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도발이었으나 혜서를 이용한 도발에는 제대로 쉽게 걸려들었다.같이 엿같이 굴어줄까 싶다가도 눈에 밟히는 혜서의 모습에 그만뒀다.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토록 동요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그녀는 제게 간절했다.“쉬운 게 없네.”시큰거리는 가슴을 모른채 하며 움켜 쥔 잔을 내려다봤다.술을 반쯤 마시다 남긴 잔에는 혜서의 번진 립스틱 자국이 옅게 남아 있었다.그곳에 입술을 겹쳐 댄 정한이 남아있던 술을 단번에 털어 넣듯 삼켰다.쓴 맛이 입안을 천천히 감돌았다.진혜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맛이었다.*짙은 어둠이 달빛마저 삼킬만큼 늦은 시간이 되어서도 여운의 창가에서 번지는 빛은 꺼지지 않았다.“혜서야, 퇴근 안 해?”앞치마를 벗던 새롬이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밤 11시였다.“응, 먼저 퇴근해.”“현민이가 데리러 오는 구나?”흐트러진 시향지를 정리하던 혜서가 대답대신 짧게 웃어보였다.“저기 혜서야….”“응?”문을 나서려던 새롬이 주춤거리며 도로 혜서의 곁으로 다가왔다.“그, 저번에 다정한 찾아왔을 때… 한성이랑 협업 제안 받은 거 있잖아.”“아, 응….”“혹시 생각 좀 해봤어?”정한이 여운을 찾아와 협업 제안을 한지도 일주일이 넘었다.그가 떠난 뒤, 한성에서 들어온 협업 제안 건은 새롬과 이미 한 번 이야기를 나뒀던 터였다.정한과의 사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공방 여운의 공동대표로서 이 일은 새롬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아니, 부담 주려는 건 절대 아니고! 네가 다정한이랑 불편한 거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러니까 그게…….”횡설수설하며 새롬의 말이 점점 꼬이기 시작하자, 혜서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미안해, 새롬아.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지.”오히려 미안한쪽은 혜서 자신이었다.정한과의 일만 아니었다면, 한성과의 거래는 고민할 것도 없는 좋은 기회였다.“아니야, 내가 미안.”새롬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우리 입장만 생각하면 10년이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