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는 눈을 감고, 가장 오래된 기억 속의 강민준을 떠올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윤서가 열두살, 민준이 열네살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준은 그저 늘 단정하고 하얗던, 조금 친한 성당 오빠에 불과했다. 무뚝뚝하지만 묘하게 다정했던 오빠의 존재가 윤서의 마음에 감히 다가설 수도 없이 눈부신 첫사랑의 빛으로 새겨진 것은, 윤서가 열네살이 되던 해 어느 주일이었다. 그날 윤서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선물 받아 가장 아끼던 팔찌 묵주가 주일학교 교리실에서 끊어져 버렸다. 줄이 툭 끊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하얗고 작은 구슬들. 먼지 구덩이 속으로 사라진 구슬들을 보며 윤서는 교리실 구석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교리실을 나갔다. 그냥 묵주를 다시 사라고 했다. 오직 민준만이 윤서의 앞에 무릎을 대고 마주 앉았다 . “울지 마, 윤서야. 오빠가 찾아줄게.” 그 무뚝뚝한 한마디를 남긴 민준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날까지 남아 교리실 구석을 샅샅이 훑어가며 흩어진 묵주 구슬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 윤서의 손에 쥐여주었다. 무릎과 손끝이 새까만 먼지로 뒤덮인 채로, 오직 자신을 위해 바닥을 기던 열네살 소년의 정갈한 뒷모습. 그날부터였다. 윤서의 서툰 짝사랑이 시작된 것은. 민준이 하루 종일 찾아준 구슬들을 모아 윤서가 밤새 비뚤배뚤하게 다시 꿰어 만든 그 낡은 묵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윤서의 작업실 책상 가장 깊은 서랍 안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져 있었다.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윤서는 미사 시간 내내 민준을 합법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간절해졌다. 신부님이 되겠다고 말하던 오빠, 성당 어른들이 미래의 신부님이라고 부르던 오빠이기에, 자신의 짝사랑이 감히 오빠의 거룩한 길을 가로막는 죄가 될까 두려웠다. 함부로 바라보아서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제대 위에서 하얀 복사 옷을 입고 정갈하게 움직이는 민준을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아
Last Updated : 2026-06-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