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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되돌릴 수 없는 마음: Chapter 1 - Chapter 10

20 Chapters

제1화

윤준호 장군은 수많은 공을 세운 공신이었다. 명을 받아 변방을 지킨 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경성으로 돌아가 관직에 올랐다. 실로 앞날이 창대한 인물이었다.그런 자가 하필 김아영에게 무척 잘해줬다.윤준호는 김아영에게 글도 배워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김아영의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자리에 누우셨을 때, 백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가서 의원을 모셔왔다.지난해, 홍수가 계곡을 휩쓸었을 때도 윤준호는 김아영을 위하여 친히 나서서 병사들을 지휘하여 무너진 곳을 손봤다. 그 구역이 윤준호의 관할구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사람들은 김아영을 애지중지하는 윤준호를 보며 이 정도면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감동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혼인한 지 이 년이 되었을 때, 친정으로 인사를 갔던 김아영은 박우진과 함께 석 달 동안 감쪽같이 사라졌었다.그리고 김아영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윤준호의 어머니는 화가 나서 김아영을 욕해댔다. 그리고 김아영에게 낙태약을 먹이라고 명했다.“부군, 이 아이는…”사람들에게 붙잡힌 김아영이 발버둥 치며 해명하려고 했다.“그만하거라.”하지만 윤준호가 굳은 얼굴로 김아영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뒤에 있던 병사에게 명했다.“어머니의 말씀을 못 들은 게냐? 어서 낙태약을 먹이거라.”그 말을 들은 김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준호를 바라봤다.그리고 그 순간, 병사가 김아영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입을 벌리더니 홍화 달인 탕약을 강제로 먹였다.김아영은 기침을 쏟아냈다. 곧이어 눈앞이 까매지더니 그녀는 쓰러지고 말았다.김아영이 다시 깨어났을 때, 이미 이튿날이었다.아랫배를 쓰다듬으니 코끝이 시큰해졌다.이 아이는 김아영과 윤준호의 첫 아이였다.두 사람이 힘들게 가진 아이를 윤준호가 직접 없애버렸다.김아영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산사태를 만났고 박우진이 그런 김아영을 보호하려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동굴에서 삼 개월 만에 나온 거였다.그런데 김아영은 윤준호가 자신을 안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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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관청에 도착한 김아영이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자 사또가 문서를 한참 뒤져보더니 석연치 않은 안색으로 힐끔 김아영을 바라봤다.“마님, 관청에 올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김아영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그러자 사또가 문서를 펼치더니 텅 빈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대제의 율법에 따르면 혼서에 관인이 있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헌데 장군님께서는 관인을 받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 혼사는 무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인이 기억하기론 장군님께서 그때 혼인하고 싶은 자와 혼인할 수 없다고 해도 혼서에 다른 여인의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김아영은 제자리에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김아영 마음속의 마지막 기대는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윤준호의 혼사는 그가 뺏은 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준호는 늘 김아영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해 줬다.심지어 김아영의 허락 없이 그녀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시간이 길어지니 김아영도 윤준호에게 진심을 담기 시작했다.그런데 윤준호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작정하고 있었다니.‘그래, 쉽게 끝낼 수 있으니 차라리 잘됐어.’관청을 나서는 김아영의 뒤로 난감한 얼굴을 한 진이가 따라 나왔다.하지만 김아영은 미련 없이 부두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남해를 오가며 진주를 채취하는 상인들의 배가 있었다.김아영은 그 무리의 두목을 찾아가서 말했다.“저를 좀 태워 주실 수 있겠습니까?”두목은 햇볕에 까맣게 탄 중년 사내였다. 그는 김아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입을 뗐다.“마님, 남해는 좋은 곳이 아닙니다. 길이 멀고 험합니다.”“압니다. 저를 영남에 내려주시면 됩니다. 친인척을 찾으러 가려고 합니다.”김아영의 안색을 눈치챈 두목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헌데 일주일 뒤에 떠날 예정입니다. 마님께서 정말 떠나고 싶으시다면 그때 부두로 오십시오.”