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육태윤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했을 때, 내가 먼저 결혼해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육태윤은 내가 자기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하려는 거라고 단정했다. 곧바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열 대가 넘도록 때렸다. 그런 뒤 곧바로 질투하며 뛰쳐나간 소꿉친구를 쫓아가 버렸다. 나는 육태윤의 손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화가 난 남자는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두 다리가 골절되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내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매달리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어머니에게 먼저 연락했다. “엄마, 지난번에 말했던 유산 상속 얘기 있잖아요. 나 그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Lihat lebih banyak“이거 기억나? 내가 예전에 아팠을 때 네가 나를 위해 받아온 부적이잖아. 그다음에 이 팔찌도 사줬고.”육태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손에 쥔 팔찌만 애처롭게 움켜쥐었다.“남자가 팔찌 차면 다른 사람들이 여성스럽다고 놀릴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래도 난 한 번도 이걸 빼지 않았어. 9년 동안 계속 차고 있었어.”그때 내가 팔찌를 사 왔을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육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남자가 팔찌 차면 다른 사람들이 여자 같다고 놀리지 않을까? 정말 차기 싫으면 서랍에 넣어두고 잘 보관만 해도 돼!”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당시의 육태윤은 망설임 없이 팔찌를 손목에 찼다.그리고 그날부터 9년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다.“태윤아,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육태윤은 내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집어 들고, 또다시 과거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내 시선과 마주친 순간, 육태윤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조금 주춤하는 기색도 보였다.그래도 육태윤은 이내 용기를 내듯 고개를 들었다.“희진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나 이미 집에서 나왔어. 하지연과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네가 여기서 살 거라면 나도 여기서 너랑 같이 살게.”“너 예전부터 나랑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그럼 우리 지금 당장 혼인신고 해도 돼.”“네 엄마가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셔도, 노력해서 반드시 인정을 받을게... 우리가 함께한 10년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마지막으로 갈수록 육태윤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아마 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내가 육태윤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그럼에도 육태윤은 끝내 답을 듣고 싶어 했다.“퇴원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내러 갔던 그날부터, 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나는 조용히 말했다.“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예전처럼 억눌려 살 필요도 없어.”“난 너희 집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어.”
[네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거 알아. 아예 내 눈앞에서 사라지려고 이사까지 갔잖아. 그래도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육태윤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육태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나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살짝 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제 육태윤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육태윤은 가족 모임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렸고, 내가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육태윤이 품에 안고 있던 하지연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모습을 봤다.그리고 울면서 자신은 절대로 나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소리치는 모습도.내가 중환자실에서 필사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그때, 육태윤과 하지연은 이미 결혼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였다.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가슴을 찢어놓았던 아픔을 이제는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아예 해외에 정착해서 살고 있고, 예전 친구들에게 육태윤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도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친구들은 하나같이 육태윤이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내가 떠난 뒤 육태윤은 거의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고.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9년이라는 세월을 내려놓는 데는 고작 한순간이면 충분했다.나는 더 이상 9년 전만큼 육태윤을 사랑하지 않았다.어쩌면 육태윤의 말대로 나는 변했는지도 모른다.“우리 헤어졌어. 예전 일은 이제 중요하지 않고 너를 원망하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 없어.” “그냥... 내가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육태윤의 숨소리가 계속 떨리는 게 느껴졌다.육태윤이 흐느끼더니, 이내 거의 무너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헤어지는 거에 동의한 적 없어! 이제는 내 말조차 듣기 싫은 거야?][나 하지연과의 약혼도 취소했어. 우리 집안과 하지연 집안은 대대로 교류해 온 사이였고, 원래라면 나와 하지연이 결혼하는 게 당연했어.][너와 나는 신분 차
“네가 희진이를 꼬신 거지?”본능적으로 구준현 앞을 막아선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육태윤을 힘껏 밀쳐 냈다.육태윤은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를 올려다보며 남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를 밀었어?”“너 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나를 밀었어?”“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너... 저 남자 좋아하게 된 거야?”육태윤은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지만, 나는 그를 신경 쓸 겨를 없이 구준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쨌든 엄마가 소개해 준 선 상대인데, 혹시라도 다치면 엄마에게 면목이 없었다.구준현은 고개를 저으며 나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난 괜찮아.”“걱정하지 마.”육태윤은 조금 초라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아까 넘어지면서 꽤 심하게 부딪힌 모양이었다.육태윤은 나와 구준현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갑자기 씁쓸하게 웃었다.“너 변했어.”육태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무력감과 막막함이 담겨 있었다.그런 모습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하지만 나는 다시 구준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육태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내가 변한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너는 하지연이랑 잘 살아.”“그리고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나도 내 인생 살 거야.”육태윤이 선을 넘은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나는 그날 이후 육태윤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육태윤은 우리 집 근처에 아예 집을 하나 얻었다.새 휴대폰으로 바꾸고 난 뒤, 나는 예전에 국내에서 가깝게 지내던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번호는 전부 삭제했다.친구들은 내가 떠난 뒤 육태윤이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하지연을 병원에 데려갔는데, 막상 검사해 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그리고 내가 사라진 걸 알게 된 뒤에는 거의 J시 전체를 뒤집어 놓을 기세로 나를 찾아다녔다고 했다.[내
기억 속의 구준현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나를 만나자 유난히 말이 많아졌다.“그럼 너도 이제 여기 사는 거야? 육태윤은 같이 안 온 거고? 둘이 이제 곧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구준현의 눈빛이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내 손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우리 헤어졌어. 결혼도 안 할 거고.”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구준현은 내가 헤어졌다고 말하자 잠시 미소를 지은 듯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뒤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났다.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육태윤이 서 있었다.육태윤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말도 없이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외국까지 나와서 다른 남자나 만나고 다녀? 그러고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거야?”육태윤은 이를 악문 채 이마에 핏줄까지 세우고 있었다.나는 육태윤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애초에 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은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다.나는 구준현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육태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식당을 나온 뒤에도 육태윤은 내 뒤를 끈질기게 쫓아왔다.“네가 번호까지 해지해 버려서, 내가 공항까지 갔다가 네가 버린 휴대폰을 간신히 찾아냈어.”“내가 국내에서 너 찾느라 얼마나 미칠 뻔했는지 알아?” “주변 사람들한테 전부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 그런데 너는 여기 와서 다른 남자랑 대놓고 데이트를 해?”“나한테 해명할 생각도 없는 거야?”육태윤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며 내 소매를 붙잡았다.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었다.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육태윤은 내 앞을 가로막았다.“나한테 설명해.”내가 떠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놓아주지 않을 듯한 기세였다.갑자기 어이가 없어져서,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육태윤을 바라보았다.“내가 어디에 가든 누구랑 밥을 먹든 내 자유야.”“게다가 우리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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