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Capítulo 11 - Capítulo 20

30 Capítulos

제11화

한서윤은 대표이사 사무실 앞에 도착해 노크한 뒤, 안에서 강재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한서윤이 막 퇴사 의사를 밝히려던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이 자료들이 한서윤 씨가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한서윤 씨는 고의로 해커를 고용해 회사 프로젝트를 공격하게 한 뒤, 그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챙겼습니다.”한서윤은 순간 멈칫했다.당황한 것도 잠시, 눈앞에서 사실을 날조하고 있는 비열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재성게임즈 해외사업본부장 최상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최상훈은 한서윤을 고발하고 있었고 강재진은 사무용 책상 뒤에 앉아 최상훈의 말을 듣고 있었다. 표정만 보고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하지만 강재진은 한서윤이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한서윤이 직접 피땀 흘려 만든 결과물을 해커까지 고용해 공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그럼에도 최상훈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장을 이어 갔다.최상훈은 다른 게임 회사에서 재성게임즈로 이직해 온 임원으로, 경영과 관리 업무만 맡아 왔기에 템페스트와 한서윤의 관계는 전혀 알지 못했다.당시 한서윤은 강재진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템페스트의 게임 특허를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강재진에게 양도했다.그 때문에 외부에서는 템페스트를 강재진이 대학 시절 직접 개발한 게임으로 알고 있었다.최상훈이 한서윤에게 해커를 고용해 사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제기한 이상, 진위를 가리려면 당사자인 한서윤의 해명을 직접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강재진은 의도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한서윤을 바라봤다.“한서윤 씨, 최 본부장이 주장한 일이 사실입니까?”한서윤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대답했다.“아닙니다. 최 본부장님은 증거가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인지 듣고 싶습니다.”곁에 있던 최상훈이 즉시 입을 열었다.“한서윤 씨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해커들이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고, 회사는 하룻밤 사이에 수억 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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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한서윤을 몰아내기만 하면 최상훈은 템페스트의 성과를 혼자 차지하는 것은 물론, 실적에 따른 성과급까지 독차지할 수 있었다.그제야 한서윤은 조금 전 동료들이 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는지 알아차렸다.그러나 어차피 회사를 떠날 생각이었기에 승진이나 성과급은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었다.한서윤은 손에 들고 있던 사직서를 강재진의 책상 위에 내려놓고 돌아섰다.두어 걸음쯤 걸어 나갔을 때, 등 뒤에서 강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또 같은 일이 발생하면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한서윤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이번 일이 없었더라도 퇴사 절차만 끝나면 다시는 이 회사에 발을 들일 일도 없었다.한서윤은 묵묵부답으로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사무실을 나갔다.회사에서는 아무도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몰랐다.강재진은 언제나 한서윤을 다른 직원들과 다를 바 없이 대했으며 늘 냉담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지금까지는 대표로서 권위를 세우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여 왔지만, 오늘에서야 깨달았다.돌이켜 보면 강재진은 다른 직원들보다도 한서윤에게 유독 더 가혹했다.입사한 지 1년 반도 되지 않은 최상훈을 중용하며 한서윤보다 열 배가 넘는 연봉을 안겨 주었고, 그의 말이라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반면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아내의 말은 조금도 믿어 주지 않았다.단순히 믿지 않는 데서 끝난 것도 아니었다.마치 원수라도 대하듯, 한서윤에게만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맞아.’반면, 멀어지는 한서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재진은 예상 밖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꼈다.예전 같았으면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 들어도 한서윤은 연신 사과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을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내가 잘못 본 건가?’한서윤은 강재진과 함께 일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강재진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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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정말 잘됐어요! 앞으로 강 대표님 여자친구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니, 저희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그러게요. 재벌가 아가씨가 우리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겠다는 건 단순히 집안 배경만 믿는 게 아니라, 그만큼 능력도 출중하다는 뜻이잖아요!”“강 대표님 여자친구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빨리 보고 싶어요. 분명 누구나 반할 만큼 아름답겠죠! 앞으로는 눈이 즐거워서 일할 맛이 날 것 같아요.”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은 한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회의에 참석하러 내려가는 줄 알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한서윤은 사익을 챙겼다는 누명을 쓴 데다, 멀쩡히 맡고 있던 수석 개발자 자리마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상황이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서윤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1층에 도착한 직원들이 대회의실로 향하려던 순간, 임세린이 회사 임원 네 명과 함께 맞은편에서 걸어왔다.