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언이 웃었다. 그는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인 채 몸의 절반 이상을 눈보라 속에 내놓고, 마디가 선명한 손을 내밀었다. "그대만 원한다면 언제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손 위에 손을 얹고 섭정왕의 마차에 올랐다. 이튿날 새벽, 섭정왕부 밖은 철갑군이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배민후는 커다란 군마에 올라탄 채 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일곱 해 만에 다시 본 그는 지난날의 풋풋함을 벗어 버리고, 미간 가득 권력자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윤주야, 그만 고집부리고 나와 돌아가자꾸나." "휴서는 너를 지키기 위해 쓴 것이다. 나는 이제 부마가 되었으니 정실 자리는 반드시 공주의 것이어야 한다." "네가 고개를 숙이고 공주마마에게 잘못을 빈다면, 너를 귀첩으로 들여 평생 지켜 주마." 나는 고개를 들어 한때 나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던 사내를 바라보았다. 일곱 해 전 출정을 앞둔 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나를 품에 꽉 끌어안고 말했다. "윤주야, 내가 돌아오면 반드시 공을 세워 네게도 번듯한 봉작을 받아 주마. 다시는 조금의 설움도 겪게 하지 않겠다." 이제 그는 정말로 봉작을 얻어 냈지만, 그 봉작은 내 아이를 죽인 원수에게 돌아갔다. 나는 소매에서 관인이 찍힌 휴서를 꺼내 그의 얼굴에 세차게 내던졌다. 날카로운 종이의 모서리가 그의 뺨을 베고 지나가며 붉은 핏자국을 남겼다. "배 장군, 정말 역겹군요." 배민후의 낯빛이 돌변하며 막 화를 내려던 찰나였다.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소영공주가 구슬발을 걷어 올리고 입을 가린 채 교태롭게 웃었다. "배 장군, 그대는 마음이 참으로 여립니다." 공주는 나를 위아래로 업신여기듯 훑어보았다. 독사처럼 음산하고 차가운 눈빛이었다. "첩이 되기 싫다면 억지로 강요할 필요는 없지요." "제가 보기에 차라리 북방 군영으로 보내 군영 기녀로 삼는 편이 낫겠습니다. 천 명, 만 명의 사내에게 몸을 내주게 하면 제 쓸모를 다해 조정에 보답하는 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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