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1
By:  슈슈엄마Ongoi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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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나는 첫사랑 오빠가 신부가 되기를 기도했다. 그게 그의 행복이라고 믿었으니까. 그 후로 10년. 나는 매년 성당 주보를 뒤졌다. 혹시 사제 서품 기사가 실렸을까 봐. 혹시 그가 있는 성당을 알 수 있을까 봐. 재회 후 그는 수의사가 되어있었다. "결혼하자, 윤서야." 말보다 행동으로. 한결같은 다정함으로. 오랜 시간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본 순정남의 구원 로맨스. 🤍 「나의 첫사랑; 진심으로 행복하길」 📖 월 · 수 · 금 주 3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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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들켜버린 첫사랑(1)

여름밤의 눅눅한 공기가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 마감이 끝난 직후여서 홀가분해야 했지만 윤서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슈슈가 밥을 먹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민준 오빠'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망설였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는 단 1초의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뒤, 정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거봐, 윤서야. 오빠가 오니까 먹잖아. 슈슈도 오빠 기다린 모양이야."

​민준이 거실 바닥에 구부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슈슈를 달래자, 신기하게도 슈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방식을 챱챱 소리 내며 받아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슈슈는 민준의 말이라면 유난히 잘 들었다. 슈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서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오빠,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

윤서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서두르던 발걸음이 화근이었다. 싱크대에 닿기도 전, 윤서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스케치 노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안 돼! 그거 진짜 보면 안 돼!"

윤서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의 긴 팔이 더 빨랐다.

그는 슈슈를 바닥에 내려놓고 떨어진 노트를 집어 들었다.

펼쳐진 페이지가 민준의 시선에 닿는 순간, 윤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페이지 가득 강민준이 있었다.

지금의 강민준.

그리고 10년 전 복사단 시절의 강민준 라파엘.

구석마다 적힌 날짜들.

몇 번이고 지웠다가 다시 그린 흔적.

수없이 덧그어진 눈매.

"……."

윤서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노트만 바라봤다.

민준의 손끝이 노트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겼다.

여름캠프.

성지순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페이지마다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윤서야."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윤서가 알던 착한 성당 오빠는 그 목소리 어디에도 없었다.

"이걸 다 네가 그린 거야?"

숨겨온 연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노트를 바라보던 민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노트를 덮지 못한 채 그대로 윤서를 바라봤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것을 확인한 사람처럼.

아니.

너무 오래 바라만 보던 것을, 마침내 제 손 안에 쥔 사람처럼.

그가 오른손 검지에 낀 은색 묵주 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돌리기 시작하였다.

"...기분 나쁘지."

윤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 미안해."

"기분 나쁘다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지금…… 네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쁜 것 같아?"

민준의 손이 윤서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윤서가 끝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손끝이 턱선을 받친 채 잠시 멈췄다.

​"화요일 보호소에서 너를 다시 본 순간부터…… 수요일 네가 슈슈를 안고 내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내가 느꼈던 건 그냥 기쁨이었어. 네가 살아 있고, 내 앞에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난 충분했으니까."

​민준의 붉게 충혈된 눈이 윤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노트를 보니까 목소리가 안 나와."

​턱을 받던 손가락이 더욱 분명하게 떨려왔다.

​"10년 전, 네가 예고도 없이 사라졌을 때…… 나는 네가 나를 싫어해서 떠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뭔가 잘못했거나, 신부가 되겠다는 내 모습이 너한테 부담을 주었다고. 그런데 네가…… 네가 나를 이렇게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었다는 거야? 그럼 왜…… 왜 사라졌던 거지, 이윤서?"

끝내 평정을 잃은 그의 손끝이 천천히 힘을 놓았다

제 턱 끝에 남은 그의 온기를 느끼며, 윤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윤서는 참아왔던 눈물과 함께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사고가 났었어. 새벽에 친척집에 다녀오는길에…… 우리 엄마랑 아버지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나 혼자 겨우 구조됐어."

