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Chapter 11 - Chapter 20

26 Chapters

11화. 정공법

어느덧 작업을 시작한지도 3주가 다 되어 갔다. 전체적인 트랙 방향이 정해지고 컨셉이 확실해지며 앨범의 프로듀서들을 비롯한 스탭들이 더욱 바빠졌다. 정하와 보라도 마찬가지였다.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인 정하와 작사가 보라는 대면 회의도 모자라 화상으로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하루에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가사는 이 정도로만 수정해도 되겠네요.” “네 그럼..” “고생하셨어요. 내일 뵐게요.” 그러나 딱 회의까지였다. 정하는 작업 외의 다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피하는 것 같았다. 보라는 카페에서의 일을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블루 씨?” 호칭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름에서 활동명으로 돌아온 것만큼이나 둘의 거리는 벌어졌다.  “없으시면..” “있는데요?” 결국 보라가 먼저 터져버리고 말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으면서 무작정 있다고 말해버렸다. 아주 잠깐 아차 싶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기회마저 날려버리면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일단 커피라도 한 잔씩 하면서 회의하도록 하시죠. 제가 사 올게요.” 정하의 대답도 듣지 않았다. 무작정 소리치고 나왔다. 나온 보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먹을 꼭 지고 자신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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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금요일 밤 블루문. 안에는 잔 부딪히는 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있었다. 누군가는 위스키를 홀짝였고, 누군가는 칵테일을 앞에 둔 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죄송해요. 늦었습니다.” 문이 열리며 보라가 숨을 고른 채 들어왔다. 한참을 달렸는지, 호흡이 가빴다. “피치님, 요즘 엄청 바쁘신가 봐요. 늘 뛰어오시네.” 제이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보라도 숨을 헐떡이며 따라 웃었다. 동시에 정하와도 눈이 마주쳤지만 아주 찰나였다. 태연하게 웃으며 정하가 앉은 자리 반대편 자리에 가방을 올려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제이가 웃으며 찬물을 내밀었다. “오늘도 같은 걸로?” “네?” “피치 블라썸.”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니면… 요즘은 도화가 더 어울리려나?” 그 한마디에 보라의 손끝이 잔을 스치다 멈췄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정하 역시 아주 잠깐 시선을 내리깔았다. 두 사람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 챈건지 못 챈 건지 제이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 요즘 다른 바에선 ‘도화’를 ‘피치 블라썸’이란 이름을 많이 부르더라고요.” “아.. 네 부탁드릴게요 사장님.” 보라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 앉았다. 정하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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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초상화

“프로듀서님, 잠시만요!”  노트를 챙겨 급하게 블루문을 빠져나가는 정하의 뒤를 보라가 다급히 쫓아갔다.  “저랑 얘기 좀 해요 프로듀서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더 빨리 걸었다. 잡히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이번에도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그때 노트를 테이블에 꺼내두었을까. 왜 그것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다녀왔을까. 아니 왜 하필 어젯밤 그녀의 얼굴을 그린걸까.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보라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마음을 숨겼다. 숨긴 것도 모자라서 상처까지 줬다. 그리고 그걸 들켰다.  “형, 나랑 술 한잔할래?” “형 오늘 마눌님 생신이시다. 끊어.”  이런 날은 꼭 주변도 도와주지 않는다. 통화기록을 천천히 내려보며 같이 술을 마셔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어?”  그러다가 보라와 통화한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발신인이 정하 자신이었다. 물론 보라와 통화하는 일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같이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 네다섯 통의 전화를 할 때도 허다했다. 다만 새벽 3시가 넘어서 통화라니, 이상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잠깐만.. 6월 28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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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디스토션

“좋아요. 다시 한번 더 가볼게요.” 데모 녹음을 진행하면서도 정하의 머릿속에는 온통 블루문 생각뿐이었다. 블루문이 닫으면 이제 어디서 술을 마시지? 리버브 모임은? 보라는? 앨범 작업이 끝나면 다 끝나는 건가.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3일 뒤 본 녹음 때는 브리지에서 스트링을 조금 더 올리고 2절은 반키만 낮춰서 진행할게요. 고생하셨어요.” J는 익숙하게 헤드셋을 정리하고 녹음실을 나오며 이야기했다. “그럼 오늘 작업도 끝났는데 간단하게 술 한 잔..” “나 바빠.” 녹음을 끝내자마자 급하게 작업 파일만 저장한 채 횅하니 가버리는 정하였다. 그에 J와 보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만 바라봤다. - 정하가 블루문으로 들어오자 문 위의 종이 딸랑거렸다. 그와 동시에 바 안쪽에서 접시를 닦던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는 직원이었다. “누구..” 정하의 물음에 남자는 생긋 웃으며 진열장 안 공간을 바라보았다. 이내 제이가 나와 그를 반겼다. “오셨어요, 플랫님! 인석은 제 손자랍니다.” 남자가 웃으며 목을 한 번 숙이고는 제이가 나온 진열장 안 공간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이라 정하는 젊은 남자의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지 못했으나 왠지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 이제 가게 운영 안 하세요?” 한참 망설이던 끝에 정하가 제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이는 난처한 듯 표정을 짓고는 이내 대답했다. “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장사가 힘이 드네요.” “아니 그럼, 아까 그 손자분도 있고, 또..” “제 손자 녀석은 아직 설거지나 아이스 볼을 깎는 것밖에 못 한답니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이곳 블루문의 주인이 될 수 없어요. 그저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정도만 할 수 있을 겁니다.” 제이의 말이 왠지 의미심장하게 정하의 가슴속에 꽂혔다. 그 순간 루루가 조용히 다가와 정하의 발밑에 자리를 잡았다. 부드럽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럼 모임은요 사장님? 리버브 모임은 계속 진행 하시는 거죠 사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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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입맞춤

