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全部章節:第 11 章 - 第 20 章

30 章節

우리의 처음(2)

민준은 그녀의 손길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위로 올라와 그녀를 깊이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뜨거운 피부가 완전히 밀착되며, 숨결과 심장 소리까지 뒤섞였다. "윤서야… 나 지금 꿈 꾸는 것 같아." 그녀의 귀에 대고 숨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를 이렇게… 품에 안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민준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더 깊이, 더 애틋하게 어루만졌다. 그는 제 하체를 가두던 마지막 경계를 거칠게 풀어내렸다. ​오랜 절제로 단련된 그의 단단한 나신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직 그녀만을 향한 갈망만이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 윤서는 순간 숨을 멈췄다.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민준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아주 가까이에서 깊이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강렬한 욕망과 함께 그녀를 아끼는 걱정, 사랑이 가득했다. "윤서야… 내가 처음이라서..." 그가 떨리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많이 아플 수도 있어… 미안해. 그래도…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꼭 기억해줘. 알았지?" 민준은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고, 숨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윤서는 그를 올려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를 향한 믿음이 더 컸다. "응… 오빠만 믿을게." 윤서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뺨을 감쌌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체온이 믿기지 않았다. 열네 살. 교리실 바닥에 할머니가 선물해 준 묵주팔찌가 끊어졌던 날이었다. "다 찾았다." 그 순간이 짝사랑의 시작이었다. 윤서의 시선이 처음으로 강민준을 향한 순간. 그리고 그 마음은 열여섯의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민준은 그녀의 대답을 듣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의 가장 깊은 곳
閱讀更多

너의 세계 안으로(1)

그 서늘한 새벽빛이 자취를 감추고, 암막 커튼 사이로 샛노란 토요일 아침 햇살이 스며들 때쯤이었다. 침대 위를 비추는 이른 햇살을 받으며 윤서는 낮게 신음을 흘렸다. 어젯밤, 제 이성을 날려버리고 사정없이 몰아쳤던 남자의 흔적은 온몸의 뻐근한 통증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눈을 뜨자 새벽녘 평온하게 잠들어 있던 남자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강민준은 이미 흐트러짐 하나 없는 빳빳한 흰 셔츠와 칼같이 주름잡힌 정장 바지를 차려입고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 완벽한 옷차림과 대조적으로,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침대 위. "……."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쓴 채, 허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윤서가 있었다. ​제 이성을 날려버리고 사정없이 몰아쳤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자 민준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자제했어야 했다. 아프지 않게 배려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거칠게 밀어붙인 건 순전히 제 욕심 때문이었다. ​"……미안해, 윤서야. 많이 힘들지." 낮게 가라앉은 한숨과 함께 묵주 반지를 돌리는 손길이 조금 더 거칠어졌다. 손은 기계적으로 넥타이를 매만지며 출근 준비를 이어갔지만, 시선만큼은 단 1초도 윤서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미안함과 걱정, 그리고 묘한 소유욕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민준이 침대 머리맡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혹시…… 슈슈 오늘도 유치원 갈 수 있어? 등원해도 된다고 하면, 슈슈는 내가 데려다줄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가득했지만, 그가 내뱉은 다정한 제안은 허리가 말 그대로 박살 나 버린 윤서에게 차마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우웅…… 유치원에 연락해 볼게. 잠시만……."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기어 나왔다. 윤서는 바들바들 떨리는 허리를 붙잡고 간신히 핸드폰을 찾아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오늘도 등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으우……."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윤서가 슈슈의 이동 가방과
閱讀更多

너의 세계안으로(2)

