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황제와 그의 스승: Chapter 1 - Chapter 8

8 Chapters

제1화

서강휘가 이렇게 중요한 날에 나를 궁으로 부를 줄은 몰랐다.'몇 시진 뒤면 황제 즉위식이 시작되는데,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이러는 거지?'궁전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향이 피워져 있었는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불편함이 밀려왔다.나는 공손히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올리느라, 서강휘의 눈에 스쳐 지나간 어두운 기색은 미처 보지 못했다.그는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는데, 구릿빛 피부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 땀은 금실로 용무늬를 수놓은 허리띠 아래로 흘러내렸다."스승님은 여전히 저를 낯설게 대하시는군요."그의 뼈마디가 뚜렷한 손이 내 팔을 타고 올라오더니, 힘을 주어 나의 옷깃을 거칠게 찢어 버렸다."소인은 감히 그런 적 없습니다!"내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스승님, 덥지 않으십니까?"그제야 피부 위로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향로를 너무 오래 피워둔 탓인지 공기마저 뜨겁고 건조하게 느껴졌다.나는 어색함을 참으며 그가 내 겉옷을 벗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스승님께 보여 줄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그는 싱긋 웃었고, 그 잘생긴 얼굴에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좋은 물건이라 해 봐야 사람 키만 한 구리거울일 뿐이었으니, 그리 신기할 것도 없는 물건이었다.속으로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폐하의 안목이 탁월하십니다.""스승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군요. 곧 쓰시게 될 겁니다."순간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이내 살기마저 띤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배하랑, 당신은 죽어 마땅합니다."그가 갑자기 돌변할 줄은 몰랐던 나는 바짝 긴장하여 바닥에 엎드렸고, 등 뒤로 식은땀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맞지요. 분명히 죄가 있습니다."그는 내 머리채를 잡아 뒤로 끌어당기더니, 바싹 다가와 얼굴을 맞대다시피 하며 속삭였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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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강휘는 나를 내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날 밤 황제 즉위식이 끝나자, 그는 말한 대로 나를 보러 왔다. 나를 감시하던 궁녀들은 잠시 물러났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조금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이곳은 그야말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서강휘는 환하게 웃었다."스승님, 제가 해냈습니다. 그 누구도 쉽게 오를 수 없는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그가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 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억울한 기색을 띠며 내게 달려오더니, 갑자기 바닥에 넘어졌다."폐하?"그가 원망스럽고 미웠지만, 여기서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는 백성들의 새로운 황제이자, 내가 키워 낸 아이였으니까.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고, 그는 곧바로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드디어 스승님을 잡았습니다."그는 온몸에서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공부 좀 줄여 주시면 안 됩니까?"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밖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고 새 황제인 서강휘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이 삼엄한 황궁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폐하, 어찌하여 이리 변하신 것입니까?"술에 취해 잠든 그를 바라보며, 나는 마침내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의문을 나지막이 꺼내 놓았다.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나는 한 차례 정치 싸움에서 패배했고, 이전의 황제로부터 태자의 스승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그 태자는 그저 잠시 내세운 방패막이일 뿐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방패막이가 이토록 눈에 띈다는 건, 곧 제거될 운명이라는 뜻이었다.나는 어두운 앞날에 대한 씁쓸한 아쉬움을 안고, 당시의 서강휘를 처음 만났다.당시 서강휘는 궁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형제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황제에게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아무도 서강휘가 그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어린 서강휘는 내 품으로 파고들며 하얗고 앳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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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서강휘는 버둥거리는 내 다리를 눌렀고, 눈을 가늘게 뜨며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회남왕은 이미 감옥에 가뒀습니다. 스승님께서 다치기라도 하신다면, 그에게 열 배, 백 배로 갚아줄 겁니다."나는 난감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황당한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이 일이 회남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폐하께서 직접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결국 나는 이를 악물고 타협을 받아들였다.서강휘는 그저 기회를 틈타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 분명했다. 온몸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더니, 알 수 없는 이상한 반응까지 느껴졌다."오?"그는 더욱 거칠게 몰아붙이며 물었다."스승님은 누구에게 맡기고 싶으십니까? 회남왕입니까?"‘대체 이게 회남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으음…"결국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고, 순간 우리는 동시에 멈칫했다.나는 믿기지 않았고, 서강휘는 멍하니 굳어 있었다."스승님의 목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더 자주 듣고 싶군요."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고, 나는 수치심과 분노에 소리쳤다."제가 직접 하겠습니다."그는 끝까지 손을 떼지 않았고, 한참 뒤에야 아쉬운 듯 멈췄다. 나는 눈물이 고인 채 그를 사납게 째려보았다.서강휘는 더이상 어릴 때처럼 귀엽지 않았다.나는 완전히 감금되고 말았다.