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이런 꼴로 나타나면 그쪽으로 생각해도 되는 거지?”“무슨…!”“말했지. 이젠 더한 짓도 할 수 있다고.”혜서의 턱 끝을 가볍게 그러쥔 정한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욱 서늘했다.“이, 이거 놔!”돌연 그가 혜서를 들어올렸다. 강제로 그의 어깨에 걸쳐진 혜서가 연신 발버둥 쳤지만 강압적인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뭐하는 거야?”정한이 조금 더 따뜻한 실내로 혜서를 들인 뒤 소파에 내려놓자마자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정한은 말 없이 혜서의 앞에 무릎 꿇어 눈을 맞췄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혜서의 체온이 하염없이 차갑고 시리자 눈가를 찌푸렸다. 바들바들 떨어대는 몸이 가여워보이기까지 했다.그럼에도 굽히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노려보기만 하는 고집에 헛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혜서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왔는지는 몰라도 지금 그딴 건 안중에도 없었다.혜서의 젖은 몸이 적나라하게 곡선을 드러내 자극하고 있었고, 붉어진 뺨과 입술은 자꾸만 눈길을 사로잡았다.게다가 울기까지.이런 꼴로 무작정 찾아와 파혼을 했다 말하는 게 진혜서는 지금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계속해서 웃음이 났다.“이런 꼴로 네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도 존나 기쁘면… 나 개새끼지?”“……미쳤어.”“미친놈 할게. 개새끼도 하고.”정한의 시선이 느리게 떨어졌다. 천천히 혜서의 눈, 입술, 그리고 다시 눈으로 향했다.“말해도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어.”“왜… 이유가 뭐야.”“말했잖아, 나 그냥 개새끼 한다고.”숨이 멎은 것처럼 조용해졌다.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울어야 할지.혜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감정이 목까지 차올랐다.“진짜… 재수 없다.”품에서 흐느끼는 혜서의 체온이 조금전보다 서서히 따스해지고 있었다.“그만 울어, 나 옷도 안 입고 추운데.”정한의 말에도 혜서는 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밀어내려 했지만, 본인을 꽉 붙잡고 있는 단단한 팔 힘에 그럴 수가 없었다.
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