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는 아직도 내가 기다린 줄 안다: Bab 1 - Bab 10

12 Bab

제1화

나는 입국장 밖에서 내 영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사람을 보고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야 피켓을 든 사람이 3년 동안 보지 못했던 전 남자친구 송이재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송이재는 임은유와 친구 몇 명을 데리고 안쪽을 향해 목을 빼고 있었다.“형, 저 여자 형한테 매달렸던 강한나 아니야?”송이재도 나를 보자 놀란 듯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봤지? 내가 말했잖아. 우리 한나는 결국 얌전히 돌아올 거라고.”사람들은 킥킥거리며 나를 훑어보았다.“그때 말도 없이 사라지더니, 이재가 잘나가는 거 보고 매일 이불 속에서 후회했겠네.”“근데 우연히 만난 척하려면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오지. 왜 저런 차림이야? 꾸미는 법도 잊었어?”“우리 이재가 없다고 괜찮은 옷도 한 벌 못 사 입는 거야? 3년 사이에 진짜 볼품이 없어졌네.”“...”예전에는 송이재를 만나러 나갈 때마다 가장 예쁘게 화장을 하고, 몸에 잘 맞는 옷을 골랐다. 송이재에게 제일 예쁜 모습만 보여 주려고 애썼다.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임신 중이라 남편은 화장하지 말라고 했고, 무엇이든 편한 게 우선이라고 했다. 지금 입은 트레이닝 세트도 남편이 따로 제작해 준 옷이었다.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 저 사람들은 내 영어 이름만 알고 있을 뿐, 마중 나와야 할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몰랐다.내가 입을 열지 않자, 예전에 나와 조금 친했던 사람이 분위기를 풀려고 나섰다.“한나야, 돌아와서 다행이야. 사실 이재가 요 몇 년 동안 네 소식 찾느라 얼마나 돌아다녔는데. 여기저기 묻고 다녔어.”송이재의 웃음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송이재는 곧 아무 일도 아닌 척 말했다.“은유 아이가 곧 유치원에 들어가. 앞으로는 네가 데려다 주고 데려와.”송이재는 여전히 자기 말이 곧 법인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나는 더 이상 송이재의 오만함을 받아 주던 어린 강한나가 아니었다. 다시 마주한 송이재에게 남아 있는 감정은 지긋지긋함뿐이었다.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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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이 잘 돌봐. 더 이상 말썽 부리지 말고 네 주제 파악이나 잘 해.”“걱정 마. 우리 집에 입주 도우미 방 하나쯤은 아직 있어.”말이 끝나자마자 주변 사람들이 악의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강한나, 봐라. 이재가 얼마나 잘해 주냐? 밖에서 고생할까 봐 먹고 잘 곳까지 마련해 준다잖아.”“은유 아이나 좀 봐 주는 게 지금 네 사정보다 훨씬 낫지 않아? 얼른 와서 이재 형한테 고맙다고 해.”“...”임은유는 귀걸이를 만지며 선심 쓰는 척 말했다.“한나 씨, 우리 아들이 말 안 듣고 장난치면 내가 혼내 줄게. 한나 씨가 억울한 일 없게 해 줄 테니까 안심해.”송이재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흘끗 보았다.“억울할 게 뭐가 있어. 그때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사라지더니, 이제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잖아. 조금 고생하는 건 당연하지.”그 말을 듣자, 내 심장이 한 박자 멎는 듯했다.‘아직도 송이재에게는 임은유와 혼인신고한 일이 사소한 일이었나?’한때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송이재는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상처투성이 몸으로 다친 나를 안고 도시 절반을 가로질러 달렸던 소년은 이제 없었다.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도 세상 전부를 한나에게 주겠다며 외치던 청년 역시 없었다.성공한 뒤에도 나를 위해 직접 부엌에 서겠다던 남자 또한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도 괜찮았다. 모두 지나간 일이니 더 꺼낼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나는 곧 둘째를 낳을 사람이니까.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저들과 더 실랑이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무의미하기만 했다.나는 송이재를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나 마중 나온 거 아니었어? 그럼 가자.”주변이 잠깐 조용해졌다. 몇 사람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임은유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한나 씨를 기다렸다고? 강한나, 지금의 한나 씨... 그럴 자격이나 있을까?”임은유는 피켓을 가리켰다.“똑바로 봐. 우리는 Helina를 기다리는 거야. Helina가 어떤 분인지 알아?”