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오빠: Chapter 1 - Chapter 8

8 Chapters

제1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겨우 쥐고 있던 현금이 손끝에서 미끄러졌고, 순간 불어온 바람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나는 반사적으로 말을 듣지 않는 두 다리를 질질 끌며 돈을 따라 움직였다.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것을 보는 듯 나를 바라봤지만, 그런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저 돈을 놓치면 오랫동안 계획해서 겨우 살 수 있었던 특효약도 또 물거품이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나는 바람에 날아간 현금만 바라보며 따라갔다.지나가던 사람들이 내뱉는 험한 욕설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주변의 노골적인 혐오 섞인 목소리에 강한서의 얼굴은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결국 참지 못한 강한서가 버럭 소리쳤다.“강지민! 너 지금 나한테 불쌍한 척이라도 하려고 자존심까지 다 버린 거야?”“집에서 좀 내보내서 다른 집에 맡긴 게 그렇게 억울해? 그 집 형편도 괜찮았잖아. 지금 이런 꼴로 누구한테 동정을 받으려는 건데?”익숙한 목소리가 쇠망치처럼 가슴을 내리친 순간 심장이 거세게 떨렸다.강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정도로 말했지만, 내게 그 시간은 평생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옥이었다.목 끝까지 씁쓸함이 차올랐지만,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멈춰 숨을 고른 뒤 다시 힘겹게 발을 옮겼다.걷는 모습이 너무 이상했던 탓이었는지 강한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강한서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듯했고, 급히 성큼성큼 내 쪽으로 걸어왔다.막 입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나타난 강서율이 입을 가린 채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머, 지민 언니. 병원에서 루게릭병 진단서까지 가짜로 끊게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렇게까지 연기하는 거예요?”강서율은 그렇게 말하며 내 진단서를 강한서에게 건넸다.그러고는 이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오빠, 지민 언니가 이러는 것도 결국 빨리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다 저 때문이에요. 차라리 저 그냥 앞당겨서 유학 보내 주세요.”강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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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지막 남아 있던 희망마저 끊겨버렸다.나는 아무 정류장에서나 버스에서 내렸지만, 두 다리는 이미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은 숨이 막힐 만큼 괴로웠다.내 스스로가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자, 억눌러왔던 감정이 그 순간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나는 울면서 미친 사람처럼 두 다리를 계속 내리쳤다.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던 한 여자가 급히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나를 길가 벤치까지 부축해 앉혔다.여자는 휴지를 건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순간 몸이 굳어버렸다.그토록 오랫동안 바라왔던 관심과 걱정을 가족이 아닌, 아무 인연도 없는 낯선 사람에게 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6년 전, 오빠인 강한서는 가난한 장학생이었던 강서율이 안쓰럽다며 가짜 친자 확인서를 만들어 부모님께 내밀었다.“서율이 진짜 부모님 친딸이에요. 제 친동생이고요.”진실을 알게 된 나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울며 매달리듯 강한서에게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지만, 돌아온 건 사정없는 구타였다.“철 좀 들면 안 되냐?”강한서는 차갑게 말했다.“서율이는 고아야. 괴롭힘을 당하면서 살아왔어. 학교 사람들한테 가족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 아무도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넌 이미 부모님이랑 나한테 사랑 충분히 받고 살았잖아. 잠깐 서율이한테 그 자리 좀 양보하면 어때?”강서율은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끊임없이 나를 모함했다.내가 촌년이라고 무시했다느니, 돈으로 사람을 깔봤다느니 그런 시답지 않은 말들로 나를 모함했다.강한서는 그런 말만 들으면 곧바로 나를 몰아세웠다.부모님은 대놓고 화내지는 않았지만 내게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러던 어느 날, 강서율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옷은 거의 찢겨 있었고, 몸에는 모욕적인 낙서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강서율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고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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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여자는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의사를 물은 뒤, 내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화면 속 내 얼굴은 누렇게 뜨고 바짝 마른 데다 옷은 해질 대로 해어져 있었다.문득 나의 이런 모습이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한때 예쁜 걸 좋아하고 꾸미는 걸 즐기던 내 모습은 이제는 거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그 순간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죽을 때만큼은 예쁘게 가고 싶네.’이에 나는 손에 쥔 돈을 하나하나 세어봤다.수의 한 벌을 사기에는 아직 2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그래도 빈 병을 더 주우면 어떻게든 채울 수는 있을 것 같았다.몸의 근육은 거의 다 위축된 상태였고, 도저히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쇼핑몰 입구까지 몸을 겨우 끌고 갔다.그리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 종이판에 글자를 적었다.[빈 페트병 있으시면 주실 수 있을까요? 감사드려요!]세상에는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다.하루가 끝날 무렵 내 앞의 자루는 가득 차 있었고, 팔아서 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다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여자아이가 올린 영상이 인터넷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버린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의 동정과 관심도 한꺼번에 쏟아졌다.다음 날, 내가 쇼핑몰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페트병 자루가 가득 쌓여 있었다.