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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Capítulo 1 - Capítulo 9

9 Capítulos

제1화

“부인, 오늘은 어찌 이리도 조용한 게요?”아버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듯 물었다.“내가 천영에게 이씨 가문의 옛 저택을 내준 것이 못마땅한 게요?”어머니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소첩은 이씨 가문의 여식이니, 마땅히 일족과 같은 죄를 받아야 합니다.”“자가께서 저희 가문이 적과 내통한 사실을 밝혀내셨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소첩까지 함께 허리를 베어 죽이지 않으셨습니까?”아버지는 당황한 얼굴로 어머니의 차디찬 손끝을 덥석 움켜쥐었다.“내가 온갖 애를 써서 부인과 소윤이를 살려 두었거늘, 정녕 이런 식으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야 속이 시원한 게요?”어머니는 아버지가 손을 붙잡도록 내버려두었지만, 그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다.[쯧쯧, 이 대군이야말로 천하의 몹쓸 사내네. 완전 나쁜 남자 표본이야.][처가 식구들을 몰살해 놓고, 이제는 장인이 남긴 암위영패까지 빼앗아서 첩년을 지켜주겠다고 하네.]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부인, 부인이 아직 이씨 가문의 암위영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천영이가 이씨 가문의 죄를 고발한 일로 세간의 손가락질을 적잖이 받고 있소.”“워낙 마음이 여린 아이이니, 그 패를 내어 천영이가 몸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게 어떻겠소?”기둥 뒤에 숨어 있던 나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아버지는 처가 식구들을 모조리 짓밟으면서까지 그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어머니에게 남은 마지막 암위영패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나는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아버지에게 따져 물으려던 그때, 어머니의 시선이 내 쪽으로 스쳤다.이에 나는 그대로 발을 멈췄다.어머니는 품속 깊이 지니고 있던 영패를 풀어 탁자 위에 툭 던졌다.아버지는 어머니가 이토록 순순히 내놓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그 눈에 순간적으로 찔린 기색이 스쳤다.“걱정하지 마시오. 천영이의 마음이 진정되면 이씨 가문의 옛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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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침상 가장자리에 엎드려 어머니의 살짝 찌푸려진 미간을 바라보다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예전만 해도 우리 네 식구는 분명 도성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가족이었다.봄이면 아버지는 직접 오라버니에게 검을 휘두르는 법을 가르쳤고, 나를 널찍한 어깨 위에 태워서 가장 탐스럽게 핀 목련꽃을 따주곤 했다.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꼭 감싸 쥐고 하늘에 맹세한 적도 있었다. 이 생에서는 오직 어머니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우리 세 식구를 평생 무탈하게 지켜주겠다고.하지만 아버지가 이씨 가문에서 자란 임천영을 저택으로 데려온 뒤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바깥사람들은 모두 임천영이 이씨 가문의 먼 친척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씨 가문 사람들과 아버지만은 임천영이 과거 역모의 대죄를 저지른 죄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한때 마음이 약해진 외할아버지가 멸문지화를 당할 위험까지 무릅쓰고, 임천영의 신분을 숨긴 채 이씨 가문의 후원에서 길러준 것이었다.아버지가 임천영을 저택으로 데려온 뒤, 그 마음은 완전히 임천영에게 기울었다.그때 대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난 그만 생각에서 빠져나왔다.내 오라버니인 서훈영이 나인들을 거느리고 우리가 묵고 있는 처소로 들이닥쳤다.서훈영은 한눈에 내 목에 걸린 백옥 노리개를 발견했다.“어머니께서 요즘 이씨 가문의 역모 사건 때문에 매우 놀라 밤마다 악몽을 꾸신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 옥을 가져다드리면 놀란 마음을 달래는 데 좋을 것 같구나!”서훈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뻗어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백옥 노리개를 움켜쥔 채 서훈영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이건 외할아버지가 남기신 유일한 유품입니다! 오라버니도 외할아버지가 품에 안아 키우셨잖습니까? 어떻게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원수에게 가져다줄 수 있습니까!”서훈영이 발을 들어 내 가슴팍을 세차게 걷어찼다.“내 어머니는 임자 천자에 영자를 쓰는 분 한 분뿐이다!”“이씨 가문은 적과 내통해 왕실을 배신했으니 모조리 죽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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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러자 아버지는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눈이 벌게진 채 다시 돌아왔다.그때 어머니는 내가 막 탕약을 먹인 뒤라 겨우 눈을 뜬 상태였다.아버지는 어머니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끌다시피 하면서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부인! 어찌하여 아직도 집안에 천영이 죄인의 딸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오!”