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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폐쇄병동 401호: บทที่ 1 - บทที่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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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사직서

질식할 것 같은 올가미의 감촉 대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이마를 스쳤다.윤수안은 번쩍 눈을 떴다.낡고 눅눅한 폐쇄병동의 천장이 아니었다. 은은한 백색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오크목 책상.5년 전, 한성대병원 권도현 교수의 개인 연구실 배정 첫날 아침이었다.“윤수안 선생.”맞은편에서 서류를 넘기던 만년필 소리가 멎었다.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흠잡을 데 없는 백가운. 국내 정신분석의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권도현이 특유의 나직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자네가 지닌 불안과 결핍은 내가 가장 잘 다루는 재료니까.”가스라이팅의 시작점이었다.전생의 수안은 저 다정한 척하는 독을 구원으로 착각했다. 길들여진 끝에 연구용 케이스로 폐기되어 목을 매달기 전까지는.수안은 미세한 동요조차 없이 그를 응시했다.“결핍이라뇨.”“어릴 적 버림받았다고 믿게 된 기억. 유능한 의사가 되어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 내 밑에서 통제를 배우면 자네의 상처도 온전해질 겁니다.”도현이 입꼬리를 유려하게 말아 올리며 상담용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먹잇감의 목덜미를 옥죄는 데 익숙한 포식자의 거만한 태도였다. 수안은 픽, 메마른 실소를 흘렸다.“착각이 심하시네요, 권도현 교수님.”그녀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힌 흰 봉투와 서류 한 장을 꺼내 책상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탁.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파열음에 도현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봉투 겉면에는 굵은 활자로 ‘사직서’라 적혀 있었다. 그 밑에 깔린 서류는 경찰청 직인이 선명한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심리분석관 임용 통지서’였다.“……이게 무슨 장난입니까?”도현의 서늘한 목소리가 갈라졌다.“장난은 교수님이 치셨죠. 남의 결핍을 헤집어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적 지배욕을 치료랍시고 포장하면서.”수안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련과 두려움이 지워진 눈빛이 도현의 시선을 정면으로 꿰뚫었다.“오늘부로 병원을 떠납니다. 당신의 관찰 대상 노릇은 여기까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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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경찰청 프로파일러

병원 로비를 빠져나오자 초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윤수안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지난 생, 권도현의 연구실에 갇혀 햇빛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던 수련의 시절의 족쇄가 비로소 산산이 부서져 내린 기분이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택시에 올라타 경찰청으로 향했다.서울지방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어서 오십시오, 윤수안 경위님. 본청에서 모셔 온 특채 프로파일러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강력계 베테랑 형사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미 모든 역량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수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화이트보드에는 최근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납치 살인 예고 사건'의 현장 사진들이 빼곡했다.“용의자는 무작위 살인을 가장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극도의 통제욕을 가진 자가 타인의 결핍을 이용해 유인한 뒤 살해하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패턴입니다.”수안의 차분하고 날카로운 분석에 형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범인의 심리 기제와 동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짚어내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회의실 한쪽에서 피해자 동선을 띄운 화면이 바뀌었다. 수안은 각 사진의 시간표와 진술 요약을 빠르게 훑었다. 전생에도 이 사건은 있었지만, 그때의 자신은 권도현이 정한 틀 안에서 자료만 정리했다. 이번에는 먼저 경고하고, 먼저 움직일 수 있었다. 낯선 제복 깃이 목에 닿는 감각이 그 차이를 또렷하게 알려 주었다.“다음 연락이 오기 전까지 피해자 주변부터 다시 확인해 주세요. 범인은 자기 손으로 모든 것을 조종한다고 믿는 쪽일 테니까요.”형사 한 명이 메모를 멈추고 물었다. “그럼 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거라고 보십니까?”“사람을 고르는 기준보다, 그 사람이 흔들리는 순간을 찾는 기준이 더 분명할 겁니다.”수안의 요청에 형사들이 동시에 움직였다.같은 시각, 한성대병원 연구실.콰직!권도현은 손에 쥐고 있던 만년필을 책상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책상 위에는 수안이 던지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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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취조실