그 말을 들은 김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금을 치렀다.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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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김아영은 의술을 몰랐지만 몸을 크게 상한 뒤, 보약을 먹지 않는 게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허한 몸에 보약을 먹어봤자 그 효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었다.김아영이 다시 입을 떼려던 찰나, 윤준호가 제멋대로 말을 이어나갔다.“며칠 뒤면 화신절이니 성인이 된 여인은 산에 있는 절로 가서 인사를 올려야 한다. 헌데 절에서는 여인만 들이고 사내의 출입은 금하지 않느냐.”잠깐 말을 멈췄던 윤준호가 김아영을 힐끔 보더니 다시 말했다.“헌데 지혜가 올해 성인이지 않느냐. 해서 절에 가야 하는데 나는 함께 갈 수가 없어서… 아영아, 네가 지혜 올케언니니까 수고스럽겠지만 함께 절에 가주면 안 되겠느냐?”윤준호의 말을 들은 김아영이 멈칫했다.그러다가 탁자 위에 있던 인삼차를 바라봤다.‘그랬구나.’윤준호는 김아영의 몸이 걱정된 게 아니라 그녀가 부실한 몸으로 산길을 오르지 못해 윤지혜의 성인식을 방해할까 봐 인삼차를 가져온 거였다.“…예, 알겠습니다. 내일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윤준호는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한시름 놓고 웃었다.“산에는 밤바람이 차니 두꺼운 옷을 준비하라고 일러두마.”윤준호는 몇 마디 더 당부하더니 처소를 나섰다.김아영은 한참 동안 인삼차를 바라보다 탁자 구석으로 밀어버렸다.절로 떠나는 날 아침, 마차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지혜는 마차 앞에 서 있었고 윤준호가 그녀가 걸치고 있던 망토를 여며줬다.“산에는 바람이 세다. 이러다 고뿔 걸린다.”윤지혜의 옷을 꼼꼼하게 여며준 윤준호는 소매에서 손난로까지 꺼내 윤지혜에게 쥐여줬다.“가는 길에 손을 녹이거라.”그러자 윤지혜가 웃었다.“역시 오라버니만큼 꼼꼼한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 내가 챙겨야지.”윤준호가 윤지혜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마침 나오던 김아영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히 다녀오거라.”김아영은 아무 말 없이 마차에 올랐다.윤지혜는 김아영을 보더니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에 김아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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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윤지혜가 잔뜩 겁먹은 채 울먹였다.김아영은 그 자리에 굳어서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다.‘내가 윤지혜한테 미안해할 짓을 했던가? 아니, 나는 그런 적 없어.’윤지혜는 오히려 김아영을 싫어했기에 그녀는 윤지혜를 위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윤지혜는 여전히 울면서 더 다급한 목소리로 김아영을 불렀다.결국 김아영은 이를 악물더니 절로 달려갔다.대문은 이미 절반쯤 불에 타버려서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김아영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젖 먹던 힘을 다해 무너진 기둥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조금 틈이 생기자 윤지혜는 다리를 빼냈다.“가자!”김아영이 윤지혜의 팔을 잡고 밖으로 달려 나가려던 그때, 불타고 있던 대들보가 김아영의 오른쪽 어깨 위로 떨어졌다.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등쪽까지 퍼졌다.김아영은 고통에 신음을 내뱉으며 휘청였지만 윤지혜의 팔을 꽉 잡고 밖으로 달려 나왔다.신선한 공기가 느껴지자 김아영은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이 아찔했다.곧이어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병사들이 도착한 게 분명했다.그리고 병사들을 이끌고 온 이가 바로 윤준호였다. 그는 말에서 내리더니 곧바로 두 여인에게 다가갔다.김아영은 그제야 잡고 있던 윤지혜의 팔을 놨고 윤준호가 윤지혜를 살펴봤다.“지혜야, 괜찮냐? 다친 곳은 없냐?”윤준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윤지혜를 훑어봤다.그러자 윤지혜가 윤준호의 품 안으로 안기더니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괜찮다. 오라버니가 여기 있지 않느냐.”윤준호는 그런 윤지혜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네가 무사해서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김아영은 힘이 빠져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른쪽 어깨의 고통 때문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윤준호는 드디어 김아영이 생각난 듯 그녀를 불렀다.“아영아.”윤준호는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김아영을 보더니 얼른 그녀를 부축해 품에 안았다.“내 불길을 보자마자 사람들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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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김아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윤준호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섞여있긴 했지만 당연하다는 뜻이 더 많았다.