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作者:  길 잃은 물고기剛剛更新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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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여주 원탑/걸크러쉬

바람

첫사랑

이혼 후

3인칭

CEO、보스

지혜로운

무정한

5년 전, 임신 7개월이었던 한서윤은 남편 강재진의 첫사랑 임세린에게 배를 걷어차여 아이를 잃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세린이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감옥에 보낼 수는 없어.’라는 강재진의 말과 한서윤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멋대로 합의서에 서명해 버린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5년 후, 유학을 떠났던 임세린이 돌아오자, 한서윤이 입양해 키운 강하준마저 원망을 쏟아냈다. “엄마는 나빠요! 맨날 세린 엄마를 괴롭히잖아요!” 한서윤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집에는 처음부터 자기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분노한 한서윤은 반격을 시작했고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 8년간 쏟아부은 사랑까지 미련 없이 끊어 낸 한서윤은 강재진과 임세린이 한 걸음씩 파멸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돌아섰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한서윤을 묵묵히 지켜 온 미스터리한 거물, '키다리 아저씨'와 전격 재혼했다. 마침내 임세린의 본색이 드러나자, 강재진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재결합을 애원했다. “서윤아,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너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어. 제발 용서해 줘.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줘.” 하지만 한서윤은 덤덤하게 웃으며 살짝 불러온 배를 쓸어내렸다. 한서윤의 배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한서윤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묵묵히 한서윤의 곁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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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章

제1화

“대표님, 사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도우미의 보고를 받은 강재진은 2층 통유리창 너머로 별장 앞을 힐끗 내려다봤다.

늘씬한 몸매의 한서윤이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한서윤이 아래층에서 올라오자 누군가 큼직한 손을 뻗어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강재진이었다.

강재진은 관계를 나눌 때면 말수가 거의 없었다.

한서윤은 뜨겁게 달아오른 강재진의 품에 안겨 그의 불타는 체온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얼마 후, 뜨거웠던 열기가 차츰 가라앉았다.

한서윤은 한바탕 격정 넘쳤던 시간이 남긴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잔뜩 구겨져 엉망이 된 이불을 응시하다가, 덤덤히 몸을 일으켜 피임약을 꺼내 한 알 삼켰다.

그때, 강재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 갖고 싶다며? 내가 못 갖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

한서윤은 약을 삼킨 뒤 입을 열었다.

“잊었어? 당신 첫사랑 임세린이 우리 아이를 발로 차서 죽였을 때… 분명히 말했잖아. 당신이 임세린을 용서하고 합의서에 도장 찍는다면, 난 두 번 다시 당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서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5년 전, 한서윤은 강재진과 결혼하며 앞으로 평생 그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임신 7개월째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찾아온 임세린이 한서윤의 배를 무자비하게 걷어찼다.

그 여파로 한서윤은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

그러나 가장 큰 고통을 안긴 사람은 임세린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 강재진이었다.

강재진은 오히려 한서윤에게 넓은 마음으로 임세린을 용서하라고 요구했다.

한서윤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뱉었던 강재진의 그 말을 평생 잊지 못했다.

“세린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되지만, 세린이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어.”

‘세린이? 아주 다정하게도 부르네.’

임세린은 한서윤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죽인 장본인이었다.

그때, 한서윤은 사흘 내내 울다가 끝내 가슴에 맺힌 말을 쏟아냈다.

“난 평생 용서 못 해. 내 아이를 걷어차 죽인 사람을 위해 합의서에 서명할 수 없어. 난 임세린이 너무 미워.”

하지만 한서윤이 강재진 앞에서 아무리 울부짖으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버텨도, 강재진은 끝내 한서윤을 대신해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때, 강재진의 목소리가 한서윤의 귓가에 울렸다.

“이미 다 지난 일이잖아. 아이도 하나 입양했는데, 지난 일은 왜 또 들먹여?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마.”

강재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곧이어 한서윤을 달래려는 듯 손을 뻗어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아이 낳기 싫으면 낳지 마. 네 마음대로 해.”