서 있을 힘조차 없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끄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본채 안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어의들이 핏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임천영은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침상에 누워 있었고, 손목에는 두꺼운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임천영 연기 한번 잘하네. 이화란을 완전히 죽이려고 자기 목숨 절반까지 내놓을 작정이잖아.][악역아, 얼른 떠나자.]어머니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임천영은 곧바로 몸부림치며 침상에서 내려왔다.그거고는 어머니에게 머리를 조아리려는 시늉까지 했다.“부인, 제발 소첩을 놓아주세요! 어찌하여 소인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시는 겁니까!”아버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곧장 달려가 임천영을 품에 꼭 안고 달랬다.그리고 서훈영이 어머니 앞으로 달려들더니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 천한 여편네가 사람을 시켜 사방에 소문을 퍼뜨렸겠지! 그래서 내 어머니께서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신 게지!”가뜩이나 쇠약했던 어머니는 그 일격에 바닥으로 세차게 쓰러졌다.나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서훈영의 종아리를 힘껏 깨물었다.서훈영은 비명을 지르면서 발을 들더니 내 가슴을 세차게 걷어찼다.걷어차여 나가떨어진 나는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고, 입에서 피를 울컥 토해냈다.그러나 아버지는 우리 모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저 임천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기만 했다.그때 호위대장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대군 자가께 아룁니다. 소문을 퍼뜨린 자들을 붙잡았습니다.”그제야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는 이를 악문 채 명했다.“끌고 들어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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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 날 정오, 서훈영은 내 옷깃을 움켜쥐고 나를 궁문 앞까지 질질 끌고 갔다.궁문 밖에는 이미 백성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었다.사람들은 격분해 있었고 욕설이 만무했다.내 어머니는 그 순간 남루한 옷차림으로 바닥에 가득 깔린 날카로운 사기 조각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린 탓에 어머니의 이마는 이미 피와 살이 뒤엉켜 있었다.썩은 채소잎과 상한 달걀, 날카로운 돌멩이가 사정없이 어머니의 머리와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어머니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무감각하게 모든 것을 견뎠다.입으로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이씨 가문은 온 집안이 역모를 꾀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소첩은 죄인의 딸이라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으니, 정실부인 자리를 내려놓고 스스로 첩이 되겠습니다.”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어머니에게 달려간 나는 사람들을 막고 그만 던지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하지만 서훈영이 내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서훈영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이토록 치욕스러운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조금도 가슴 아파하지 않았다.오히려 원수라도 갚은 듯 통쾌해하는 얼굴이었다.아버지는 임천영을 품에 안은 채 천천히 궁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그리고 도성의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선언했다.“이씨 부인은 질투심이 지독한 데다가, 그 아비와 형제들은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신하였다. 오늘부로 이씨 부인은 첩으로 내리고 임씨 부인을 정실로 올릴 것이다!”[미쳤다! 그냥 저 못된 남자랑 못된 여자 둘이 평생 붙어 살아라! 이화란은 얼른 도망쳐!]어머니는 세차게 머리를 조아리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대군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는 하인들에게 어머니와 나를 방으로 돌려보내라 명했다.우리가 막 처소로 돌아오자 임천영과 서훈영도 뒤따라 들어왔다.임천영은 입과 코를 가린 채 몸을 흔들어가며 웃었다.“부인, 대군 전하께서 이미 이씨 가문 72명의 수급을 성벽에 걸어 백성들에게 보이라 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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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부인!”아버지는 미친 듯이 달려가 힘없이 늘어진 어머니의 시신을 품에 끌어안았다.아버지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려 했지만, 닦으면 닦을수록 얼굴은 더욱 피로 얼룩졌다.“부인. 아니 화란아, 눈을 뜨고 나를 좀 보거라. 네가 죽기를 바란 게 아니라 그저 네가 한 번만 고개를 숙이길 바랐을 뿐이었다.”서훈영도 넋을 잃었다.남자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입술을 떨며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어머니. 어머니께서 어찌...”바로 그때, 내 머릿속에서 새하얀 빛이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차갑고 기계적인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시스템 연동 성공. 숙주 서소윤. 