​"……사고?"

​그가 10년 동안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오빠를 찾지 않은 건 나야……."

윤서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오빠는 신학생이 됐거나, 어쩌면 이미 신부님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오빠 앞에 내가 다시 나타날 수가 없었어."

부모님도 잃고…… 다리도 이렇게 됐는데…….

그래서 내가 숨은 거야, 오빠."

그가 10년 동안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윤서가 자신을 싫어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부담스러워서 등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어린 나이에 홀로 남겨진 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민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장례를 치르고 혼자가 된 날들까지.

자신이 알지 못한 윤서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왜 한 번만 더 찾아보지 않았을까.

왜 윤서가 자신을 떠났다는 결론을 그렇게 쉽게 믿어버렸을까.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었을 사람을, 그는 10년 동안 놓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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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린 첫사랑(1)
여름밤의 눅눅한 공기가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 마감이 끝난 직후여서 홀가분해야 했지만 윤서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슈슈가 밥을 먹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민준 오빠'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망설였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는 단 1초의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뒤, 정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거봐, 윤서야. 오빠가 오니까 먹잖아. 슈슈도 오빠 기다린 모양이야." ​민준이 거실 바닥에 구부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슈슈를 달래자, 신기하게도 슈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방식을 챱챱 소리 내며 받아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슈슈는 민준의 말이라면 유난히 잘 들었다. 슈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서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오빠,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 윤서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서두르던 발걸음이 화근이었다. 싱크대에 닿기도 전, 윤서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스케치 노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안 돼! 그거 진짜 보면 안 돼!" 윤서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의 긴 팔이 더 빨랐다. 그는 슈슈를 바닥에 내려놓고 떨어진 노트를 집어 들었다. 펼쳐진 페이지가 민준의 시선에 닿는 순간, 윤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페이지 가득 강민준이 있었다. 지금의 강민준. 그리고 10년 전 복사단 시절의 강민준 라파엘. 구석마다 적힌 날짜들. 몇 번이고 지웠다가 다시 그린 흔적. 수없이 덧그어진 눈매. "……." 윤서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노트만 바라봤다. 민준의 손끝이 노트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겼다. 여름캠프. 성지순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페이지마다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윤서야."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윤서가 알던 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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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린 첫사랑(2)
"……그렇지만, 완전히 놓지는 못했어."윤서가 울음을 삼키며 희미하게 웃었다."새신부님 서품식 시즌만 되면 마음대로 안 되더라.혹시 올해는 있을까 싶어서..처음엔 서울대교구만 찾아봤어."그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갔다."근데 없더라..그래서 춘천도 보고, 대전도 보고, 부산도 보고...전부 다 찾아봤어. 그래도 오빠 이름이 없어서...해외에 있는 줄 알았어.""그걸 계속 다 찾았었다고?"윤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매년.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윤서가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윤서는 10년 동안 제 이름을 찾고 있었다.민준은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내가 왜 몰랐을까."​민준이 손을 내밀어 윤서의 차가운 손을 꽉 잡았다. 이내 힘을 빼며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넓은 손바닥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10년 동안 네가 그렇게 고통받으며 내 이름을 찾을 때, 나는 그저 네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하느님께 네 행복만을 기도했어. 네가 어딘가에서 나 같은 건 다 잊고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그가 윤서의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숨결이 그녀의 손등에 고스란히 닿았다. 