말을 마친 강재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

한서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부터 살펴보려 했지만, 강재진이 막아서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한서윤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놀이방으로 향했다. 놀이방으로 가던 길에 도우미와 마주쳤다.

“하준이는요?”

한서윤이 곧바로 물었다.

“자고 있어요.”

놀이방에 들어가 보니 강하준은 잠옷 차림이었지만 아직 잠들지 않은 듯했다.

아이는 작은 탁자 앞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는 데 정신이 팔려, 방 안에 사람이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준아?”

강하준은 한서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급히 화면을 눌러 영상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서윤은 다가가 강하준을 품에 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강하준은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저리 가요! 가짜 엄마는 싫어요!”

한서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곧이어 이유를 알 수 없는 서글픔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다.

강하준이 한서윤이 낳은 아이가 아닌 건 사실이었지만, 한서윤은 줄곧 친자식처럼 키웠고 입양 사실도 단 한 번도 알려 준 적이 없었다.

집을 비운 건 고작 보름뿐인데 강하준이 갑자기 한서윤을 가짜 엄마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토록 거부하며 싫다고 말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한서윤은 아이를 내려놓았다.

“엄마는 오랫동안 하준이를 못 봐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하지만 아무리 달래며 설명해도 강하준은 계속 울며 떼를 썼다.

이윽고 한서윤이 놀이방을 나간 뒤에야 겨우 진정됐다.

한서윤은 이제 겨우 다섯 살인 강하준이 휴대전화에 중독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방을 나서며 기기도 함께 챙겼다.

잠시 후,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강하준이 영상 통화를 나눈 상대는 ‘세린 이모’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계정이었다.

한서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지만, 이내 어린이집에 새로 온 선생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임세린일 가능성을 애써 부정했다.

놀이방 문을 닫자마자 무언가 떠오른 한서윤은 도우미에게 물었다.

“요즘 하준이 어린이집에 새로 오신 여자 선생님이 있나요?”

도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침실로 돌아온 한서윤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장 싫어하고 증오하는 사람의 이름이 대체 어떻게 아이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인지 의문만 깊어졌다.

‘세린 이모는 대체 누구지?’

한서윤은 강재진의 휴대전화를 홱 집어 들었다.

그때 알림창에 떠 있는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재진 오빠, 오빠와 함께 하준이 곁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목구멍이 바짝 조여 들었고 휴대전화를 움켜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지만, 한서윤은 애써 담담한 척 그대로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강재진과 임세린의 카톡 대화창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5년 전, 임세린은 두 사람의 아이를 걷어차 죽였다.

한서윤은 강재진이 임세린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채팅 기록 속에서 강하준을 언급할 때마다 보인 임세린의 다정한 말투였다.

마치 강하준이 임세린과 강재진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도 되는 것만 같았다.

한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손에 쥔 휴대전화 화면 위로 떨어졌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분노와 굴욕감, 고통이 거센 파도처럼 한꺼번에 가슴을 덮쳐 왔다.

‘5년 전 내가 아이를 잃었던 것도... 전부 임세린이 혼외자를 우리 집에 들이기 위해 강재진과 미리 입을 맞추고 꾸민 일이었다는 거야?’

당시 한서윤은 아이를 잃고 극도로 무너진 상태였기에 강하준을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저 바보처럼 이용당한 채 임세린과 강재진의 뜻대로 놀아나고 있었던 셈이었다.

카톡 대화를 증거로 남기려던 순간,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강재진이 욕실에서 나왔다.

한서윤은 이미 강재진의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였지만,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극심한 슬픔에 온몸이 경련하듯 떨려,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다.

강재진은 눈을 내리깔고 한서윤을 바라봤다.

한서윤의 처참한 모습을 본 순간, 조금 전까지 품고 있던 욕정도 흔적 없이 식어 버렸다.

“우리 아이 기일이 언제인지 기억해?”

한서윤이 묻자, 강재진은 이번에도 냉담하게 말했다.

