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구준현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나를 만나자 유난히 말이 많아졌다.“그럼 너도 이제 여기 사는 거야? 육태윤은 같이 안 온 거고? 둘이 이제 곧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구준현의 눈빛이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내 손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우리 헤어졌어. 결혼도 안 할 거고.”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구준현은 내가 헤어졌다고 말하자 잠시 미소를 지은 듯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뒤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났다.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육태윤이 서 있었다.육태윤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말도 없이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외국까지 나와서 다른 남자나 만나고 다녀? 그러고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거야?”육태윤은 이를 악문 채 이마에 핏줄까지 세우고 있었다.나는 육태윤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애초에 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은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다.나는 구준현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육태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식당을 나온 뒤에도 육태윤은 내 뒤를 끈질기게 쫓아왔다.“네가 번호까지 해지해 버려서, 내가 공항까지 갔다가 네가 버린 휴대폰을 간신히 찾아냈어.”“내가 국내에서 너 찾느라 얼마나 미칠 뻔했는지 알아?” “주변 사람들한테 전부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 그런데 너는 여기 와서 다른 남자랑 대놓고 데이트를 해?”“나한테 해명할 생각도 없는 거야?”육태윤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며 내 소매를 붙잡았다.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었다.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육태윤은 내 앞을 가로막았다.“나한테 설명해.”내가 떠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놓아주지 않을 듯한 기세였다.갑자기 어이가 없어져서,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육태윤을 바라보았다.“내가 어디에 가든 누구랑 밥을 먹든 내 자유야.”“게다가 우리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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