7월의 밤은 의외로 선선했다. 정하와 보라는 여름 바람을 맞으며 함께 공원을 거닐었다. 대화가 많지도 않았고 손을 잡고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저 좋았다. 둘 사이에는 말보다 편한 침묵이 흘렀다. “우리 저기 좀 앉을까요?” 보라가 공원 한쪽 벤치를 가리켰다. 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벤치에 앉은 후에도 둘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다 보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하 씨, 혹시 블루문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라도 알고 있었다. 블루문을 다녀온 이후 그의 표정이 아주 어둡다는 걸. “아, 아니요. 별일 없었어요.” 거짓말이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그는 한숨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 보라 씨 한국대학교 실음과 19학번이라고 했죠?” “네. 졸업은 못 했지만요.” 정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말을 꺼낼까 잠시 고민했다. 정하는 본인이 생각하는 게 틀리길 바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벤치에 앉아 신발 끝만 바라보던 보라가 정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역하고 복학해서 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그때 저도 어떤 일이 있었거든요.” “....” 보라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정하의 뒷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어떤 여후배가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걸 제가 알게 됐고, 도와준 적이 있어요.” “네?” 보라의 목소리도, 눈동자도 떨렸다. 그제야 내용을 알아들은 듯 했다. “근데 문제는..” 정하는 숨죽이는 보라의 모습을 보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디스토션이 그때 그 스토커라면, 지금 알려야 했다. “디스토션님도 한국대학교 실음과 출신이라고 하시네요. 2020년 즈음 그만두셨고.” 보라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입술이 천천히 굳었다. “그게 무슨..” “그때 스토커 얼굴 제대로 본 적 없죠? 저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아니길 바라지만 어쩌면 디스토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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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인터루드

보라가 정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만한 거리, 숨결이 뒤섞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보라가 눈을 마저 감고는 조용히 정하에게 입을 맞췄다. 누가 흘렸는지 모를 눈물이 두 사람 사이를 톡-하고 떨어졌다. 정하가 손으로 보라의 뒷머리를 쓸어내렸다. 이내 둘은 조심스레 서로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정하와 보라는 말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둘의 그림자는 조금씩 더 깊게 포개졌다. 그렇게 아무말 없는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고 이윽고 둘은 천천히 멀어졌다. “미, 미안해요.. 제가 지금 너무 감성적이라 갑자기.. 당황했죠, 정하 씨?” 횡설수설하는 보라에 정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은 보라를 보며 웃고 있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는 보라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내가 말했죠?” “...“ "보라 씨라면, 다 괜찮아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작업실과 산책길을 함께했고,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후 작업 내내 J는 무언가 눈치챈 사람처럼 둘을 힐끗 쳐다보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뿐이었다. 먼저 아는 척을 하기 싫은 것이지, 전처럼 먼저 장난을 치는 일도 줄었다. 대신 전보다 훨씬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마침내 8월 초. 대부분의 곡 녹음이 하나씩 끝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사비 한 번만 더 갈게요.” 디렉팅을 하던 정하가 문득 보라 쪽을 돌아보았다. 약 한 달 후면 끝날 음악 작업이 둘은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 “진짜 이래도 후회 안 하겠어요?” “네, 무슨 일이 있어도요.” 서로의 손을 잡은 정하와 보라가 블루문 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서 간판을 바라본다. 작업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리버브 모임 날이 되었고, 둘은 자신들의 관계를 밝히기로 했다. “어서오.. 어?” “플랫님하고 피치님 맞..죠?” 정하와 보라가 손을 맞잡고 블루문으로 들어오자 모두 놀란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두 분, 사귀어요?” “축하해요!” 단 한 명,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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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문플라워

어두운 방 안. 팔베개를 한 채 잠든 보라를 바라보던 정하가 보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눈가에는 아직 피곤이 남아있었다. 정하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이불을 조금 더 끌어 올려 줬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보라가 과거 때문에 떨게 둘 수는 없었다.결연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온 정하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 끝에 얇은 종이 한 장이 닿았다. 꺼내보니 정화번호가 적힌 포스트인이었다. 저금 전 꽃바구니와 함께 받은 것이었다. 보라가 나오기 전 급히 주머니에 넣어 두었기에요, 그녀는 그 존재르 알지 못했다.정하도 집작컨대 해당 번호는 블루문의 사장, 제이의 번호 같았다.정하는 포스트잇을 잠시 바라보다 번호를 다시 한 번 훑었다. 짐작이 맞다면, 이 번호의 주인은 블루분의 사장, 제이일 것이다.“네, 저 우정하예요. 플랫이요. 늦은 시각에 죄송해요. 혹시 지금 만나실 수 있어요?”-종소리가 울리고, 블루문의 문이 열리며 정하가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사장님.”전하의 인사에 제이가 졸고 있던 제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아, 왔어요. 우선 앉으시죠.”바테이블 앞에 앉은 정하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무엇부터 섬명하고,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제이는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사장님, 그게 그러니까..”“아직 문플라워의 비밀을 못 알아내셨나 봐요, 플랫님은.”“네?”“피치님은 이미 알아내신 것 같던데.”정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제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테이블 밖으로 나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문플라워와 함께 거울 앞에 서서, 떠올리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습니다.”“..무슨 말씀이세요?”“믿기 어렵죠. 하지만 이미 두 분은 경험 하셨잖아요.”제이는 블루문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문위스퍼를 마시던 그 날, 이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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