“감정이 너무 격해진 것 같네. 혼자 좀 진정해. 내일 얘기하자.”

말을 마친 강재진은 휴대전화와 침대 위에 놓인 잠옷을 챙겨 들고 침실을 나갔다.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강재진은 잠자리를 가질 때를 제외하면 늘 한서윤에게 냉담하고 무심했다.

언제나 거리를 둔 채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나뿐인 아이의 기일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반면 임세린에게는 귀찮은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물어도 빠짐없이 대답해 주었으며 언제나 너그럽고 인내심이 넘쳤다.

한서윤은 진작 이런 차별에 익숙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결혼을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이혼할 때가 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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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章節
제1화
“대표님, 사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도우미의 보고를 받은 강재진은 2층 통유리창 너머로 별장 앞을 힐끗 내려다봤다.늘씬한 몸매의 한서윤이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한서윤이 아래층에서 올라오자 누군가 큼직한 손을 뻗어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강재진이었다.강재진은 관계를 나눌 때면 말수가 거의 없었다.한서윤은 뜨겁게 달아오른 강재진의 품에 안겨 그의 불타는 체온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얼마 후, 뜨거웠던 열기가 차츰 가라앉았다.한서윤은 한바탕 격정 넘쳤던 시간이 남긴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잔뜩 구겨져 엉망이 된 이불을 응시하다가, 덤덤히 몸을 일으켜 피임약을 꺼내 한 알 삼켰다.그때, 강재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 갖고 싶다며? 내가 못 갖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한서윤은 약을 삼킨 뒤 입을 열었다.“잊었어? 당신 첫사랑 임세린이 우리 아이를 발로 차서 죽였을 때… 분명히 말했잖아. 당신이 임세린을 용서하고 합의서에 도장 찍는다면, 난 두 번 다시 당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한서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5년 전, 한서윤은 강재진과 결혼하며 앞으로 평생 그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 믿었다.하지만 임신 7개월째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찾아온 임세린이 한서윤의 배를 무자비하게 걷어찼다.그 여파로 한서윤은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그러나 가장 큰 고통을 안긴 사람은 임세린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 강재진이었다.강재진은 오히려 한서윤에게 넓은 마음으로 임세린을 용서하라고 요구했다.한서윤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뱉었던 강재진의 그 말을 평생 잊지 못했다.“세린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되지만, 세린이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어.”‘세린이? 아주 다정하게도 부르네.’임세린은 한서윤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죽인 장본인이었다.그때, 한서윤은 사흘 내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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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한서윤은 침대에 멍하니 앉아 꼬박 밤을 새웠다. 마음은 텅 빈 듯 허무했고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다.돌이켜 본 인생은 한 편의 우스운 희극이나 다름없었다.한서윤은 허탈하게 웃었다.결혼 생활 5년까지 합치면 강재진을 사랑한 세월은 벌써 8년이었다.대학 시절 강재진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한서윤은 강재진과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씨 가문은 지역 최고의 재벌가였지만 한서윤은 부모를 모두 잃은 고아에 불과했으니까.한서윤은 강재진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마침내 강재진의 눈에 띄었다.대학 시절부터 컴퓨터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한서윤이 직접 만든 미니게임은 교내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특허권을 사겠다고 나섰다.한서윤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특허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강재진을 돕는 길을 선택했다.당시 강재진은 이미 재성 그룹 산하 재성게임즈에 입사한 상태였다.만약 사촌 형제들보다 먼저 성과를 내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한서윤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터였다.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서도 강재진은 한서윤을 사랑할 생각이 없었다.한서윤은 노력하기만 하면 언젠가 강재진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한서윤의 기대를 번번이 처참하게 무너뜨렸다.‘이제 정신 차려야 해. 강재진과 이혼할 거야!’한서윤은 씻으려고 몸을 일으켰지만 밤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탓에 다리가 굳어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한서윤은 비틀거리며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쉬려 했다. 