내가 자기 영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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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임은유가 앞으로 다가와 팔찌를 살폈다. 이어 송이재의 손에서 팔찌를 받아 손가락 사이에 걸고 장난치듯 흔들었다.“내가 산 가품보다 훨씬 정교하긴 하네. 그래도 나는 창피해서 밖에 차고 다니진 않아.”“외국 가품은 다르긴 다르다. 촉감도 제법 괜찮네.”“아니면, 한나야, 네가 혹시 Helina야? 소문 속 고 대표 사모님?”말이 끝나자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저 사람들에게는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고강빈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금융 천재였고, 사업에서는 냉정하고 과감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반면 나는 3년 전만 해도 저 작자들과 어울려 다니던 사람이었고, 송이재에게 혼인신고 당일 버림받은 여자였다.어떻게 봐도 이어질 수 없는 그림이었다.임은유는 팔찌를 손가락 끝에 걸고 빙빙 돌렸다.“한나 씨, 이 팔찌 나한테 넘겨. 두 배로 쳐 줄게.”팔찌가 떨어질까 겁이 난 나는 급히 말했다.“돌려줘. 고강빈 대표가 나한테 준 팔찌야.”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송이재의 손바닥이 내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고 입가에 피맛이 퍼졌다.“입 닥쳐!”송이재는 화가 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한나야, 고 대표님 이름을 네가 함부로 입에 올려도 되는 줄 알아? 여기서 고 대표님이랑 관계가 있는 것처럼 떠들어서 나까지 망하게 만들 셈이야?”송이재의 친구들도 잔뜩 흥분해 나를 노려보았다.“강한나, 오늘 고 대표 사모님 마중 나오는 자리를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따냈는지 알아?”“이재 회사가 지난해 고 대표에게 인수됐어. 이제 우리 모두 고 대표 덕분에 먹고 살아. 사모님에게 잘 보여야 이재 자리도 단단해진다고.”“네가 여기서 고 대표랑 아는 척하며 소문을 만들면 이재를 망치자는 거잖아.”입가의 피를 닦고 천천히 고개를 든 나는 송이재와 눈이 마주쳤다.내 시선이 꽤 차가웠던지 송이재의 눈가에 살짝 흔들리는 기색이 스쳤다.송이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자, 임은유는 독기 어린 얼굴로 나를 쏘아보더니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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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돈을 줬는데도 싫다고? 무슨 뜻이야?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헤어졌으니 엮이지 않는 게 좋잖아. 괜히 오해받기 싫어.”질투가 조금 많은 남편이 떠올랐다.송이재는 임은유를 한 번 보더니,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회사에서 사흘 뒤 고 대표를 위해 연회를 열 거야. 너도 데려가서 세상 구경 좀 시켜 주려고 했어.”“대신 제대로 된 옷이나 사 입어. 그 자리에서 내 체면까지 깎이면 곤란하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거절했다.“정말 필요 없어. 고마워.”내가 다시 거절하자 송이재의 표정이 험악해졌다.수표를 내민 손이 허공에서 굳었고, 이를 악문 소리가 들릴 만큼 턱에 힘이 들어갔다.“강한나, 3년 사이에 배짱이 늘었네. 역시 가진 게 없으면 성질만 드세진다더니.”“가고 싶지 않다면 됐어. 은유를 데려가면 되지.”송이재가 자신을 연회에 데려가겠다고 하자 임은유의 눈이 번쩍였다.“이재야, 나 정말 잘할게. 절대 체면 깎는 일 없게 할게.”나는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나가기 전에 한마디만 남겼다.“사흘 뒤에도 그렇게 자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네.”입국장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속을 뒤집던 역겨움이 조금 가라앉았다.3년 전, 집안에서는 나를 해외 맞선 자리에 보내려 했다. 나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7년을 사귄 송이재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매달렸다. 먼저 혼인신고부터 해 버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송이재는 그러겠다고 했다.하지만 구청 앞에서 내가 기다린 사람은 송이재 혼자가 아니었다. 송이재의 첫사랑 임은유도 함께였다.“은유 아이의 서류를 정리해야 해서 먼저 은유와 혼인신고해야 해.”“한 달 뒤 이혼 정리가 끝나면 바로 너랑 신고할게.”“아이 때문이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송이재가 임은유의 손을 잡고 구청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그날 밤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의 맞선 장소로 갔다.한 달 뒤 결혼식을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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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몰래 들어온 거라고? 우리까지 고 대표 앞에서 곤란해지게 만들 셈이네.”