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By:  슈슈엄마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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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수의사가 된 집착남. 오빠의 길에 축복을 빌었던 10년 전의 기도. 하지만 성모상 앞, 그의 단단한 손이 나를 옭아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결혼하자,윤서야' 말 대신 묵묵한 행동과 깊고 진득한 다정함으로 다가오는 순정남의 구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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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들켜버린 첫사랑(1)

大きくなったお腹を抱えて入院の準備をしていると、ふとテーブルの上に一枚の書き置きがあることに気がついた。

【妻へ。僕は時空を越える。心配するな、また会おう】

手にしていたバッグが滑り落ち、ドサッと床に転がった。

またしても彼は、黙って姿を消したのだ。もうすぐ出産を控えた妻を置き去りにして。

結婚してからの三年間、彼が家を空ける口実は、回を重ねるごとにくだらなくなっていく。

スマホの位置情報で確認すると、彼は今、海外にいるようだった。

きっとまた、林美桜(はやし みお)と旅行に出かけたのだろう。三年間連れ添った情も、結局のところ、彼が心に秘めている女には到底敵わないのだ。

こみ上げる怒りで胸が張り裂けそうになったその時、突然、下腹部に激しい痛みが走った。

両足の間に、生温かいものが伝い落ちるのを感じる。

私はお腹を押さえて苦悶し、そのまま床へ崩れ落ちた。そして、遠のく意識の中で必死に救急車を呼んだ。

ぼんやりとした意識の中、何度も激しい陣痛の波が押し寄せ、全身から容赦なく冷や汗が吹き出す。

下半身から生温かい血が絶え間なく溢れ出し、体温が徐々に奪われていくのを感じた。

搬送中の医師が声を荒らげた。「まずい、大量出血の兆候があります。至急ICUへ」

視界がだんだんと霞んでいく中、看護師が私の手を強く握りしめて叫んだ。

「ご家族は!?すぐに手術をする必要があるので、同意書のサインをお願いします!」

私は唇から血が滲むほど強く噛みしめると、かすれゆく声で絞り出すように答えた。「私……一人です」

「これから出産なのに、ご主人は?」

私は震える唇を開いた。目尻から一筋の涙がこぼれ落ちる。「……死にました」

看護師の瞳に一瞬だけ哀れみの色が浮かんだが、すぐに優しい声で励ましてくれた。「大丈夫ですよ。母体の安全を最優先にしますからね」

この三年間、ひたすら冷酷で無情だったあの男は、私の中ではもうすでに死んだも同然だった。

手術室へ運び込まれる直前、手元のスマホが短く震えた。

海外での素行調査を頼んでいた探偵から、夫である早瀬蓮(はやせ れん)の最新の写真が送られてきたのだ。

写真の中の彼は美桜の肩を抱き寄せ、二人はノルウェーの夜空に広がるオーロラをうっとりと見上げていた。

かつて彼は、「新婚旅行ではノルウェーへオーロラを見に行こう」と私に約束してくれていた。

だが、仕事が忙しいという口実で先延ばしにされ続け、今になってようやく悟った。

彼にとって、一緒にその景色を見る相手は私ではなかったのだと。

酸素マスクを当てられた途端、全身を激痛が駆け巡る。

大量出血により体内の血が失われていくにつれ、すべての細胞が恐ろしいほどの寒気に蝕まれていくかのようだった。

次々と輸血が行われ、冷え切った私の体内へと血が注ぎ込まれていく。

やがて、私の幾度目かの引き裂かれるような絶叫に重なるようにして、赤ん坊の元気な産声が手術室に響き渡った。

点灯したままのスマホの画面には、蓮が美桜と熱く口づけを交わしている写真が映し出されたままだ。

私は泣き叫ぶ息子をしっかりと胸に抱きしめ、とめどなく涙を流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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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린 첫사랑(1)
여름밤의 눅눅한 공기가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금요일 밤이라 마감이 끝난 직후여서 홀가분해야 했지만 윤서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슈슈가 밥을 먹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민준 오빠'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늦은 시간이라 망설였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는 단 1초의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끊은 뒤, 정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거봐, 윤서야. 오빠가 오니까 먹잖아. 슈슈도 오빠 기다린 모양이야."​민준이 거실 바닥에 구부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슈슈를 달래자, 신기하게도 슈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방식을 챱챱 소리 내며 받아먹기 시작했다.언제부터인가 슈슈는 민준의 말이라면 유난히 잘 들었다. 슈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서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오빠,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윤서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주방으로 향하던 순간이었다.​서두르던 발걸음이 화근이었다. 싱크대에 닿기도 전, 윤서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스케치 노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안 돼! 그거 진짜 보면 안 돼!"윤서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의 긴 팔이 더 빨랐다. 그는 슈슈를 바닥에 내려놓고 떨어진 노트를 집어 들었다.펼쳐진 페이지가 민준의 시선에 닿는 순간, 윤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페이지 가득 강민준이 있었다.지금의 강민준.그리고 10년 전 복사단 시절의 강민준 라파엘.구석마다 적힌 날짜들.몇 번이고 지웠다가 다시 그린 흔적.수없이 덧그어진 눈매."……."윤서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노트만 바라봤다.민준의 손끝이 노트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겼다.여름캠프.성지순례.주님 수난 성지 주일.페이지마다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윤서야."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윤서가 알던 착한 성당 오빠는 그 목소리 어디에도 없었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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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린 첫사랑(2)
