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의 비밀 결혼은 여기까지: Chapter 11 - Chapter 20

21 Chapters

제11화

“지난주 수요일이요.”선생님은 하경훈의 신분을 확인한 뒤 퇴원 서류를 건넸다.하경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계속해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하경훈은 서류를 손에 쥔 채 미세하게 손을 떨었다.하경훈이 마음이에게 유치원을 옮기라고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다.심희연의 서명을 바라보다가, 하경훈은 무심코 손가락 끝으로 그 서명을 두어 번 쓸었다.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심희연과 마음이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유치원을 나선 하경훈은 바람 빠진 공처럼 온몸에 힘이 없었다.난생처음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꼈다.“집에 돌아가면 있겠지.”하경훈은 시간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그리고 급히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 심희연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여전히 전원은 꺼져 있었다.“심희연 회사에 있어?”하경훈은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비서에게 연락했다.전화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하 대표님, 심 비서는 사직하셨습니다.]‘사직했다고?’“심희연의 행방을 알아봐. 최대한 빨리.”“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하경훈은 일말의 기대를 품은 채 급하게 집으로 달려갔다.‘그래도 아직 집에 있을지도 몰라.’“마음아.”“희연아.”하경훈의 눈빛에서 희망이 조금씩 사라졌다.거실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부엌에는 심희연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모습도 없었고,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도 없었다.계단 위에도 마음이의 작은 몸짓은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하경훈은 문득 깨달았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모녀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을.하경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심희연의 방 앞에 멈춰 선 하경훈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었다.심희연의 방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심희연의 몸에서 나던 그 향과 같아서 불안하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듯했다.심희연의 방은 깔끔하게 정돈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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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하경훈은 순간 흠칫하며 굳어졌다.속에서 치밀어 오른 분노가 폭발했다.하경훈은 몸을 돌려 준이를 노려보았다.“뭐라고? 다시 말해봐!”준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더욱 불만스러운 말투로 다시 한번 말했다.“경훈 아빠는 그 여자들한테 너무 잘해줘. 나랑 엄마가 여기서 살아야지.”하경훈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말했던 내용이 떠오르자, 핏발 선 눈으로 준이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갑자기 준이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준이는 깜짝 놀라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놔줘! 왜 이래!”소윤지도 급히 다가와 하경훈의 팔을 붙잡았다.“아이가 장난친 거잖아. 어린애랑 그렇게 따지지 마. 아프잖아. 그러니까 이제 내려놔.”하경훈이 소윤지를 돌아보았다.“어린애가 이런 걸 어떻게 알겠어?”소윤지는 찔리는 게 있어서 동작이 잠시 멈칫했다.준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외쳤다.“엄마, 나 좀 구해줘. 이 나쁜 남자가 나 죽이려고 해.”소윤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표정으로 하경훈에게 매달렸다.“제발 놔줘. 부탁할게. 무슨 일이든 나한테 해. 아이는 건드리지 마.”“솔직히 말해. 너 진작부터 나랑 심희연 관계를 알고 있었지!”하경훈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이렇게 음흉하고 악독한 사람일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소윤지는 고개를 숙인 채 마음이 복잡했다.하경훈이 자신과 준이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걸 보자, 이미 남자를 되찾았다고 생각했다.심희연이라는 걸림돌만 사라지면, 자신이 떳떳하게 하경훈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지금의 하경훈은 무서웠다.설마 하경훈이 심희연을 사랑하게 된 걸까?“내 말 좀 들어봐.”소윤지가 고개를 들었다.“알고는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사람들을 해친 적 없어.”역시나.하경훈은 소윤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준이의 그 말들은 전부 소윤지가 가르친 것이다.“소윤지, 네 아들이랑 당장 꺼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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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하경훈을 떠난 심희연은 A국에 자리를 잡았다.심희연은 평소 바라던 회사에 입사했고, 마음이에게도 좋은 학교를 찾아주었다.심희연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의 신제품 개발 업무에 참여했고, 직장에서도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어느 날 퇴근 무렵, 회사 동료가 심희연을 불러 세웠다.“희연 씨, 이렇게 능력이 뛰어난 줄 몰랐어요. 희연 씨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해요.”“과찬이세요.”심희연이 미소 지었다.“혹시 저와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희연 씨를 정말 존경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이현호는 심희연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데이트를 신청했다.심희연은 망설이며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마음이 엘리베이터에서 뛰어나왔다.“아저씨, 우리 엄마는 시간 없어요. 나랑 같이 있기로 했거든요.”마음이 심희연을 끌어안으며 대신 거절했다.이현호는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성급했네요.”“결혼하신 줄 몰랐어요. 따님이 정말 귀엽네요.”“아니에요.”마음이 눈을 깜빡이며 이현호를 자세히 관찰했다.“아저씨, 우리 엄마는 당분간 연애할 생각이 없대요. 