“송 대표, 저 여자 아는 사람이에요?”송이재는 내가 자기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자, 소매를 매만지며 태연한 척 말했다.“아닙니다.”송이재의 대답을 듣자 임은유의 기세가 살아났다. 임은유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팔찌 빼고 나가.”나는 임은유를 빤히 바라보며 비웃었다.“정말 내가 나가길 바라?”임은유는 체면이 구겨진 듯 눈매를 사납게 세웠다.“허세 그만 부리고 팔찌부터 빼.”임은유는 내 손목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나는 임은유의 손을 쳐 내고 뒤로 물러났다.대비할 틈도 없이 누군가 발을 걸었다.나는 바닥에 넘어지며 정신이 멍해졌다.임은유는 내 손을 발로 짓누른 채 손목에서 팔찌를 억지로 잡아뜯었다.“이런 쓰레기를 보물처럼 아끼다니.”팔이 짓눌리면서 아팠고 손목은 살이 찢겨서 피가 번졌다.그래도 나는 끊어진 팔찌와 바닥에 흩어진 보석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임은유는 턱을 치켜들고 명령했다.“들어 올려서 밖으로 던져.”주변 사람들이 바로 몰려왔다. 누군가 내 팔과 다리를 잡으려 하자 나는 힘껏 버둥거리며 외쳤다.“손대지 마. 내가 고강빈 대표의...”짝!말이 끝나기 전 임은유의 손이 내 얼굴을 때렸다.“또 고 대표의 여자라고 헛소문 내려는 거야? 네가 그럴 급이나 돼?”임은유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반대편 뺨까지 때렸다.이번 귀국에서 나는 임은유와 굳이 싸울 생각이 없었다.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송이재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손목의 상처를 만지려 하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그는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았다.“강한나, 언제까지 이렇게 굴래?”“오늘 팔찌까지 차고 이런 차림으로 나를 따라온 건, 내가 성공한 걸 보고도 못 놓겠어서잖아. 내가 질투해 주길 바란 거 아니야?”“네가 빌면 받아 줄게.”나는 차갑게 웃으며 송이재를 바라보았다.“송이재, 넌 끝났어.”송이재가 미간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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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무 표정도 없던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당황한 얼굴이 되어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엄마, 왜 그래? 누가 엄마 괴롭혔어?”“손에 피가 왜 이렇게 많아?”아들의 ‘엄마’ 한마디에, 그곳에 있던 모든 시선이 아들에게서 나에게로 옮겨왔다.방금까지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방관하던 손님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아들이 안겨 오는 온기는 여전히 따뜻했다.가슴속에 쌓였던 답답함이 조금은 사라졌다.나는 몸을 낮춰 아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손을 뻗어 아들의 둥근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엄마 괜찮아.”아들은 내 손을 조심히 잡고 상처에 살살 바람을 불었다. 눈가가 금세 젖어 들었다.“엄마, 누가 이렇게 했어?”아이는 역시 아이였다. 어른이 다친 걸 보자 금방 눈물이 차올랐다.아들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까지 아팠다.아들을 달래려는데, 뒤쪽에서 고강빈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무심하게 다가오는 것뿐인데도 고강빈에게서 뿜어지는 압박감 때문에 주변의 공기마저 눌리는 듯했다.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고강빈을 보지 않아도 등 뒤의 차가운 기운만으로 알 수 있었다.그는 잔뜩 화가 났다.둘째를 가진 뒤로 입덧이 심해 큰아이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고강빈은 하루 24시간 내 곁에 붙어 있고 싶어 했다.이번에 급한 일이 아니었다면 국내 법인 사람에게 나를 마중 나오게 할 리도 없었다.송이재를 만날 줄 알았다면 고집을 부려서 먼저 귀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뒤에서 느껴지는 고강빈의 시선을 의식한 나는 아들을 안고 돌아섰다.아들의 흰 티셔츠 위로 내 손목의 상처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고강빈이 눈빛을 보내자 품에 있던 아들이 내려가겠다고 했다.“아빠, 누가 엄마를 괴롭혔어.”“엄마 대신 혼내 줘.”다가온 고강빈이 내 손목을 조심스럽게 들고 살폈다. 얼굴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한나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내가 곁에 없으면 당신은 늘 다치잖아.”“대체 어느 정신 나간 인간이 내 여자를 건드렸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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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처음에는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임신 때문이었을까?