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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

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

Oleh:  추희Tamat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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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태윤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했을 때, 내가 먼저 결혼해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육태윤은 내가 자기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하려는 거라고 단정했다. 곧바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열 대가 넘도록 때렸다. 그런 뒤 곧바로 질투하며 뛰쳐나간 소꿉친구를 쫓아가 버렸다. 나는 육태윤의 손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화가 난 남자는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두 다리가 골절되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내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매달리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어머니에게 먼저 연락했다. “엄마, 지난번에 말했던 유산 상속 얘기 있잖아요. 나 그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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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혼자 퇴원 수속을 마친 나는 택시를 타고 육태윤의 회사로 향했다.

회사 건물 앞에 서자, 9년 동안이나 일해 온 이곳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고작 한 달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회사 시스템에서 내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삭제되어 있었다. 경비원마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육태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하지연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 너머 하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

[네가 이렇게 빨리 퇴원할 줄은 몰랐네. 태윤이가 내 안전이 걱정된다고 요즘 회사에 낯선 사람은 못 들어오게 했거든.]

[걱정 마. 내가 바로 경비원한테 들여보내라고 할게.]

굳게 닫혀 있던 문은 하지연의 한마디에 곧바로 열렸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육태윤의 사무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는 얇은 나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던 하지연이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 옆의 육태윤은 상의를 벗은 채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유난히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힐끗 보고 곧바로 시선을 거둔 뒤, 망설임 없이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자신을 무시하자 육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변명하듯 말했다.

“지연이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두 집안은 워낙 가까워. 부모님도 나보고 지연이랑 좀 더 가까이 지내라고 하셨고.”

“게다가 이 자리도 지연이가 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야. 아직 몰랐구나? 나 태윤이랑 약혼해.”

하지연은 육태윤의 말을 끊더니 내게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보였다.

육태윤의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육태윤은 약혼 얘기에 대해 길게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육태윤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따지지도 않았고 해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책상 위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직서는 이미 제출했어. 지금 절차 진행 중이고, 업무 인계도 다 끝냈어.”

육태윤은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이 살짝 커졌다.

나는 몸을 돌려서 나갔다.

뒤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놀란 시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신경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지금도 그날 가족 모임에서, 질투한 하지연을 쫓아가기 위해 육태윤이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던 순간이 떠오른다.

육태윤을 향한 내 사랑은,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죽음과 싸우며 버텨 낸 그 시간 속에서 이미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육태윤은 어느새 나를 따라와서 내 뒤에 서 있었다.

육태윤은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고개를 내 목덜미에 묻은 채, 뺨을 살며시 내 목에 비볐다.

“지연이랑 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잖아. 내가 결혼한다고 하면 질투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약혼 얘기도 너무 신경 쓰지 마.”

“육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원래 집안끼리도 잘 어울리는 사이니까...”

“신경 안 써.”

나는 육태윤의 말을 잘라버린 채 남자와 거리를 뒀다.

9년을 함께한 사이, 그보다 더 가까운 스킨십도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육태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었다.

