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관계를 공개하려는 거야?”권유찬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도희를 힐끗 바라봤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내일 우리 집에서 선을 볼 건데 와서 분위기 좀 띄워 봐. 나랑 맞선을 볼 상대가 불편해하면 안 되니까.”권유찬이 한 말이 비수처럼 한도희의 귀에 박혔다.충격을 받은 한도희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선을 본다고? 그러면 나는? 너한테 나는 뭐였어?”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던 권유찬은 그 말을 듣고 한도희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너? 너는 내 친구지. 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같이 하고, 서로 욕구도 해소해 주는 친구.”한도희는 피가 식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지고 입술도 파르르 떨렸다.한도희의 표정을 본 권유찬은 서서히 미소를 거두더니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한도희, 너 설마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권유찬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한도희의 가슴을 난도질했다.한도희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그, 그럴 리가. 나 먼저 씻고 올게.”한도희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후 비틀거리며 욕실 안으로 들어갔고, 문을 닫고 나서는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간 듯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조금 전 권유찬이 한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았다. 고개를 숙인 한도희는 권유찬이 남긴 키스 마크로 빼곡히 뒤덮인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권유찬과 한도희는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는 소꿉친구였다. 두 사람은 함께 우유를 마시고, 만화책을 읽으면서 자랐다.심지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런 일들은 두 번, 세 번 계속해 이어졌고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두 사람은 속궁합도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연인들이나 할 법한 일들을 모조리 했었다.사람들이 많은 곳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