목소리가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윤서야. 내가 미련해서 너를 찾지 못한 게……."​민준이 고개를 들어 윤서의 눈, 코,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던 가슴 시린 첫사랑의 얼굴이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자신을 향한 씁쓸한 조소가 스쳤다.​"하…… 하하……."​메마른 웃음이 밤공기 속에 흩어졌다.​"그래…… 나는 예신반에 있었지. 신부가 되려고 했고. 하지만 네가 사라진 그날부터, 나는 예신반을 그만뒀어."​윤서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민준이 무릎을 꿇은 채 한 걸음 더 다가왔다.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숨소리가 섞일 정도로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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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한 사람이 너일 거라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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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빛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평소의 다정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윤서를 향한 깊은 분노와 고통이 그의 눈동자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윤서야."​그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귓가를 적시는 숨소리가 데일듯이 뜨거웠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민준의 손이 이윤서의 등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 허리 아래로 매끄럽게 미끄러졌다.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몸도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라고?"​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기묘할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오히려 온몸의 소름을 돋구며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낮게 속삭이는 다정한 존댓말 속에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나는…… 오빠 옆에 있을 수 없어. 절름발이에 아이도 가지기 힘든 여자인걸……."​결국 윤서가 제 상처를 날것 그대로의 단어로 뱉어내자, 강민준의 눈빛이 완전히 뒤집혔다.​이윤서의 처절한 자학이 그의 마지막 인내심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윤서의 턱을 받쳐 올린 그의 커다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 아래에는 10년을 잃어버렸다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그런 단어...함부로 말하지마, 윤서야."​그가 낮게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볼을 거칠게 스쳤다.​"절름발이? 아이 못 낳는 몸?"​그의 다른 한 손이 이윤서의 허리에서 미끄러져, 그녀의 하복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넓고 뜨거운 손바닥이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을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덮어눌렀다. 은밀하고도 압도적인 접촉이었다.​"이게…… 네가 10년 동안 나를 피한 진짜 이유였어?"​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이윤서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깊은 분노와 고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차 없이 압도하는 강렬한 집착이 그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가 이윤서를 자신의 품에서 살짝 떼어내, 두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를 완전히 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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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강민준 라파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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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이윤서 스텔라(2)
그 세례명을 제 입술로 직접 베어 문 순간, 민준의 뇌리 너머로 12년 전 그토록 찬란하고 지독했던 부활 대축일의 미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날의 본당은 죽음을 이긴 부활의 기쁨을 맞아 제대 위를 장식한 백합의 진한 향기가 향연의 연기와 섞여 성전 전체를 감싸던 일요일 낮 중고등부 미사. 당시 신부님을 보필하던 열여섯의 복사단장 강민준은 티 없이 빳빳하게 풀이 죽은 하얀 복사 옷을 입고 있었다. 매주 교구 성소 모임—본당 사람들이 친근하게 '예비 신부반'이라 부르던 그곳에 나가며 장래 신학생 후보로 본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시절이었다. 본래 복사단장인 그가 이 자리에 서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은 지극히 숭고해야 했다. 신부님의 손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 그 기적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감사해하는 것. 거룩한 변화의 순간에 마음속 깊이 흠숭의 기도를 바치며, 성체 분배를 보조할 때 성체 조각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지극한 사랑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 엄숙한 규칙들이 소년 민준이 평생 배워온 복사단의 전부였다. 