경찰청 7층 대회의실의 육중한 유리문이 열렸다.단정하게 각이 잡힌 짙은 감색 수트 차림의 권도현이 굳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국내 최고 정신분석 권위자라는 명성답게 형사과 간부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도현의 시선은 오직 회의 테이블 상석에서 사건 서류를 넘기고 있는 윤수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수안은 그가 들어왔음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태연히 펜을 굴렸다.“윤수안 선생.”회의 시작 전, 도현이 수안의 곁으로 다가가 낮게 읊조렸다. 귓가를 긁는 목소리엔 억눌린 지배욕이 서려 있었다.“어린애 같은 반항은 여기까지 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연구실로 복귀하면 학계 매장은 없던 일로 해주지.”과거의 수안이라면 저 선심 쓰는 듯한 협박에 벌벌 떨며 매달렸을 터였다.수안은 서류철을 탁 덮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공과 사는 구분하시죠, 권도현 자문위원님.”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호칭에 도현의 턱관절이 굳어졌다.“자문위원?”“경찰청 외부 자문으로 위촉되셨으면 사건 분석에만 집중하세요. 사적인 망상은 병원 진료실에서나 펼치시고.”도현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본격적인 수사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도현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즉각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섰다.“범인은 억압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충동형 성격장애자입니다. 범행 간격이 짧은 것도 그 때문이죠.”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수안의 서늘한 음성이 회의실을 갈랐다.“틀렸습니다.”수안이 빔프로젝터 리모컨을 눌렀다. 피해자들의 통제된 시신 유기 사진들이 연달아 떠올랐다.“시신의 결박 형태와 유기 장소는 치밀한 계획 범죄를 가리킵니다. 충동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완전히 장악한 뒤 서서히 숨을 끊는 '포식자형 통제광'이에요.”수안의 시선이 도현의 눈동자에 정확히 내리꽂혔다.“자문위원님이 누구보다 잘 아시는 심리 기제 아닙니까?”도현은 화이트보드 앞에서 손을 내린 채 수안 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형사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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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오만한 확증 편향

쿵, 쿵, 쿵.비상구 계단 구석에 주저앉은 권도현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장 안주머니에서 은색 알약 케이스를 꺼냈다. 신경안정제 두 알을 물도 없이 바스러지도록 씹어 삼켰지만, 귓가를 찢는 이명은 가라앉지 않았다.‘충동이 아니라 포식자형 통제광입니다.’수안이 내리꽂은 메마른 비수가 뇌수를 사정없이 후벼 파고 있었다.“내가…… 틀렸을 리 없어. 그 오만한 계집이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어?”도현은 핏발 선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일어섰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윤수안의 코를 납작하게 꺾어야 했다.그는 친분이 있는 주요 일간지 데스크로 전화를 걸어 독자적으로 작성한 '충동형 모방범죄 프로파일링' 자료를 은밀히 유출했다. 언론을 통해 여론을 흔들고 경찰 수사본부를 압박할 셈이었다. 그가 언론에 넘긴 것은 사실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이었다. 몇 줄의 문장이 기사로 옮겨가면 수안의 분석도 흔들릴 거라 믿었다. 상대의 반응보다 제목과 여론의 방향을 먼저 계산하는 순간, 도현은 자신이 수사보다 주도권 회복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의 손은 한동안 화면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안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는 조급함이 판단보다 앞섰다. 불안은 틀렸을 가능성이 아니라, 자신보다 먼저 판단한 수안의 얼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화면에 남은 통화 기록을 지우지 못한 채, 그는 손가락만 접었다 폈다.그러나 불과 2시간 뒤,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폭발했다.도현이 흘린 거짓 정보에 안심한 연쇄 납치범의 은신처가 노출되었고, 그곳에는 이미 수안이 지휘하는 경찰 특공대가 이미 매복해 있었다.철컥!“현 시간부로 용의자 일당을 긴급 체포한다!”수안의 치밀한 지휘 아래, 도현이 언론에 흘린 미끼를 역이용해 진범의 핵심 공범을 단 한 번의 유혈 사태 없이 낚아챈 것이었다.모든 검거 작전이 끝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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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범의 시그니처

