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폐쇄병동 401호: Bab 11 - Bab 20

91 Bab

제11화. 피의자가 된 자문위원

경찰청 3층 특별 취조실의 육중한 이중 방음문이 무겁게 닫혔다.스테인리스스틸 테이블 맞은편에는 대형 로펌의 부장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둘을 대동한 권도현이 앉아 있었다. 석좌교수 직무 정지 처분을 당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턱을 빳빳하게 치켜들고 있었다.어떻게든 사회적 위신과 권위를 유지하려는 결벽증적인 자존심이었다.“윤수안 경위, 이번 소환과 피의자 전환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입니다.”도현의 우측에 앉은 대표 변호사가 두툼한 법리 의견서를 내밀며 고압적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정신과 전문의가 진료실에서 환자와 나눈 내밀한 상담 내용은 의료법상 엄격한 비밀 유지 대상입니다. 환자의 돌발적인 흉악 범죄를 의사의 살인 교사나 방조로 모는 것은 법리적으로 결코 성립할 수 없습니다.”변호인들의 기세등등한 변론에도 윤수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수안은 가죽 서류 가방에서 묵직한 검은색 바인더 하나를 꺼내 테이블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쿵-!“의사의 합법적인 의료 행위가 아니라, 고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심리적 타살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죠.”수안이 바인더를 펼치자, 지난 3년간 권도현의 개인 연구실을 거쳐 간 환자들의 신상 카드와 사망 진단서가 나열되었다.“자살 3건, 흉기 존속 상해 1건. 이 불행한 피해자들의 소름 끼치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습니까?”도현의 창백한 얼굴에서 핏기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가시기 시작했다.“모두 자문위원님과 6개월 이상 비공개 집중 상담을 진행한 뒤, 극심한 자기 파괴적 충동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인생이 파멸했습니다.”수안의 서늘한 만년필 끝이 도현의 진료 일지에 적힌 교묘한 문장들을 차례로 짚어나갔다.“주변 인간관계 고립 유도, 자존감의 철저한 파괴, 그리고 죄책감 주입. 당신은 치료를 빌미로 취약한 환자들의 뇌에 자살이라는 독극물을 주입한 연쇄 살인마입니다.”도현을 비호하던 변호인들조차 사색이 되어 서류에서 손을 떼고 도현을 쳐다보았다.변호사 중 한 명이 신상 카드의 날짜와 상담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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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통제의 덫