유치원 문이 열리자,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선생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던 민준을 마주한 순간, 유치원 내부에는 순간 섬뜩한 침묵이 감돌았다. 칼같이 서 있는 정장 핏. 그리고 서늘하리만치 잘생긴 무표정. ​“누, 누구…… 누구세요?” 선생님 한 명이 저도 모르게 겁먹은 목소리로 물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조폭이나 사채업자가 유치원에 쳐들어온 줄로만 안 동공 지진이었다. ​그 긴장감 넘치는 대치 상황 속에서, 민준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거대한 등 뒤에 가려져 있던 핑크빛 이동 가방이 앞으로 스르륵 드러났다. 귀여운 인형 키링과 함께 [이슈슈] 라는 네임택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가방 지퍼 틈새로 익숙한 곱슬 털이 보이고, 코를 킁킁거리던 슈슈가 ‘멍!’ 하고 아는 척을 하자 그제야 선생님들의 얼굴에서 경계가 풀렸다. ​“어……? 슈슈?” ​하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슈슈가 이곳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등하원은 언제나 보호자인 이윤서 본인이 도맡아 왔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슈슈 보호자님은 오늘 안 오셨나요? 혹시 누구시길래 슈슈를……?” “윤서가 오늘 몸이 많이 안 좋아서요. 대신 픽업해 왔습니다.” ​민준의 입에서 ‘윤서’라는 친근한 이름이 나오자, 선생님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덩치 큰 미남과 윤서의 관계가 몹시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아, 그러시구나……! 혹시 슈슈 보호자님과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관계. 그 단어가 민준의 귓가에 맴돌았다. 잠시 고민하던 민준의 검지 손가락이 어김없이 은색 묵주 반지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이제는 더 이상 숨길 것도, 망설일 것도 없었다. 민준이 눈매를 부드럽게 휘어트리며, 세상에서 가장 당당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남자친구입니다.” ​순간, 유치원 내부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 두 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 세차게 동공 지
閱讀更多

너의 세계 안으로(3)

​토요일 아침, 검단신도시의 정갈한 햇살이 라파엘 동물병원의 통유리창을 통해 매끄럽게 쏟아져 들어왔다.오전 8시 40분. 정식 진료가 시작되기 20분 전이었지만, 병원 내부는 이미 먼지 한 톨 없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대표원장인 강민준의 결벽증적인 성정을 맞추기 위해 스태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 결과였다 ​달칵. 뒷문 락커룸을 통해 하얀 의사 가운을 정갈하게 걸친 민준이 걸어 나오자, 데스크와 처치실에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가장 먼저 발랄하게 인사를 건넨 건 올해 갓 입사한 막내 간호사였다. 민준은 평소처럼 낮고 가벼운 목소리로 “좋은 아침.”이라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형, 일찍 왔네? 오늘 오전부터 대형견 골절 수술 잡혀있는 거 알지? 준비 철저히 해놨어.” 2 진료실 문에 기대어 서 있던 부원장 한승우가 커피 머그잔을 흔들며 능글맞게 아는 척을 해왔다. 민준은 승우를 향해 눈길을 한번 준 뒤, “어, 차트 검토는 끝냈어.”라고 덤덤하게 답하며 원장실로 향했다. ​그 모든 익숙한 출근길의 풍경을, 리셉션 데스크 한가운데에 서서 서류를 정리하던 수석 간호사 정지원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있었다. 정지원은 라파엘 동물병원의 창립 멤버였다. 민준이 처음 이곳에 개원할 때부터 그의 칼 같은 일 처리와 차가운 성정을 완벽하게 보조해 온, 민준이 병원에서 가장 신뢰하는 유일한 간호사이기도 했다.일 처리가 완벽하고 차분해 다른 스태프들이 민준의 서늘한 분위기에 기가 죽을 때도, 지원만큼은 늘 흔들림 없이 그의 곁을 지켰다.지원이 그토록 오랫동안 민준의 옆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짝사랑 때문이었다.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남자의 철벽이 오직 말 못 하는 동물들 앞에서만 미세하게 무장해제되는 간극에 반해버린 후로, 지원의 시선은 늘 민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표정만 봐도 지금 그의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완벽하게
閱讀更多

너의 세계 안으로(4)

