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를 가스라이팅해 폐쇄병동에서 자살하게 만든 정신분석 최고 권위자, 권도현 교수. 5년 전으로 회귀한 나는 그의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경찰청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완 벽했던 그의 오만한 통제는 무너지고, 매일 밤 피눈물 흘리는 내 환각에 짓눌린 그가 스스로 폐쇄병동 자진 입원서를 내민다. "날 평생 감금하고 조련해 줘." 포식자와 피험자의 잔혹한 역전이 시작된다.
View More질식할 것 같은 올가미의 감촉 대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이마를 스쳤다.
윤수안은 번쩍 눈을 떴다.
낡고 눅눅한 폐쇄병동의 천장이 아니었다. 은은한 백색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오크목 책상.
5년 전, 한성대병원 권도현 교수의 개인 연구실 배정 첫날 아침이었다.
“윤수안 선생.”
맞은편에서 서류를 넘기던 만년필 소리가 멎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흠잡을 데 없는 백가운. 국내 정신분석의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권도현이 특유의 나직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자네가 지닌 불안과 결핍은 내가 가장 잘 다루는 재료니까.”
가스라이팅의 시작점이었다.
전생의 수안은 저 다정한 척하는 독을 구원으로 착각했다. 길들여진 끝에 연구용 케이스로 폐기되어 목을 매달기 전까지는.
수안은 미세한 동요조차 없이 그를 응시했다.
“결핍이라뇨.”
“어릴 적 버림받았다고 믿게 된 기억. 유능한 의사가 되어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 내 밑에서 통제를 배우면 자네의 상처도 온전해질 겁니다.”
도현이 입꼬리를 유려하게 말아 올리며 상담용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먹잇감의 목덜미를 옥죄는 데 익숙한 포식자의 거만한 태도였다. 수안은 픽, 메마른 실소를 흘렸다.
“착각이 심하시네요, 권도현 교수님.”
그녀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힌 흰 봉투와 서류 한 장을 꺼내 책상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탁.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파열음에 도현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봉투 겉면에는 굵은 활자로 ‘사직서’라 적혀 있었다. 그 밑에 깔린 서류는 경찰청 직인이 선명한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심리분석관 임용 통지서’였다.
“……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도현의 서늘한 목소리가 갈라졌다.
“장난은 교수님이 치셨죠. 남의 결핍을 헤집어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적 지배욕을 치료랍시고 포장하면서.”
수안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련과 두려움이 지워진 눈빛이 도현의 시선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오늘부로 병원을 떠납니다. 당신의 관찰 대상 노릇은 여기까지예요.”
“윤수안! 내 연구실을 제 발로 나가면 학계 어디에도 설 자리는 없어!”
도현이 굳은 얼굴로 책상을 짚고 일어섰다. 평정심을 잃고 튀어나온 거친 언성에 수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고리를 잡았다.
“글쎄요. 다음엔 병원이 아니라 경찰청 취조실 유리 너머에서 뵙게 될 텐데.”
처음 이 방에 들어왔던 날, 그는 그녀의 과거를 한 줄씩 읽어 주며 이해하는 사람인 척했다. 상처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약점으로 바꾸고, 끝내는 자신만이 그것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순서를 이제 수안은 너무 잘 알았다.
도현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수안은 오히려 숨을 고르게 골랐다. 전생에는 저 목소리 하나에 사과할 말부터 떠올랐다. 이제는 그가 화를 낸다는 사실이, 자신을 더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증거로만 들렸다. 수안은 손바닥에 남은 땀을 코트 안감에 조용히 닦고, 문고리의 차가운 감촉을 쥐었다. 그녀는 더 이상 도현의 표정으로 자기 선택을 재지 않았다. 이 방을 나가는 데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았다.
철컥.
문이 닫히는 순간, 도현의 시야 구석에서 기괴한 백색 노이즈와 함께 여자의 목을 매는 환영이 스치듯 번쩍였다.