나중에 다시 고백해 봐요. 그때 내가 도와줄게요.”“그럼 네 아빠가 허락해 주실까?”“나 아빠 없어요. 내 아빠가 되고 싶으면 생각해 볼게요.”“좋아.”마음의 말에 웃음이 터진 이현호가 아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도와준다고 했으니까 약속 어기면 안 돼.”마음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는 엄마 데리고 먼저 갈게요.”마음이 심희연을 끌고 회사를 나섰다.예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이었다.심희연은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엄마는 너랑 같이 있는 걸로 충분해. 연애 같은 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다음부터 엄마한테 괜히 남자 소개해 주지 마.”“싫어. 나는 엄마가 나도 사랑해 주는 그런 아저씨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 둘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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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내가 당사자인데, 왜 나와 직접 얘기하지 않은 겁니까?”하경훈은 분노에 가득 차서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변호사라는 사람이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릅니까?”변호사는 하경훈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하 대표님, 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서류를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변호사가 서류를 훑어보더니 다시 하경훈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먼저 서명하셨고 재산 분할 내용도 명확해서 절차상 따로 연락드릴 필요가 없었습니다...”“난 이혼에 동의한 적 없어요!”하경훈은 이혼 증명서를 구겨질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내 아내는 어디 있습니까? 직접 만나야겠습니다.”“죄송하지만 저도 모릅니다.”변호사가 고개를 저었다.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하경훈은 변호사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말해요!”“하 대표님, 변호사로서 지켜야 할 직업윤리가 있습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변호사의 안경이 부서지면서 입과 코에서는 피를 흘렸다.“하지만... 대표님이 하실 말씀을 전달해 드리는 것 정도는 해보겠습니다.”“연락처를 줘요.”“저를 때려 죽여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해드리겠습니다.”결국 한발 물러난 하경훈은 긴 문자를 작성해서 변호사에게 심희연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심희연은 그 문자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하경훈이 다시 자신을 찾을 줄은, 게다가 사과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문자에는 하경훈의 후회와 미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희연아, 마음아. 내가 잘못했어. 난 줄곧 너희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은... 나는 너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희연아, 나와 소윤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난 아직도 소윤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한 번만 기회를 줘. 너희에게 준 상처를 내가 전부 보상할게.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게.][너희 지금 어디야?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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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경훈이 직접 지휘에 나서자, 혼란스럽던 회사는 점차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하경훈의 지휘 아래, 회사 각 부서는 긴박하게 업무를 진행하며 조사에 착수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일의 배후가 소윤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하경훈이 소윤지를 각별히 챙겼다는 건 회사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소윤지는 그 점을 이용해서 하경훈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하경훈이 무너져 있던 동안에도 소윤지는 끊임없이 회사 기밀을 빼돌려 팔아넘겼다.소윤지가 붙잡히던 날, 준이를 데리고 도망치려던 참이었다.하경훈은 공항에서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한 번만 봐줘. 난 그냥 돈 좀 벌어서 준이랑 잘 살고 싶었을 뿐이야.”소윤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경훈에게 애원했다.“당신 때문에 돌아왔는데, 당신이 나를 버렸어...”“경훈 아빠, 나랑 엄마 제일 예뻐해 줬잖아. 우리 잡아가지 마...”“회사에 돈도 그렇게 많은데, 나랑 이런 일로까지 따지지 말아 줘. 우리도 한때 사랑했잖아. 제발 나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마.”“나 정말 당신을 사랑해. 나는 오직 당신이랑 다시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야.”소윤지의 모습은 비굴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하경훈은 소윤지를 더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그 남자가 파산하지 않았다면, 네가 돌아왔겠어?”소윤지는 몸에 힘이 풀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나는 당신을 사랑해.”“관련 기관에 넘겨서 법대로 처리해.”“안 돼. 나한테 이러지 마.”“우리 잡아가지 마. 나 다시는 마음이한테 첩의 자식이라고 안 할게. 그러니까 나 잡아가지 마.”“너 나쁜 놈이야. 나 잡아가지 마. 나쁜 놈, 놔!”하경훈이 요지부동이자 준이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욕까지 했다.하경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참을 수 없는 자책감이 밀려왔다.이런 철없는 아이는 예뻐해 주면서, 자신의 착한 딸에게는 제대로 잘해주지 않았다니.‘하경훈, 너는 정말 죽어 마땅한 놈이야.’하경훈은 손을 내저으며 몹시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데려가.”소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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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미안하지만, 이제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라서.”심희연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하경훈을 지나쳐서 무대로 향했다.