점심시간이 끝난 후 이어진 오후 외래 진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굴러갔다. 검단신도시의 반려인들이 끊임없이 병원 문을 밀고 들어왔고, 처치실과 대기실은 금세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보호자들의 질문으로 가득 찼다. 그 정신없는 소음의 한가운데 서서 환부를 처치하고 처방을 내리는 내내, 수석 간호사 정지원의 신경은 오직 제 눈앞의 대표원장 강민준에게 예리하게 곤두서 있었다. 평소 오후 진료 때의 강민준은 그야말로 자로 잰 듯한 정밀함의 표상이었다. 늘 날이 선 채, 군더더기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차트를 읽고 예리하게 진단명을 내리던, 과도한 친절이나 사적인 감정 따위는 단 한 톨도 섞이지 않았다. 지원이 동경하고 짝사랑해 마지않던 강민준의 완벽한 세계였다. 하지만 오늘 오후, 지원의 시야에 담긴 강민준의 세계는 낯선 온기를 품고 있었다. “원장님, 다음 환자 진료실로 안내했습니다.” 지원이 단정한 목소리로 차트를 건넬 때마다, 민준의 표정 위로 언뜻언뜻 스치는 기류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접종하러 온 예민한 고양이를 달래는 그의 낮고 굵은 음성 위로, 평소의 기계적인 나긋함이 아닌 다정한 어조가 겹쳐 흘렀다. 보호자들에게 진료 상태를 설명하는 눈매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진료 대기 시간이 생겨 데스크에 가만히 서 있을 때마다 민준을 지켜보고 있었다.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액정을 가끔 내려다볼 때마다 반투명 유리 너머로 언뜻 비치는 자연스러운 미소까지. ‘내가 아는 원장님이 맞아……?’ 진료 보조를 서며 그의 코앞에서 그 모든 변화를 목격하는 동안, 지원의 가슴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그를 향한 갈증이 만들어낸 질투의 불씨가, 바쁜 오후 진료의 소음 속에서 정지원의 단정한 눈동자 이면에 아주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후 7시. 마침내 라파엘 동물병원의 유리에 걸린 메인조명이 꺼지고 굳건한 셔터가 내려앉았다. 바쁘게 움직이던 스태프들이 하나둘 인사를 건네며 퇴근길에 올랐고, 리셉션 데스크의 정
閱讀更多

사랑한다는 말은(1)

“으웅…… 오빠 오늘도 고생했어. 슈슈도 잘 다녀왔어?”침실 안쪽에서 하루 종일 앓아누워 있던 윤서가 부스스한 얼굴로 문틈을 내다보았다. 어젯밤의 흔적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아 허리를 짚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다시 침대로 밀어붙이고 싶었지만, 민준은 끓어오르는 속내를 깊숙이 갈무리하며 주일학교 시절 열여덟살 소년의 얼굴로 다가갔다. “더 누워 있지 왜 일어났어. 슈슈 저녁은 오빠가 챙겨줄 테니까 침대에 가만히 있어, 윤서야.”민준이 어깨에 매달려 있던 핑크빛 이동가방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지퍼를 열어주었다. “왕! 왈왈!”가방 안에 얌전히 있던 슈슈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왔다.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엄마와 아빠(?)를 기다렸던 모양인지, 슈슈의 조그만 꼬리가 모터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남들이 보기엔 7kg에 달하는 듬직한 체구였지만, 윤서의 눈에는 여전히 처음 품에 안았던 날처럼 한없이 조그맣고 내 새끼였다. 슈슈는 먼저 제 가방을 열어준 민준의 커다란 바짓단을 붙잡고 두 발로 서서 킁킁거리며 온몸으로 친밀함을 표시했다. 민준이 다정한 손길로 슈슈의 턱 밑을 부드럽게 긁어주자, 슈슈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는 듯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낑낑거리다 이내 문틈에 서 있는 윤서를 발견하고는 거실 바닥이 떠나가라 발걸음을 옮겼다.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윤서의 발목에 제 조그만 머리를 비벼대던 슈슈는, 다시 거실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민준에게로 도도도 달려갔다가, 다시 윤서에게로 돌아오기를 바쁘게 반복했다. 제 세계의 전부인 두 사람이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 철없는 귀염둥이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축제인 모양이었다. 민준에게 갔다가, 윤서에게 갔다가, 거실을 대각선으로 바쁘게 오가는 슈슈의 재롱을 보며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허공에서 맞물렸다. 슈슈 덕분에 한결 공기가 부드러워졌다. 윤서는 제 다리에 코를 묻고 낑낑대다 다시 민준의 발치로 쪼르르 달려가는 슈슈를 보며, 조금은
閱讀更多

