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부부로 산 시간 동안 주찬휘와 나의 사이에도 가끔은 온기 어린 순간들이 있었다.메뉴를 고르다 동시에 같은 음식을 말하며 마주 보고 웃던 일, 연회장에서 내 어깨에 무심하게 양복 재킷을 걸쳐주던 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마에 내려앉던 가벼운 입맞춤 같은 것들...이런 사소한 조각들 때문에 주찬휘도 나에게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그 식당에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주찬휘가 허지안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능숙하게 일고여덟 가지의 음식을 주문했다. 마지막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아주 맵게 해주세요.”허지안이 턱을 괸 채 주찬휘의 앞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종업원이 나간 후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내 입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던 주찬휘가 멈칫하더니 이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이슬이랑도 왔었어. 여기 대표적인 메뉴들이라 맛이 괜찮아서 기억해둔 것뿐이야.”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나와 이곳에 온 적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때 오늘과 같은 메뉴를 주문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주찬휘는 위장염에 걸려 무척이나 고생했다.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사람이었다.“그래?”허지안이 말꼬리를 길게 빼며 눈을 가늘게 떴다.“너 예전에 매운 거 입에도 못 대서 내가 먹는 거 구경만 했잖아. 1년 넘는 사이에 입맛이 참 많이 변했구나.”아니, 주찬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도, 입맛도 그대로였다.식사하는 내내 나는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허지안이 주찬휘와 함께했던 유학 시절의 추억을 흥미진진하게 늘어놓았다.옆에 있던 나는 존재감 없는 방관자가 된 기분으로 그들의 뜨겁고 찬란했던 청춘 얘기를 묵묵히 들었다. 지금 주찬휘의 아내는 나인데도 말이다.식사를 마친 뒤 운전기사가 나와 주찬휘를 데리러 왔다.주찬휘가 허지안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허지안이 혼자 택시를 타고 가겠다며 거절했다.주찬휘도 더는 고집부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