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실이 비워진 뒤에도 정태성은 서지안을 놓아주지 않았다.“5분만 이야기해.”“변호사 앞에서 해.”“우리 부부 문제야.”지안은 호텔 상담실 문을 열었다. 윤하경이 안쪽 자리에 앉았고, 태성은 마지못해 맞은편에 앉았다.그는 한동안 얼굴을 감싸 쥐었다. 조금 전까지의 분노는 사라지고, 지안이 가장 잘 아는 지친 남편의 표정이 돌아와 있었다.“세라와는 결혼 전부터 알던 사이였어.”“알아.”“우진이가 생긴 건 계획이 아니었어. 그때 나는 아무것도 없었고, 세라와 결혼하면 평생 그 자리일 것 같았어.”태성은 자신의 야망을 불가피한 선택처럼 말했다.“당신을 만났고, 진심으로 좋아했어. 세라와는 정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아이까지 버릴 수는 없었어.”“나와 결혼할 때 우진이는 이미 태어나 있었지.”태성이 시선을 피했다.“그래.”“그럼 정리하려 했다는 말도 거짓말이네.”“처음에는 당신과 살면서 세라를 멀리하려고 했어. 하지만 우진이가 아프고, 세라가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해서…….”그는 선택할 때마다 책임을 다른 사람의 사정으로 돌렸다.“그래서 내게 입양시켰어?”“당신도 아이를 원했잖아.”“그래서 나를 골랐어?”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긍정이었다. 부유한 외동딸, 가족을 잃어 외로운 여자,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그는 지안의 약점을 사랑의 조건처럼 분석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 태성은 말을 이었다.“시험관 때문에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도 알아. 우진이 온 뒤에는 행복했잖아. 당신도 엄마가 됐고, 우진이도 좋은 환경에서 컸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어.”하경의 표정이 굳었다.지안은 오히려 웃음이 났다.
Last Updated : 2026-08-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