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 - Chapitre 14

14

11화. 계좌가 묶였다

법원의 결정은 목요일 오전에 나왔다.한세라 명의 오피스텔 보증금 반환채권 2억 원. 정태성 회사의 거래처 매출채권 4억 3천만 원. 유령 법인 계좌에 남아 있던 7천만 원.전부 가압류됐다.본안 판결은 아니었다. 그래도 태성과 세라가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길 통로 하나는 닫혔다.결정문을 받은 지 10분쯤 지나 정태성에게서 전화가 왔다.“지안아, 지금 통화 돼?”평소보다 호흡이 빨랐다.“무슨 일이야?”“회사 매출채권에 이상한 게 걸렸어. 경쟁 업체가 억지로 신청한 것 같아.”아직 송달 서류를 끝까지 읽지 못한 모양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직원들이 계좌와 납품대금을 다급하게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래서?”“며칠만 급한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어. 당신 예금 중에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돈 있어?”지안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자신의 돈을 훔쳐 회사에 넣은 사람이, 그 돈이 묶이자 다시 손을 벌렸다.“센터 자금은 못 움직여.”“회사 돈 말고 당신 개인 자산.”“그것도 어려워.”태성은 한 번 더 물었다.“어머니 건물에서 임대보증금이라도 빼면 안 돼?”그 건물은 이미 그가 몰래 담보로 잡은 재산이었다. 지안은 대답 대신 통화 녹음 표시를 확인했다. 하경의 조언대로 모든 연락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잠깐의 침묵 뒤, 태성은 익숙한 목소리로 돌아왔다.“알겠어. 부담 주려던 건 아니야. 내가 해결할게.”오후에는 한세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소장님, 혹시 우진이 검사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온 건가요?]세라는 아이의 상태보다 ‘이상한 결과’를 먼저 물었다. 동의서에서 읽은 혈연관계 문구가 마음에 걸린 듯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죠?]답장은 한참 뒤에 왔다.[대표님이 회사 일 때문에 예민하셔서요. 우진이까지 아플까 봐 걱정돼서 여쭤봤습니다.]지안은 대화를 캡처해 보관했다.밤 9시가 가까워 태성이 들어왔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얼굴에는 억지 미소가 걸려 있었다.“별일 아니었어. 거래처 쪽 오해 같아.”그는 재킷도 벗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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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진짜 손자

정태성은 가압류 결정문을 식탁 위에 내던졌다.“왜 내 회사에 이딴 걸 걸어?”“내 이름으로 실행된 대출금이 들어갔으니까.”태성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그건 당신도 동의했잖아. 시술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어서 나한테 맡겼고.”“내가 서명한 위임장 보여 줘.”“은행에 있어. 오래된 일을 지금 왜 이래?”태성은 따지는 대신 지안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가 어디까지 아는지 재고 있었다.“윤하경이 부추겼어? 부부 사이 일을 키우면 결국 당신도 손해야.”“그러면 법원에서 설명해.”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칠순 행사 전까지는 우진이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마.”태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돈 이야기를 들킨 사실에만 매달린 탓인지, 친자검사까지 드러났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듯했다.행사를 이틀 앞두고 시어머니 김명숙이 집으로 찾아왔다. 손에는 증여계약서 초안이 들려 있었다.“우진이 앞으로 건물 20%만 넘기면 돼. 세무사한테 다 알아봤어.”“어머니가 왜 제 재산을 세무사에게 알아보셨어요?”“가족끼리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니? 결국 우리 친손자한테 갈 건데.”친손자.명숙은 말을 뱉은 뒤에도 놀라지 않았다. 너무 오래 입에 담아 온 호칭처럼 자연스러웠다.“입양했어도 친손자나 다름없다는 뜻이야.”늦은 수습이었다.지안은 계약서를 넘겼다. 건물 지분은 우진 명의로 이전하되, 미성년 기간의 관리·처분 권한은 정태성에게 위임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다.아이에게 주는 선물처럼 꾸민 회사 자금줄이었다.“검토해 볼게요.”“행사 날 도장 찍자. 친척들 앞에서 발표하면 네 체면도 살고 좋잖아.”명숙이 돌아간 뒤 지안은 정태성이 영상 편집용으로 건넨 오래된 휴대전화를 켰다. 며칠 전 가족사진을 골라 달라며 비밀번호까지 알려 준 기기였다.사진을 찾다가 메시지 앱의 백업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대화는 4년 전 시점에서 멈춰 있었다. 지안은 검색창에 ‘우진’을 입력했다.[엄마: 세라 애를 계속 밖에 둘 순 없잖니.][태성: 지안이 입양만 동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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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준비했습니다

