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입원 수속을 마친 뒤, 나는 간병에 필요한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벽에는 나와 이현민이 눈이 시릴 만큼 환하게 웃고 있는 결혼사진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액자를 걸던 날, 내 손이 닿지 않자 이현민은 나를 번쩍 안아 올려 주었다.침대에는 이현민과 함께 골랐던 새하얀 신혼 침구가 깔려 있었다.둘이 하나하나 쌓아 온 행복은 오늘 하루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침대 위에 캐리어를 펼치자마자 이현민이 돌아왔다.이현민은 또 내가 홧김에 짐을 싸는 줄 알았는지 곧장 침실로 들어왔다.“이 집은 네 거니까 굳이 나갈 필요 없어. 내가 나갈게. 전에 준 돈도 돌려주지 않아도 돼. 너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대신 지수는 더 이상 괴롭히지 마. 지수도 많이 힘들었어.”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애써 억눌렀던 감정이 다시 폭발했다.“이현민, 한지수가 힘들었다고? 그러면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던 너를 만나 지금까지 곁을 지킨 나는...”“그만해.”이현민은 짜증스럽게 내 말을 끊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가진 것 하나 없던 때부터 내 곁을 지켜 주느라 네가 고생한 건 알아. 나도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선택권을 너한테 준 거잖아. 강서린,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야?”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이현민을 사랑한 세월만 8년이었다.물이 새는 허름한 자취방에서 함께 살았고, 라면 한 봉지를 나눠 먹으면서도 계란 하나 넣는 것조차 아까워했다.한창 꾸미고 다닐 나이에도 변변한 치마 한 벌조차 사 입지 못했다.그때는 부모님도, 한지수도 나를 안타까워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이현민은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붉어진 내 눈을 본 이현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숙여 나를 품에 안고 예전처럼 달래기 시작했다."서린아, 말했잖아.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모든 사실을 알고도 나와 결혼하고 싶다면, 결혼식은 다시 올리면 돼. ""하지만 지수도 정말 많이 상처받았어. 네가 나를 안을 때마다 지수는 애타는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