취조실 안쪽의 공기는 시베리아의 칼바람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윤수안은 공범이 털어놓은 피의자 신문 조서와 현장 감식 사진을 대조하며 붉은 만년필로 핵심 동선을 짚어나갔다.“공범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단순 운반책에 불과합니다. 시신의 결박 매듭과 피해자의 소지품을 특정한 각도로 훼손한 방식은 명백히 진범의 독자적인 서명(Signature)입니다.”수안의 명쾌하고 거침없는 브리핑에 회의실의 강력계 수사관들이 일제히 감탄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안은 현장 사진의 모서리를 맞춰 놓았다. 매듭의 방향, 소지품을 놓은 각도, 암호문에만 유난히 공을 들인 표현은 한 사람의 습관을 가리켰다. 범인은 흔적을 감추기보다 누군가가 자신의 방식을 읽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공범의 진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다음 장소에 닿을 수 없었다.“장소는 은신처가 아니라 무대예요.” 수안이 짧게 덧붙였다. “범인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서 자기 영향력을 확인하려 할 겁니다.”형사들은 다시 현장 사진에 시선을 고정했다. 수안은 암호문 해독본의 마지막 줄을 짚었다. 그 문장에도 범인이 기대한 과시가 같은 방식으로 남아 있었다. 수안의 말은 현장의 긴장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그때, 대회의실의 강화유리문이 거칠게 열리며 권도현이 들어섰다. 밤새 신경안정제를 털어 넣었는지 낯빛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지만, 턱을 바짝 치켜든 오만한 기세만큼은 여전했다. 그는 수안의 말을 가로채며 화이트보드에 적힌 암호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그 암호는 일개 프로파일러 따위가 해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고도의 정신분석학적 은유와 상징이 섞여 있어요. 내가 직접 풀겠습니다.”자신의 실추된 명예와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수안은 비웃음조차 섞지 않은 무감각한 목소리로 모니터에 분석 보고서를 띄웠다.“이미 3시간 전에 인지언어학적 패턴 분석으로 해독 끝났습니다, 권도현 자문위원님.”“……뭐라고?”“진범이 지목한 다음 타깃 장소는 한성대병원 VIP 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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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심리전

“진범의 2차 살인 예고 영상이 방금 수신되었습니다!”사이버수사팀 형사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대형 브리핑 모니터에 영상이 재생되었다. 기괴하게 변조된 음성과 어두컴컴한 배경 화면. 권도현은 실추된 자문위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화면 뒤편의 타일 구조와 콘크리트 마감으로 보아 폐공장 지하입니다. 즉시 북부 산업단지로 수사력을 집중해야……”“아닙니다.”수안의 단호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도현의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영상 14초 지점의 미세한 환풍기 마찰음, 그리고 젖은 벽면에 반사된 주황색 고압 증기 배관. 저곳은 한성대병원 본관 지하 3층 폐기물 처리장입니다.”현장 감식반의 즉각적인 교차 검증이 이어졌고, 결과는 이번에도 수안의 완벽한 승리였다.수사본부장이 지체 없이 결단을 내렸다.“현 시간부로 현장 진입 작전의 모든 지휘권은 윤수안 경위에게 일임한다. 권도현 교수는 자문위원으로서 후방 대기하도록.”“서장님! 제가 그 병원의 내부 구조를 가장 잘 압니다!”도현이 격분해 항의했지만, 이미 신뢰를 완전히 잃은 그의 목소리는 허공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수안은 현장 도면을 내려다보다가 짧게 지시를 보탰다. “출입구는 두 곳으로 나누고, 환풍기 쪽은 소리를 줄여 진입하세요. 범인이 영상을 보낸 목적은 시간을 버는 데 있을 겁니다.” 지휘실의 공기가 곧바로 움직였다. 누군가는 장비를 챙겼고, 누군가는 통신 채널을 확인했다. 수안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을 믿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 그 판단대로 발을 옮기는 일이었다.수안의 손은 무전기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짧은 준비 시간에도 그녀는 도현의 반박보다 현장 안에 남아 있을 사람의 공포를 먼저 계산했다. 복도에 나온 뒤에도 도현의 시선은 등 뒤에 끈질기게 붙어 있었다.출동 직전, 인적이 드문 복도 비상구.도현이 앞서 걸어가던 수안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윤수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날 이렇게까지 짓밟고 무시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이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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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지하 3층의 매복