취조실 안은 권도현이 몰아쉬는 거친 과호흡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변호인들은 수안이 제시한 정밀 프로파일링 증거의 압도적인 무게에 질려, 추가 입회를 포기한 채 긴급 대책 회의를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뜬 상태였다. 취조실에 단둘이 남겨지자, 도현의 억눌린 지배욕과 광기가 흉하게 수면 위로 폭발했다.“윤수안…… 네가 감히 날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처넣겠다고?”도현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테이블 너머로 상체를 맹렬하게 들이밀었다.“넌 날 영원히 못 벗어나! 네 그 잘난 프로파일링 통찰력도 결국 내 연구실 밑바닥에서 배운 거잖아! 넌 어릴 적 버림받은 결핍 때문에 내 인정 한 줄을 갈구하던 불쌍한 기생충에 불과해!”과거 수안의 영혼을 완벽히 갉아먹었던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언어폭력이 쏟아졌다. 어떻게든 수안의 옛 트라우마를 자극해 심리적 우위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발악이었다. 수안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 문장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단어 하나하나가 질문이 아니라 공격을 위해 골라진 도구로 들렸다. 그녀는 도현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손가락으로 녹음기의 위치를 확인했다.“피의자 본인이 말한 대로, 당신은 상대가 흔들리는 순간을 기다렸군요.” 수안이 낮게 말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더 이상 나에게 통하지 않습니다.”도현은 녹음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쏟아낸 말들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스피커에 남을 생각을 하자,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는 여전히 수안을 흔들려 했지만, 자신이 남긴 말이 도리어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감지했다.그러나 수안은 감정의 동요조차 없이 취조실 녹음기 버튼을 차분하게 눌렀다.“피의자 권도현 씨, 스스로 범행 동기와 왜곡된 심리 기제를 완벽하게 자백해 주시는군요.”수안의 메마르고 서늘한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취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타인을 완벽히 통제하고 조종하지 못하면 극심한 불안과 파괴적 공격성을 드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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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영장실질심사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의 무거운 참나무 문이 닫히며 정적이 가라앉았다.피의자석에 앉은 권도현의 두 손목에는 번쩍이는 은색 수갑이 차갑게 채워져 있었다. 오만하던 석좌교수의 당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핏발 선 충혈된 눈동자와 바짝 말라붙은 입술만이 그가 겪고 있는 내면의 처절한 파멸을 드러내고 있었다.“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피의자의 행위는 학술적 임상 연구의 일환이었을 뿐 결코 타살이나 살인 교사의 고의가 없었습니다.”변호인이 옹색한 법리 변론을 이어갔지만, 검사 측 좌석에 앉은 윤수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수안이 결정적 증거 제출을 위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피의자 권도현은 의학적 치료와 연구를 빙자해 피해자들의 취약한 심리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자살을 체계적으로 유도했습니다.”수안이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운 것은, 도현이 해외 비밀 클라우드 서버에 은밀히 숨겨두었던 '비공개 피험자 조작 일지'의 디지털 포렌식 복원 원본 로그였다.스크린 가득 도현의 자필 기록이 선명한 텍스트로 떠올랐다.[피험자 윤수안: 자존감 해체율 88%, 인정 욕구 기반 정서적 종속 완료. 최종 폐기 및 폐쇄병동 내 극단적 선택 유도 단계 진입.]방청석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의학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제히 경악과 분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의 존엄한 영혼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잔혹하게 자살로 몰아넣은 소시오패스 악마의 민낯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스크린의 글자가 바뀔 때마다 법정 안의 웅성거림이 낮게 번졌다. 수안은 방청석을 보지 않았다.이 기록은 자기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현의 언어 안에서 길을 잃었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졌는지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검사의 요청에 따라 포렌식 담당자가 저장 경로와 수정 이력을 짧게 설명했다. 원본 파일에는 생성 시각과 접속 기록이 남아 있었고, 삭제된 문장까지 복원돼 있었다.도현은 그제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술만 움직였다. 부정할 말은 많았지만, 어느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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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유치장의 독백

서울남부구치소 미결수 독방의 차디찬 시멘트 바닥.푸른색 미결수 수의를 걸친 권도현은 무릎을 가슴까지 바짝 끌어안은 채 벽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신경안정제와 향정신성 약물이 강제로 끊긴 지 겨우 하루 만에 지옥 같은 금단 증상이 전신을 사납게 덮쳤다.손가락 마디마디가 뻣뻣하게 굳어 경련을 일으켰고, 귓가에서는 수천 마리의 독벌레가 고막을 갉아먹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이 멈추지 않았다.뚝, 뚝, 뚝. 어두컴컴한 독방 천장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환청과 함께, 벽면 가득 전생에 수안이 폐쇄병동 벽에 남겼던 처절한 유서의 문장들이 붉은 피로 피어올랐다.“제발…… 제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도현은 피가 배어 나오도록 이마를 콘크리트 벽에 찧으며 비명을 삼켰다. 자신이 그동안 상담실에 가두고 조롱했던 수많은 환자의 공포를, 이제는 자신이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덜컥-!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도현을 특별 접견실로 이끌었다. 투명한 아크릴 유리창 너머, 단정한 트렌치코트 차림의 윤수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도현은 미친 사람처럼 유리창으로 달려들어 두 손바닥을 철썩 부딪치며 매달렸다.“수안아! 수안아,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인정할게. 내가 널 통제하고 망가뜨리려 했던 거, 전부 다 자백할게.”도현의 눈동자에 맺힌 것은 오만하던 의사의 자존심이 아닌, 영혼이 완전히 파괴된 정신병자의 처절한 공포였다.“여기 있으면 내가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 숨이 안 쉬어져.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도현은 유리창 너머 수안의 손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손이 서류를 넘길 때마다, 전생에 자신이 상담 노트를 펴며 상대의 약점을 표시하던 손동작이 떠올랐다.이제 자리에 앉은 쪽은 수안이었고, 유리 너머에서 숨이 가빠진 쪽은 자신이었다.“여기서는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아. 약을 달라고 해도, 문을 열어 달라고 해도….”그는 끝내 말을 흐렸다. 살려 달라는 부탁조차 자신이 누군가에게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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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자진 입원서

