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달아오른 온돌방의 아랫목에 누운 산군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타고 흐르는 영맥의 온기가 생전의 백두산 자락을 떠올리게 했다. 비록 하늘에 뜬 달의 모양도 다르고, 숲을 채운 나무들의 생김새도 이질적이었지만, 등허리를 지져오는 이 포근함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나."산군은 눈을 감고 품속에서 꺼낸 말린 곶감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이방인 여자가 곁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든, 인간 기사들이 밖에서 대가리를 박든 간에 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 후의 안식이었다. 이 세계로 넘어온 이후 줄곧 긴장해 있던 야성이 온돌의 온기 속에서 서서히 풀어졌다.하지만 주군이 깊은 단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에도, 바위산 바깥의 세상은 쉴 틈 없이 요동치고 있었다.스우우우—.산신당을 중심으로 펼쳐진 '호기(虎氣)의 온돌' 결계가 대수림의 사방으로 정화된 영기를 뿜어내자, 숲속 깊은 곳에 은거하던 존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왕군의 잔혹한 학살을 피해 숨어 지내던 수인지들과 숲의 요정들, 그리고 박해받던 아인종들이 대지를 뒤덮는 고결한 정령의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이 기운은…… 마왕군의 더러운 주술이 아니야.""대수림의 심장부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거대한 신성(神性)이 깨어났다!"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던 아인종들이 하나둘씩 바위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순수한 기운을 참지 못하는 역겨운 더러움 역시 움직였다.* * *대수림 남쪽, 사방이 썩은 늪지와 해골로 가득한 마왕군 제4군단의 전선 기지.쿠구구구—.검은 가죽 갑옷을 입고, 등 뒤에 박쥐의 날개를 형상화한 듯한 기괴한 외골격을 두른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왕군 제4군단의 간부이자, 대수림 방면 토벌대장인 오크 영웅 '바르카스'였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대수림의 북쪽, 즉 산군의 바위산이 있는 방향을 향해 번뜩였다."그늘의 대수림 한복판에 이토록 거대한 정화 마법이 발동하다니. 엘프의 잔당들이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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