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복부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제 중절 수술을 받았었기에, 허지성이 힘껏 밀친 충격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주워들고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내 눈은 멀었어도, 마음까지 멀지는 않았어.” “허지성, 너희가 나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허지성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나와 유리는 하늘에 맹세코 결백한 사이야.” “오해가 있으면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 다짜고짜 사람을 때리면 어떡해?” “이러면 회사 직원들이 날 어떻게 보고, 널 또 어떻게 생각하겠어?”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유리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려 유경이를 회사까지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오해할 일이 없었을 텐데...” “앞으로는 지성 씨와 거리 두며 지낼게.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야. 내가 가면 되는 거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유리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허지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 뒤를 쫓아갔다.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허지성, 우리 관계는 이제 완전히 끝났어.’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제야 허지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경아, 오늘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널 나무라려던 게 아니야.] [직원들이 많이 보고 있어서 널 보호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안 그러면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보겠어?] [일단 병원에서 푹 쉬면서 마음 가라앉혀.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까, 도착하면 정밀 검사부터 다시 받아보자.] [속상해하지 마. 올해 네 생일에는 해외여행 데려가 줄게, 응?]거짓말쟁이. 내게 소리칠 때 목소리에 담겼던 분노를 분명히 들었다. 그때 화가 났던 건 진심이었다. 지금 하는 말들은 그저 나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진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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