 가려고 했다.그런데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부랴부랴 쫓아온 권유찬이 앞길을 막았다.“우리 얘기 좀 하자.”한도희는 권유찬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자신의 사건 때문에 조사를 받으러 왔기 때문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권유찬은 아마도 정채윤을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왔을 것이다.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였기 때문에 한도희는 권유찬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딱 잘라 거절했다.“너랑 할 얘기 없어. 정채윤이 교사범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나랑 우리 부모님은 끝까지 책임을 물을 생각이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소용없어. 나한테 제발 정채윤을 봐달라고 사정할 시간에 차라리 정채윤을 위해 능력 좋은 변호사나 선임해 주도록 해. 그렇게 하면 선처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권유찬은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권유찬은 경찰을 통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그날 한도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채윤이 자작극을 벌여 한도희를 모함하려고 했다. 권유찬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그날 밤 자신이 무슨 짓을 했었는지를 떠올린 권유찬은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고 싶었다.왜 피해자인 한도희에게 화풀이를 한 걸까?왜 한순간의 충동으로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었던 걸까?왜 인내심을 가지고 냉정한 태도로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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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권유찬은 한도희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용서할 줄 알았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한도희가 가볍게 내뱉은 세 글자에 권유찬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권유찬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았는데 한도희는 왜 아무 관심 없는 사람처럼 구는 걸까?창문 너머의 차가운 얼굴을 본 권유찬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졌다.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기에 권유찬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했다.“도희야,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 맹세할게. 이번에는 절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를 공개하고, 예전처럼 너한테 잘해줄게. 너만 원한다면 바로 너랑 약혼할 수도 있어. 너에게 밝고 확실한 미래를 약속할게.”권유찬은 결연한 얼굴로 확고한 의지를 담아 또박또박 말했다.권유찬의 얼굴에서 진심을 보아낸 한도희는 고개를 숙이며 냉정한 눈빛을 했다.만약 권유찬이 두 달 전에 그 얘기를 했다면 한도희는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에 ‘만약’은 없다.그리고 한도희는 그런 미래를 원하지 않았다.“나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우리 사이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하고 싶은 말이 그게 다라면 분명히 말해 둘게. 너와 나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어.”권유찬의 마지막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권유찬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자기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슬픔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한 권유찬은 한도희를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왜? 도희야, 나... 나 진짜 반성하고 있어. 그런데 왜 나를 용서해 주지 않으려는 거야? 네가 그랬잖아.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그리고 영원히 나랑 헤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다 잊은 거야?”한도희는 자신이 했던 말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한때 한도희는 권유찬을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했고, 권유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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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검찰이 기소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한도희네 가족은 안도했다.그들은 남은 절차를 전부 변호사에게 맡긴 뒤 페르디로 돌아갔다.비록 고향을 떠나게 되었지만 인간관계와 골칫거리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기에 한도희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시간은 계속 흘렀고 한도희도 어느샌가 그곳 생활에 적응했다.부모님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한도희는 엄마의 입에 과일 한 조각을 넣어주면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엄마, 저도 요즘 그걸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요. 사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조금 더 쉬다가 일자리를 찾아 사회생활도 해보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마당에서 바람이 제법 세게 불자 한서훈은 담요 두 개를 가져와 딸과 아내에게 건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며칠 뒤 생일이 지나도 너는 겨우 스물셋이잖니?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아빠는 네가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계속 공부를 해도 좋고 젊을 때 세계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조혜민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도희의 머리를 톡 쳤다.“도희야, 엄마, 아빠는 네가 뭘 하든 언제나 너를 응원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일단 생일 얘기나 해볼까? 또 한 살 먹는데 올해는 어떻게 생일을 보내고 싶니?”‘생일?’한도희는 권유찬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지난 생일들을 떠올렸다.이번에는 홀리벤에서 보내는 첫 번째 생일이라 머릿속에 엉뚱한 생각들이 떠올랐다.“저희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파자마 파티를 열어서 이웃들을 초대하는 건 어때요? 아니면 이모를 만나러 밀바나로 가도 좋아요. 이 시기면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요? 흠, 서핑도 하고 싶고 스키도 타고 싶은데...”딸이 행복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자 한서훈과 조혜민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그들은 서른쯤에야 한도희를 가졌고 그동안 한도희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애지중지 키웠었다.그러나 그들이 잠시 소홀했던 탓에 한도희는 권유찬에게 큰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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