사랑한다는 말은(2)

그는 웃으며 식탁 앞으로 성큼 다가와 윤서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선을 가볍게 쓸어올리는 손길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눈에 한 번 담으면 잘 안 잊어버리는 편이라 그래. 게다가 네 공간이잖아, 윤서야. 하나라도 더 기억해 두고 싶었어.” “아....” 겉으로는 다정한 배려처럼 포장된 남자의 고백이었다. 윤서는 오빠가 저를 그토록 깊이 생각해 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간지러워져, 그 다정한 마음 뒤에 감춰진 속마음을 그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민준이 가볍게 손을 떼자, 뺨에 닿아 있던 온기가 아쉽게 흩어졌다. 윤서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제 뺨을 만지는 사이, 민준은 자연스럽게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 슈슈의 사료 통을 꺼냈다. “오빠. 슈슈 밥은 내가 줄게. 미안해서...” “괜찮아. 아빠가 밥 줄게, 슈슈야.” 그는 계량컵을 집어 들어 사료를 그릇에 담았다. "진짜 신기해. 이 사료 먹이고 나서 슈슈 눈물 자국이 싹 사라졌어. 예전엔 빨갛게 눈물자국이 나서 속상했었는데.” “병원에 눈물 터져서 오는 보호자들에게 내가 이것만 추천해 주거든.” 민준이 피식 웃으며 슈슈의 깨끗한 눈가를 긴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수의사로서의 자부심이 언뜻 배어 나왔다. “성분이며 원료며 내 기준에 차는 게 없어서 다 퇴짜 놓다가 겨우 골라낸 처방 사료야. 슈슈 아프면 네 가슴이 찢어질 텐데, 내가 어떻게 대충 봐. 이제 네가 슈슈 건강 때문에 신경 쓸 일은 없을 거야” 제 건강을 관리하고 '아빠'를 자처해서 그런지, 슈슈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식기 앞으로 돌진했다. 챱챱챱, 소리를 내며 사료를 삼키는 모습을 민준은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윤서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제 손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민준이 준비한 것은 하루 종일 앓느라 속이 지쳐 있을 윤서를 배려한 따뜻한 소고기 야채죽이었다. 정성스럽게 끓여낸 죽 그릇을 윤서의 앞에 조심
閱讀更多

사랑한다는 말은(3)

"참아야지." 민준은 주먹을 쥐며 끓어오르는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가 힘겹게 숨을 고르고는 윤서의 곁으로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 윤서는 민준의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가 안아주저 10년 동안 그녀를 괴롭히던 외로움이 지워는 것 같았다. “오빠.” “응, 윤서야.” “그냥..다 꿈만 같아. 10년 전 사고 이후, 난 늘 혼자였는데, 지금은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게..” 윤서가 민준의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배시시 웃었다. 민준은 그런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문득 낮에 슈슈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던 길에 들었던 성가 구절을 떠올렸다. 중고등부 주일학교 시절, 성당 안에서 맑게 울려 퍼지던 그 성가였다. “윤서야.” “웅?” "너 이 노래 기억나? 우리 어릴 때 성당에서 자주 불렀던 거 있잖아.” 민준이 나직한 중저음으로 나긋나긋하게 음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악보 속의 음표들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침실의 고요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민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첫 소절에, 윤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민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직한 음을 이어갔다.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달콤한 민준의 목소리가 윤서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오직 자신만을 담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윤서의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성가 가사가 참 이상하지? 사랑이 왜 가시덤불 속에 피어 있고, 왜 밤하늘에 별을 쏟아낸다고 했을까. 오늘 이 가사가 많이 와 닿았어.” 그는 윤서의 이마와 눈꺼풀 위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 윤서는 민준의 가슴 위에 손을 얹은 채, 그가 읊조린 구절을 가만히 곱씹다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난 그 가사 들으면서 다른 생각이 났어.”
閱讀更多