축축하게 젖은 기름 냄새와 눅눅한 곰팡내가 뒤섞인 지하 폐기물 처리장의 공기.윤수안은 방탄조끼의 버클을 단단히 여미며 뒤따르는 특공대원들에게 수신호로 분산 진입을 지시했다. 어두컴컴한 통로 한가운데, 기계 모터의 둔중한 웅웅거림 사이로 저편 어둠 속에서 여자의 처절한 흐느낌과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살려주세요…… 제발 아무나 거기 없어요……?”앞서가던 베테랑 대원이 소리가 새어 나오는 철제 격리실 문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성급하게 다가가려 했다.“멈추세요.”수안이 서늘하고 단호한 음성으로 대원의 어깨를 강하게 제지했다.“저건 문틈에 숨겨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전 녹음 파일입니다. 반사되는 주파수와 음량이 기계적으로 일정해요. 대원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묶어두고 탈출 시간을 벌려는 전형적인 회피용 미끼입니다.”수안은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냉각수 배관의 잔여 열기를 손끝으로 신속하게 확인하며 정반대편의 좁은 통로를 가리켰다.“진범이 피해자를 숨겨둔 진짜 감금 장소는 저쪽, 폐쇄된 구형 보일러 제어실입니다.”그녀의 날카로운 판단과 프로파일링은 단 1초의 오차도 없었다.쾅-!특공대가 보일러실 철문을 거칠게 부수고 들이닥치자, 의자에 단단히 결박된 채 입에 청테이프가 붙어 있던 VIP 병동 피해자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동시에 천장 배관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탄소강 회칼을 쥔 괴한이 수안의 목덜미를 노리고 유령처럼 맹렬하게 튀어나왔다.타앙-!수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상체를 날렵하게 비틀어 칼날을 흘려보냈고, 즉각 덮친 특공대원들의 진압 방패와 테이저건이 괴한의 사지를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겨 박았다.철컥!“피의자 현장 검거 완료! 인질 신병 무사히 확보!”상황은 진입 3분 만에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완벽하게 종료되었다.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을 기며 끌려가던 범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안을 독기 어린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리고 짓씹듯 소름 끼치는 말을 뱉어냈다.“다…… 그 교수가 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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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교수의 알리바이

“연쇄 납치 살인범을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검거했습니다.”병원 로비에 마련된 긴급 기자회견장. 수십 대의 방송사 카메라 플래시가 윤수안 경위의 단정하고 차분한 얼굴 위로 눈부시게 쏟아졌다.경찰청 특채 프로파일러가 이뤄낸 수사의 승리였다.반면, 로비 기둥 뒤편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던 권도현은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었다. 체포되던 범인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도현의 목덜미를 서늘한 덫처럼 옥죄고 있었다.1시간 뒤, 서울지방경찰청 특별 취조실. 차디찬 스테인리스스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윤수안과 권도현이 마주 앉았다.“내가 저 끔찍한 살인마를 사주했다고 의심하는 겁니까?”도현이 억제함과 수치심이 뒤섞인 목소리로 책상 위에 신문 조서를 거칠게 내리쳤다.“난 1년 전 저 자를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로 몇 차례 상담했을 뿐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 게 죄가 됩니까?”수안은 미동조차 없이 도현이 과거 작성했던 비공개 진료 차트를 한 장씩 넘겼다.“단순 치료가 아니죠. 자문위원님은 상담 과정에서 환자의 내재된 파괴 충동을 억제하기는커녕, 범행 대상을 특정하고 정당화하도록 교묘한 유도 질문을 반복했습니다.”수안이 붉은 펜으로 차트 곳곳에 기록된 은밀한 유도 질문들을 날카롭게 동그라미 쳤다.“환자의 취약한 결핍을 쥐고 흔들어 파멸적인 괴물로 조련하는 기술. 당신이 연구실에서 나에게 매일같이 자행하던 그 악랄한 가스라이팅 수법 그대로 말입니다.”“윤수안……!”“당신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타인의 결핍을 조작해 살인마라는 괴물을 빚어낸 거나 다름없습니다.”도현은 차트가 넘어갈 때마다 눈동자를 옮겼다. 자신이 남긴 문장은 진료 중 떠오른 가설을 적어 둔 것뿐이라고 되뇌었지만, 수안이 표시한 질문들은 환자의 대답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그는 그 차이를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의사라는 이름 뒤에 숨겨 온 일이 드러날 테니까.“환자를 이해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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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무너진 교수