이전 숙주 이화란이 공략 실패 후 남긴 에너지를 계승하여, 현재 복수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순간 내 온몸이 흠칫 떨리더니 눈앞에는 다시 금빛 글귀들이 쉴 새 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아아아악! 이화란이 죽었어! 시스템이 옮겨갔어!][소윤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잠깐만, 다들 대군이랑 저 서훈영 표정 좀 봐!]나는 아버지와 서훈영을 바라보았다.아버지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동공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뭔가에 사정없이 찢기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리고 아버지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아니다. 과인이 어찌하여 이씨 가문을 멸문시킨 것이지?”“화란은 과인의 조강지처다. 근데 어찌 부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아버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그 눈에는 전에 없던 맑은 정신과 공포가 떠올랐다.“소윤아!”아버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내게 손을 뻗었다.그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소윤아, 네 어미가. 아니 내가 미쳤던 것이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서훈영도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생각났어. 외할아버지가 내게 활쏘기를 가르쳐주셨고, 외숙부가 내게 연을 만들어 주셨는데...”“내가 왜 누이에게 손을 댔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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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두 시녀에게 양팔이 붙들린 채 방 안으로 내던져졌다.머릿속에서는 시스템의 글귀가 미친 듯이 쏟아져 올라왔다.[혹시 눈치챈 사람 없어? 이야기가 조금씩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데.][소윤아, 조금만 버텨! 임천영의 주인공 버프만 사라지면 저 인간들도 정신을 차릴 수 있어!][시스템아, 소윤이한테도 특별한 능력 좀 줘!]시스템의 차가운 음성이 울렸다.[복수 시스템 활성화 중.][기능 1: 이야기의 허점 탐색. 원작 이야기의 취약점을 찾아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기능 2: 버프 박탈. 증거가 충분히 쌓이면 임천영의 여주인공 버프를 강제로 박탈할 수 있습니다.]일주일이 흘러 나는 마침내 선한각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임천영이 사람을 보내 전한 말이었다.바로 본채로 가서 문안 인사를 올리라는 것이었다.나는 수수한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눈을 내리깐 채 고분고분 본채로 들어갔다.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상석에 앉아 있는 임천영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가득했다.서훈영은 임천영의 곁에서 포도 껍질을 벗겨주고 있었다.아버지는 반대편에 앉아 공문서를 훑어보다가 이따금 임천영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에는 총애가 가득했다.“어머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하자, 임천영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네 친어미가 떠난 지도 벌써 여러 날이라 그런지, 얼굴에 살이 오르고 혈색도 좋아졌구나. 보아하니 부인이 그립지는 않은 모양이구나.”서훈영이 차갑게 웃었다.“저렇게 냉혈한 아이가 누굴 그리워하겠습니까?”“어머니도 속지 마세요. 저건 그저 어머니께 보여주려고 저러는 겁니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내 턱을 들어 올렸다.“듣자 하니 아직 이씨 가문의 깨진 옥을 가지고 있다지? 내놓거라. 역적의 물건이니 가지고 있어 봐야 재수만 없을 뿐이다.”“예.”나는 떨리는 손으로 깨진 옥 조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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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마음속에서 치솟는 기쁨을 억누르고 찻상을 든 채 조씨 부인에게 다가갔다.“부인, 차 한잔 올리겠습니다.”찻잔을 받아 들며 나를 올려다보던 조씨 부인의 눈에는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나는 차를 건네는 척하며 조씨 부인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갔다.“부인, 이씨 노부인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부인께 뭔가를 맡기신 적이 있습니까?”조씨 부인의 손이 떨리며 찻물이 몇 방울 튀었다.이에 조씨 부인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낮췄다.“아가씨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소인, 이화연 부인의 딸입니다.”조씨 부인의 동공이 순간 크게 수축되었다.좌우를 둘러보던 조씨 부인은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재빨리 소매 속에서 서신 한 통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잘 간직하세요. 이씨 집안 노부인께서 목숨을 걸고 밖으로 빼돌린 것입니다. 이씨 가문에 변고가 생기면 이 서신을 왕께 올리라고 하셨습니다.”나는 온몸을 떨며 서신을 소매 속에 감췄다.연회가 끝난 뒤, 나는 선한각으로 숨어들어 떨리는 손으로 서신을 펼쳤다.서신에는 임천영의 죄를 입증하는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임천영이 어떻게 전 왕조의 잔당과 은밀히 연락했는지, 어떻게 이씨 가문을 모함할 계략을 꾸몄는지도 아주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게다가 어떻게 섭정왕인 대군의 권세를 이용해 세력을 키웠는지도 적혀 있었다.하나하나가 모두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였다.나는 서신을 꽉 움켜쥐었고, 눈에는 살의가 들끓었다.다음 날, 나는 문안 인사를 올리는 척 본채로 향했다.