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만 일어나 볼게요. 세린 씨는 마저 맛있게 드세요.”한서윤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자 뒤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윤 언니, 제가 뭐 기분 나쁘게 한 거라도 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막 귀국해서 당장 머물 곳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빠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뿐이에요. 언니가 싫다면 오늘이라도...”“됐어.”강재진이 말을 끊고 임세린을 달랬다.“세린아, 마음 쓰지 마. 신경 쓸 필요 없어.”한서윤은 강재진의 말뜻을 정확히 알아챘다.‘내가 불쾌해하든 말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는 뜻이겠지.’지금 이 자리에서 한서윤은 마치 불청객이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강재진과 임세린, 강하준이야말로 진짜 가족 같았다.‘괜찮아, 이 결혼은 이제 끝이니까.’침실로 돌아가자, 캐리어가 열려 있었다.박미숙은 한서윤이 피곤할까 봐 캐리어 속 짐을 꺼내 정리하던 중, 한서윤이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박미숙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황급히 내려놓았다.봉투를 열어 안에 든 내용을 본 것이 분명했다.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닫은 뒤, 박미숙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모님, 대표님과 이혼하시려고요? 그러시면 안 돼요!”“왜 안 돼요?”한서윤은 놀랄 만큼 담담했다.“아주머니가 보기에도 강재진과 임세린이 진짜 부부 같지 않아요? 하긴, 두 사람은 원래 한 쌍이었잖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데다 재벌가 도련님과 재벌가 아가씨라니, 얼마나 잘 어울려요.”한서윤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제가 갑자기 끼어들어 재성 그룹 사모 자리를 차지한 탓에... 저는 두 사람이 당당히 함께하지 못하게 막아선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도 둘은 몰래 만날 건 다 만나고 아이까지 낳았더라고요. 하하하...”담담하게 웃던 한서윤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더니, 끝내 눈물이 얼굴을 가득 뒤덮었다.가엾고도 우스운 꼴이었다.아무것도 몰랐던 박미숙은 큰 충격에 빠졌다.“사모님, 대표님과 임세린 씨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요?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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