육태윤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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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혼자 퇴원 수속을 마친 나는 택시를 타고 육태윤의 회사로 향했다.회사 건물 앞에 서자, 9년 동안이나 일해 온 이곳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고작 한 달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회사 시스템에서 내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삭제되어 있었다. 경비원마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육태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대신 하지연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화면 너머 하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네가 이렇게 빨리 퇴원할 줄은 몰랐네. 태윤이가 내 안전이 걱정된다고 요즘 회사에 낯선 사람은 못 들어오게 했거든.] [걱정 마. 내가 바로 경비원한테 들여보내라고 할게.]굳게 닫혀 있던 문은 하지연의 한마디에 곧바로 열렸다.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육태윤의 사무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문을 열자,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는 얇은 나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던 하지연이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그 옆의 육태윤은 상의를 벗은 채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유난히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나는 힐끗 보고 곧바로 시선을 거둔 뒤, 망설임 없이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자신을 무시하자 육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변명하듯 말했다.“지연이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두 집안은 워낙 가까워. 부모님도 나보고 지연이랑 좀 더 가까이 지내라고 하셨고.” “게다가 이 자리도 지연이가 너보다 더 잘할 수 있어.”“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야. 아직 몰랐구나? 나 태윤이랑 약혼해.”하지연은 육태윤의 말을 끊더니 내게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보였다.육태윤의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육태윤은 약혼 얘기에 대해 길게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나는 고개를 들어 육태윤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따지지도 않았고 해명을 요구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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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육태윤은 내 태도를 확인하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너랑 하지연은 소꿉친구잖아. 나보다 훨씬 오래 함께했고.”“약혼도 어른들이 정한 일이라며.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 정말 회사를 그만둘 거야. 질투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홧김에 그러는 것도 아니야.”육태윤은 뭔가 말을 더 하려는 듯했다.하지만 그때 하지연이 사무실에서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태윤아, 내 속옷 어디에 넣어뒀어? 그 레이스 달린 거 있잖아...”하지연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하게 덧붙였다.“미안해. 네가 아직 여기 있는 줄 몰랐네. 나랑 태윤이는 워낙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까, 가끔 네가 태윤이 여자친구라는 걸 깜빡하게 돼.”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회사를 나섰다.다음 날 아침, 내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몸은 좀 괜찮아?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었잖아. 네가 얼른 돌아와서 엄마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그동안 넌 태윤이만 따라다니면서 아무런 명분도 지위도 없이 살았잖아. 그 집안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기까지 하고.][상속 문제도 네가 마음을 돌려서 정말 다행이야. 네 새아버지 재산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네가 남은 평생 걱정 없이 살기엔 충분해. 이제 더는 매일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예전 같으면 어머니의 이런 말에 나는 곧바로 대꾸를 했을 것이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돈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육씨 가문에서 보낸 9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자리는 없었다.[언제쯤 돌아올 거야? 엄마가 미리 준비해 놓게.]나는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날짜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열흘 뒤면 나와 육태윤이 사귄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열흘만 더 있다가 갈게요. 여기 일만 다 정리하면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보니, 육태윤이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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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반박하지도, 억지를 부리지도 않았다.하지연이 몇 번 더 재촉하자, 나를 향한 육태윤의 인내심도 완전히 바닥났다.육태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면서, 무심한 어조로 한마디를 남겼다.“나도 매일 네게 설명해 주는 게 힘들어. 제발 조금만 이해해 줘.”육태윤과 다투기만 하면 그는 늘 지친 얼굴로 그 말을 하곤 했다.그러면 나는 마음이 아파서 내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스스로 마음을 다독인 뒤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이 관계 속으로 다시 빠져들곤 했다.육태윤은 값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고, 하지연은 고급 맞춤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잘 어울려 보였다.두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짐을 정리했다.9년 동안 나와 육태윤은 수많은 추억을 남겼다.예전의 나는 육태윤이 나를 사랑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집 안의 인테리어는 모두 내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육태윤은 탁 트인 발코니를 좋아했고,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서 햇볕을 쬐고 싶다고 했다.