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증거입니다.”배심원석에서 흥분한 목소리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이제 저 여자 아무 말도 못 하겠네.”“과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서하영, 이것도 어디 변명해 보시지.”남도현은 법정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활보하며, 마치 승리를 자축하는 퍼레이드라도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재판장님,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에 저희는 민사상 손해배상금 70억을 즉시 판결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남도현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힘이 넘쳤다.“그리고 긴급 접근 금지 명령도 신청하겠습니다. 저 괴물이 앞으로 제 의뢰인에게 30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맞습니다. 저 괴물을 원고에게서 떼어놔야 합니다.”“70억으로는 부족하다.”“감옥에 보내야 해.”나는 금빛 털이 들어 있다는 증거 봉투를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그 작은 표정 변화조차 법정에 있던 누구도 놓치지 않았다.“저 여자 좀 봐요.”김미숙이 자리에서 악을 썼다.“증거가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웃고 있잖아요. 저 여자에겐 양심도 없나 보네요.”김미숙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롭게 치솟았다.“서하영 씨. 70억에 이 일이 조용히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김미숙은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듯한 기세로 법정 앞쪽까지 성큼성큼 다가왔다.“내가 당신 인생을 망가뜨릴 거야, 서하영. 당신 회사도 파산하게 만들고, 이 동네에서도 쫓아내고 말겠다고.”김미숙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곧바로 실시간 방송을 켰다.“여러분, 모두 저 여자를 보세요. 저 냉혈한 괴물을 좀 보시라고요. 자기 아들이 우리 딸을 망가뜨렸다는 DNA 증거까지 나왔는데도 저렇게 태연하게 앉아서 웃고 있습니다.”실시간 방송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쓰레기.”“저런 사람이 어떻게 엄마야?”“서하영이라는 이름, 똑똑히 기억해 두겠습니다.”“저 회사 불매 운동하자.”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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