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휴대전화를 손에 쥐었다. 화면이 꺼졌다 켜지는 사이, 생각은 자꾸만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다. 늦은 오후, 햇빛이 창틀에 걸려 길게 늘어지는 시간대였지만, 결국 짧더라도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읽기만 해도 좋으니, 확인만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억누르지 못한 채였다. 무례하다는 걸, 조심성 없다는 걸 분명 알면서도, 그래도 확인해야만 했다. 만약 진짜라면, 정말 사실이라면, 내 짝사랑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린 듯한 상실이 밀려올지도 모르니까.[바빠요? 잠깐 연락할 수 있나 해서 - 클로에]뭘 하고 있는지 오전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늦게 들어갔으니 아직도 자고 있겠지, 스스로를 다독이듯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핸드폰 화면을 수시로 깨웠다. 잠금화면의 시간 숫자가 미세하게 커졌다 줄어드는 동안, 진동 한 번 울리지 않는 침묵이 방안 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면서도 좀 전 언니와의 통화를 마음 한쪽에서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의 말끝이 아직 귓속 어딘가에 얇은 가시처럼 남아 자꾸 손이 화면으로 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후가 다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나는 결국 늦은 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뭘 기대하는 거야. 밥이나 먹자.”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단지 배를 채우려는 일상적인 목적이었지만,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준비하려는 순간, 그 일련의 번거로움에 귀찮음이 밀려왔다. 결국 스스로 차리는 건 포기하고, 늘 그렇듯 배달 앱을 켰다. 피자 메뉴를 한참 훑어보다가 치즈가 도톰한 기본 메뉴로 주문을 확정했다. 주문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예상 도착 시간이 뜨고, 그제야 커피 생각이 났다. 주방 선반에서 캡슐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매끈한 표면을 굴렸다. 머신 뚜껑을 열고 캡슐을 끼우는 찰칵 소리가 작게 울렸다. 전원이 켜지자 특유의 붉은 불빛이 들어오고, 예열의 미세한 웅웅거림이 공간을 채웠다. 버튼을 누르니 뜨거운 물이 캡슐을 통과하며 바스락거리는 증기의
Last Updated : 2026-06-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