내가 힘겹게 자루를 들어 올리려던 그 순간, 누군가 갑자기 자루를 발로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강지민! 너 인터넷에 올린 그 영상 무슨 뜻이야?”강한서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려왔다.“일부러 불쌍한 척해서 서율이를 욕먹게 만들고, 이딴 여론으로 몰아붙여서 망가뜨리려는 거야?”“당장 삭제해. 그리고 사실 아니라고 해명문 올려.”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사실?”나는 숨을 고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이게, 사실이... 아니야...?”루게릭병 때문에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표정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았다.그러자 강한서는 미간을 꾹 누르며 혐오스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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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부모님이었다.두 사람은 내 얼굴을 보는 순간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그제야 눈앞의 사람이 나라는 걸 알아챘다.화려한 저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몰골, 커다란 폐품 자루를 들고 서 있는 초라한 거지 같은 모습이었다.서하란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곧바로 억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듯 소리쳤다.“네가 우리 집엔 왜 왔어? 우리 서율이는 지금 죽기 직전이야! 당장 나가! 썩 꺼져!”강기택은 서하란을 달래며 차갑게 나를 노려보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당장 나가.”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강한서만 뚫어져라 바라봤다.강한서만 입을 열어주면 됐다.그 여자아이만 놔준다면 나는 단 1초도 이곳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팽팽한 침묵이 몇 초쯤 이어졌을 때, 갑자기 강서율이 방에서 뛰어나왔다.여전히 울먹이는 얼굴을 하고 한없이 여리고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엄마, 아빠. 저는 지민 언니 원망 안 해요.”강서율은 울먹이며 말했다.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요. 제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지민 언니는 더 이상 엄마 아빠의 딸이 아니게 됐으니까요.”강서율은 내 앞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지민 언니, 죄송해요. 우울증 걸린 것도 다 제가 벌받아서 그런 거예요. 언니는 제가 죽어야 만족할 거라는 거 알아요.”강서율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신 제가 죽고 나면 엄마 아빠 잘 부탁드릴게요.”말을 끝낸 강서율은 그대로 몸을 돌려 차도로 뛰어들었다.저 어설픈 연기까지도 여전했지만, 정작 나의 가족인 세 사람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서하란과 강기택은 하늘이 무너진 얼굴로 강서율의 이름을 미친 듯이 외쳐댔고, 강한서는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었다.차 경적과 운전자들의 욕설이 뒤엉킨 도로 한복판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그리고 아슬아슬한 순간, 강서율을 끌어안은 채 몸을 던져 안전한 곳으로 굴렀다.무사한 강서율을 확인한 부모님은 아이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강한서 역시 안도의 숨을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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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한서는 순간 며칠 전 강지민이 인터넷에 루게릭병 이야기를 올렸던 일을 떠올렸다.불안감이 서서히 가슴을 파고들면서 강한서는 휴대폰 화면을 확대했다.그렇게 사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여다봤다.열 번도 넘게 확인했지만, 사진 속 시신은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고 얼굴은 이미 살이 전부 빠져 있었다.거의 해골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도무지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하지만 잠시 후 강한서는 고개를 저었다.‘누구여도 상관없어. 강지민일 리 없어.’강한서는 누구보다 강지민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강지민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방법이든 찾는 사람이었다.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게다가 루게릭병 같은 희귀병에 그렇게 쉽게 걸릴 리도 없었다.집안에 가족력조차 없었으니까.그때 강한서가 불러들인 부모님이 여행지에서 급히 돌아왔지만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그리고 강한서의 무거운 표정을 본 서하란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한서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우리를 부른 거니?”“무슨 일이 생긴 거야?”강한서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참 동안 말을 고르던 강한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강한서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무거웠다.“사실 지민이야말로 두 분 친딸이에요.”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지더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곧 강한서는 서류 한 장을 강기택에게 건넸다.“이게 진짜 유전자 검사지예요. 서율이 거는 제가 사람을 시켜서 조작한 거예요.”강한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털어놨다.부모님은 유전자 검사지 위의 결과를 바라봤다.손끝이 떨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강한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서율이는 고아였어요. 부모도 없었고 어릴 때부터 또래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고요.”“우울증 있는 것도 두 분이 아시잖아요. 사실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이미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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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한서는 비서에게 강지민의 귀가 파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예전에 강지민을 가짜라고 몰아세웠을 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지민은 웃음거리가 됐다.그러니 이번에는 모두에게 강지민이야말로 진짜 강씨 집안의 딸이라는 걸 알려야 했다.강한서는 직접 강지민이 좋아하던 취향에 맞춰 파티 소품들을 하나하나 골랐다.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고 예전부터 강지민만 사용하던 공주방도 다시 비워두었다.강한서는 방 구석구석을 직접 정리했다.