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나는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내 귀를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주찬휘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주찬휘의 눈동자에 서린 진심을 본 순간 그가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확신했다.문득 참 가소롭게 느껴졌다.“나를 사랑한다고?”주찬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없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이슬아, 지난 4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널 사랑하게 됐어. 내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애틋함이 뚝뚝 묻어나는 고백이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나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갔다.만약 지난 4년 중 어느 때라도 주찬휘가 사랑한다고 해줬더라면 나는 아마 기쁨의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이혼하자고 말한 뒤에야 사랑을 고백하다니. 대체 날 뭐라 생각하는 거야?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애완동물? 떠나고 나니까 이제야 달콤한 말로 나를 달래서 데려가려고?’내가 믿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지 주찬휘가 서둘러 말을 보탰다.“그 결혼반지는 이미 디자이너에게 맡겼어. 다시 새로 제작해서 줄게. 앞으로 지안이랑 연락하는 일도 없을 거야. 이슬아, 제발 함께 돌아가자, 응?”마지막 한마디에 조심스러운 기색도 엿보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주찬휘, 그거 알아? 결혼식 날 네가 내 손가락 치수에 맞는 반지를 새로 사주겠다고 약속했었어. 그 말 한마디 때문에 4년이나 기다렸지만 그 반지를 끝내 받지 못했어. 이젠 새 반지 따위 필요 없어.”‘너도 필요 없고.’나의 말에 주찬휘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비틀거렸다.“이슬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순 없을까? 앞으로는...”“안 돼.”나는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사실 난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조차 믿을 수가 없어.”멍하니 굳어버린 주찬휘를 보며 내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정말 날 사랑했다면 매번 약속을 어기고 나를 기다리게 하지 않았겠지.”“정말 날 사랑했다면 허지안이랑 거리를 뒀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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