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갖기도 전에, 육태윤은 이미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됐다.그때 이 집에는 집사나 가사도우미를 두지 않았다.내가 위가 안 좋다는 걸 알기에, 육태윤은 매일 손수 영양식을 만들어 줬다.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것이 이미 희미한 기억 속에 묻혔다.예전의 육태윤은 내가 출근길에 추울까 봐 몰래 목도리를 떠 주기도 했다.솜씨는 서툴렀지만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남들이 다 가진 건 너도 가져야지.”육태윤은 내게 목도리를 둘러주며 볼에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큰 고양이처럼 내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고 애교를 부렸다.“퇴근하면 일찍 들어와. 안 그러면 네 남자친구가 걱정할 거야.”언제부터인지 육태윤은 우리 관계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내가 처음 육태윤에게 청혼했을 때, 육태윤은 우리가 아직 너무 어리다며 너무 일찍 결혼하면 다른 부부들처럼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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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올해는 그것도 마지막이었다.나는 식당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약속 시간은 이미 30분이나 지났지만 육태윤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육태윤에게 전화를 걸려던 바로 그때, 식당 밖 하늘에 갑자기 불꽃놀이가 터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불꽃 사이로 선명한 글자가 나타났다.[하지연, 생일 축하해.]모든 사람들이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다.나도 그제야 나타나지 않았던 육태윤을 찾아낼 수 있었다.육태윤은 정장을 입고 장미꽃을 든 채, 한쪽 무릎을 꿇고 하지연에게 청혼하고 있었다.저 멀리 빌딩 전광판에는 육태윤과 하지연의 약혼 포스터가 흘러가고 있었다.“육 대표님 정말 통이 크시네. 1분에 2억짜리 대형 화면을 통째로 빌리다니.”“근데 육 대표님 여자친구가 원래 저렇게 생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여자친구는 무슨. 부자들이 이리저리 만나고 노는 건 흔한 일이잖아. 그런 여자는 그냥 잠시 즐기는 애인 같은 거지.”“눈앞에 있는 저분이 진짜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라잖아. 곧 결혼도 한다던데.”사람들의 수군거림이 귀에 꽂힐 때마다 비웃음처럼 들렸다.알고 보니 10주년이 아니라, 하지연의 생일이자 청혼 파티였던 것이다.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준비했던 선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리고 이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런데 주인공인 하지연이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하지연은 육태윤 곁에서 보여주던 온화하고 순진한 얼굴을 버리고, 나를 보며 도발적으로 웃었다.“오늘이 너랑 태윤이가 사귄 지 10년째 되는 날이라며? 말해줄게. 태윤은 그게 10주년이라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오늘이 마침 내 생일이라서, 그제야 너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린 것뿐이야.”예전 같았으면 나는 벌써 하지연과 붙어 싸웠을지도 모른다.“그래? 그럼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아. 애도 많이 낳고.”나는 입꼬리를 올린 채 하지연을 밀어내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런데 하지연이 갑자기 발을 헛디디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테이블 위의 샴페인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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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비행기가 착륙한 뒤, 나는 가장 먼저 엄마를 발견했다.생각해 보니 엄마를 직접 만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어 있었다.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나는 억지로 웃으며, 대충 처치한 오른손을 뒤로 숨겼다.그런데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엄마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살이 빠졌네.”엄마는 눈시울을 붉힌 채, 내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연신 털어냈다.그러다 끝내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그런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목이 메였고,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엄마가 새아버지와 결혼했을 때, 나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어 호주에 함께 정착하자고 했다.그때 나는 막 육태윤과 연애를 시작한 참이었다.어떻게든 육태윤의 부모님께 인정받겠다는 생각뿐이라, 엄마의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결국 이리저리 돌고 돌아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엄마는 등 뒤에 숨긴 내 다친 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엄마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 손을 쓰다듬었다.안에는 유리 조각조차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채였다.“네가 그곳에서 그렇게 억울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줄 알았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육태윤하고 갈라놓고 널 여기로 데려왔을 거야.”마음속이 쓰리고 먹먹했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엄마를 달랬다.“엄마, 괜찮아요. 나 이제 다시 돌아갈 생각 없어요. 이제는 계속 엄마 곁에 있으면서 엄마 노후도 내가 챙길게요.”엄마는 내 말을 듣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한 손으로는 내 짐을 끌고 다른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잡았다.오는 내내 엄마는 새아버지와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네 새아버지가 자기 재산을 전부 너한테 남겼어. 앞으로 우리 둘이 잘 살아가면서 이 재산도 잘 지키자.”새아버지 명의로는 광산이 여러 개 있었다.엄마 말 그대로 그냥 놀고먹어도 평생 다 쓰지 못할 재산이었다.나는 갑자기 생긴 막대한 재산에 정신이 팔리지도 않았다.그저 엄마가 내 친아버지 같은 형편없는 사람을 떠나서 이렇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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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육태윤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붙잡아서 하지연에게 사과하게 만들 기세였다.