회사 대표로 나선 심희연은 신제품을 소개했다.심희연은 당당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전문적이고 능숙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하경훈은 반짝반짝 빛나는 심희연을 바라보며 깊이 후회했다.심희연이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이었다니.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하경훈의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하경훈의 시선은 심희연을 따라가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하경훈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반드시 다시 자신의 아내와 딸을 되찾을 것이다.“감사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개인적으로 문의하세요.”발표를 마친 심희연이 인사한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마음이 옆에서 달려와 심희연에게로 왔다. 그녀는 딸의 손을 꼭 잡고서 다가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하경훈은 조용히 한쪽에 서서 감히 다가가지 못하다가, 심희연과 마음이만 남게 되자 겨우 용기를 내어 다가섰다.“발표 정말 훌륭했어. 목마르지?”하경훈이 심희연에게 음료를 건넸다.“방금 새로 뜯은 거야. 깨끗해.”심희연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심희연은 음료를 받지 않고 하경훈을 돌아 지나갔다.“나랑 밥 한 끼만 먹어줄래?”하경훈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목소리까지 떨렸다.“미안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아.”심희연은 뒤돌아보지 않았다.“제발 거절하지 마.”하경훈이 다가가 심희연의 팔을 붙잡았다.하경훈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마음아, 아빠랑 집에 가서 밥 먹자. 딱 한 번만.”하경훈은 마음을 바라보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정말 잘못했어. 그러니까 아빠랑 밥 한 끼만 먹어주면 안 될까?”마음이는 망설였다.아이는 거절당했을 때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고개를 들어 심희연을 올려다본 마음은 차마 모르는 척하지 못하고 말했다.“엄마, 밥 한 번만 먹자.”“그래.”심희연은 마음이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마음이는 하경훈의 딸이고, 언제든 아이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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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희연아, 아이랑 잠깐만 놀고 있어. 금방 밥 차려줄게.”하경훈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이 장면은 하경훈이 꿈에서 수도 없이 그려왔던 모습이었다.그리고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마음은 신이 나서 선물을 하나씩 뜯었다.인형부터 컬러링북, 레고, 전자 애완동물까지 없는 게 없었다.심희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시큰했다.왜 사람은 꼭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밥 먹자.”하경훈은 마지막 요리를 내온 뒤 앞치마를 풀었다.그리고 직접 마음을 부르러 갔다.마음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두 손에는 알록달록 물감이 묻어 있었다.하경훈은 먼저 아이를 데리고 가서 손을 씻겨주었다. 그리고 직접 닦아준 뒤 아이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데려왔다.“나는 정말 자격 없는 남편이자 아빠야. 너희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조금씩 만들어봤어.”하경훈은 지난날을 후회하며 심희연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하경훈은 탕수육과 돈가스, 청경채 볶음에 해물탕까지 준비했다.심희연은 하경훈이 요리를 할 줄 아는지 몰랐다.아무래도 소윤지가 하경훈에게 잘 가르쳐준 모양이었다.“맛 한번 봐줘. 얼마 전에 배운 건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하경훈이 심희연에게 해물탕을 한 그릇 떠주고, 마음이에게는 탕수육을 집어주었다.심희연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엄마는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요.”마음이 해물탕을 밀어내고 심희연에게 돈가스를 집어주었다.하경훈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이 떨려서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미안해, 몰랐어.”“괜찮아.”심희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입맛이 없어서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마음이는 맛있게 먹고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하경훈은 계속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가끔 마음이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정말 안 먹어?”“배 안 고파.”심희연은 하경훈에게 냉담했다. 그 차가움이 하경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나중에 배고프면 말해. 그때 다시 해줄게.”하경훈이 나지막하게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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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마음이는 인형을 품에 안은 채 못 들은 척했다.“엄마, 우리 가자.”“내가 데려다줄게.”하경훈이 말했지만 심희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택시 타고 갈게.”하경훈은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그저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하경훈은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두 손에는 꽃다발과 간식이 들려 있었다.하경훈은 심희연과 마음이를 기다렸다.“좋은 아침. 오늘 시간 있어? 우리 같이 밥 먹으러 가자.”“미안하지만 시간 없어.”심희연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마음의 손을 잡은 채 걸음을 옮겼다.하경훈은 이번에도 붙잡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하경훈은 잘 알고 있었다.심희연이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하지만 하경훈은 낙담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그날부터 하경훈은 매일 심희연과 마음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갔다.가져오는 것도 매번 달랐다.꽃을 들고 온 날도 있었고, 맛있는 간식을 사 온 날도 있었다.하경훈은 믿었다.