밖의 소식은 전혀 알 수 없었고, 궁인들의 입은 바위처럼 무거웠다. 서강휘가 있을 때 가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이 모두 벙어리인 줄 알았을 것이다.황제로 즉위한 지 얼마 안 된 서강휘는 지금 가장 바쁠 시기일 텐데도 매일 나를 보러 왔다. 나는 그가 찾아오는 것을 전혀 원치 않았고, 그저 밖으로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더 이상 선을 넘는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말과 행동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었다.나는 그저 서강휘가 잠시 잘못된 길에 들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저를 언제까지 가두어 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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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화창한 날을 골라 손목을 그었다.찻잔을 깨뜨려 나온 그릇 파편으로 그었는데, 처음 해보는 짓이라 생각보다 깊게 베지 못했다.그럼에도 아픈 것을 무서워하는 탓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궁녀들은 곧바로 내 상처를 발견했고, 그들의 얼굴은 나보다 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서강휘는 급히 달려와 태의원의 늙은 태의를 거의 떠밀다시피 안으로 들여보냈다.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끔찍한 핏자국이 그대로 비쳐 있었다."스승님은 이리도 저를 떠나고 싶었던 겁니까."붉은 피가 우리의 옷을 물들였다. 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기운이 없어 말조차 할 수 없었고, 눈짓으로 태의에게 어서 와 나를 치료하라고 알렸다.정말로 손목을 그어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태의는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했는지, 내 눈짓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아!"서강휘는 태의에게 나를 치료하게 하면서 느닷없이 내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나는 너무 아파서 기절할 뻔했다."스승님께서 아픈 것을 가장 무서워하신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그는 내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천천히 핥았다."다음번에 또 이러시면, 더 아프게 해 드릴 것입니다."그는 내 손을 잡고 피가 빠져나가 차가워진 손등을 자신의 따뜻한 볼에 비볐다."회남왕이 스승님의 곁을 지킬 겁니다."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며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는 오랫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은 채,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스승님께서는 아픈 것을 가장 싫어하시니, 진통제를 듬뿍 발라 드리거라.""사람들을 새로 바꾸거라…""…스승님께서 나를 떠날 기회는 절대 없을 것이다."‘정말 기회가 없을까?’‘서강휘, 네 계략과 술수는 모두 내가 가르친 것이다.’다시 눈을 떴을 때, 궁전 안의 궁녀들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그들은 더 신중했고, 더 조용했으며, 더 영리했다.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유령처럼 나의 시중을 들었다.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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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곧바로 변장을 하고 궁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마차를 타고 태후의 측근 하인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서쪽 문으로 향했는데, 조금 긴장이 되었다.서강휘가 모든 판을 장악하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승자가 되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그는 너무나 여유만만했다.그래서 나는 빠르면 빠를수록 도망칠 희망이 컸기에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궁문에 가까워질수록 오가는 시위들의 묵직한 발소리만 들렸고, 모든 게 계획대로 되는 듯했다.그런데 갑자기 마차가 멈춰 섰다.희미한 바람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무엇인지 단정할 수 없었다.덩치 큰 내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복덩아, 어서 가지 않고 왜 멈추느냐?"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바람을 타고 진한 피비린내가 풍겨왔다.나는 눈을 감았다."가지 마십시오."그는 내 말을 무시하고 휘장을 젖히며 밖을 내다보려 했다."어서 서두르지 않고!""슈욱"하는 소리와 함께, 서강휘는 내가 가르쳐 준 활쏘기 솜씨로 정확히 내관의 미간을 맞혔다.휘장이 젖혀진 틈으로 마차 밖에 서 있는 서강휘가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먹잇감을 기다린 사냥꾼 같았고, 활을 당겼던 손을 아직 다 거두지도 않은 상태였다.핏방울이 그의 눈가에 튀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닦아냈고, 그 자리에 살기 어린 붉은 자국이 남았다."스승님, 또 지셨군요."그는 나를 마차에서 안아 올리더니, 온 궁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가두어 두었던 곳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정녕 미치신 겁니까?"나는 몸을 떨며 그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숨기려 했다.온 세상이 다 알게 될 텐데, 서강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 걸까?어쩌면 이 황궁은 이미 누구도 흔들 수 없을 만큼 굳건히 장악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나와 태후는 그저 우리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했을 뿐이었다.순수하고 어린 소년이었던 서강휘는, 이제 사람들을 속이고 다스리는 기술을 제 손바닥 위에서 마음대로 굴리고 있었다.그는 아랑곳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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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강휘는 며칠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궁궐의 경비는 더 엄격해졌고, 나를 감시하는 인원은 세 배 넘게 늘어났다.황궁 안에는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았다.나는 서강휘가 죽도록 미웠다.며칠째 옆으로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면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지경이었다.서강휘는 저질러서는 안 될 잘못을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온 마음을 다해 스승인 나만 바라보던 소년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점차 아름답지만 잔혹한 황제의 형상으로 바뀌어 갔다.이미 일어난 일이라 해도, 만약 이 일 때문에 나라에 영향이 간다면 나는 죽어도 내 잘못을 용서받을 수 없을 터였다.