내 목소리에 울음이 섞이면서, 쌓였던 서러움이 그 자리에서 터져 나왔다.“당신이랑 아들이 없으니까, 저 사람들이 다 나를 괴롭혔어.”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왔던 인간들은 테이블을 붙잡지 않으면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떨었다.조금 전까지 실컷 비웃었던 강한나가 진짜 고강빈 대표의 아내, Helina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저 인간들은 뼈저리게 후회했다.내 손목에는 분명히 그 팔찌가 있었다.나는 분명히 여러 번 내가 Helina라고 말하려 했다.거물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그 인간들은 숨을 곳을 찾는 듯했다.그때 임은유의 친구 서다해가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강한나, 배우 두 명은 어디서 구했어?”“연기가 꽤 좋은데? 은유가 소속사라도 알아봐 줄까?”“넌 옷 한 벌 살 돈도 없을 만큼 가난하잖아.”“내가 입던 옷 한 벌 있는데, 네가 싫지만 않으면 줄게. 창피하게 굴지 말라고.”늦게 도착한 서다해는 임은유가 내 아들에게 굽신거리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친구라고는 해도 임은유에게 서다해는 그저 시중드는 사람에 가까웠다.서다해는 고강빈과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오늘 한껏 꾸민 이유도 이 자리에서 돈 많은 남자를 낚기 위해서였다.돈 많은 남자를 낚으려면 임은유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나를 괴롭히면 임은유가 기뻐할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무슨 생각을 했는지 서다해는 크게 웃기까지 했다.예전 같으면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같이 맞장구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멍청이를 보는 눈으로 서다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에 서다해도 불안해졌다.“저쪽 오빠, 보니까 얼굴은 괜찮네.”“강한나 버리고 내 쪽으로 오면 내가 스폰서가 되어 줄 수도 있는데.”서다해의 말에 내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내 앞에서 내 남편을 빼앗겠다는 말이라니.’‘내 남편을 스폰서로 삼겠다고?’‘서다해를 용기 있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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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한쪽에서는 고강빈이 부른 의사가 내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아...”내가 살짝 숨을 들이마시자, 아들과 고강빈의 눈빛이 동시에 살벌해졌다.“약도 제대로 못 발라?”의사는 겁에 질려 손을 덜덜 떨었다.나는 일부러 화난 척 고강빈과 아들을 노려보았다.“여보...”“엄마...”부자는 금세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한숨을 쉬었다.“됐어. 의사 선생님은 나를 치료해 주시는 거야. 둘 다 그러지 마.”내 말에 의사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검사가 끝난 뒤 의사는 고강빈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대표님, 사모님은 전체적으로 괜찮으십니다. 뱃속의 아이도 문제가 없습니다.”“다만 손목의 상처가 조금 깊습니다. 가장 좋은 약을 준비해서 흉이 남지 않도록 최대한 치료하겠습니다.”고강빈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나는 알고 있었다. 저 침묵이 분노의 전조라는 것을.사태의 원인인 송이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자신에게 매달리던 여자가 어느새 자기 상사의 아내가 되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고강빈과 내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자, 송이재의 가슴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가 치솟는 듯했다. 어렴풋하던 소유욕이 꼭대기까지 올라온 모양이었다.하지만 송광그룹의 앞날을 생각하면, 송이재는 함부로 화를 터뜨릴 수 없었다.내 곁에 선 고강빈은 높은 자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손님들을 내려다보았다.차갑게 굳은 모습인데도 내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다.곁에 선 아들도 고강빈을 꼭 닮아 있었다.볼수록 묘하게 웃음이 났다.“요 며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말해.”“내가 알아내게 만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보기 흉해질 거야.”그 말은 완벽한 협박이었다.손님들은 고강빈의 눈에 들기 위해 애써 연회에 온 사람들이었다.송이재 하나 때문에 고강빈을 적으로 돌리는 건 전혀 현명하지 않았다.송이재는 당황한 얼굴로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고 대표님, 전부 오해입니다.”“강한나 씨의 전 약혼자로서 잠깐 옛이야기를 나누려 했을 뿐인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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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송이재의 뻔뻔함은 내 상식의 한계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고강빈의 피가 내 손에 묻어났다.