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로 이사한 부촌에서 열린 파티에 처음 참석한 것을 이유로, 옆집에 사는 김미숙이 나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김미숙은 온몸에 멍과 상처를 입은 딸 강지아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 아들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강지아가 옷깃을 살짝 내렸다. 목을 빙 둘러 선명한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 “그 남자가 제 바지를 억지로 벗기려고 했어요.” 강지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저한테 억지로 그런 짓을 하려고 했어요. 제가 죽기 살기로 저항하니까... 절 마구 때렸어요. 얼굴까지 이렇게 만들어놨어요!” 법원 밖에서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내 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인간 말종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인터넷에는 나를 추모하는 합성 사진까지 퍼지며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저런 엄마는 아들과 함께 죽어야 한다]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사이,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나는 법정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음처럼 굳은 얼굴로 조용히 아들을 불러달라고 했다. “제 아들, 탄이를 데려오세요.” 잠시 후, 법정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탄이가 걸어 들어왔다. 그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얼어붙었다.
View More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는 김미숙과 강지아가 당황할 차례였다.“협박이라고?” 김미숙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서하영 씨.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우리는 피해자예요.”김미숙은 다시 상황을 주도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내 딸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데, 이제 와서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건가요?”강지아도 곧바로 장단을 맞췄다. 애써 눈물을 더 짜내며 흐느꼈다.“저는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어요... 정말 실수였을 뿐이라고요... 제발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강지아는 다시 연약하고 순진한 피해자 역할로 돌아가려는 듯 목소리를 떨었다.“저 PTSD가 있어요... 기억이 뒤죽박죽이에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배심원석에서도 몇몇 사람들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정말 실수한 걸 수도 있잖아...”“저렇게까지 몰리니까 좀 불쌍해 보이는데...”하지만 내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내가 품에 안긴 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탄이는 태평하게 하품을 한 번 했다.“PTSD라고?” 내가 그 말을 되풀이했다.“흥미로운 이론이네요.”나는 법정 뒤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변호사인 윤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였다.“재판장님, 저희 측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윤태준은 노트북을 들고 증거대 앞으로 걸어갔다.“이 영상은 연예 뉴스 매체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강지아 씨가 자신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라고 주장한 바로 그 시기에 촬영된 영상이죠.”다시 대형 스크린에 화면이 켜졌다. 연예 뉴스 매체의 로고가 화면에 나타났고, 이어 클럽에서 촬영된 화질이 거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영상 제목은 ‘만취한 재벌가 상속녀, 요트 파티서 난동... 보안요원에 의해 강제 퇴장’이었다.화면 속에는 금발의 여자가 요트 갑판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강지아였다.하지만 법정에서 연약하고 불쌍한 피해자 행세를 하던 강지아와는 전혀 달랐다. 영상 속 강지
대형 스크린에 화면이 켜지자, 첫 번째 문서가 화면에 나타났다.금빛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화려하고 공식적인 증명서였다. 국제 고양이 협회(TICA)의 공식 인증서였다.그곳에는 ‘서탄’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혈통 증명서부터 마이크로칩 등록번호, 예방접종 기록, 각종 대회 출전 이력까지 전부 기록되어 있었다.소유자 정보: 서하영.등록일: 2년 전.법정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저... 저거 진짜예요?”한 배심원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화면을 톡 건드려 다음 페이지를 띄웠다.이번에는 탄이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TanTheBengal - 팔로워 5만 2천 명.프로필 사진에는 탄이의 옆모습이 우아하게 담겨 있었다. 호박색 눈동자가 카메라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저는 제 선택으로 아이를 낳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간 자녀는 없죠. 하지만 아들은 한 명 있습니다. 고양이이지만 제 아들이기도 한 탄이에게도 개인 SNS 계정이 있죠.”나는 태연하게 말했다.“팔로워가 5만 2천 명이나 됩니다.”나는 화면을 계속 넘겼다. 수없이 많은 사진과 영상이 화면에 차례로 나타났다.[우리 저택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탄이.][전용기 안에서 편안하게 잠든 탄이.][F국 P시의 호텔 발코니에서 F국의 랜드마크를 바라보고 있는 탄이.][J국 T시에서 벚꽃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탄이.][A국 N시 펜트하우스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탄이.]모든 사진에는 촬영 시간이 기록되어 있었고, 모든 영상에는 위치 정보가 남아 있었다.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난 2년간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이건 탄이가 생후 3개월이었을 때예요.”나는 조그마한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리켰다.“제가 탄이를 입양한 직후 모습입니다.”사진 속 꼬질꼬질하고 복슬복슬한 아기 고양이는 내 손바닥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이건 탄이가 생후 6개월 때 처음 비행기를