지금 죽는 것이 최선이지만 기회를 놓친 나는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그저 서강휘가 나에게 질려버리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후, 나는 억지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마치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았다.지키고 있던 궁인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나 혼자 남겨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러던 중 누군가 안으로 들이닥쳤다."배 나리, 제가 구하러 왔습니다."찹쌀떡처럼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아이는 바로 회남왕 서태윤이었다. 그는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들어와 내 손을 붙잡고 서둘러 도망치려 했다."폐하의 발이 묶인 틈을 타서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잠시만요."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으려고 했지만, 그의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걸음이나 끌려갔다. "어찌하여 저를 구하러 온 것입니까?"서태윤이 나를 구하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와 그의 관계는 서강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깝지 않았으니까.당시 나는 서태윤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 믿었다. 서태윤은 친척인 조 승상의 도움을 받고 있었고, 어머니도 새 황후가 된 데다 본인 역시 황제의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가문에 아직 남아 있는 힘을 이용해, 내 목숨까지 담보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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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서강휘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당장 처형하거라."나는 한숨을 내쉬며 서태윤의 앞을 막아섰다."폐하, 부디 왕야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스승님께서는 또다시 형님을 위해 저와 맞서시겠다는 겁니까?"서강휘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저는 절대로 형님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폐하,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나는 주위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뒤, 끝까지 숨기려 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비록 제가 왕야께 약속한 적은 없으나, 폐하께서 이기시면 왕야의 목숨을 살려달라 하려 했습니다. 허나 그는 폐하의 형님이지 않습니까. 도리상 폐하의 손으로 직접 죽여서는 안 될 일입니다."서강휘는 본래 황제 자리에 오른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조 승상은 아직도 많은 세력을 거느리고 있었다. 태후 또한 나약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이 아니었다. 만약 서태윤이 죽는다면 나라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스승님, 저를 위해서 그에게 몸을 굽히신 것이었습니까."서강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검은 눈동자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저를 위해서."내 얼굴이 굳어졌다."몸을 굽힌 것이 아닙니다."‘이 놈은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은 거야?’"그러니까 저를 배신한 것도, 버린 것도 아니었군요. 여느 때처럼 저를 아끼고 계셨던 겁니까?"그는 내 어깨를 붙잡고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애타게 대답을 기다렸다.나는 말문이 막혔다."폐하의 말처럼 그렇게 숭고한 뜻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왕야의 곁에서 공을 세워 출세할 생각도 있었으니까요."서강휘는 오직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스승님은 저를 사랑하시는군요."그는 나를 덥석 품에 안았다."저도 스승님을 사랑합니다."그가 말하는 사랑과 내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서강휘에게 반박하려던 찰나, 굵은 눈물방울이 내 목덜미로 뚝뚝 떨어졌고,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설령 운명이 어긋나고 모든 것이 뒤틀렸다 해도, 그 시절 함께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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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스승님, 아직도 저를 용서할 생각이 없으십니까?"서강휘는 조회를 마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달려와 내 침상 곁에 기대앉았다.나는 그를 보는 것조차 싫었다.그는 궁녀가 건넨 죽 그릇을 서운한 기색으로 받아들더니, 정성스럽게 내 입가로 가져다 대며 먹여주려 했다.나는 죽 그릇을 확 뺏으려다 통증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그가 급히 연고를 꺼내 들었다."약을 바르셔야 합니다.""폐하!"나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내뱉었다."지금 이런 꼴이 된 것은 다 폐하 때문입니다!"어젯밤 그가 조금이라도 절제했더라면, 내가 지금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스승님, 저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그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그의 말은 떠도는 바람처럼 믿을 수 없었다.오해가 풀린 뒤, 나는 오로지 황궁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사강휘는 단순히 나를 가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수시로 미친 척을 했다.갑자기 서태윤을 죽이겠다고 하거나, 조 승상을 처단하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태후가 눈에 거슬린다고 투덜거렸다.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로서 나는 당연히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달래고 달래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그의 침상 위로 끌려가 있었다.그때마다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러야 했다.여러 번 당하고 나서야 나도 눈치를 채고 그의 뻔한 거짓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서강휘는 이번에는 가련한 척, 불쌍한 척을 하며 깊은 궁궐에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 없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그걸 또 위로해주다 보면 나는 또다시 그의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아무리 멍청해도 이제는 경계심이 생겨 보름 넘게 그의 어떤 말도 믿지 않았다. 그러자 어젯밤에는 또 발작하듯, 우리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 황후를 맞이하라고 얘기하는 신하들의 입을 막아버리겠다고 했다.그 말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설령 거짓말일지라도, 만에 하나 진실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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