김아영은 아이를 보내고 몸도 다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제 윤지혜를 살리기 위해 어깨를 다쳐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윤준호는 그런 김아영에게 윤지혜를 대신해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고 있었다.김아영은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어깨를 펴고 윤준호를 바라봤다.“제가 싫다고 한다면요? 장군님께서는 저를 묶어서 데려갈 생각이신가요?”윤준호는 김아영의 대답을 예상 못 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아영아, 홧김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 네가 지혜 올케언니니 당연히 지혜를 감싸줘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그저 사과를 하라고 했지, 죄를 뒤집어쓰라는 게 아니다. ”윤준호의 말을 들은 김아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바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대사제께서 오셨습니다!”“박우진 대감이시다!”백성들은 마치 두려운 이라도 만난 듯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윤준호가 문 앞을 보더니 명했다.“문을 열거라.”그러자 머슴이 얼른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백성들이 가득 서 있었고 박우진이 말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박우진은 늘 그랬듯 하얀색 두루마기에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온 박우진은 자리에 있던 이들을 훑어보더니 입을 뗐다.“절에 불이 난 것은 사람이 한 짓이 아닙니다. 소문이 잘못 퍼진 것이니 다들 그만하시오.”그 말을 들은 백성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 중, 누군가 용기 내어 물었다.“대감, 그럼 절에 왜 갑자기 불이 난 겁니까? 저 아씨가 촛불을 넘어뜨린 게 아니라면 무슨 연유란 말입니까?”박우진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고 있던 윤지혜를 한눈 보더니 말했다.“그날, 절에 간 여인 중에 업을 지닌 이가 있어서 산신께서 화가 나셔서 불을 내려 벌한 것이오.”박우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김아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박우진을 바라봤다.윤준호는 윤지혜의 앞을 막아서더니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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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윤준호는 김아영을 안아 들고 상처를 처리한 뒤, 몸을 깨끗하게 닦아줬다. 그리고 이불과 먹을 것과 함께 김아영을 사당에 데려다줬다.“아영아, 수고했다. 이제 경문만 베끼면 다 괜찮아질 거다. 나는 절을 손봐야 해서 바쁘니 여기에서 걱정 말고 있거라. 내 또 널 보러 오마.”윤준호의 말투는 늘 그랬듯 다정했다. 전부터 김아영을 무척 사랑했다는 듯이.김아영은 처음에는 윤준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윤준호의 행동에 마음을 동한 것이다.김아영이 기침만 해도 윤준호는 걱정스러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조정에서 하사한 배를 전부 달여서 김아영에게 먹였다.자신을 이렇게 아껴주는 사내에게 그 어느 여인이 마음을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김아영은 사당을 떠나는 윤준호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아영은 문 앞으로 다가가 귀를 댔다.이는 분명 박우진의 목소리였다.“아영이는 어때?”“괜찮다.”윤준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지혜 대신 사과만 하게 하면 그만이지, 왜 거리를 돌고 경전까지 베껴 쓰게 하는 거야? 다친 곳도 다 낫지 않았는데 괜히 상처만 더 심해졌다.”그 말을 들은 박우진이 콧방귀를 뀌었다.“너도 그때 아영이 편을 안 들어줘놓고 이제 와서 무슨. 나는 어릴 때부터 아영이랑 함께 자라서 아영이 성질을 잘 안다. 아영이는 절대 굴복하지 않았을 거야, 지혜를 대신해서 사과할 이가 아니란 말이다. 해서 나도 어쩔 수없이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말을 하던 박우진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그리고 오늘은 화신절이 아니더냐. 아영이를 거리로 안 내보냈다가 혹시 소란을 피우러 올지 누가 안단 말이냐. 며칠 뒤에 혼인 준비도 시작해야 하잖아. 지혜 일에 절대 그 어떤 차질도 생겨선 안 되지.”박우진의 말을 들은 윤준호는 그를 비웃었다.“대단하신 대사제께서는 내 부인이 널 못 잊어서 지혜의 연등을 망가뜨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가 봐?”그 말을 들은 박우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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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윤준호가 모든 일을 다 처리했을 때는 이미 이틀 뒤였다.박우진과 윤지혜의 혼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에 그는 한시름 놓았다.