서울남부구치소 특별 접견실의 아크릴 유리창 너머에 놓인 서류 한 장.[한성대병원 폐쇄병동 특수 격리 임시 입원 및 치료 동의서]권도현의 시선이 서류 상단의 선명한 검은색 활자에 닿는 순간,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내가…… 내 발로 폐쇄병동 특수 독방에 기어들어가라고?”도현의 메마른 입술이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렸다.자신이 10년 넘게 절대적인 군주로 군림하며 수많은 환자를 가두고 감시했던 그 차가운 콘크리트 감옥. 그곳의 정신질환자가 되어 평생 갇히라는 요구는 사형 선고보다 가혹한 파멸이었다.“선택은 자유입니다, 피의자 권도현 씨.”윤수안은 차분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은색 만년필을 유리창 아래 투입구로 밀어 넣었다.“구치소에서 재판을 받으며 살인 교사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흉악범들과 썩어가든가, 아니면 내 병동의 영구 격리 환자로 들어와 목숨이라도 부지하든가.”수안의 건조하고 서늘한 어조에는 단 한 치의 타협이나 감정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순간, 접견실 천장에서 핏빛 환각이 뚝뚝 떨어져 내리며 도현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밤마다 찾아와 목을 옥죄는 수안의 시신 환영과 귓가를 갉아먹는 날카로운 이명이 다시금 뇌수를 파고들었다.교도소의 일반 감방에서는 단 하루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다는 끔찍한 공포.“내가 서명하면…… 날 치료해 줄 건가?”도현의 충혈된 눈동자에 핏발 선 절박함과 광기가 어렸다.“매일 밤 날 찢어발기는 저 끔찍한 환각을 네가 없애줄 수 있냐고!”수안은 더러운 피험자를 내려다보듯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글쎄요. 그건 당신이 내 병동 안에서 내 지시에 얼마나 고분고분 복종하느냐에 달렸죠.”도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손으로 만년필을 움켜쥐었다.도현은 만년필을 쥔 채 투입구 앞에 손을 올려두었다. 펜 하나를 쥐는 일조차 서명을 받아낼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는 수안의 얼굴과 서류를 번갈아 보며 몇 번이나 숨을 고르려 했다.하지만 구치소의 철문, 밤마다 되살아나는 환영, 다가올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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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폐쇄병동 401호

한성대병원 본관 뒤편, 지하 비밀 통로로 연결된 폐쇄병동 4층.가장 깊고 음침한 복도 끝에 위치한 401호 특수 격리실의 육중한 철문이 굳게 닫혔다. 사방이 두꺼운 흰색 방음 패드로 둘러싸인 밀폐 독방. 창문은 철제 이중창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고, 천장 모서리의 고화질 적외선 감시 카메라는 24시간 도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었다.“하…… 흑, 으윽…….”결박용 침대 모서리에 웅크려 앉은 권도현은 거친 숨을 헐떡였다. 그가 걸치고 있는 것은 최고급 맞춤 수트가 아닌, 거친 면 소재의 푸른색 환자복이었다.과거 자신이 환자들의 반항심을 완전히 꺾어놓기 위해 직접 설계했던 최악의 독방. 이제는 자신이 그 방의 감시 대상이 되어 천장의 렌즈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뼈를 깎는 굴욕감으로 다가왔다.덜컥-!육중한 철제 격리문이 열리며 규칙적이고 단정한 구두 발소리가 다가왔다. 티 하나 없이 새하얀 의사 가운을 걸치고 두툼한 차트 바인더를 든 윤수안이었다. 도현은 사슬에 묶인 미친개처럼 눈을 번뜩이며 침대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수안아! 윤수안……! 날 보러 왔구나. 이 끔찍한 환각 좀 당장 없애줘. 날 여기서 내보내 주겠다고 약속해!”도현이 결박 벨트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수안은 차트에 만년필을 끄적일 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환자 401호 권도현. 현실 검증력 완전 상실, 망상 및 통제 강박 심화 상태.”수안의 차갑고 사무적인 목소리가 독방에 울려 퍼졌다.“즉시 고용량 항정신성 진정제를 투여하고, 24시간 신체 억제대 적용 및 특별 감시 수위 1등급으로 격상합니다.”“뭐? 수안아! 내가 네 스승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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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주치의의 회진