"……그렇지만, 완전히 놓지는 못했어."윤서가 울음을 삼키며 희미하게 웃었다."새신부님 서품식 시즌만 되면 마음대로 안 되더라.혹시 올해는 있을까 싶어서..처음엔 서울대교구만 찾아봤어."그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갔다."근데 없더라..그래서 춘천도 보고, 대전도 보고, 부산도 보고...전부 다 찾아봤어. 그래도 오빠 이름이 없어서...해외에 있는 줄 알았어.""그걸 계속 다 찾았었다고?"윤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매년.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윤서가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윤서는 10년 동안 제 이름을 찾고 있었다.민준은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내가 왜 몰랐을까."​민준이 손을 내밀어 윤서의 차가운 손을 꽉 잡았다. 이내 힘을 빼며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넓은 손바닥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10년 동안 네가 그렇게 고통받으며 내 이름을 찾을 때, 나는 그저 네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하느님께 네 행복만을 기도했어. 네가 어딘가에서 나 같은 건 다 잊고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그가 윤서의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숨결이 그녀의 손등에 고스란히 닿았다. 목소리가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윤서야. 내가 미련해서 너를 찾지 못한 게……."​민준이 고개를 들어 윤서의 눈, 코,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던 가슴 시린 첫사랑의 얼굴이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자신을 향한 씁쓸한 조소가 스쳤다.​"하…… 하하……."​메마른 웃음이 밤공기 속에 흩어졌다.​"그래…… 나는 예신반에 있었지. 신부가 되려고 했고. 하지만 네가 사라진 그날부터, 나는 예신반을 그만뒀어."​윤서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민준이 무릎을 꿇은 채 한 걸음 더 다가왔다.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숨소리가 섞일 정도로 가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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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한 사람이 너일 거라고(1)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결국 오열이 터져 나왔다. 10년 동안 혼자 삼켜왔던 설움과 절망이 민준의 가슴팍 위로 쏟아져 내렸다.​"오빠... 나는 안 돼. 제발...제발 오빠..."​애원하듯 밀어내는 목소리에 민준의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왔다.그가 이윤서의 목 뒤를 감싸고 있던 손을 부드럽게 당겨 그녀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다른 손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작은 몸을 품 안에 가두었다.​그가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단호함이 깔려 있었다.​"윤서야…… 조용히 해."​그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낮게 속삭였다. 뜨거운 숨소리가 따뜻하게 그녀의 귓볼을 스쳤다.​"네가 계속 이렇게 울면……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윤서의 흐느낌만 조용히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등에서 손을 떼어, 대신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받쳐 올렸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올려 자신의 시선과 조심스럽게 마주하게 했다."다리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지?"윤서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윤서야...나 봐.왜 그렇게까지 나를 밀어내는 거야?"​민준의 어두운 눈동자가 이윤서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10년간의 기다림과 갈망, 그리고 지금 밀려드는 혼란과 걱정이 모두 그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네가 나를 피하는 진짜 이유...말해, 나한테 숨기지 마."​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다정한 어조 속에는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윤서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도 입술만 달싹일 뿐, 차마 목구멍 밖으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저 민준의 셔츠를 쥔 채 숨이 넘어갈 듯 울기만 할 뿐이었다.그는 윤서가 우는 모습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윤서의 반응은 분명 이상했다.다리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녀가 끝까지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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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한 사람이 너일 거라고(2)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빛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평소의 다정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윤서를 향한 깊은 분노와 고통이 그의 눈동자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윤서야."​그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귓가를 적시는 숨소리가 데일듯이 뜨거웠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민준의 손이 이윤서의 등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 허리 아래로 매끄럽게 미끄러졌다.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몸도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라고?"​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기묘할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오히려 온몸의 소름을 돋구며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낮게 속삭이는 다정한 존댓말 속에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나는…… 오빠 옆에 있을 수 없어. 절름발이에 아이도 가지기 힘든 여자인걸……."​결국 윤서가 제 상처를 날것 그대로의 단어로 뱉어내자, 강민준의 눈빛이 완전히 뒤집혔다.