하지만 눈을 감은 순간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5시였다.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고 누구도 한서윤을 찾지 않았다.남편도 아이도, 아무도 한서윤이 필요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한서윤은 휴대전화를 들어 정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채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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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서윤의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파져 왔다.카톡에서 임세린이 강하준을 연신 아들이라고 부르는 내용을 보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스스로를 속일 수 있었다.정채원에게 세 사람이 친부모와 자식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봤다는 말을 듣고도, 그저 임세린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할 뿐이라고 스스로를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눈앞에서 강재진이 직접 인정해 버렸다.한서윤은 바르르 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눈물은 좀처럼 멎지 않았다.“강재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임세린이 우리 아이를 걷어차 죽였다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임세린과 아이까지 낳을 수 있어?”강재진은 오만하게 경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경고했잖아. 그 일은 다시 꺼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다 지난 일이야. 세린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임세린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아니, 분명히 일부러 한 짓이었어. 내가 당신 아내인데 왜 내 말은 믿지 않는 거야? 아직도 임세린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하는 말만 믿는 거야?”한서윤은 목에 핏대가 설 만큼 격앙됐다.강재진과의 결혼 생활은 한서윤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안겨줬다.아이를 잃은 뒤 남편이 일방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한 일로 깊은 배신감을 홀로 견뎌야 했지만, 겨우 마음을 추스르자마자 또다시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 덮쳐 왔다.‘강재진과 임세린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 작정이었던 걸까?’“좋아, 그 일은 더 따지지 않을게. 그런데 임세린과 낳은 아이를 집에 들인 건 무슨 뜻이야? 내가 정말 멍청이로 보였어? 강재진, 나 한서윤은 바보가 아니야!”악에 받친 한서윤은 목이 터지도록 울부짖으며 따져 물었다.강재진은 차갑고 무심하게 한서윤을 흘깃 바라봤다.“너를 배려해서 하준이를 입양한 거야. 아이는 죄가 없어. 하준이를 네 아이로 생각하면 되잖아. 아이를 낳기 싫다면 하준이나 잘 돌봐.”한서윤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계략이자 음모였어. 이제 와서 어떻게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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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아주머니, 무슨 일이에요?”한서윤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다이닝룸에 들어서자, 식탁에는 강재진과 강하준뿐만 아니라 여자 한 명이 더 앉아 있었다.바로 임세린이었다.한서윤은 그제야 박미숙이 안절부절못했던 이유를 알아챘다.박미숙은 강재진이 고용한 도우미였지만 한서윤과 오랜 세월 함께 지내며 서로 정이 깊이 들었다.한서윤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기에 어머니 또래인 박미숙을 늘 어른으로 존중했다.박미숙도 그런 한서윤을 살뜰히 챙겼다.특히 유산한 뒤에는 매일 보양식을 마련하며 한서윤의 컨디션 회복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박미숙은 임세린 때문에 한서윤이 유산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갑자기 돌아온 한서윤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한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임세린의 옆에 앉은 강하준은 작은 손으로 임세린의 옷자락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한서윤이 나타나자, 강하준은 속으로 엄마라고 부르기조차 싫었다.하지만 임세린은 강재진이 보는 앞에서 계속 한서윤을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두었던 터였다.만약 ‘엄마’라고 부르지 않으면 ‘가짜 엄마’가 속상해할 거라고 말해 두기까지 했다.강재진도 같은 말을 했었기에 강하준은 어쩔 수 없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엄마, 여긴 왜 왔어요? 아빠랑 하준이가 세린 이모랑 지내는 게 싫어서 방해하려는 건 아니죠?”한서윤의 가슴에 통증이 번져왔다.강하준은 한서윤이 몇 년 동안 온 정성을 다해 키우고 보살핀 아이였다.그런데 강하준은 한서윤이 돌아온 것을 보고 조금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서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임세린의 옷자락만 더욱 꼭 움켜쥐었다.