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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공주의 칼날: Chapter 11 - Chapter 12

12 Chapters

제11화

기태영은 장군의 신분도 잃었고 가족들마저 그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이것이 업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태영, 남은 날들을 잘 즐겨라.”나는 괴로워하는 기태영을 보며 마지막 집념을 완전히 지워냈다.“내일 오시(午時)에 기씨 집안사람들을 영남으로 유배 보내거라. 기태영 너는 수옥에서 천천히 네 죄를 씻거라.”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기태영을 보지 않고 옥을 나섰다.“예진아! 가지 말거라!”등 뒤에서 기태영의 처참한 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다오! 네 옆에만 남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하라고 해도 다 할 수 있다!”쇠사슬이 계속 철컹거리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기태영의 절망스러운 목소리는 꼭 짐승이 우는 소리 같았다.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세상에는 후회를 해봤자 소용없는 것도 있었다.한번 저지른 잘못은 평생 돌이킬 수 없었다.옥에서 나오자 눈부신 햇빛이 나를 반겼다.“예진아, 저놈을 이리 쉽게 놓아준다고?”박유신이 아쉬운 듯 말했다.“죽이는 건 저놈한테 너무 쉬워.”나는 손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살아서 매일매일을 고통에 허덕이게 하고 우리가 조정을 휘어잡고 대초가 번창한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 기태영에게 가장 잔인한 벌이 될 거다.”박유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예진이 네 말이 맞다. 내가 사람을 찾아서 기태영을 잘 보살펴주마. 저놈이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하마.”석 달 뒤.경성에 성대한 혼인식이 열렸다.골목마다 붉은색 장식이 펼쳐졌고 경성 전체가 들떠있었다.새로운 폐하께서 진국공 박유신과 나에게 혼사를 내렸다.우리 둘의 혼인식은 나와 기태영의 혼인식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성대했다.경성의 백성들도 골목으로 나와서 박유신과 나의 혼례식을 구경했다.나는 화려한 혼례복을 입은 채 금으로 된 가마 안에 앉아 있었다.석 달 전 겪었던 터무니없는 상황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무척 편안했다.박유신은 준마를 타고 가마 앞에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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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폭죽 소리와 함께 풍악이 어우러져 잔치 분위기를 더했다.박유신이 말에서 내려 가마 앞으로 다가가 문발을 살짝 두드렸다.이내 문발이 젖혀지고 박유신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예진아, 집이다.”박유신의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했다. 평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모습과는 달랐다.나는 박유신의 손을 잡고 그가 이끄는 대로 한 걸음씩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나를 강요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우는 첩도 없었고 역겨운 수작질도 없었다.우리 두 사람을 축복하는 이들과 나만을 눈에 담는 박유신밖에 없었다.우리의 혼인식이 끝난 뒤, 기씨 집안사람들은 경성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이윤정은 유배지로 가는 도중 분노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두었다.김진아는 경성에서 가장 천한 기생집으로 던져져 매일 수십 명의 사내를 상대하며 죽기보다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졌다.기태영은 나중에 정신을 놓았다고 했다.매일 부실한 몸을 이끌고 길바닥에서 구걸하며 자기는 진북장군이고 장공주가 자신의 부인이라는 헛소리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지나가던 백성들은 기태영을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고 눈에 거슬릴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다.그러던 함박눈이 내리던 추운 겨울날, 기태영은 어느 다리 밑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그의 시신을 수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 들개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나는 박유신의 품에 안겨 포도를 까먹다 기태영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죽었으면 어쩔 수 없지.”나는 그렇게 말하며 포도 하나를 박유신에게 먹여줬다. 무척 담담한 말투였다.“그놈 이름을 꺼내는 걸로도 재수가 없어.”박유신이 포도를 받아먹으며 내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예진이 말이 맞아. 그런 더러운 놈은 예진이 귀를 더럽힐 자격 없어.”박유신이 그렇게 말하며 내 허리를 꽉 끌어안더니 턱을 내 목에 파묻었다. 그 모습은 꼭 몸집만 큰 고양이 같았다.“예진아, 이젠 대초도 안정되고 점차 번창하고 있는데 언제 나를 위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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