임원들은 임세린을 에워싼 채 연신 눈치를 살폈다. 얼굴에는 비위를 맞추려는 아첨 어린 웃음이 가득했다.임세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사 구경시켜 주시느라 본부장님들께서 고생이 많으시네요.”온몸을 값비싼 명품 보석으로 치장한 임세린은 몸짓 하나하나에서 재벌가 영애다운 기품을 풍겼다.말투는 정중했지만, 이미 재성 그룹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했다.예의를 갖추면서도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임원들을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했다.본부장들은 연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강 대표님과 세린 씨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맞습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이죠.”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서윤은 조금 전 함께 내려온 두 직원이 임세린을 몰래 훔쳐보며 두 걸음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저분이 강 대표님 여자친구인가 봐요.”“분명해요. 명찰을 단 임원들이 저렇게 여럿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겠네요.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았고요. 착용한 다이아몬드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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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재진은 재성 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임세린을 정중하게 소개했다.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여기저기서 짓궂은 환호성이 쏟아졌지만, 강재진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사실상 임세린이 여자친구라는 소문을 인정한 셈이었다.한서윤은 객석에 가만히 앉아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한때는 강재진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저토록 당당하게 소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니 모두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지난 8년 동안 쏟아부은 사랑도 결국 한서윤 혼자만의 것이었다.강재진은 한서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임세린을 증오한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일부러 보란 듯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애초부터 한서윤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사실만 분명해졌다.한서윤은 행사가 절반도 끝나기 전에 말없이 자리를 떴다.별장으로 돌아온 한서윤은 마네킹에 입혀 둔 웨딩드레스를 거칠게 벗겨 쓰레기통에 던졌다.이제는 더 이상 아쉬워할 필요도 없었다.그제야 강재진이 비밀 결혼을 요구한 이유도 분명해졌다. 단순히 업무상 편의를 위해 결혼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었다.일을 핑계로 애써 이해해 온 건 한서윤의 자기기만에 불과했다.강재진은 애초부터 한서윤을 자신의 곁에 당당히 세울 만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반면 임세린이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강재진은 재성 그룹 전체 임직원 앞에 당당히 데리고 나타났다.연인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앞세워 임세린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며 재성 그룹의 모든 직원이 임세린을 깍듯이 대하도록 만들었다.온갖 지원과 기회를 아낌없이 내주며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다.반면 한서윤은 강재진이 원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용하고 버릴 발판에 불과했다.강재진에게 한서윤은 영원히 자신과는 격이 맞지 않는 여자일 뿐이었다.한서윤은 쓰레기통을 끌어안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졌다.버릴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버리고 나자, 한서윤은 드레스룸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은 채 목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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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말을 마친 강재진은 계단을 올라갔다.애초에 침실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한서윤이 계속 제멋대로 굴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간 강재진은 한서윤이 수많은 물건을 내다 버린 것을 발견했다.심지어 강재진이 들어왔는데도 한서윤은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강재진은 자신을 대하는 한서윤의 태도가 예전보다 훨씬 냉랭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예전의 한서윤은 강재진만 보면 온 신경을 쏟았다. 강재진이 아무리 냉랭하게 굴어도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유산하기 전에는 강재진을 향한 사랑이 더욱 뜨거웠다. 매일 눈이 휘어지도록 환하게 웃었고 눈빛과 표정에는 애정이 가득했다.당시 강재진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한서윤을 좀처럼 만나 주지 않았지만, 한서윤은 하루도 빠짐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끼니는 챙겼는지, 입맛은 괜찮은지, 일하느라 힘들지는 않은지 묻는 메시지가 매일 여러 통씩 이어졌다.아무리 답장이 없어도 변함없었다. 마치 평생 강재진만 사랑하기로 정해진 사람처럼 한결같았다.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메시지를 보내며 지칠 줄도 모르고 한결같은 사랑을 쏟아냈다.유산 후 한서윤이 조금 달라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강재진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여전했다.임세린과 관련된 일만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격해지곤 했지만, 평소에는 아내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고 입양한 아들 강하준도 정성껏 돌봤다.강재진은 언젠가 강하준이 열이 났던 날을 떠올렸다.한서윤은 안절부절못하며 한밤중에 강하준을 안고 시내에서 가장 좋은 어린이병원으로 달려갔고, 밤새 곁을 지키다 열이 내린 뒤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그동안 한서윤은 아내로서도 어머니로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지만, 지금의 한서윤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았다.강재진은 한서윤의 뒤로 다가가 가볍게 끌어안았다.