나는 잠시 멍해졌다.예전의 육태윤도 저렇게 나를 감싸주곤 했다.처음부터 나와 육태윤의 관계를 좋게 보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내가 실력으로 회사에 들어갔음에도, 사람들은 내가 뒷배를 이용했거나 몸을 팔아 자리를 얻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회사 동료들이 퍼뜨린 성적인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육태윤이 직접 그 사람들을 고소하기까지 했다.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육태연은 내 명예도 회사만큼 중요하다며, 누구도 나를 함부로 헐뜯게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이제 육태윤이 지키는 대상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그 일 때문에 나는 엄마를 따라 호주에 가는 것도, 새아버지가 마련해 준 일자리도 모두 포기했다.육태윤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그러다 우연히 육태윤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그때 주변 사람들은 육태윤이 나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재벌가 도련님이 신데렐라를 맞이할 거라고.하지만 육태윤은 그저 비웃었다.“너희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난 걔랑 결혼 안 해.”“희진이가 나한테 잘해 주는 건 맞아. 하지만 연애 상대로나 적당하지.” “우리 집이 이렇게 잘사는데, 나랑 결혼하겠다는 것도 결국 우리 집 재산을 보고 그러는 건지 누가 알아? 시집와서 인생 역전하려는 걸 수도 있잖아.”그 후로 나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돈만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너 이미 희진이랑 헤어졌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희진이한테 매달리는 거야? 다시는 전화하지 마. 우린 너랑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엄마는 목까지 벌겋게 된 채 휴대폰을 향해 소리쳤다.그러고는 육태연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내가 거실에 한참 서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모양이었다.엄마는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다 들었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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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기억 속의 구준현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나를 만나자 유난히 말이 많아졌다.“그럼 너도 이제 여기 사는 거야? 육태윤은 같이 안 온 거고? 둘이 이제 곧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구준현의 눈빛이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내 손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우리 헤어졌어. 결혼도 안 할 거고.”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구준현은 내가 헤어졌다고 말하자 잠시 미소를 지은 듯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뒤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났다.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육태윤이 서 있었다.육태윤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말도 없이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외국까지 나와서 다른 남자나 만나고 다녀? 그러고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거야?”육태윤은 이를 악문 채 이마에 핏줄까지 세우고 있었다.나는 육태윤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애초에 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은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다.나는 구준현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육태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식당을 나온 뒤에도 육태윤은 내 뒤를 끈질기게 쫓아왔다.“네가 번호까지 해지해 버려서, 내가 공항까지 갔다가 네가 버린 휴대폰을 간신히 찾아냈어.”“내가 국내에서 너 찾느라 얼마나 미칠 뻔했는지 알아?” “주변 사람들한테 전부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 그런데 너는 여기 와서 다른 남자랑 대놓고 데이트를 해?”“나한테 해명할 생각도 없는 거야?”육태윤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며 내 소매를 붙잡았다.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었다.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육태윤은 내 앞을 가로막았다.“나한테 설명해.”내가 떠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놓아주지 않을 듯한 기세였다.갑자기 어이가 없어져서,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육태윤을 바라보았다.“내가 어디에 가든 누구랑 밥을 먹든 내 자유야.”“게다가 우리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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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네가 희진이를 꼬신 거지?”본능적으로 구준현 앞을 막아선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육태윤을 힘껏 밀쳐 냈다.육태윤은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를 올려다보며 남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를 밀었어?”“너 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나를 밀었어?”“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너... 저 남자 좋아하게 된 거야?”육태윤은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지만, 나는 그를 신경 쓸 겨를 없이 구준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쨌든 엄마가 소개해 준 선 상대인데, 혹시라도 다치면 엄마에게 면목이 없었다.구준현은 고개를 저으며 나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난 괜찮아.”“걱정하지 마.”육태윤은 조금 초라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아까 넘어지면서 꽤 심하게 부딪힌 모양이었다.육태윤은 나와 구준현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갑자기 씁쓸하게 웃었다.“너 변했어.”육태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무력감과 막막함이 담겨 있었다.