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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첫사랑 1화. 첫 만남

Penulis: RIL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9 00:27:26

(1) 실수 혹은 진심.

어제 샴페인을 얼마나 마신 건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창문 밖으로 흘러 들어오는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곳은 파티 장소 근처의 호텔이었던 것 같았다. 당황해서 옆자리를 바라보는데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때였을까, 욕실에서 문이 열리면서 하얀 가운을 입고 나타나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 직감했다. 내가 저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일어났어요? 세상모르고 자길래 깨우진 않았는데.”

“….”

“설마, 제가 처음이에요?”

“그게, 여자는 처음….”

“내가 헤테로를 꼬신 거였나.”

“네?”

“말 놔요, 저 스물넷이에요.”

“10년 차이….”

“10년이 어때서? 룸서비스 시켰으니까 씻고 나와요.”

그녀가 건네주는 흰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급하게 욕실로 향했다. 10살이나 어린 친구와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것도 여자는 처음이었다. 더는 생각하기 싫었던 나는 미지근한 물에 몸을 맡겼다. 얼마쯤 지났을까, 옆에 걸린 하얀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왔더니 룸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었고 에비아는 왼손으로 머리칼을 닦으며 오른손으로는 큐브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이다.

“저 사실 이렇게 누군가랑 같이 잔 건 처음이에요.”

“….”

“짝사랑은 많이 해봤는데 첫눈에 반한 건 처음이랄까.”

“어제는….”

“알아요, 실수라고 생각하는 거. 하지만.”

“….”

“100호 기념 파티에서 처음 만났고 그날 반했다는 것도 웃기긴 한데 저는 진심이에요.”

나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수건을 한쪽에 놓아두고 맞은편 자리에 앉아 포크를 쥐고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뭔가 입에 넣어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란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여자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것 같았다. 복잡한 마음으로 스테이크를 씹고 있는데 그녀가 포크를 쥔 채로 나를 바라본다.

“다음에도 연락해 줄 거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더 이상 부정하는 것보단 지금 느껴지는 그대로를 말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았다. 숨겨봤자 결국은 들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에비아의 눈동자를 다시금 바라보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하겠구나.

(2). 리오라의 집.

점심이 다가올 즈음 에비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커텐을 치지 않고 그대로 파티 장소로 다녀와서 거실 바닥으로 비치는 햇살이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도저히 올바른 사고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술이 깨기 시작하면서 드문드문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에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골목길에서 입 맞추던 기억과 호텔 침대에 누워 있고 그런 자신의 얼굴 위로 겹치는 에비아의 얼굴이 생각이 나면서 내 얼굴은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러다 얼굴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미치겠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부엌으로 향해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물이 점점 끓기 시작하고 준비해놓은 머그잔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일단 마시고 보자고 생각하고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파 앞 테이블에 올려둔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머그잔을 들고 그대로 소파 앞으로 향했다. 한 손으로 폰을 쥐고 소파에 앉았는데 폰 화면에서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앞으로 언니라고 부를게요. - 에비아]

“하아…, 언니?”

긴 한숨 끝에 나온 첫마디였다. 읽기는 했지만, 답을 보낼 엄두가 나질 않았고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커피를 다시 들이켜기 시작했다. 속도 모르고 햇살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걸 보다 못한 나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치고 말았다. 그때 서야 거실에서 햇빛이 사라졌고 다시 소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신 후에야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수 있었다. 그 후에야 소파에 기대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에비아의 표정부터 몸짓까지 그 모든 행동이 떠올라서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3) 그날의 진실. (에비아 시점)

매거진 인터뷰에 응한 것은 한 칼럼니스트의 글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다 거절했었던 것 같은데 1년 이상 봐온 한 칼럼니스트의 글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하면 다들 웃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00호 특집에 나의 인터뷰가 실렸고 100호 기념 파티 행사에 참여할 기회까지 생겼던 것 같았다. 인터뷰 때문에 프레스룸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었기 때문에 칼럼니스트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드디어 파티에 나갈 것이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파티복을 골랐었다. 수수하면서도 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파티에 어울릴만한 그런 옷을 골랐다. 물론, 내가 직접 디자인했던 옷 중에서 말이다. 그 옷과 함께 파티 장소에 등장했다. 생각보다 많은 시선에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겨우 참아내고 자리를 잡고 서서 샴페인 잔을 들었다.

그때였을까? 건너편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해서 고개를 살짝 들었고 시선이 가는 곳에 한 여자가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리포터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리오라 헤이즈’라는 이름의 칼럼니스트였다. 내가 좋아하던 글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리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편집장님과 레포터(Rapporteur) 두 분께 인사를 하고서 혼자 샴페인을 들이켰던 것 같았다. 처음엔 단순히 예쁘구나 정도였는데, 갈수록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에 참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레포터와 주고받는 말이 우연히 들렸을 때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같은 것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용기를 낸 것일지 모르지만.

“혹시, 리오라 씨?”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파티는 끝이 났고 사람들은 모두 떠난 뒤였다. 나조차도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걷는데 바로 옆 골목길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바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던 것 같다. 그녀의 붉어지는 얼굴 너머로 당황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귀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섰다. 그렇게 첫 만남이 첫날밤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엔 이미 참을 수 없는 선까지 간 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눈을 뜨게 됐는데 곁에 누워서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때 문득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조차도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평생을 같이 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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