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을 본 순간, 소지훈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꼬박 일곱 달, 이백열나흘 동안 그는 꿈속에서조차 그녀를 다시 만날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그녀가 눈앞에 있는데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이 모든 것이 꿈일까 두려웠고, 강서연의 눈빛에서 냉담함과 혐오를 보게 될까 봐 더 두려웠다."서연..."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강서연은 그를 한 번 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윤겸을 바라보았다.황제인 소윤겸은 가만히 있어도 위엄이 서려 늘 남들이 그의 눈치를 보았건만, 그가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는 않았고, 머쓱한 듯 헛기침을 했다."요 며칠 네 마음이 제법 안정된 듯하여 지훈이를 불렀다. 너를 속이고 외방 여인을 둔 것은 분명 잘못이다. 허나 죽은 척한 일만큼은 너 또한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 게다가 세자의 신분이라면 여인을 여럿 두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닌데, 어찌 그 일로 혼인을 끝내려 하는 것이냐?"강서연이 비웃듯 웃었다."폐하, 어찌 저는 세자만 바라보아야 하는데, 세자는 다른 여인을 둘씩이나 곁에 둘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배신은 배신입니다. 그러니 절대 눈감아 줄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첩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저를 누르려 하지 마십시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소윤겸은 말문이 막혔다.소지훈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세자."강서연이 그를 불렀다."제가 죽은 척한 것은 다시는 세자와 얽히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들킨 이상,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어떠한 가능성도 없습니다."강서연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날 세자께서 죽림별채에서 육하린과 정을 나눌 때, 저는 문밖에 서서 모두 들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지난 정을 생각하신다면,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세자를 보기만 해도 그날 일이 떠올라, 구역질이 날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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