취조실 바닥에서 헛구역질을 하며 쓰러졌던 권도현은 간신히 개인 연구실 소파로 돌아왔다.하얗게 질린 입술 사이로 마른침과 핏물이 섞여 흘러내렸다.책상 위에는 한성대병원 이사회에서 긴급 송달된 묵직한 등기 서류가 차갑게 놓여 있었다. 연쇄살인범 상담 차트 유출 및 살인 교사 혐의에 따른 '석좌교수 직무 정지 및 진료권 박탈 통보서'였다.“직무 정지……? 감히 내 진료권을 박탈해?”도현의 떨리는 손이 서류를 갈가리 찢어발겼다.국내 최고 정신분석 권위자라는 화려한 명성, 방송과 학계의 찬사, 오만한 신(神)의 왕좌. 평생 타인의 약점과 결핍을 교묘하게 조작하며 쌓아 올렸던 거대한 성채가, 윤수안이 던진 단 몇 줄의 차트 분석과 논리적 반박 앞에 모래성처럼 허망하게 바스러지고 있었다.치지직-!그때, 어두컴컴한 연구실 벽면에 걸린 대형 전신거울 위로 기괴한 백색 노이즈가 일렁였다.도현은 홀린 듯 비틀거리며 거울 앞으로 다가섰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지더니, 전생의 수안을 폐쇄병동에 가두고 목을 매달게 종용했던 잔혹한 포식자의 얼굴로 뒤바뀌어 있었다.“아니야…… 난 의사야! 사람을 고치는 고결한 정신과 의사라고!”도현이 절규하며 책상 위의 크리스털 문진을 거울을 향해 전력을 다해 집어 던졌다.쨍그랑-!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그러나 깨져나간 수백 개의 거울 파편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수안의 메마른 눈동자들이 일제히 도현을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당신이 날 죽인 거야, 권도현.’“으아악! 닥쳐! 닥치란 말이야!”깨진 거울 조각 하나가 카펫 위에서 가늘게 떨렸다. 도현은 그 조각에 비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강연장과 진료실에서 늘 확신에 차 있던 손이었다. 이제는 손가락 끝이 뜻대로 굽어지지 않았고, 서류를 찢은 자리에 남은 종이 가루만 손등에 들러붙어 있었다.창밖에서 지나가는 차량 불빛이 깨진 유리 위를 훑고 지나갔다. 도현은 그 빛이 사라질 때마다 방이 더 좁아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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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취조실 유리 너머

“이상으로 한성대병원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의 공식 수사 브리핑을 모두 마칩니다.”경찰청 대강당에 모인 수백 명의 기자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터뜨렸다. 단상 위에 선 윤수안 경위의 단정하고 흠잡을 데 없는 제복 위로 경찰청장 특별 표창장이 수여되었다.세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흉악범을 단 12시간 만에 무결점으로 검거해 낸 천재 프로파일러의 위상이었다. 모든 언론 브리핑과 기념 촬영이 끝나고, 수안이 로비로 내려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윤수안……!”경찰청 정문 로비 구석에서 젖은 낙엽처럼 웅크리고 있던 사내가 비틀거리며 뛰쳐나왔다.권도현이었다.단정하던 흑발은 식은땀과 빗물에 젖어 흉하게 헝클어졌고, 최고급 명품 수트는 흙탕물에 찌들어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오만하던 권위자의 위엄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접근 금지입니다! 당장 물러서세요!”당직 형사들이 도현의 팔을 거칠게 꺾어 바닥에 제압하려 하자, 수안이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춰 세웠다. 수안은 길가에 버려진 썩은 오물을 보듯 서늘하고 메마른 눈빛으로 도현을 내려다보았다. 도현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기며 수안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수안아…… 제발 날 버리지 마. 내 눈에…… 내 눈에 매일 네가 보여.”도현의 턱관절이 덜덜 떨리며 눈물과 핏물이 뒤섞인 역겨운 침이 턱 밑으로 흘러내렸다.“매일 밤 네가 목에 올가미를 맨 채 나한테 다가온다고…… 숨을 쉴 수가 없어. 네가 나 좀 고쳐줘. 네가 내 유일한 주치의잖아……!”국내 최고의 정신분석 권위자가, 자신이 실험 쥐 취급하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옛 제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짐승처럼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안은 그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코트 자락을 거칠게 털어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도현의 손끝이 바짓단에 닿기 직전, 수안은 발을 빼며 거리를 만들었다. 당직 형사들은 그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더 가까이 붙지 못하게 주변을 비웠다. 도현은 무릎을 꿇은 채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예전처럼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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