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소리와 함께 풍악이 어우러져 잔치 분위기를 더했다.박유신이 말에서 내려 가마 앞으로 다가가 문발을 살짝 두드렸다.이내 문발이 젖혀지고 박유신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예진아, 집이다.”박유신의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했다. 평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모습과는 달랐다.나는 박유신의 손을 잡고 그가 이끄는 대로 한 걸음씩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나를 강요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우는 첩도 없었고 역겨운 수작질도 없었다.우리 두 사람을 축복하는 이들과 나만을 눈에 담는 박유신밖에 없었다.우리의 혼인식이 끝난 뒤, 기씨 집안사람들은 경성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이윤정은 유배지로 가는 도중 분노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두었다.김진아는 경성에서 가장 천한 기생집으로 던져져 매일 수십 명의 사내를 상대하며 죽기보다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졌다.기태영은 나중에 정신을 놓았다고 했다.매일 부실한 몸을 이끌고 길바닥에서 구걸하며 자기는 진북장군이고 장공주가 자신의 부인이라는 헛소리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지나가던 백성들은 기태영을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고 눈에 거슬릴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다.그러던 함박눈이 내리던 추운 겨울날, 기태영은 어느 다리 밑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그의 시신을 수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 들개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나는 박유신의 품에 안겨 포도를 까먹다 기태영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죽었으면 어쩔 수 없지.”나는 그렇게 말하며 포도 하나를 박유신에게 먹여줬다. 무척 담담한 말투였다.“그놈 이름을 꺼내는 걸로도 재수가 없어.”박유신이 포도를 받아먹으며 내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예진이 말이 맞아. 그런 더러운 놈은 예진이 귀를 더럽힐 자격 없어.”박유신이 그렇게 말하며 내 허리를 꽉 끌어안더니 턱을 내 목에 파묻었다. 그 모습은 꼭 몸집만 큰 고양이 같았다.“예진아, 이젠 대초도 안정되고 점차 번창하고 있는데 언제 나를 위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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