성찬 전례가 끝나고 영성체 시간이 되자, 그는 신부님을 보필하며 제대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제대와 신자석 사이, 성체 분배를 위해 자리를 잡은 민준은 두 손을 가슴 앞에 정갈하게 모아 기도 손을 한 채, 영성체 줄을 향해 가만히 시선을 두었다. 바로 그 순간, 민준의 머릿속에서는 그 모든 거룩한 의무가 단 한 톨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윤서.’ 성체를 모시러 나오는 다른 신자는 민준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제 주변의 모든 인간이 뿌옇게 블러 처리되어 지워지는 감각 속에서, 오직 부활 대축일을 맞아 전례단 단복 위에 하얀색 어깨띠를 바르게 두르고 머리 위에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레이스 미사포를 쓴 이윤서만이 온 우주에 단독으로 초점이 맞춘 듯 선명하게 박혀왔다. 어깨띠도, 가운도, 정결하게 늘어뜨린 미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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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이윤서 스텔라(3)
윤서는 제 숨통을 막아설 듯 눈앞을 가득 채운 거대한 피지컬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정갈했던 신학생 오빠를 완벽한 체격을 가진 남자로 바꾸어 놓았다. 의사 가운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음영과 위압감에 윤서의 온몸이 잘게 떨려왔다. ​“오, 오빠가…… 왜 여기에…….” ​10년을 참았는데, 여기서 서두르다 첫사랑을 다시 놓칠 수는 없었다. 민준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윤서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서슬 퍼렇게 뒤집혔던 눈동자와 날 선 소유욕을 완벽하게 가면 뒤로 갈무리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10년 전 전례실에서 보여주던 그 정갈하고 다정한 미소가 그의 수려한 얼굴 위로 매끄럽게 떠올랐다. ​“미안해, 윤서야.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갔지. 많이 놀랐겠네.” 조금 전의 위압감은 온데간데없이,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민준은 윤서의 어색하게 굳어 있는 왼쪽 다리로 향했던 시선을 자연스럽게 거두며, 그녀가 방금 전까지 만지던 사료 포대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여기 봉사하러 온 거야? 혹시…… 집에서 동물 키우니?” “아…… 네. 강아지 키워요. 말티푸인데, 이름은 슈슈라고…….” 예전의 다정한 오빠의 태도로 돌아오자 윤서가 비로소 참았던 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동물을 지독하게 사랑하던 아이였으니 분명 무언가 키우고 있을 거라던 10년 전의 확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민준은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어트리며, 가볍게 안부를 묻듯 아주 자연스러운 어조로 다음 질문을 툭 던졌다. "아직 성당도 계속 다니고 있어?” "…응. 아라동 성당 다녀. 1년전에 이사왔어.밤샘 마감이 많아서 보통 주일 저녁 미사로 가지만…….” ​쿵. ​아라동 성당, 그리고 주일 저녁 미사.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믿기지 않는 동네 이름과 미사 시간대에 강민준의 전신으로 소름 돋는 전율이 내달렸다. 10년 동안 전국의 보호소와 병원을 미친 듯이 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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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처음(1)
​윤서는 떨리는 손으로 민준의 빳빳한 흰 셔츠을 움켜쥐었다. 제 손에 의해 구겨지는 셔츠를 끌어내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춘 뒤, 절뚝이는 다리로 까치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10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진심을 꺼내 놓았다. "좋아해.10년 전부터...오빠만 바라봤어." 윤서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못 한 채 떨리는 목소리를 이었다. "전례단에 들어간 것도...오빠 때문이었어. 해설자가 계속 제대를 바라봐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잖아." 윤서가 울음을 삼키며 작게 웃었다. "...내 처음, 오빠한테 주고 싶어." 그 애달픈 한마디가 강민준의 세계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윤서야, 너..."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윤서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의 입술이 민준에게 닿았다. 떨리는 숨결과 함께, 그녀는 조심스레 혀를 밀어 넣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윤서의 가녀린 어깨를 감쌌다. 평소 동물들을 다루듯 부드럽고 정성스러운 손길이었지만, 이번엔 그 손끝에 간절함이 가득 실려 있었다. "……윤서야."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 민준은, 한참 동안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마치 꿈이 깨질까 두려운 사람처럼. "나도… 처음이야." 그가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누굴 이렇게… 만져보는 것도, 이렇게 가까워지는 것도… 다 처음이야. 너만 기다렸어.." 윤서는 순간 숨을 멈췄다. 자신만 10년을 붙들고 살아온 줄 알았다. 그런데 민준 역시 같은 시간을 견뎌왔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민준은 그녀의 얇은 가디건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이 순간을 망칠까 봐 최대한 서두르지 않았다. 단추가 풀릴 때마다 그의 거칠어진 숨결이 윤서의 목덜미를 적셨다. 가디건을 벗겨 소파 옆으로 내려놓은 그는, 티셔츠 밑단으로 손을 넣었다. 불에 데일것처럼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부드러운 옆구리와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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