하지만 한서윤은 그의 스킨십이 역겹게 느껴져 곧바로 강재진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강재진은 한서윤을 붙잡았다.“웨딩드레스는 왜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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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곱게 화장한 임세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재진이 한서윤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임세린은 강하준을 불러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그러자 강하준은 곧바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아빠, 아빠!”소란스러운 틈을 타 한서윤은 강재진에게서 빠져나왔다.강재진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방문을 열고 나가자 강하준이 곧바로 강재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아빠, 하준이 배가 아파요.”강재진은 배를 움켜쥔 강하준의 모습을 보고는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난 줄 알았다. 그래서 곧바로 아이를 차에 태우고 근처 어린이병원으로 향했다.임세린은 때를 놓치지 않고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한서윤에게 다가가 말했다.“오늘 재성 그룹 전체 회의에서 봤죠? 재진 오빠가 저를 얼마나 아끼고 애지중지하는지요. 임직원들은 물론 사업 파트너들에게까지 저를 자기 여자라고 소개했잖아요. 언니는 재진 오빠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 있어요? 왜 회사 사람 중에는 언니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죠? 게다가 재진 오빠가 오늘 회사 일 때문에 언니를 호되게 꾸짖었다는 말도 들었어요. 제가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재진 오빠는 절대로 저를 혼내지 않았을 텐데...”한서윤은 임세린의 말을 담담히 끝까지 듣고 나서 조용히 물었다.“세린 씨는 강재진의 여자라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우세요?”임세린은 그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하지만 한서윤이 질투에 눈이 멀어 분풀이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제 말은 재진 오빠가 사랑하는 여자는 저라는 말이에요. 언니는 아니라는 뜻이고요.”한서윤은 차갑게 받아쳤다.“최소한의 도덕관념과 생각이라는 게 있었다면 유부남인 줄 뻔히 알면서 내연녀 노릇을 하는 게 자랑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텐데요. 세린 씨 부모님은 대체 어떻게 가르치신 거예요? 아니면 집안 어른 중 누가 이런 못된 본보기라도 직접 보여 줬어요? 남의 남편을 유혹해서 불륜이라도 저질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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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강재진은 애초부터 편지와 카드를 펼쳐 본 적조차 없었다.강재진에게 한서윤의 사랑은 거들떠볼 가치조차 없는 하찮은 감정에 불과했다.한서윤은 결국 선물과 편지를 모조리 버릴 수밖에 없었다.이제는 모두 짐만 될 뿐이었다. 남겨 둬 봐야 다른 사람들에게 비웃음과 조롱의 빌미로 이용당할 뿐이었다.밤 10시가 되어서야 한서윤은 마침내 짐 정리를 끝냈다.샤워를 마치고 기초 화장품까지 바른 한서윤이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강재진이 배를 움켜쥔 강하준을 데리고 갑자기 들어왔다.“하준이가 계속 배가 아프대. 어린이병원에 데려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네가 좀 봐줘.”과거 한서윤과 함께 입양 절차를 밟을 때도 강재진은 서류에 서명만 했을 뿐이었다. 이후로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강하준을 돌보는 일 자체를 피했다.한서윤은 강재진이 사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타고난 성정마저 냉정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강하준의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은 물론, 먹이고 씻기고 챙기는 일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까지 모두 한서윤이 혼자 도맡아 했다.한서윤은 눈을 들어 강재진을 바라봤다.“임세린한테 맡겨.”강하준이 강재진과 임세린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한서윤은 당장 아이를 더 좋은 병원으로 데려갔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친엄마가 버젓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아이를 돌보는 책임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자칫 잘못했다가는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게 빌미를 잡혀 또다시 누명을 쓸 수도 있었다.템페스트 사건만 해도 그랬다. 한서윤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템페스트를 지켜 냈다.하지만 악의를 품은 사람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물고 늘어지며 오히려 한서윤을 모함했다.강재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세린이가 언제 아이를 키워 봤다고 그래. 계속 해외에서 공부만 해서 아직도 애 같은데, 하준이랑 놀아 주는 건 몰라도 돌보는 일까지 맡기지는 않는 게 나아.”강하준은 때를 놓치지 않고 어리고 여린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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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강재진은 침실 문을 닫았다.강하준의 보챔에 이미 짜증이 날 대로 난 상태였기에 아이를 한서윤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편했다.‘서윤이는 하준이한테 정이 깊은 데다 뒤끝이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한서윤을 잘 아는 강재진은 틀림없이 강하준을 정성껏 돌봐 줄 거라고 확신했다.피로가 몰려온 강재진은 잠시 쉬려고 안방 옆 게스트룸으로 향했다.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분홍색 실크 슬립 원피스를 입은 채 침대에 앉아 있는 임세린이 보였다.강재진이 들어오자, 임세린은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재진 오빠, 서윤 언니가 하준이 봐준대?”강재진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서윤이는 정이 많은 사람이야. 잘 달래 줄 거야.”임세린은 활짝 웃으며 다가가 강재진의 어깨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이어 양복을 벗겨 주려 했지만, 강재진은 한 걸음 물러서며 방문을 열었다.“이제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너도 가서 자.”미소를 머금었던 임세린의 얼굴에 순간 원망과 독기가 스쳤다.“재진 오빠, 내가 뭐 잘못했어?”말로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듯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특유의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그런 게 아니야. 