김미숙의 주장이 법정에 폭탄처럼 떨어졌다. 몇몇 배심원들이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말도 일리가 있잖아. 저 고양이가 정말 피고로 지목된 탄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대역을 데려온 걸 수도 있지 않을까?”“진짜 범인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나는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봤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오히려 서늘한 평온이 내려앉았다.남도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재판장님. 피고는 지금 법정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저... 저 동물을 이용해 진실을 흐리려 하고 있습니다.”남도현이 내 품에 안긴 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건 제 의뢰인을 모욕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의라는 개념 자체를 짓밟는 것입니다.”강지아도 곧바로 장단을 맞췄다. 새롭게 다시 눈물을 흘리며 증인석에서 일어섰다.“맞아요. 저 여자가 진짜 탄이를 숨기고 있는 거예요. 저를 해친 그 괴물을요.”강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진짜 탄이는 사람이에요. 폭력적인 남자라고요. 저 고양이가 아니에요.”배심원들의 표정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심원석에 앉은 중년 여성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도 맞는 것 같은데요. 사람을 대신해서 고양이를 데려온다는 게 말이 되나요?”젊은 남성 배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저 여자가 일부러 재판을 가지고 노는 걸 수도 있죠.”남도현이 기세를 몰아붙였다.“서하영 씨. 정말 역겹군요. 괴물 같은 아들을 감싸려고 죄 없는 동물까지 이 진흙탕에 끌어들이는 겁니까?”남도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이건 단순한 공무집행 방해가 아닙니다. 또한 동물 학대이기도 하고요.”방청석에서도 다시 술렁임이 일었다.“맞아. 동물을 희생양으로 삼다니, 정말 역겹네.”“진짜 아들 탄이는 어디에 숨긴 거야?”“서하영. 진짜 아들을 데려와라.”여론이 다시 자신들 쪽으로 기울자, 김미숙이 승리감에 차서 소리쳤다.“거봐. 당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거 다들 알잖아.”김미숙은 탄이를 손가락
법정 안내원이 거대한 법정 문을 활짝 열고, 매끈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려동물용 이동장을 끌고 들어왔다.검은색 이동장에는 해외 곳곳을 오간 흔적을 보여주듯 각종 국제선 여행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전문적이면서도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동장이었다.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눈이 부실 정도로 쉴 새 없이 터졌다. 실시간 방송의 채팅창도 순식간에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저 안에 뭐가 있는 거야?”“증거인가?”“살인 무기?”“서하영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야?”배심원들은 허리를 곧추세운 채 이동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지아는 어머니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김미숙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도무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상대측 변호사인 남도현이 벌떡 일어났다.“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대체 원고의 이런 쇼는 무슨 의미인 거죠?”재판장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계속하세요.”나는 이동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흔들림 없이 신중했다.법정 안은 완벽한 정적에 휩싸이며, 대리석 바닥을 밟는 내 구두 굽 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려 퍼졌다.모두가 내가 어떤 패를 꺼내 들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동장 앞에 쪼그려 앉아 잠금장치에 손을 올렸다.“여러분.”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또렷했다.“지금부터 피고를 소개하겠습니다.”찰칵.잠금장치가 풀리며, 이동장 문이 열렸다.그러자 안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냥 평범한 집고양이가 아니었다.표범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무늬가 온몸을 뒤덮은 날렵한 벵갈고양이였다. 법정 조명 아래에서 윤기 나는 털이 눈부시게 빛났다.고양이는 이동장에서 나와 경악한 법정 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믿기 힘들 정도로 우아한 동작으로 내 변호인석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그러더니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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