폐쇄병동 401호의 푹신한 방음 벽면에 아침 햇살 대신 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이 점멸했다.권도현은 고용량 진정제의 지독한 숙취 속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양 손목과 발목, 가슴팍을 단단히 옭아맨 두꺼운 소가죽 신체 억제대. 손가락 마디 하나조차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끔찍한 무력감이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철컥-!오전 9시 정각, 단 1초의 오차도 없는 타이밍에 육중한 철제 격리문이 열리며 단정한 흰색 의사 가운을 걸치고 태블릿 PC를 든 윤수안이 차분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독방 안으로 들어섰다.“수안아……! 윤수안……!”도현이 억제대를 삐걱거리며 결박된 상체를 필사적으로 일으키려 했다.“이 결박 좀 당장 풀어줘. 내가 너한테 가르쳤던 수많은 정신분석 이론들…… 다 기억하고 있지? 난 환자가 아니야. 내 뇌와 정신은 지극히 정상이라고!”도현은 어떻게든 국내 최고 의사로서의 지적 권위를 내세워 이성적인 대화를 유도하려 애썼다. 하지만 수안은 침대 곁의 의료용 카트에 태블릿을 얹어두며 건조한 손길로 실시간 모니터를 돌려 보여주었다.“당신의 실시간 뇌파와 자율신경계 반응 수치 분석표입니다, 권도현 씨.”모니터에는 마치 벼락이 치듯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붉은 뇌파 그래프가 가득 차 있었다.“당신은 타인을 가스라이팅하고 조종하려 들 때마다 전두엽과 편도체가 극심한 발작 반응을 일으킵니다. 당신의 오만한 지배욕 자체가 이 끔찍한 환각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생물학적 트리거(Trigger)예요.”수안의 서늘하고 명쾌한 분석이 도현이 평생 신봉해 온 이론들을 단칼에 산산조각 냈다.“결국 당신은 남을 지배하려다 제 뇌를 스스로 망가뜨린 중증 통제망상 환자일 뿐입니다.” 도현은 그래프의 붉은 선을 보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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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조련의 서막

밤 11시, 폐쇄병동 401호의 모든 형광등 조명이 일제히 소등되었다.깊은 적막과 어둠 속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는 천장의 고화질 적외선 감시 카메라 렌즈만이 도현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도현은 결박된 침대 위에서 뜬눈으로 밤새 천장을 응시했다.간호사가 넣어준 식사는 단 한 입도 대지 않았다. 물 한 모금조차 삼키지 못한 채 바짝 타들어 가는 목구멍의 갈증보다 그를 더 미치게 만드는 것은, 오직 윤수안이라는 존재에 대한 병적인 분리 불안이었다.‘수안이가 와야 해…… 수안이가 없으면 저 벽의 시신들이 날 찢어 죽일 거야…….’과거 자신이 수많은 환자에게 심어주었던 '완벽한 정서적 고립과 맹목적인 의존'. 이제는 도현 자신이 수안의 발소리 하나에 목숨을 거는 비참하고 나약한 조건반사의 노예로 완벽하게 전락해 있었다.덜컥-!자정 무렵, 뜻밖에도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익숙한 구두 굽 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다가왔다.야간 불시 순찰을 나온 윤수안이었다.“수안아……! 수안아……!”도현의 충혈된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조금 전까지 품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과 반항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버림받지 않겠다는 짐승 같은 원초적 공포만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왔구나…… 날 버리지 않고 찾아왔구나. 수안아, 제발 날 살려줘…….”도현은 억제대에 묶인 손을 바들바들 떨며 침대 난간 너머로 수안의 가운 자락을 붙잡으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 네가 내 유일한 의사고, 내 유일한 주치의야. 날 여기서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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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자필 자백서

