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다 되어가다니, 참 허무하게도 지나갔네."어느덧 서른. 온기라곤 없는 서막 속 결합에 갇혀 1년을 버텨낸 시엔나의 입술 사이로 야윈 읊조림이 새어 나왔다.그 나지막한 목소리는 오늘 밤, 5성급 호텔 그랜드 볼룸을 가득 채운 수도권 상류층의 경쾌한 크리스털 잔 소리와 나지막한 웃음소리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통유리창 너머로 아득히 펼쳐진 도심의 차가운 화려함. 시엔나의 멍한 시선은 반짝이는 불빛을 허허로이 투과하고 있었다.손에 잡히지 않는 짓눌림이 가슴을 옥죄어 왔다."표정 관리해, 시엔나. 웃어. 기자들 카메라가 우리 쪽을 향하고 있으니까."낮고 서늘하게 떨어지는, 명령조의 바리톤 음성이 시엔나의 멍하던 정신을 단숨에 끌어올렸다.데미안 블랙웰. 그녀의 계약 남편이자 서른다섯의 차갑고 야심 찬 남자.시엔나의 곁에 곧게 선 그가 슬며시 몸을 밀착해 왔다. 단단한 팔이 소유욕을 과시하듯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피부로 전달되는 체온은 아찔할 만큼 따뜻했으나, 가슴에 닿는 온도는 등골이 서늘할 만큼 차가웠다.시엔나는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지만, 이내 수없이 연습했던 대로 자연스럽게 태도를 가다듬었다.그를 돌아본 시엔나는 지난 365일 동안 완벽하게 연마하고 연기해 온 공식적인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늘 하던 대로 해. 이사진에게 조금이라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마."데미안이 윗니와 아랫니를 거의 다문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짓눌러 속삭였다. 입술조차 거의 움직이지 않는 완벽한 표정 관 것이었다. 그의 시선은 전방에 서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향해 차분히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시엔나는 속으로 밀려드는 불쾌감을 누르며 입꼬리를 더 깊게 올려 보였다.스포트라이트와 플래시 세례 속에서, 두 사람은 세상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완벽한 부부의 초상이었다.잘생기고 단호하며 야망으로 가득 찬 블랙웰 그룹의 CEO와, 그 옆을 우아하게 지키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아내.그러나 이 화려함의 껍데기 뒤에서, 두 사람은 이 관계가
Huling Na-update : 2026-09-06 Magbasa pa