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자신을 향한 윤준호의 그 마음을 윤지혜는 알고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윤준호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들였다.심지어 윤준호가 혼인한 뒤, 그의 옆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씩 없애려고까지 했다.윤준호는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던 윤지혜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전에는 너에게 그런 마음을 품은 적도 있었다.”윤준호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마치 혼잣말처럼.“하지만 아영이와 혼인한 뒤, 내가 사랑하는 이는 아영이밖에 없었다.”윤준호가 윤지혜의 손을 놓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알아서 잘 처신하거라.”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윤지혜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윤준호를 보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매달려있었지만 윤지혜는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곧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박우진을 바라봤다.“우진 오라버니…”박우진은 문 앞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지혜를 바라보는 박우진의 눈에는 분노도, 실망도 없었다. 그저 텅 비어 있었다.박우진은 갑자기 몇 년 전, 계곡의 도화 나무 아래에서의 일이 생각났다.김아영은 까치발을 들고 박우진의 머리 위에 화환을 씌워줬었다.그녀의 눈은 꼭 샘물처럼 맑았다.박우진은 제 손으로 그 깨끗한 샘물을 더럽혔다.“내가 너 같은 사람을 위하여 아영이를 배신했다.”박우진이 힘겹게 입을 뗐다.그 말을 들은 윤지혜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박우진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혼사는 취소될 것이다.”박우진도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두 사내는 달빛이 드리운 길 위를 걸었다.그리고 정원에 다다랐을 때쯤, 박우진이 걸음을 멈췄다.“아영이는 어디 있느냐?”박우진의 말을 들은 윤준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사당 안에 뱀과 벌레가 가득했다. 아영이는 그날 밤에 떠났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아영이가 어디 있는지 점쳐보아라.”그 말을 들은 박우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윤준호를 비꼬았다.“아영이 행방을 찾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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