내 뜻을... 알아들었을 줄 알았어.”강재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난 내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임세린은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고? 재진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나를 아버지와 불륜을 저질렀던 어린 모델들과 똑같은 여자로 본다는 뜻이야?’임세린은 분한 마음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따져 물었다.“하지만 재진 오빠, 나는 그 여자들과 달라. 나는 하준이의 엄연한 친엄마잖아. 오빠도 우리 하준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거 아니었어?”하지만 강재진은 냉정하게 대답했다.“당시 나는 하준이를 낳지 말라고 했고 너도 동의했잖아. 하준이가 태어난 건 처음부터 잘못이었어.”임세린은 충격에 휩싸인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껏 한 치도 흔들리지 않던 자신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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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5년이나 이어진 결혼 생활을 끝내며 한서윤의 손에 남은 것은 고작 이 정도뿐이었다.강재진은 매달 한서윤에게 생활비를 입금했다. 하지만 한서윤은 강재진과 강하준을 사랑했기에 강재진에게는 맞춤 정장을, 강하준에게는 맞춤 아동복을 주문해 주었다.그 외에 가끔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신발이나 넥타이가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정작 한서윤은 업무 특성상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눈과 마음에는 온통 남편과 아이뿐이어서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 주었고, 강재진이 사용할 커프스단추까지 하나하나 정성껏 골랐다.강재진에게 받은 생활비는 대부분 강재진과 강하준에게 쓰였고 때로는 한서윤의 월급까지 보태야 했다.한서윤이 재성게임즈의 수석 개발자라 해도 연봉은 몇억 원 수준이었다.생활비 대부분을 두 사람에게 쓰고 월급까지 보태 왔으니, 생활비가 들어오는 체크카드 계좌에 잔액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다만 이번 달 생활비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은 금액을 모두 합하면 1억 원가량이었다.강재진에게 1억 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푼돈이었다. 2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도 망설임 없이 임세린에게 선물할 정도의 재력을 지녔으니까.그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마침 한서윤이 오랫동안 갖고 싶다고 졸랐던 귀걸이였다.하지만 임세린에게는 강재진이 비위를 맞추려고 건넨 수많은 선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저 보석함에 고급 보석 하나가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그러나 한서윤에게 1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무엇보다 처음부터 한서윤의 몫으로 주어진 생활비였기에 한서윤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한서윤은 남은 돈을 전부 자신의 계좌로 옮기고 체크카드는 미련 없이 버린 뒤, 캐리어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장을 떠났다.한서윤은 중앙의료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30평 남짓한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4년 전 병든 한정숙을 돌보기 위해 마련한 집이었다.노후를 보내기에 좋은 단지가 마음에 들어 한정숙이 퇴원하면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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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한참이 지나서야 통화가 연결됐다.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한서윤은 다급히 말했다.“재진 씨, 나 지금 위험해. 빨리 경찰에 신고해 줘. 주소는...”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임세린의 목소리였다.한서윤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임세린은 비웃으며 말했다.“서윤 언니는 이 밤중에 왜 또 재진 오빠한테 전화하는 거예요? 정말 염치도 없네요!”한서윤의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릿하게 조여 왔다.강재진과 이혼할 생각인 것은 맞았다.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강재진을 정성껏 보살폈기에, 막다른 상황에 몰린 지금 경찰에 신고 한 번만 대신해 달라고 부탁하려던 것뿐이었다.그런데 강재진은 직접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임세린의 조롱만 돌아왔다.한서윤은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세린 씨, 제발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저 정말 위험해요.”임세린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물었다.“직접 신고하면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재진 오빠한테 전화해서 우리 사이를 방해할 여유가 있나 봐요? 정말 웃기네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 위험한 척하면 재진 오빠가 언니한테 달려가서 보살펴 줄 거로 생각했어요? 꿈 깨요.”전화기 너머로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재진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가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으면 다시는 우리한테 전화하지 마세요.”한서윤이 다급히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임세린은 이미 전화를 끊어 버렸다.한서윤은 멍하니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봤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에 시야가 온통 흐려졌다.가장 절실하게 강재진의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도 돌아온 것은 임세린의 비웃음과 조롱뿐이었다.한서윤은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산산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한서윤은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긴 채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집 안으로 침입한 남자는 물건 몇 개를 아무렇게나 부수더니 곧장 침실로 향했다.애초부터 돈이나 물건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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