언젠가는 두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매번 심희연은 거절했지만, 마음이 태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엄마, 아저씨 또 왔어.”거대한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서 있는 하경훈을 보자 마음은 눈을 반짝였다.“저 곰, 엄마보다 더 커.”“응.”심희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경훈이 다가와서 곰 인형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희연아, 마음아. 좋은 아침.”“아저씨, 안녕하세요.”마음이는 복슬복슬한 곰 인형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거 저 주는 거예요?”“당연하지.”하경훈이 웃었다.“안에 선물도 많이 들어 있어. 전부 아빠가 마음이한테 주려고 준비한 거야.”하경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리고... 오늘 마음이랑 놀이공원에 가도 될까? 오늘 판다 순회 전시도 한다던데, 보고 싶어?”마음은 간절한 눈빛으로 심희연을 바라봤다.“엄마, 나 가도 돼?”“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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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희연아, 무슨 생각 해?”뒤를 돌아본 하경훈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심희연을 발견했다.“내가 뭐 이상한 데라도 있어?”“아니.”심희연은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고마웠어. 마음이도 정말 즐거워했어.”심희연은 하경훈을 배웅하기 위해서 문까지 함께 나왔다.“시간도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가.”문을 닫으려는 순간, 하경훈이 문을 막아섰다.“희연아.”“난 마음이 아빠잖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하경훈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떨렸다.“예전에는 내가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었어. 그래도 지금은... 정말 노력하고 있어.”“알아.”심희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경훈이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심희연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희연아.”하경훈이 심희연을 바라봤다.눈빛에는 애절한 사랑이 가득했다.“정말 나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없어?”하경훈의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심희연은 하경훈이 눈물을 보이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경훈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그날을 제외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눈앞의 하경훈은 심희연의 마음을 흔들 만큼 처절해 보였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난 그런 기회 필요 없어. 당신이 마음이한테 잘해주는 건 막지 않을게.”“하지만 우리 사이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심희연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당신 정도 능력이면 소윤지 씨 형량을 줄여주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심희연은 더 이상 소윤지의 대체품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나와 소윤지 사이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하경훈이 다급하게 설명했다.“처음 소윤지를 다시 봤을 때 내가 많이 흔들렸던 건 인정해. 나도 내가 아직 소윤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하지만 네가 떠난 뒤에야 알았어.”하경훈의 눈빛이 흔들렸다.“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처음부터 너였다는 걸.”“나를 믿어줘.”심희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건 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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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심희연은 마음이를 꼭 끌어안았다.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고, 불안과 긴장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우리를 놔줘! 안 그러면 먼저 엄마를 죽이고, 그다음엔 아이까지 죽일 거야.”심희연은 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칼날이 살갗을 스치며 베자, 심희연은 날카로운 통증에 신음했다.“그 사람들 놔줘. 내가 인질이 될게.”하경훈이 고함을 지르며 다가왔다.하경훈은 두 사람의 뒤에 서서 말했다.“나는 진하그룹 대표야. 내가 너희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줄 수 있어.”강도들은 바보가 아니었다.성인 남자는 통제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을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하경훈의 제안을 거절했다.하경훈은 옆에 있던 돌을 집어 들어, 자신의 오른손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리면서, 하경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내 오른손은 이미 부러졌어. 이제 반항도 못 해. 그래도 못 믿겠으면 왼팔까지 부러뜨릴게. 그 사람들 풀어주고 나를 인질로 데려가.”“아저씨...”마음이 작은 소리로 울먹였다.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아저씨가 다쳤어.”심희연도 보았다.하경훈의 팔이 부러지는 순간, 심희연은 가슴 한복판에서 치밀어 오르는 아픔을 느끼면서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강도 한 명이 하경훈의 신분을 확인하고는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하경훈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었다.하경훈을 인질로 잡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먼저 이쪽으로 와!”하경훈은 천천히 두 사람에게 걸어갔다.심희연과 마음이를 눈빛으로 안심시키며, 강도들에게 붙잡히는 순간 심희연 앞을 가로막았다.“어서 가. 나는 괜찮을 거야.”“하경훈...”하경훈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심희연을 밀어냈다.심희연과 마음이는 그 틈에 안전한 곳으로 물러났다.강도들은 하경훈을 붙잡고 바깥으로 이동했고, 경비원과 경찰들은 계속 뒷걸음질 쳤다.거의 단지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경찰차 한 대가 들어오며 강도들의 앞을 막아섰다.강도들은 크게 당황했고, 감정이 격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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