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 백발의 할멈은 여전히 침상 곁에 기대어 있었다. 눈빛은 텅 비어 있었고,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도 나의 결단에 놀랐는지, 흐릿한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이미 진실을 알았고, 앞으로의 길은 직접 걸어갈 것이다.나는 비단으로 동거울을 감싸, 미리 준비해 둔 상자 안에 넣었다.후작부 대문을 나서며,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서명재는 산적의 멱살을 쥔 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무언가를 캐묻고 있었다.나는 차갑게 비웃으며 미련 없이 장군부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마차 바퀴가 구르며 지나간 모든 것을 뒤로 밀어냈다.익숙한 장군부에 돌아오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어깨의 상처를 본 순간,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나는 부모님을 안심시킨 뒤, 홀로 처소로 돌아왔다.그리고 비단 상자 하나를 열어, 서명재가 죽을 무릅쓰고 가져왔다는 설련 씨앗들을 꺼냈다.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이것들이 귀한 설련 씨앗 따위가 아니라, 그저 흔한 꽃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도 나는 직접 그것들을 뒤뜰 땅에 심었다.지난날은 묻혔고, 새로운 삶은 피어나게 할 것이다....한편, 후작부.서명재는 바닥에 무릎 꿇고 벌벌 떠는 산적을 내려다보며, 마음속에 깊은 의심이 번졌다.오라버니가 떠나기 전 남긴 말이 가시처럼 그의 가슴 깊이 박혀 있었다.그 모습을 본 임수화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련한 척 다가와, 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후작, 저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채연이가 화나서 가 버렸습니다."서명재는 눈물에 젖은 임수화의 얼굴을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애써 참으며 임수화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푹 쉬어라."임수화를 달래 재운 뒤, 서명재의 얼굴에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