그런데 고강빈은 내가 자신 때문에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웃기까지 했다.나는 약간 화가 나서 고강빈을 흘겨봤다.“지금 웃음이 나와?”고강빈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여보, 방금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고 했잖아.”아들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 사업계에서 바람까지 일으킨다던 아빠가 지금은 다정한 새신랑처럼 굴고 있었다.도저히 눈 뜨고 봐 주기 힘든 장면이라는 표정이었다.손님들은 놀라움보다 부러움이 더 큰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강한나 씨가 고 대표를 저렇게 만들었구나.’‘고 대표가 ‘아내 바보’라는 말은 진짜였네.’내가 상대하지 않자, 송이재는 수치심과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아들은 송이재를 가만두지 않았다.“육아 도우미? 우리 엄마는 집에서 공주님이야.”“아저씨가 우리 엄마한테 그럴 말을 할 자격이 있어?”“엄마 아이는 나랑 동생, 딱 둘뿐이야.”“숨겨 놓은 아이를 우리 엄마 아이로 만들겠다고? 부끄럽지도 않아?”“아저씨 얘기 들었어.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한 나쁜 남자가 어떻게 우리 아빠랑 비교를 해.”“아저씨는 우리 아빠보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작고, 몸도 별로잖아.”아들은 혐오스럽다는 듯 송이재를 훑어보더니 코를 살짝 막았다.“게다가 온몸에서 가난한 냄새가 나. 눈도 못 뜨겠어.”“아저씨가 숨겨 둔 아이도 아저씨처럼 여자 등에 기대 사는 겁쟁이 아니야?”주변 손님들이 맞장구치듯 웃음을 터뜨렸다.송이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치심 때문에 가슴이 거칠게 들썩거렸다.송이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도 임은유 집안의 도움에 기대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임은유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녀에게 자기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였다.처음에는 송이재가 나를 육아 도우미로 쓰려고 한다고 믿었다.하지만 나중에는 송이재가 아이의 엄마 자리에 자기 대신 나를 앉히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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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물을 마시고 나서야 숨이 조금 돌아왔다.“그래도 내 아들 원준이잖아.”“알아, 알아. 네 귀한 아들. 그런데 원준이 입은 독사 같아서 보호가 필요 없어 보이던데.”나는 아들을 향한 절친의 투덜거림은 흘려듣고 다시 물었다.“근데 내 남편과 아들은... 왜 안 보여?”임보아는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당연히 네 복수하러 갔지. 나도 따라가고 싶었어.”“근데 네 남편이랑 아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는 여기서 널 지키기로 했어.”나는 불만스러운 척 말했다.“뭐야, 나랑 있는 게 억울해?”임보아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내가 너한테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사모님?”“내가 도착했을 때 넌 이미 쓰러져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주워섬기는 말을 듣고 대충 상황을 알았어. 네 귀여운 아들이 엄마가 쓰러진 걸 보더니 하얗게 질리더라.”“고 대표 눈빛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았어. 상대가 자기 아들이 아니었다면 원준이까지 어떻게 할 줄 알았다니까.” “네가 병원으로 실려간 뒤 원준이가 포크를 들고 임은유 손을 그대로 찍었어. 어린애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더라.”“고 대표도 뒤늦게 알았어. 사흘 전에 송이재가 널 때렸고, 심지어 네 남편이 너에게 사 준 소중한 선물을 망가뜨렸고, 임은유 일행이 널 모욕한 일까지 전부 다.”“그래서 경호원들에게 송이재를 붙잡게 한 다음, 송이재가 널 때린 손을 못 쓰게 만들었어.” “네 아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보고 있었고. 진짜 무서운 꼬마 저승사자라니까.”“송이재 얼굴도 완전히 부어올랐어. 임은유가 네 팔찌를 빼앗으려고 했잖아.” “네 남편이 경호원들에게 보석이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오게 하더니 임은유에게 전부 삼키라고 했어.”“그리고 네 남편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바로 이렇게 말했어. ‘남의 것을 그렇게 탐내니, 원하는 만큼 가지게 해 주겠어. 보석도, 남자도.’”“네 남편 정말 세더라. 임은유가 안 먹겠다고 버티니까 임은유 아들을 데려왔어. 그러자 임은유가 보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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