천천히 먼지를 닦아내며 예전 모습 그대로 되돌려 놓았다.그리고 나는 공중에 뜬 채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생각해 보면 강한서는 여전히 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그런데 왜 강서율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였을까?’‘왜 한 번도 내 말을 믿지 않았을까?’‘왜 끝내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을까?’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이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강한서가 상자 하나를 뒤적이다가 내 어릴 적 사진들을 꺼냈다.강한서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닦아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세워두었다.그러다 한 사진을 바라보며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나는 강한서의 시선을 따라 그 사진을 바라봤다.첫눈을 본 날이었다.눈이 신기해서 펄쩍 뛰며 웃고 있는 어린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나는 강한서가 어릴 적에 납치당해 냉동창고에 갇힌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 이후로 누구보다 추위를 무서워했지만 그날은 웃으며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영하 10도가 넘는 눈 내리는 밤이었다.강한서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손을 밖으로 내놓고, 내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잠시 후, 강한서는 다른 사진 한 장을 집어 들고는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그 사진 역시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학교 다닐 때, 골목 안에서 여자아이가 끌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하는 걸 봤다.나는 그때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태권도 학원에서 배운 서툰 동작으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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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한서는 가장 먼저 파티장에 도착해 있었고 아직 강지민의 친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강한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 채 계속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왜 아직도 지민이를 데려오지 못한 거지?’H시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니 벌써 도착했어야 정상이었다.시간이 지날수록 강한서의 마음도 조금씩 조급해지던 그때, 파티장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먼저 들어왔다.백아현이었다.예전에 강지민과 함께 영상을 찍었던 그 여자.사실 강한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지민에 대한 분노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그래서 백아현을 대하는 태도 역시 예전보다 훨씬 누그러져 있었다.“무슨 일로 왔죠?”강한서가 조용히 물었다.“그때 내가 입힌 피해는 전부 열 배로 보상해 줄 거예요.”나는 허공에 떠서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양심이 완전히 썩어버린 건 아니었네.’하지만 백아현은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저 USB 하나를 꺼내 강한서 앞에 내려놓았다.“이건 지민 언니가 죽기 전에 저한테 맡기고 간 거예요.”백아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지민 언니는... 정말 너무 불쌍했어요.”백아현은 눈물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아직도 지민 언니를 동생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부탁을 드릴게요.”“장례식장 영안실에 있는 지민 언니 좀 데려가 주세요. 제대로 묻어주세요.”“저는 지금 대표님 때문에 모든 게 다 막혀버렸어요. 할머니 병원비도 감당 못 하고 있어서 지민 언니 장례까지는...”말끝을 흐리자, 내 텅 빈 가슴 안쪽이 욱신거리듯 아파오는 것 같았다.고작 한 번 만난 인연이었다.오히려 강지민 때문에 피해까지 본 사람임에도 백아현은 한 번 만났던 여자를 위해 여기까지 와준 것이다.강한서의 미간이 점점 깊게 일그러졌고 눈빛에는 짙은 짜증과 혼란이 섞여 있었다.“무슨 소리죠?”강한서가 차갑게 되물었다.“지민이가 죽었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시체는 또 무슨 말이고요?”백아현은 움찔 떨었지만 결국 아무 말없이 USB를 강한서 앞으로 더 밀어놨다.“직접 보시면 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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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한서는 곧바로 부모님에게 연락했다.집에서 강지민에게 어떻게 사과하고 보상할지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거의 혼이 빠져나갈 듯한 얼굴이 됐다.급히 영안실로 달려온 부모님은 관 앞에 무너져 울고 있는 강한서를 보자마자 그대로 다리가 풀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서하란은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울부짖었다.“한서야! 너 분명 지민이가 연기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우리 지민이가 여기 누워 있어!”서하란은 오열하며 강한서를 마구 때렸다.“우리 지민이 돌려내! 내 딸 돌려내!”강한서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모든 걸 받아냈다.늘 침착하던 강기택도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울었다.“지민아, 아빠가 미안하다.”나는 허공에 떠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처음에는 담담했지만 눈앞의 세 사람이 우는 모습은 너무나 처연했다.영혼조차 떨릴 정도였다.참으로 이상했다.‘애초에 내 말을 믿지 않았잖아. 가장 미워한 사람도 나였고 가장 사랑한 사람은 강서율이었잖아.’‘그런데 왜? 내가 죽고 나서야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강한서는 한참을 울고 난 뒤 오히려 가장 조용해졌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가 가장 괴로운 사람이었다.장례를 치른 뒤, 부모님은 매일 울며 지냈다.그리고 강한서는 짐을 챙겨 다른 별장으로 거처를 옮겼다.넓은 집 안에는 오직 강한서 혼자뿐이었고 손에는 내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강한서는 매일 창밖만 멍하니 바라봤다.너무 조용했고 너무 차분했다.마치 감정이 전부 죽어버린 사람 같았다.그러던 어느 날, 비서가 해외에 있던 강서율을 강제로 데려와 별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제야 강한서는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강한서는 채찍을 들고 망설임 없이 강서율을 내리쳤다.한 번. 또 한 번, 채찍이 내려쳐 질 때마다 피부가 터져나갔다.순식간에 강서율의 몸은 피투성이가 됐고 울부짖으며 빌었다.“오빠,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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