임세린의 눈에는 조롱과 우월감이 번졌지만, 겉으로는 강하준을 달래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 하준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는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야. 하준이가 이모랑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가 막을 리 없잖아.”임세린이 한서윤을 향해 비웃듯 물었다.“그렇죠, 서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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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전 이만 일어나 볼게요. 세린 씨는 마저 맛있게 드세요.”한서윤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자 뒤에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윤 언니, 제가 뭐 기분 나쁘게 한 거라도 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막 귀국해서 당장 머물 곳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빠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뿐이에요. 언니가 싫다면 오늘이라도...”“됐어.”강재진이 말을 끊고 임세린을 달랬다.“세린아, 마음 쓰지 마. 신경 쓸 필요 없어.”한서윤은 강재진의 말뜻을 정확히 알아챘다.‘내가 불쾌해하든 말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는 뜻이겠지.’지금 이 자리에서 한서윤은 마치 불청객이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강재진과 임세린, 강하준이야말로 진짜 가족 같았다.‘괜찮아, 이 결혼은 이제 끝이니까.’침실로 돌아가자, 캐리어가 열려 있었다.박미숙은 한서윤이 피곤할까 봐 캐리어 속 짐을 꺼내 정리하던 중, 한서윤이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박미숙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황급히 내려놓았다.봉투를 열어 안에 든 내용을 본 것이 분명했다.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닫은 뒤, 박미숙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모님, 대표님과 이혼하시려고요? 그러시면 안 돼요!”“왜 안 돼요?”한서윤은 놀랄 만큼 담담했다.“아주머니가 보기에도 강재진과 임세린이 진짜 부부 같지 않아요? 하긴, 두 사람은 원래 한 쌍이었잖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데다 재벌가 도련님과 재벌가 아가씨라니, 얼마나 잘 어울려요.”한서윤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제가 갑자기 끼어들어 재성 그룹 사모 자리를 차지한 탓에... 저는 두 사람이 당당히 함께하지 못하게 막아선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도 둘은 몰래 만날 건 다 만나고 아이까지 낳았더라고요. 하하하...”담담하게 웃던 한서윤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더니, 끝내 눈물이 얼굴을 가득 뒤덮었다.가엾고도 우스운 꼴이었다.아무것도 몰랐던 박미숙은 큰 충격에 빠졌다.“사모님, 대표님과 임세린 씨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요?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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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한서윤은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한정숙 환자 보호자 맞으실까요? 중앙의료원입니다. 한정숙 환자의 상태가 오늘 갑자기 악화되어 조금 전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현재 임종이 임박한 상태입니다. 환자분께서 마지막으로 외손녀 내외분을 꼭 뵙고 싶어 하십니다. 더 늦으면 임종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뭐라고요?”한서윤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지만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거짓말 아니죠... 그럴 리 없어요!”수화기 너머의 간호사도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금 말씀드린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남편분과 최대한 빨리 와 주세요. 더 늦으면 정말 임종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아무리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한서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외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대... 이제 외할머니마저 잃게 되는 거야?”한정숙은 한서윤의 유일한 혈육이자 한서윤을 키워 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한서윤은 곧바로 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참을 새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얼굴을 적셨다.그러다 조금 전 통화에서 외할머니가 마지막으로 강재진도 함께 보고 싶어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한서윤은 목이 꽉 잠긴 채 강재진의 손을 붙잡았다.“나랑 같이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줄 수 있어?”한서윤이 유산한 뒤부터 한정숙은 외손녀 내외 사이에 깊은 금이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한서윤이 결혼할 당시, 한정숙은 손녀가 들떠 있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랐기에 기꺼이 결혼을 허락했다.이후 한서윤이 임신하자 몸보신하라며 토종닭도 여러 차례 보내 줬지만, 임세린 때문에 아이를 잃고 말았다.