호텔 연회장 입구에는 정재국의 칠순을 축하하는 화환이 줄지어 서 있었다.정태성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회사 자금이 묶인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다만 악수할 때마다 오른손 엄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궁지에 몰렸을 때만 나오는 버릇이었다.한세라는 접수대 옆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뱀 모양 팔찌가 조명 아래 번뜩였다. 대출 본인 확인 영상에 찍힌 것과 같은 물건이었다.세라는 지안을 보자 허리를 숙였지만 오래 눈을 맞추지 못했다.“지안아, 늦었네.”“우진이 준비시키느라.”태성의 시선이 그녀의 서류가방에 머물렀다.“증여계약서 가져왔어?”“준비했어.”본행사는 회사 손님과 지인들이 함께한 평범한 칠순잔치였다. 지안은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우진은 할아버지 옆에서 케이크 촛불을 껐다.사진을 찍을 때 우진은 지안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도 공룡 수업 보러 와?”“끝나기 전에 갈게.”지안은 아이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곧 돌봄교사와 아동상담가가 우진을 호텔 놀이방으로 데려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든 뒤에야 지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본행사가 끝나고 회사 관계자와 먼 손님들이 돌아갔다. 별실에는 정재국 부부와 태성, 세라, 가까운 친척 10여 명만 남았다. 명숙은 가족끼리 좋은 소식을 발표하겠다며 사람들을 붙잡았다.하경은 별실 입구에 촬영 금지 안내를 세웠다. 지안도 미성년자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를 내려 달라고 먼저 말했다. 불평하던 사람들도 정재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기를 탁자 위에 놓았다.지안은 출입문 옆 모니터로 놀이방 화면을 잠깐 확인했다. 우진은 공룡 블록을 양손에 들고 웃고 있었다. 아이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서류가방 손잡이에서 힘을 풀었다.“우리 며느리가 우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정재국이 놀란 얼굴로 아내를 봤다.“무슨 선물?”“건물 지분 일부를 손자 앞으로 넘기기로 했어요. 집안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죠.”가까운 친척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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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첫 번째 화면

별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스크린에는 숫자 아래로 두 이름이 나타났다.[정태성 — 정우진][부권 긍정 확률 99.99%]정태성의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 한세라는 숨을 들이켠 채 굳었다. 김명숙만은 스크린보다 며느리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가벼운 금속음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이게 무슨 뜻이야?”정재국이 아들에게 물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서지안이 마이크를 들었다.“우진이는 죽은 친척 부부의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믿고 3년 전 입양했습니다.”화면이 바뀌었다. 검사 일자와 검체 종류, 분석기관이 표시됐다. 우진의 질환명과 세부 유전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가족 유전자 분석 과정에서 남편과 생물학적 부자관계가 확인됐습니다. 혈액과 구강 상피세포로 재검했고, 외부 공인기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태성이 단상 쪽으로 다가왔다.“꺼.”갈라진 목소리였다.“이건 검사 오류야. 지안이가 지금 충격받아서 판단을 못 하는 겁니다.”그는 친척들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었다.“표본이 섞일 수도 있고, 확률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에요.”지안은 외부 기관의 신분 확인 기록과 전자서명을 띄웠다.“세 번 모두 다른 검체와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법원 제출용 감정도 별도로 진행 중이고요.”가까운 친척 중 한 사람이 태성을 바라봤다.“그럼 네가 친아들을 사촌 형 아이라고 속였다는 거야?”“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99.99%가 확정이 아니면 대체 뭐가 확정인데?”태성의 턱이 굳었다. 그는 대답 대신 지안을 공격하는 쪽을 택했다.“당신이 센터 소장이잖아!”태성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만들 수도 있잖아.”“그래서 외부 공인기관에 별도 봉인 검체를 보냈어.”지안의 대답은 짧았다.“거기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원본 검체도 그쪽이 보관하고 있어.”태성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명숙이 벌떡 일어났다.“이런 망신을 왜 여기서 줘? 부부끼리 해결하면 될 일을!”“어머니는 결과가 놀랍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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