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이틀 뒤, 성북동 태성가 본가에서 첫 가족 만찬이 열렸다.긴 마호가니 식탁의 상석에는 차중만 회장이 앉았다. 오른쪽에는 도겸, 그 옆에는 태성가의 큰며느리가 된 이현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현욱은 식탁 반대편 끝에 앉았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현은 그의 약혼녀 자격으로 말석에 가까운 자리를 지켰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필요할 때만 미소 짓고, 현욱이 자리를 비워도 혼자 남아 예의를 다했다.오늘은 달랐다.도겸이 직접 의자를 빼 주자 이현은 그의 오른편에 앉았다. 직원은 차중만 다음으로 두 사람의 잔을 채웠고, 집안 고문들은 도겸에 이어 이현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자리 하나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제 이현은 초대받은 약혼녀가 아니라 이 집안의 일원이었다.그 변화를 가장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현욱의 어머니 한명숙이었다.한명숙이 찻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동생과 6년을 약혼한 여자가 며칠 만에 형과 결혼해 이 자리에 앉다니.”식탁 위의 대화가 끊겼다.“사업상 정략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체면이 있는 법이야. 이현아, 정말 밥이 넘어가니?”이현은 수저를 내려놓고 한명숙을 바라봤다.대답하기 전에 도겸이 먼저 잔을 놓았다.크리스털과 받침이 부딪치는 낮은 소리가 방 안을 정리했다.“제 아내에게 예의를 지키십시오.”한명숙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도겸아, 지금 어른한테—”“현욱이 약혼 중 다른 여자를 만난 일은 문제 삼지 않으시면서, 그 관계를 끝낸 이현 씨에게만 체면을 요구하시는군요.”도겸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그래서 더 반박하기 어려웠다.“이 결혼은 제가 선택했습니다. 불만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제 아내의 자격을 입에 올리는 건 허용하지 않겠습니다.”“네가 아무리 최대주주라고 해도 이 집안에는 법도가 있어!”“법도는 약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닙니다.”한명숙이 말을 잇지 못했다. 현욱은 물잔만 노려볼 뿐 어머니를 말리지도, 이현에게 사과
最後更新 : 2026-08-24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