임천영은 거울 앞에서 단장하고 있었고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소윤아, 오늘은 제법 일찍 왔구나.”나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했다.“오늘 별채에 가실 예정이십니까? 듣기로 그곳의 경치가 아주 좋다고 하여, 외할아버지께 향이라도 올리고 싶습니다.”임천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아직도 이씨 가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냐?”“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그저 찾아가 제사를 올리고 조금이나마 효성을 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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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눈이 부실 만큼 새하얀 빛이 머릿속에서 터져 나왔다.온몸이 세차게 떨렸고, 나는 혀끝을 깨물고 가까스로 정신을 붙든 채 몸을 일으켰다.“정녕...”나는 피 섞인 침을 한 모금 뱉어내며 처연하게 웃었다.“정녕 이겼다고 생각하십니까?”임천영이 냉소했다.“아니란 말이더냐?”바로 그때, 뜰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소란을 들은 아버지가 서훈영을 데리고 성큼성큼 목간으로 들어왔다.“멈춰라! 대체 무슨 소란이냐?”아버지가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아버지가 나타난 것을 본 순간, 임천영의 눈에 번뜩이는 기색이 스쳤다.임천영은 곧바로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비틀거리듯 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들더니 눈물을 금세 흘렸다.“대군 자가. 소윤이가 물건을 훔쳤습니다. 소첩은 그저 조금 훈계하려 했을 뿐인데, 소윤이가 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습니다.”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시스템이 임천영의 여주인공 버프를 박탈하기 시작한 틈을 타, 알고 있던 사실들을 순식간에 쏟아냈다.“현재 대군부인이신 임씨 부인의 생모는 전 왕조 역당의 잔당인 임씨 집안의 딸입니다!”“부인이 사저에 들어온 목적은 섭정왕인 아버지의 권세를 빌려 전 왕조의 재건을 도모하려는 것이었습니다!”“이씨 가문을 모함한 것도 부인의 신분을 아는 사람들을 확실하게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부인은 서북의 잔당들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 서신들은 부인 방에 있는 비밀 공간에 숨겼을 겁니다!”아버지의 몸이 크게 떨리더니, 미간을 깊이 찌푸린 채 이 끔찍한 사실들을 애써 받아들이려는 듯했다.임천영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지금까지 자신의 지위를 지켜주고 사람의 마음을 손쉽게 조종할 수 있게 해주었던 신비한 힘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경고! 임천영의 여주인공 버프를 강제로 박탈하고 있습니다. 진행률 30%...60%...]임천영은 완전히 당황했다.아버지의 소매를 움켜쥐고 마지막 남은 버프의 힘을 이용해 다시 아버지의 정신을 조종하려고 했다.“대군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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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버지와 서훈영은 옥에 갇혀 있었다.불과 사흘 만에, 한때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던 섭정왕이었던 대군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세고 산송장처럼 앙상해져 있었다.두 사람은 창살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에는 정신을 차린 뒤의 절망과 고통이 가득했다.“소윤아.”창살을 꽉 움켜쥔 아버지 손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이 아비가, 이 아비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네 어미는? 부인은 어디 있느냐? 이 아비가 가서 사죄해야 한다. 목숨으로 네 어미에게 갚을 것이다.”나는 차가운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버지가 직접 죽음으로 몰아넣으셨잖습니까? 벌써 잊으신 겁니까?”아버지의 온몸이 크게 떨렸다.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주저앉은 아버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머리를 벽에 찧었다.“내가 미쳤던 게야. 정말 미쳤던 게야!”“부인. 화란아...”서훈영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고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소윤아. 나는 금수만도 못해. 사람도 아닌 게지.”나는 아무런 표정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으나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두 분은 미친 게 아닙니다. 그저 임씨의 여주인공 버프에 조종당했을 뿐입니다.”“그 버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임씨를 편들고, 임씨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게 됩니다.”“이제 임씨가 버프를 잃었으니 두 분도 자연히 정신을 차린 겁니다.”아버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텅 비어 있던 두 눈에 더없이 비굴한 희망이 갑자기 피어올랐다.“그렇다면 내가 조종당했던 것이구나.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단 말이구나!”“소윤아, 네 어미도 내가 그 요녀에게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혹시. 혹시 나를 용서해 주지 않겠느냐?”나는 자신을 속이려 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아닐 겁니다. 어머니는 이미 이 세계를 떠나셨습니다.”“떠나시기 전에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아버지를 구한 것과 아버지를 연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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