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던 그의 눈에 탁자 위의 떡이 들어왔다.“아영이 처소에 저녁을 가져다줬느냐?”“네, 헌데 마님께서 처소에 들고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호위의 대답을 들은 윤준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준호는 김아영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거리를 나돌게 한 일은 누가 당해도 화를 냈을 것이다.하지만 윤준호도 어쩔 수 없었다. 박우진이 이미 그렇게 말을 했기에 수많은 백성들 앞에서 윤준호도 대사제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윤준호도 박우진의 결정을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그는 자신도 사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처음에 김아영에게 다가간 건 확실히 윤지혜 때문이었다.윤준호는 윤지혜가 마음에 품은 이와 혼인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우진은 김아영과 벗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그래서 윤준호는 김아영의 연등을 빼앗아서 그녀와 혼인하고 박우진을 대신해 모든 장애물을 없애줬다.하지만 이 년 동안 김아영과 함께하다 보니 자신이 윤지혜에 대한 감정은 남녀 사이의 사랑이라기보다 그저 습관적인 보살핌이라는 걸 윤준호는 뒤늦게 알아차렸다.윤준호는 윤지혜를 보살피고 그녀를 대신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그녀가 자신에게 기대는 것에 익숙해졌다.하지만 김아영은 달랐다.김아영은 윤준호가 글을 가르쳐줄 때, 이 글이 무슨 뜻인지를 물어봤고 그가 밤늦게 돌아왔을 때, 따뜻한 술을 데워놓고 윤준호를 기다렸다.그리고 윤준호가 다쳤을 때, 눈시울을 붉히며 약을 발라줬다.윤준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김아영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됐다.그래서 박우진이 그 말을 했을 때도 윤준호는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준호는 김아영의 마음속에 박우진이 아직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박우진이 윤지혜와 혼사를 정하는 그날, 김아영이 박우진에게 달려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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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김아영의 처소는 무척 조용했다.마당을 청소하던 하녀들은 윤준호를 보자마자 인사를 올렸다.윤준호는 마당을 훑어봤지만 익숙한 인영을 보지 못했다.“아영이는 어디 있느냐?”그 말을 들은 하녀들은 멈칫했다. 그리고 제일 앞에 서 있던 하녀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마님께서는… 사당에 갇혀있지 않습니까?”그 대답을 들은 윤준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속의 불안함을 잠재우려 애썼다.“진이는 어디 있느냐? 불러오거라.”윤준호의 말을 들은 하녀들은 서로를 보다 얼른 진이를 찾아 나섰다.머지않아, 진이가 고개를 숙인 채 걸어오더니 윤준호에게 인사를 건네곤 그의 옆에 섰다.“아영이는 어디 갔느냐?”윤준호가 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러자 진이가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모릅니다.”“모른다?”그 대답을 들은 윤준호의 목소리가 커졌다.“아영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네가 아영이가 사라진 걸 모른다고?”그 말을 들은 진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눈은 빨갰지만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저는 정말 모릅니다. 헌데 아영 아씨께서 장군님께 이 말을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윤준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진이가 김아영을 부르는 호칭도 신경 쓰지 못했다.“아영이가 뭐라고 하더냐?”그 말을 들은 진이는 눈을 내리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아영 아씨께서 혼서에 낙인을 찍지 않았으니 효력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장군님과의 인연도 여기서 끝이라고 하셨습니다. 장군님께서 아씨를 찾지 말고 각자 잘 지내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진이의 말을 들은 윤준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윤준호는 꼭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혼서에 낙인이 없다는 걸 아영이가 알았다고? 아영이가 언제 안 거지?’“아영이가 언제 알게 됐느냐?”윤준호의 목소리는 조금 쉬었다.그러자 진이가 윤준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아이를 보내고 사흘 뒤에 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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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김아영의 필적이었다. 조금 서투른 서법이었지만 그녀는 무척 진지하게 쓴 듯했다.[준호에게: 오늘 너는 내게 집이라는 글을 가르쳐줬다. 너는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고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부뚜막만 있으면 그곳이 바로 집이라고 했다. 