이 시간 너의 맘속에(1)

아직 아침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은 일요일 새벽 5시. 민준은 소리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래전 신학교는 제 발로 걸어 나왔지만, 새벽같이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은 뼈에 새겨진 각인처럼 남아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긴 채 웅크려 잠든 윤서가 보였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제 품 안에 윤서가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는 숨결과 체온이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얇은 잠옷 깃 사이로 슬며시 드러난 하얀 살결에는 그저께 밤 자신이 남긴 붉은 흔적들이 멍처럼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민준은 그 소중한 흔적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윤서가 깨지 않도록 이불을 조심스럽게 여며주었다. 거실로 나서자,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슈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슈슈가 반가운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오자, 민준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낮게 속삭였다. “쉿. 엄마 더 자야 해, 슈슈야.” 그 다정한 속삭임을 알아들었다는 듯, 슈슈는 발소리를 죽이며 민준의 바짓단에 코를 묻었다.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민준은 주름 하나 없이 잘 다려진 셔츠를 입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의 부서진 삶을 지탱해 온 주일 새벽 미사를 드리러 갈 시간이었다. 현관문을 열기 전, 민준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두운 거실을 돌아보았다. 싱크대 위 조리도구의 배열, 식탁 위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 소파 위에 놓인 핑크빛 슈슈 담요까지. 그저께 밤 꼼꼼하게 눈에 담아두었던 동선들은 이제는 익숙하게 몸에 익어 있었다. 어제 저녁, 자연스럽게 윤서가 알려준 도어락 번호를 누르며 들어오던 감각이 손끝에 맴돌았다. 이제는 윤서의 삶에 자신의 자리가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졌다.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나오자, 서늘한 새벽 공기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내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주일의 시작
閱讀更多

이 시간 너의 맘속에(2)

“미안해 오빠. 내 집인데….내가 제일 늦게 일어난 데다가 오빠 고생까지 시키고..”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러자 민준이 앞으로 걸어와 그녀의 뺨을 감싸쥐고 말한다. “미안하긴 왜 미안해. 어제 몸이 안 좋았잖아. 챙겨줄 수 있어서 다행인걸. 얼른 아침먹자" 민준은 식탁으로 이끌며 말한다. “아침 먹고 산책갈까? 몸은 괜찮은 거 맞지?” “응 그럼…오빠 덕분에 푹 자서 아주 개운해” 따스한 대화 속에서 식사가 끝났다. 혼자 감당하던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민준은 익숙하게 슈슈의 하네스를 챙겼고, 윤서는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집 근처 공원은 일요일 아침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찼다. 슈슈는 거칠게 앞으로 뛰어 나가는 법이 없었다. 늘 엄마인 윤서의 걸음에 제 속도를 맞추는 게 버릇이 되어있다. 슈슈는 민준과 윤서보다 딱 두세 걸음 앞서 발걸음을 옮기다가도,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조그만 까만 눈동자로 윤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는 모습이 기특했다. 윤서가 제 속도에 맞춰 걷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슈슈는 다시 만족스럽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슈슈는 참 신기해. 절대 혼자 안 가고 꼭 나를 확인하면서 걷는다니까.” “너한테 다 맞추는 거지. 우리 슈슈 똑똑하네.” 민준이 낮게 웃으며 슬그머니 윤서의 손을 잡았다. 맞닿아 오는 손이 따스했다. 잡은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 민준의 단단한 손길에, 윤서는 그저 다정한 배려라 생각하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공원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어느덧 해가 제법 높게 떠 있었다. 식탁에서 마주 앉아 점심을 먹던 중, 민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윤서야. 나 잠깐 볼일이 있어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응? 어디 가는데?” “지난번에 보호소에서 구조했던 어린 믹스견 있어. 지금 임보처에 가 있는데, 새벽에 기침을 좀 했다고 연락이 왔어.” 민준은 물컵을
閱讀更多
上一章
123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