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정시연의 가슴에 기쁨이 번졌다. 반색하며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시선이 배지혁의 깊고 어두운 눈과 맞닿았다.오늘 배지혁은 묵회색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소매 끝은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여며져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옥비녀 하나로 가볍게 틀어 올렸다. 그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뼈대가 선명하고 반듯했으나, 밤에 보았을 때보다도 한층 서늘하고 적막해 보였다.배지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불전 위에 모셔진 옥관음처럼 고고하고 냉담한 모습이었다. 세속의 감정 따위에는 영영 흔들리지 않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그 시선에 잠시 넋을 잃었던 정시연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예, 전하.”차분히 가라앉힌 목소리였으나, 그 안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기쁨이 희미하게 묻어났다.배한설은 배지혁의 시선을 따라 정시연을 바라보았다.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살며시 번져 있었다. 그 미소가 어찌나 부드러워 보였는지, 배한설의 마음까지 덩달아 밝아졌다.배한설은 조심스럽게 배지혁의 눈치를 살핀 뒤, 장어채 한 젓가락을 집어 그의 그릇에 올려놓았다.“아버지께서도 드셔 보세요…….”배지혁은 가늘고 긴 눈매를 내리깔아 아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민취는 속으로 반색하며 서둘러 사람을 불러 전하의 밥 한 그릇을 더 내오게 했다.배지혁은 평소 조정의 일로 늘 바쁜 사람이었다. 그런 까닭에 배한설조차 오늘처럼 그와 한 상에 마주 앉아 느긋하게 식사할 기회가 드물었다. 더욱이 잘못을 저지른 뒤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이렇게 단란히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창살을 통과한 햇살이 반듯한 조각으로 나뉘어 방 안에 고르게 내려앉았다. 배지혁은 등을 꼿꼿이 편 채 조용히 식사했다. 반듯한 척추 위로 넓고 평평한 어깨가 단정하게 뻗어 있었다.음식을 향해 성급히 손을 뻗던 배한설과 달리, 배지혁의 동작은 시종 느긋하고 침착했다. 옥젓가락이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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