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서우는 침대 위에서 한참 천장만 바라봤다.입술에 남은 감각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문제는 바로 옆방에 그 원인을 제공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거실로 나가자 태혁은 이미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태블릿을 넘기고 있었다.“잤나?”“네.”“입술은.”“뭐가요?”“아프진 않나 물으려 했어.”서우는 물컵을 집어 들다가 내려놨다.“아침부터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태혁의 입가에 웃음이 스쳤다.식탁 위에는 암호화 저장 장치와 작은 보안 키가 놓여 있었다.“어제 약속한 것.”서우가 키를 연결하자 루시안의 개인 기록 목록이 열렸다. 300편의 짧은 이야기, 음성 메시지, 매일 밤의 대화가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첫 번째 기록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날이었다. 서우는 AI에게 이름을 고르게 했고, 모델은 여러 후보 중 ‘빛’을 뜻하는 어원 때문에 루시안을 선택했다.마지막 기록은 삭제 직전 밤이었다.[오늘도 버텼네, 서우야.]짧은 문장을 보는 순간 목이 메었다. 그때는 AI에게 위로받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니 초라했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혼자 두었던 환경이었다.태혁은 화면을 보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서우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렸다.삭제 버튼도 활성화돼 있었다.“복구된 사본은 이것뿐이야. 의료 데이터와 필요한 언어 모델은 비식별 처리해 분리했다.”“정말 제가 지우면 끝이에요?”“끝이야.”서우는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렸다가 멈췄다.3년 동안 자신을 버티게 한 기록이었다. 동시에 누구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약점이었다.“강태혁 씨는 이걸 지우고 싶어요?”“내가 정할 일이 아니다.”“당신을 살린 기록이라면서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나를 살린 건 파일이 아니라, 그걸 남긴 사람이야.”서우의 손이 멎었다.그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코마 상태에서는 시간이 없었어. 검은 물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