한서윤이 아이를 잃은 뒤 한정숙은 몹시 가슴 아파했지만, 이혼하면 손녀가 더욱 의지할 곳 없이 홀로 남을까 봐 다시 아이를 가질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한서윤은 자신을 가장 아끼는 외할머니가 결혼 생활을 걱정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만큼은 정말 강재진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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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정숙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바이탈 사인 모니터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한서윤은 벌떡 일어나 다급히 간호사를 불렀다.한정숙은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졌지만, 다시 문이 열렸을 때 한서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앙상하게 마른 한정숙의 몸을 덮은 새하얀 천뿐이었다.한서윤은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외할머니가 정말 이렇게 떠나 버렸다니...’울 힘조차 남지 않은 한서윤은 바닥을 짚고 조금씩 한정숙에게 기어갔다.“외할머니, 외할머니...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저 혼자 남겨 두지 마세요...”한서윤은 가까스로 병상까지 기어가 한정숙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무너져 처절하게 오열했다.곁에 있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부디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하지만 한서윤은 도저히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차갑게 식은 한정숙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하염없이 통곡하던 순간, 문득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오셨습니까?”곧이어 강재진의 목소리도 들렸다.“편안하게 가셨습니까? 많이 고통스러워하시지는 않았고요?”“네.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가셨습니다.”“다행이군요. 제 아내가 마지막 인사를 충분히 드릴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더 주세요.”말만 들으면 더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손녀사위였다.실제로 한서윤이 병원에 남아 한정숙의 유품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간호사들은 강재진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들었어요? 돌아가신 어르신 말이에요. 재성 그룹 사모님 외할머니라던데요?”“어쩐지 병실이 최고급이더라. 강 대표가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입원한 뒤로 지금까지 몇억은 족히 들었을걸? 쓰는 건 죄다 최고급이라던데.”“강 대표님은 돈도 많고 처가 식구까지 저렇게 챙기는데,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잖아요. 저런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만날 수 있는 거죠. 사모님 얼굴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지 않아요?”“수준 차이가 크게 난다던데. 그래서 강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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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조금 전, 한서윤은 강하준을 때리지 않았다.임세린이 강하준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시켰으리라는 건 대강 짐작이 갔다.한서윤은 침대 옆 협탁 위에 어렵게 맞춰 놓은 한정숙의 사진을 가리켰다.“하준이가 내 소중한 사진을 이렇게 찢어 놨어.”강재진은 한동안 사진을 바라봤다.‘이미 장례까지 치른 고인의 사진을 다시 꺼내 놓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하면 분명 또 화를 내며 소란을 피울지도 몰라.’강재진은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그렇게 소중한 사진이면 잘 보관했어야지. 하준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거니까 너한테도 책임은 있어.”강재진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가족에 대한 애정 자체가 거의 없었다.그 태도는 한서윤의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강재진의 아버지인 강인호는 재벌가에서 소문난 난봉꾼이었다. 강인호와 놀아난 모습이 영상으로 남은 젊은 모델만 해도 이백 명이 넘었다.강재진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외도를 직접 목격하며 자랐다.강재진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도로 조울증을 앓게 된 뒤 종종 어린 아들을 차갑게 외면하며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그러다 완전히 무너진 뒤로는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가족의 따뜻함을 거의 느껴 보지 못한 강재진은 한서윤이 말했던 ‘임종을 지키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애초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심지어 강하준을 가르치고 키우는 일조차 예전부터 한서윤이 혼자 도맡아 왔다.한서윤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강하준을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모든 걸 받아 줬고 남편에게도 너무 순종해 왔다는 사실을.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은 이상, 이제는 미련 없이 손을 놓아야 했다.