서울남부구치소 특별 접견실의 아크릴 유리창 너머에 놓인 서류 한 장.[한성대병원 폐쇄병동 특수 격리 임시 입원 및 치료 동의서]권도현의 시선이 서류 상단의 선명한 검은색 활자에 닿는 순간,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내가…… 내 발로 폐쇄병동 특수 독방에 기어들어가라고?”도현의 메마른 입술이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렸다.자신이 10년 넘게 절대적인 군주로 군림하며 수많은 환자를 가두고 감시했던 그 차가운 콘크리트 감옥. 그곳의 정신질환자가 되어 평생 갇히라는 요구는 사형 선고보다 가혹한 파멸이었다.“선택은 자유입니다, 피의자 권도현 씨.”윤수안은 차분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은색 만년필을 유리창 아래 투입구로 밀어 넣었다.“구치소에서 재판을 받으며 살인 교사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흉악범들과 썩어가든가, 아니면 내 병동의 영구 격리 환자로 들어와 목숨이라도 부지하든가.”수안의 건조하고 서늘한 어조에는 단 한 치의 타협이나 감정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순간, 접견실 천장에서 핏빛 환각이 뚝뚝 떨어져 내리며 도현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밤마다 찾아와 목을 옥죄는 수안의 시신 환영과 귓가를 갉아먹는 날카로운 이명이 다시금 뇌수를 파고들었다.교도소의 일반 감방에서는 단 하루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다는 끔찍한 공포.“내가 서명하면…… 날 치료해 줄 건가?”도현의 충혈된 눈동자에 핏발 선 절박함과 광기가 어렸다.“매일 밤 날 찢어발기는 저 끔찍한 환각을 네가 없애줄 수 있냐고!”수안은 더러운 피험자를 내려다보듯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글쎄요. 그건 당신이 내 병동 안에서 내 지시에 얼마나 고분고분 복종하느냐에 달렸죠.”도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손으로 만년필을 움켜쥐었다.도현은 만년필을 쥔 채 투입구 앞에 손을 올려두었다. 펜 하나를 쥐는 일조차 서명을 받아낼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는 수안의 얼굴과 서류를 번갈아 보며 몇 번이나 숨을 고르려 했다.하지만 구치소의 철문, 밤마다 되살아나는 환영, 다가올 재
서울남부구치소 미결수 독방의 차디찬 시멘트 바닥.푸른색 미결수 수의를 걸친 권도현은 무릎을 가슴까지 바짝 끌어안은 채 벽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신경안정제와 향정신성 약물이 강제로 끊긴 지 겨우 하루 만에 지옥 같은 금단 증상이 전신을 사납게 덮쳤다.손가락 마디마디가 뻣뻣하게 굳어 경련을 일으켰고, 귓가에서는 수천 마리의 독벌레가 고막을 갉아먹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이 멈추지 않았다.뚝, 뚝, 뚝. 어두컴컴한 독방 천장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환청과 함께, 벽면 가득 전생에 수안이 폐쇄병동 벽에 남겼던 처절한 유서의 문장들이 붉은 피로 피어올랐다.“제발…… 제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도현은 피가 배어 나오도록 이마를 콘크리트 벽에 찧으며 비명을 삼켰다. 자신이 그동안 상담실에 가두고 조롱했던 수많은 환자의 공포를, 이제는 자신이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덜컥-!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도현을 특별 접견실로 이끌었다. 투명한 아크릴 유리창 너머, 단정한 트렌치코트 차림의 윤수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도현은 미친 사람처럼 유리창으로 달려들어 두 손바닥을 철썩 부딪치며 매달렸다.“수안아! 수안아,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인정할게. 내가 널 통제하고 망가뜨리려 했던 거, 전부 다 자백할게.”도현의 눈동자에 맺힌 것은 오만하던 의사의 자존심이 아닌, 영혼이 완전히 파괴된 정신병자의 처절한 공포였다.“여기 있으면 내가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 숨이 안 쉬어져.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도현은 유리창 너머 수안의 손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손이 서류를 넘길 때마다, 전생에 자신이 상담 노트를 펴며 상대의 약점을 표시하던 손동작이 떠올랐다.이제 자리에 앉은 쪽은 수안이었고, 유리 너머에서 숨이 가빠진 쪽은 자신이었다.“여기서는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아. 약을 달라고 해도, 문을 열어 달라고 해도….”그는 끝내 말을 흐렸다. 살려 달라는 부탁조차 자신이 누군가에게 허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의 무거운 참나무 문이 닫히며 정적이 가라앉았다.피의자석에 앉은 권도현의 두 손목에는 번쩍이는 은색 수갑이 차갑게 채워져 있었다. 오만하던 석좌교수의 당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핏발 선 충혈된 눈동자와 바짝 말라붙은 입술만이 그가 겪고 있는 내면의 처절한 파멸을 드러내고 있었다.