그런 모습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하지만 나는 다시 구준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육태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내가 변한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너는 하지연이랑 잘 살아.”“그리고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나도 내 인생 살 거야.”육태윤이 선을 넘은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나는 그날 이후 육태윤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육태윤은 우리 집 근처에 아예 집을 하나 얻었다.새 휴대폰으로 바꾸고 난 뒤, 나는 예전에 국내에서 가깝게 지내던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번호는 전부 삭제했다.친구들은 내가 떠난 뒤 육태윤이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하지연을 병원에 데려갔는데, 막상 검사해 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그리고 내가 사라진 걸 알게 된 뒤에는 거의 J시 전체를 뒤집어 놓을 기세로 나를 찾아다녔다고 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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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네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거 알아. 아예 내 눈앞에서 사라지려고 이사까지 갔잖아. 그래도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육태윤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육태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나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살짝 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제 육태윤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육태윤은 가족 모임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렸고, 내가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육태윤이 품에 안고 있던 하지연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모습을 봤다.그리고 울면서 자신은 절대로 나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소리치는 모습도.내가 중환자실에서 필사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그때, 육태윤과 하지연은 이미 결혼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였다.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가슴을 찢어놓았던 아픔을 이제는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아예 해외에 정착해서 살고 있고, 예전 친구들에게 육태윤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도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친구들은 하나같이 육태윤이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내가 떠난 뒤 육태윤은 거의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고.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9년이라는 세월을 내려놓는 데는 고작 한순간이면 충분했다.나는 더 이상 9년 전만큼 육태윤을 사랑하지 않았다.어쩌면 육태윤의 말대로 나는 변했는지도 모른다.“우리 헤어졌어. 예전 일은 이제 중요하지 않고 너를 원망하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 없어.” “그냥... 내가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육태윤의 숨소리가 계속 떨리는 게 느껴졌다.육태윤이 흐느끼더니, 이내 거의 무너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헤어지는 거에 동의한 적 없어! 이제는 내 말조차 듣기 싫은 거야?][나 하지연과의 약혼도 취소했어. 우리 집안과 하지연 집안은 대대로 교류해 온 사이였고, 원래라면 나와 하지연이 결혼하는 게 당연했어.][너와 나는 신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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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거 기억나? 내가 예전에 아팠을 때 네가 나를 위해 받아온 부적이잖아. 그다음에 이 팔찌도 사줬고.”육태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손에 쥔 팔찌만 애처롭게 움켜쥐었다.“남자가 팔찌 차면 다른 사람들이 여성스럽다고 놀릴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래도 난 한 번도 이걸 빼지 않았어. 9년 동안 계속 차고 있었어.”그때 내가 팔찌를 사 왔을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육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남자가 팔찌 차면 다른 사람들이 여자 같다고 놀리지 않을까? 정말 차기 싫으면 서랍에 넣어두고 잘 보관만 해도 돼!”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당시의 육태윤은 망설임 없이 팔찌를 손목에 찼다.그리고 그날부터 9년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다.“태윤아,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육태윤은 내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집어 들고, 또다시 과거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내 시선과 마주친 순간, 육태윤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조금 주춤하는 기색도 보였다.그래도 육태윤은 이내 용기를 내듯 고개를 들었다.“희진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나 이미 집에서 나왔어. 하지연과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네가 여기서 살 거라면 나도 여기서 너랑 같이 살게.”“너 예전부터 나랑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그럼 우리 지금 당장 혼인신고 해도 돼.”“네 엄마가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셔도, 노력해서 반드시 인정을 받을게... 우리가 함께한 10년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마지막으로 갈수록 육태윤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아마 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내가 육태윤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그럼에도 육태윤은 끝내 답을 듣고 싶어 했다.“퇴원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내러 갔던 그날부터, 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나는 조용히 말했다.“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예전처럼 억눌려 살 필요도 없어.”“난 너희 집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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