​이윤서의 처절한 자학이 그의 마지막 인내심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윤서의 턱을 받쳐 올린 그의 커다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 아래에는 10년을 잃어버렸다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그런 단어...함부로 말하지마, 윤서야."​그가 낮게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볼을 거칠게 스쳤다.​"절름발이? 아이 못 낳는 몸?"​그의 다른 한 손이 이윤서의 허리에서 미끄러져, 그녀의 하복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넓고 뜨거운 손바닥이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을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덮어눌렀다. 은밀하고도 압도적인 접촉이었다.​"이게…… 네가 10년 동안 나를 피한 진짜 이유였어?"​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이윤서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깊은 분노와 고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차 없이 압도하는 강렬한 집착이 그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가 이윤서를 자신의 품에서 살짝 떼어내, 두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를 완전히 제 그림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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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강민준 라파엘(1)
윤서는 눈을 감고, 가장 오래된 기억 속의 강민준을 떠올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윤서가 열두살, 민준이 열네살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준은 그저 늘 단정하고 하얗던, 조금 친한 성당 오빠에 불과했다. 무뚝뚝하지만 묘하게 다정했던 오빠의 존재가 윤서의 마음에 감히 다가설 수도 없이 눈부신 첫사랑의 빛으로 새겨진 것은, 윤서가 열네살이 되던 해 어느 주일이었다. ​그날 윤서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선물 받아 가장 아끼던 팔찌 묵주가 주일학교 교리실에서 끊어져 버렸다. 줄이 툭 끊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하얗고 작은 구슬들. 먼지 구덩이 속으로 사라진 구슬들을 보며 윤서는 교리실 구석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교리실을 나갔다. 그냥 묵주를 다시 사라고 했다. 오직 민준만이 윤서의 앞에 무릎을 대고 마주 앉았다 . ​“울지 마, 윤서야. 오빠가 찾아줄게.” ​그 무뚝뚝한 한마디를 남긴 민준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날까지 남아 교리실 구석을 샅샅이 훑어가며 흩어진 묵주 구슬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 윤서의 손에 쥐여주었다. 무릎과 손끝이 새까만 먼지로 뒤덮인 채로, 오직 자신을 위해 바닥을 기던 열네살 소년의 정갈한 뒷모습. ​그날부터였다. 윤서의 서툰 짝사랑이 시작된 것은. 민준이 하루 종일 찾아준 구슬들을 모아 윤서가 밤새 비뚤배뚤하게 다시 꿰어 만든 그 낡은 묵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윤서의 작업실 책상 가장 깊은 서랍 안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져 있었다.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윤서는 미사 시간 내내 민준을 합법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간절해졌다. 신부님이 되겠다고 말하던 오빠, 성당 어른들이 미래의 신부님이라고 부르던 오빠이기에, 자신의 짝사랑이 감히 오빠의 거룩한 길을 가로막는 죄가 될까 두려웠다. 함부로 바라보아서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제대 위에서 하얀 복사 옷을 입고 정갈하게 움직이는 민준을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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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강민준 라파엘(2)
결국 윤서는 제 미련을 이기지 못했다. 요새 부쩍 눈물이 심해져 눈가가 축축해진 반려견 슈슈를 품에 안아 들며, 말도 안 되는 핑계라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달랬다. ‘슈슈가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야. 친한 오빠가 수의사라니까 가보는 것뿐이야.’ 라고. ​그렇게 제 발로 그의 올가미 속을 향해 걸어 들어갔던 것이다. 10년 전 흩어진 묵주 구슬을 주워 모으듯, 제 부서진 마음을 다 알아채 줄 유일한 구원자를 향해서. ​그렇게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강민준의 영역은, 지독하리만치 그 남자의 성정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검단신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라파엘 동물병원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윤서는 저도 모르게 품에 안은 슈슈를 조금 더 바짝 끌어당겼다.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완벽하게 멸균된 메탈과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는 병원이라기보다 차라리 거대한 성전처럼 정갈하고 서늘했다. ​윤서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며 데스크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이 신도시로 이사 온 지 이제 겨우 1년. 설마 이곳에서 오빠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안녕하세요. 접수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 이름은 슈슈고요. 초진이에요. 요새 눈물이 부쩍 심해져서요.” ​“아, 안과랑 내과 쪽 보셔야겠네요. 마침 내과 전담이신 한승우 부원장님 지금 바로 진료 가능하세요. 보호자님 성함 말씀해 주시면 한 부원장님 앞으로 접수 넣어드릴게요.” ​“……이윤서요.” ​간호사가 모니터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며 내과 대기 명단에 ‘이윤서(슈슈)’를 막 입력해 넣은 바로 그 찰나. ​원장실 안, 책상 위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전체 대기 현황을 가만히 응시하던 강민준의 짙은 눈동자가 잔인할 정도로 팽팽하게 수축했다. ​[내과 - 한승우 부원장 대기 : 이윤서 (슈슈)] ​강민준은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머니 속, 손가락에 낀 은색 묵주 반지를 부서질 듯 꽉 쥔 민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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