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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삼칠이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침상 가장자리에 엎드려 어머니의 살짝 찌푸려진 미간을 바라보다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예전만 해도 우리 네 식구는 분명 도성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가족이었다.

봄이면 아버지는 직접 오라버니에게 검을 휘두르는 법을 가르쳤고, 나를 널찍한 어깨 위에 태워서 가장 탐스럽게 핀 목련꽃을 따주곤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꼭 감싸 쥐고 하늘에 맹세한 적도 있었다.

이 생에서는 오직 어머니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우리 세 식구를 평생 무탈하게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이씨 가문에서 자란 임천영을 저택으로 데려온 뒤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바깥사람들은 모두 임천영이 이씨 가문의 먼 친척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씨 가문 사람들과 아버지만은 임천영이 과거 역모의 대죄를 저지른 죄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때 마음이 약해진 외할아버지가 멸문지화를 당할 위험까지 무릅쓰고, 임천영의 신분을 숨긴 채 이씨 가문의 후원에서 길러준 것이었다.

아버지가 임천영을 저택으로 데려온 뒤, 그 마음은 완전히 임천영에게 기울었다.

그때 대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난 그만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내 오라버니인 서훈영이 나인들을 거느리고 우리가 묵고 있는 처소로 들이닥쳤다.

서훈영은 한눈에 내 목에 걸린 백옥 노리개를 발견했다.

“어머니께서 요즘 이씨 가문의 역모 사건 때문에 매우 놀라 밤마다 악몽을 꾸신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 옥을 가져다드리면 놀란 마음을 달래는 데 좋을 것 같구나!”

서훈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뻗어 빼앗으려고 했다.

나는 백옥 노리개를 움켜쥔 채 서훈영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이건 외할아버지가 남기신 유일한 유품입니다! 오라버니도 외할아버지가 품에 안아 키우셨잖습니까? 어떻게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원수에게 가져다줄 수 있습니까!”

서훈영이 발을 들어 내 가슴팍을 세차게 걷어찼다.

“내 어머니는 임자 천자에 영자를 쓰는 분 한 분뿐이다!”

“이씨 가문은 적과 내통해 왕실을 배신했으니 모조리 죽어도 싸다! 그러니 어서 물건을 내놓거라!”

소란을 들은 어머니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곧 어머니의 몸이 한차례 휘청거렸다.

[이 배은망덕한 놈 정말 대단하구나. 못된 아비가 하는 짓을 그대로 배웠어.]

[애비가 임천영에게 설설 기니까 아들도 똑같이 따라 하네. 외할아버지 목숨은 안중에 없잖아.]

어머니는 문설주를 짚고 천천히 섬돌을 내려왔다.

“임천영의 아들로 살겠다면서 이곳에는 왜 왔느냐?”

“그만 돌아가시지요, 도련님.”

옆에 있던 하인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부인!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때마침 작은 뜰로 들어서던 아버지가 이 말을 듣고는 가슴이 아픈 듯한 얼굴로 서훈영을 제 뒤로 감쌌다.

“부인이 열 달 동안 품어 낳은 자식이오! 근데 어찌하여 지금은 이토록 냉정한 사람이 된 거요? 예전에 그토록 아끼던 아들마저 이제는 버리겠다는 거요?”

서훈영도 이 틈을 타 억울한 듯 아버지에게 일러바쳤다.

“아버지, 소자는 그저 물건 하나를 얻어 어머니께 효도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소윤이가 내놓기는커녕 악다구니를 쓰며 절 할퀴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이 곧장 굳었다.

“당장 그 물건을 내놓거라.”

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하인들에게 호통쳤다.

“여봐라! 소금물에 담근 채찍으로 이 불효막심한 계집을 호되게 쳐라! 제 손으로 물건을 내놓을 때까지 때리거라!”

어머니가 차디찬 돌바닥 위에 꼿꼿하게 무릎을 꿇었다.

“때리시려거든 소첩을 벌하세요!”

아버지는 어머니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때 자신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했던 어머니의 눈에서 굴복하는 기색을 찾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의 눈에는 죽음 같은 적막만이 가득했고, 이제 일말의 정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에 아버지는 완전히 격노했다.

“좋소! 내 부인 뜻대로 해주겠소!”

호위무사들이 막 손을 쓰려던 순간, 임천영이 몸종의 부축을 받으며 달려왔다.

“대군 마님,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이씨 가문이 이제 막 멸문했으니 부인도 마음이 아파 이러시는 것뿐입니다.”

임천영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증오가 터져 나왔다.

“네 이년! 우리 이씨 가문은 온 집안이 참형을 당할 위험까지 무릅쓰고 죄인의 딸인 너를 길러주었다! 그런데 은인에게 이런 식으로 은혜를 갚는 것이냐?”

[저 악역이 또 제 무덤을 파네. 이제 곧 이 세계를 떠날 사람이 남주 심기까지 건드리면서 원작 여주를 건드리고 있잖아.]

[어쩔 수 없지. 여주가 이 소설의 중심인걸. 여주가 무슨 말을 하든 남주가 다 믿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사람들 앞에서 임천영이 죄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아버지의 눈빛이 몹시 음산해졌다.

아버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목에 걸린 백옥 노리개를 거칠게 잡아 뜯더니 그대로 서훈영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손가락질하며 노성을 터뜨렸다.

“부인, 부인은 정말 구제할 길이 없나 보오! 여봐라! 부인을 얼음 연못으로 끌고 가 반성하게 하라!”

“내 명이 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물에서 건져 올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이마가 피와 살로 엉망이 될 때까지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하지만 호위무사들이 어머니를 거칠게 끌고 가는 모습을 그저 뻔히 두 눈을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어머니가 물에서 건져 올려졌을 때는 이미 고열에 쓰러져서 혼절해 있던 상태였다.

한밤중이 되자 아버지는 모든 나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어머니의 침상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그 손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부인, 부인은 어찌하여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오?”

“천영이는 죄인의 딸이라 신분을 세상에 드러낼 수도 없소. 너무나도 힘겹게 살아온 아이요.”

“예전에 천영이 내 목숨을 구해주었고, 내 아이까지 품었던 적이 있소.”

“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는데, 내가 어찌 온 힘을 다해 천영이를 지켜주지 않을 수 있겠소?”

[헛소리! 그때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한정을 등에 업고 나온 사람은 이화란이야! 아이를 가진 뒤 임천영에게 해를 입어 유산한 사람도 이화란이라고!]

[임천영은 어느 사내와 붙어먹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사내하고의 아이는 진작에 죽었잖아!]

금빛 글귀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어둠 속에 숨어서 그 내용들을 몰래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

그때 갑자기 본채 쪽에서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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