폐쇄병동 401호의 차가운 스테인리스스틸 간이 테이블 위로 수십 장의 백지 서류 묶음이 놓였다.오른손의 가죽 억제대가 풀리자, 권도현은 관절마디가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으로 검은색 볼펜을 쥐었다. 테이블 맞은편에는 티 하나 없이 새하얀 의사 가운을 걸친 윤수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시작하세요, 권도현 씨. 당신이 지난 세월 저질러 온 활자의 죄악을 단 한 자도 빠짐없이 낱낱이.”수안의 서늘한 명령에 도현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듯 움찔거렸다. 도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백지 위에 글자를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본인 권도현은 지난 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석좌교수의 지위와 권위를 악용하여, 취약한 내원 환자 및 제자들을 대상으로 정서적 종속(가스라이팅)과 악의적 심리 학대를 체계적으로 자행했음을 인정하고 자백합니다.]사각, 사각. 자신이 완벽한 신이라 자부했던 그 오만한 손끝으로, 자신의 추악한 범죄와 잔혹한 조작 수법을 한 자 한 자 스스로 발가벗겨 나갔다.“수안아…… 제발…….”절반쯤 써 내려갔을 때, 도현의 손이 극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볼펜을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무게를 활자로 마주한 뇌가 거센 공황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이걸 다 쓰면…… 경찰에 넘길 거지? 날 평생 이 좁고 어두운 감옥에 처넣고 썩어가게 할 거지?”도현은 피눈물이 뒤섞인 눈으로 수안의 가운 소매를 붙잡으려 바들바들 떨며 매달렸다.“제발…… 내가 다 쓸 테니까, 날 버리지만 않겠다고 약속해 줘. 네가 없는 곳에선 1초도 숨을 쉴 수가 없어…… 제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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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자백서 밖의 증거

도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테이블 위로 거꾸러지자 대기하던 간호사가 먼저 문을 열었다.수안은 바닥에 떨어진 펜을 집지 않았다. 활력 징후를 확인하게 한 뒤, 자백서 50장의 페이지 번호와 서명 위치를 촬영했다. 원본은 순서를 바꾸지 않고 투명 파일에 넣어 봉인했다.날이 밝기 전, 관찰실 테이블에는 이미 압수된 진료 차트와 면담 일정표가 펼쳐졌다. 사건별로 나눈 자백서 사본을 보던 중대범죄수사과 형사가 첫 장에서 손을 멈췄다.“현재 상태를 생각하면 법정에서 신빙성을 공격받을 겁니다. 자백만으로는 부족합니다.”“자백을 결론으로 쓰지 마세요.”수안은 도현이 적어 놓은 날짜 옆에 차트 번호를 붙였다.“사건을 찾는 색인으로만 씁니다. 장소와 처방 기록부터 대조하세요. 본인이 쓰지 않은 기록으로 확인돼야 합니다.”형사들이 두 묶음으로 나뉘어 자료를 확인했다. 면담이 없었다고 적은 날에는 출입 기록이 남아 있었고, 중증이라고 진단한 환자의 앞선 차트에는 안정 소견이 적혀 있었다. 수안은 맞지 않는 부분에만 얇은 표지를 끼웠다. 추측은 적지 않았다.확인할 수 없는 칸에는 억지로 말을 채우지 않고 그대로 남겼다.한 형사가 차트 하단의 수정 흔적을 발견했다. 최초 입력 시각과 최종 저장 시각 사이에 야간 근무가 한 차례 지나 있었다. 수안은 자백서에 적힌 문장을 먼저 보여주지 말고, 당시 근무자에게 원본 기록만 확인시키라고 했다.기억을 끌어내겠다는 이유로 답을 암시하면 도현에게 반박할 틈을 줄 뿐이었다.“수정 이력은 따로 보존해 주세요. 누가 접속했고 무엇이 사라졌는지만 확인합니다.”수사관이 전산 담당자에게 보전 요청을 보냈다. 삭제된 문장 자체보다 지운 사람과 시각이 먼저 증거 목록에 올랐다.오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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