한정숙의 마지막 당부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서윤아, 미련 없이 놓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렴.”이제는 정말 손을 놓을 때였다.한서윤은 사진 조각을 원래 모습대로 조심스럽게 맞춘 뒤 코팅해 여행 가방 가장 안쪽에 넣었다. 그곳은 무엇보다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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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드레스룸 한가운데 진열된 웨딩드레스가 한서윤의 시선을 붙잡았다.그리 화려한 드레스는 아니었다. 신랑 측 친척 몇 명만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에서 단 한 번 입었던 웨딩드레스였다.예전에는 세상 무엇보다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벽 한 면을 통째로 비워 투명한 유리 진열장을 설치하고 마네킹에 웨딩드레스를 입혀 고이 보관했다.웨딩드레스를 바라보고 있자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떠올랐다.웨딩드레스를 입었던 날, 한서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강재진과 백년해로할 미래를 꿈꿨다.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온몸을 뒤덮은 상처와 가슴 가득 쌓인 서러움뿐이었다.한서윤은 유리장을 열고 미련 어린 손길로 새하얗고 티 하나 없는 자수 웨딩드레스를 어루만졌다.하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결혼에 더는 미련을 둘 이유가 없었다. 한서윤은 결국 웨딩드레스마저 버리기로 마음먹었다.이튿날 아침, 한서윤이 안방에서 나오자, 강재진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임세린은 강하준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다.한서윤은 임세린을 바라봤다.임세린은 얇은 끈나시 하나만 걸친 채 목에 선명한 붉은 키스 마크를 드러내고 있었다.차림새만 보면 막 잠자리에서 나온 듯했지만, 새하얀 얼굴에는 발그레한 혈색이 돌았고 메이크업도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다.머리카락도 헤어스프레이로 고정해 한 올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앳되면서도 요염한 인상에, 드러난 팔과 귀, 목을 장식한 화려한 보석까지 더해져 한층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그 눈매 깊숙한 곳에는 경멸이 어려 있었다. 마치 한서윤 따위는 강재진을 두고 자신과 다툴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한서윤은 무심히 시선을 거두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한서윤의 몫은 아예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임세린은 그 모습을 보고 한두 숟갈 뜨다 만 수프를 한서윤 앞으로 밀어 놓았다.“언니, 저는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먹고 싶지 않았는데 재진 오빠가 꼭 챙겨 먹어야 한다면서 주방에 따로 부탁했더라고요. 몸이 약하니까 잘 먹어야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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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임세린이 아프면 밤새 곁을 지키며 정성껏 돌봐주면서, 나한테는...’한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플 때는커녕 유산했을 때조차 강재진은 그렇게 돌봐준 적이 없었다.예전에는 강재진이 누구에게나 무심한 사람이라 아픈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사실 진작 깨달아야 했다.‘강재진은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게 아니었어. 나를 돌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지. 내가 소중하지 않았으니까.’한서윤은 빵을 억지로 몇 입 더 삼키며 겨우 허기를 달랬다.차갑고 퍽퍽한 빵은 아무리 씹어도 목을 넘어갈 때마다 쓴맛만 남겼다.강하준은 임세린 옆에 앉아 환심을 사려는 듯 진주 팔찌 하나를 꺼냈다.“세린 이모, 이거 이모 드릴게요.”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한서윤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한서윤은 그 진주 팔찌를 알고 있었다.한서윤과 강하준이 외국 여행을 갔을 때 현지에서 함께 고른 진주로 만든 팔찌였다. 흰색과 금색, 보라색, 검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웠다.강하준이 정성껏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선물하겠다고 했을 때, 한서윤은 당연히 자신에게 줄 거라고 믿었다.그래서 아이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까지 사주며 팔찌를 완성해 선물해 줄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그렇게 완성한 진주 팔찌는 결국 한서윤이 보는 앞에서 임세린에게 건네졌다.한서윤의 마음은 그 순간 산산조각 났다.한서윤은 이미 협의이혼신청서에 강하준의 양육권을 자진해서 포기하겠다고 적어 두었다.게다가 강하준은 애초에 강재진과 임세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그렇기에 한서윤과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었다.그렇다고 해도 한서윤은 오랜 세월 직접 강하준을 키워 왔다.한서윤에게도 강하준을 향한 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하지만 강하준은 거듭 한서윤을 외면하고 상처를 줬다.한서윤은 임세린이 여러 명품 팔찌를 겹쳐 찬 손목에 강하준이 만든 팔찌까지 걸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애초에 임세린은 진주 팔찌 하나가 아쉬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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