“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피의자의 행위는 학술적 임상 연구의 일환이었을 뿐 결코 타살이나 살인 교사의 고의가 없었습니다.”변호인이 옹색한 법리 변론을 이어갔지만, 검사 측 좌석에 앉은 윤수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수안이 결정적 증거 제출을 위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피의자 권도현은 의학적 치료와 연구를 빙자해 피해자들의 취약한 심리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자살을 체계적으로 유도했습니다.”수안이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운 것은, 도현이 해외 비밀 클라우드 서버에 은밀히 숨겨두었던 '비공개 피험자 조작 일지'의 디지털 포렌식 복원 원본 로그였다.스크린 가득 도현의 자필 기록이 선명한 텍스트로 떠올랐다.[피험자 윤수안: 자존감 해체율 88%, 인정 욕구 기반 정서적 종속 완료. 최종 폐기 및 폐쇄병동 내 극단적 선택 유도 단계 진입.]방청석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의학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제히 경악과 분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의 존엄한 영혼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잔혹하게 자살로 몰아넣은 소시오패스 악마의 민낯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스크린의 글자가 바뀔 때마다 법정 안의 웅성거림이 낮게 번졌다. 수안은 방청석을 보지 않았다.이 기록은 자기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현의 언어 안에서 길을 잃었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졌는지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검사의 요청에 따라 포렌식 담당자가 저장 경로와 수정 이력을 짧게 설명했다. 원본 파일에는 생성 시각과 접속 기록이 남아 있었고, 삭제된 문장까지 복원돼 있었다.도현은 그제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술만 움직였다. 부정할 말은 많았지만, 어느 것도
취조실 안은 권도현이 몰아쉬는 거친 과호흡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변호인들은 수안이 제시한 정밀 프로파일링 증거의 압도적인 무게에 질려, 추가 입회를 포기한 채 긴급 대책 회의를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뜬 상태였다. 취조실에 단둘이 남겨지자, 도현의 억눌린 지배욕과 광기가 흉하게 수면 위로 폭발했다.“윤수안…… 네가 감히 날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처넣겠다고?”도현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테이블 너머로 상체를 맹렬하게 들이밀었다.“넌 날 영원히 못 벗어나! 네 그 잘난 프로파일링 통찰력도 결국 내 연구실 밑바닥에서 배운 거잖아! 넌 어릴 적 버림받은 결핍 때문에 내 인정 한 줄을 갈구하던 불쌍한 기생충에 불과해!”과거 수안의 영혼을 완벽히 갉아먹었던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언어폭력이 쏟아졌다. 어떻게든 수안의 옛 트라우마를 자극해 심리적 우위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발악이었다. 수안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 문장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단어 하나하나가 질문이 아니라 공격을 위해 골라진 도구로 들렸다. 그녀는 도현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손가락으로 녹음기의 위치를 확인했다.“피의자 본인이 말한 대로, 당신은 상대가 흔들리는 순간을 기다렸군요.” 수안이 낮게 말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더 이상 나에게 통하지 않습니다.”도현은 녹음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쏟아낸 말들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스피커에 남을 생각을 하자,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는 여전히 수안을 흔들려 했지만, 자신이 남긴 말이 도리어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감지했다.그러나 수안은 감정의 동요조차 없이 취조실 녹음기 버튼을 차분하게 눌렀다.“피의자 권도현 씨, 스스로 범행 동기와 왜곡된 심리 기제를 완벽하게 자백해 주시는군요.”수안의 메마르고 서늘한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취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타인을 완벽히 통제하고 조종하지 못하면 극심한 불안과 파괴적 공격성을 드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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