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마마, 꼭 혼인식 날에 이리 소란을 피우셔야 하겠습니까?”기태영이 가마의 문틀을 움켜쥐며 말했다.그의 거친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당장이라도 가마를 부숴 버릴 듯한 기세였다.나는 그저 가마 안에 앉아서 백성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장군님 기태영을 냉랭하게 바라봤다.기태영의 얼굴에는 정실을 맞이하는 기쁨은 조금도 없었다.그는 오히려 백성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소란을 피웠다?”내가 팔찌에 박힌 보석을 무심하게 만지작거리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기 장군, 혼인식 날에 외실이 집 앞까지 찾아와서 소란 피우게 하는 건 아주 잘한 짓 같은가?”그 말을 들은 기태영의 안색이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난감해하던 기태영은 빠르게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마마, 어릴 때부터 궁중에서 곱게 자란 분이 어찌 변방의 고통을 아시겠습니까? 그날 밤, 적군이 쳐들어왔을 때, 진아가 저 대신 화살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진작 죽었을 겁니다. 한낱 유약한 여인인 진아는 저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제 아이까지 낳아 세상의 손가락질을 감내했습니다. 헌데 제가 진아를 버린다면 어찌 사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기태영은 마치 자신이 지고지순한 사내인 양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방금 전까지 기태영에게 손가락질하던 구경꾼들도 그의 말을 듣고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연민과 감동의 감정을 담은 눈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던 김진아에게 향했다.김진아도 바뀐 분위기를 예민하게 알아차리곤 몸을 흠칫 떨었다.그리곤 애처롭게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장군님, 그만하십시오.”김진아는 창백한 입술을 꼭 깨물고 처량하게 말했다.“다 제 잘못입니다.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 진호를 데리고 이곳에 온 건 이 아이가 기씨 집안의 핏줄이라는 사실만은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저는 공주마마의 시중을 드는 하녀가 되어도 감지덕지합니다.”김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