나는 여러 번 써봤지만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네가 내 손을 잡고 글을 썼다. 나는 너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너와 함께 집을 꾸려가고 싶다.]윤준호가 본 적 없던 서신이었다. 김아영이 서신을 쓰고 부끄러워서 그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이 상자에 숨겨둔 듯했다.그리고 윤준호는 오늘에서야 이 서신을 발견했다.윤준호는 그 서신을 손에 쥔 채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두 사람이 혼인한 이 년 동안 김아영은 부인의 역할을 무척 잘 해냈고 윤준호에게 사랑한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하지만 윤준호는 김아영이 마음속에 여전히 박우진을 두고 있다고 생각해 박우진의 혼사를 급하게 진행시킨 거였다.김아영의 아이를 지우고 그녀가 억울함을 당하게 한 게 윤준호는 그제야 후회됐다.윤준호는 김아영의 처소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날이 어둑해지고 나서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박우진을 불러오거라.”윤준호는 서재로 돌아가서 비녀를 매만졌다.비녀 위에는 작은 꽃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작년 김아영의 생일에 윤준호가 그녀에게 선물해 준 거였다.김아영은 비녀를 받고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곧바로 비녀를 꽂곤 윤준호를 보며 예쁘냐고 물었다.윤준호는 예쁘다고 답했었다.김아영은 정말 너무 예뻤다.그때,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박우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박우진은 평소처럼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윤준호가 들고 있던 비녀를 보곤 멈칫했다.“무슨 일이야?”박우진이 묻자 윤준호가 고개를 들더니 대답했다.“너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점칠 수 있지?”그 말을 들은 박우진이 영문을 몰라 입을 떼려던 찰나, 밖에서 호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군님, 사당을 지키던 조씨 어멈을 데려왔습니다.”“데리고 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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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박우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뻣뻣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술만 움직여 소리 없이 말했다.“나는 지혜한테 손댄 적 없다.”곧이어 안에서 윤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은 괜찮은데 어서 혼인을 치러야 할 텐데. 배라도 나오기 시작하면 우진 오라버니가 의심할 것이다.”윤지혜의 말투는 무척 가벼웠다.“머슴이랑 하룻밤 놀아났는데 아이를 가질 줄 그 누가 알았겠느냐? 아이를 지우는 건 몸에 너무 좋지 않다. 나는 그런 거 못 견딘다.”윤지혜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웃으며 말했다.“우진 오라버니한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혼인하고 나서 오라버니 아이를 다시 낳아주면 되니까.”윤지혜의 말을 들은 박우진의 안색이 굳었다. 늘 담담하기만 하던 얼굴에 어둠이 서렸다.하지만 하녀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아씨, 박 대감과 혼인하는 마당에 어찌 그분이 있는 사당에 뱀을 풀라고 하신 겁니까?”하녀의 말을 들은 윤지혜는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내 오라버니와 혼인할 수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준호 오라버니는 나를 무척 아꼈다. 내가 가면 준호 오라버니와 김아영 사이가 다시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준호 오라버니 마음속에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는 걸 용납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안 된다.”윤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문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윤지혜는 미소를 채 거두지도 못하고 윤준호와 눈이 마주쳤다.순간, 그녀는 당황했지만 늘 그랬듯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오라버니, 어찌 오셨습니까?”하지만 윤준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문 앞에 서서 윤지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꼭 그녀를 처음 본 사람처럼.곧 박우진도 윤준호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굳은 얼굴로 아무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한 윤지혜는 드디어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미소를 거뒀다.“오라버니, 다 들으셨습니까?”윤지혜가 기어들어 갈 듯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윤준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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